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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디아'가 뜬다

박영복(지호) 2005. 6. 15. 18:41

'친디아'가 뜬다


손잡은 인도ㆍ중국 '윈 - 윈' 전략


   코끼리(인도)와 용(중국)이 손을 잡았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차기'를 노리는 이들 개발도상국이 50년에 걸친 반목의 역사를 뒤로 하면서 내건 기치는 바로 '아시아의 시대'다.


  25억의 인구로 세계의 25%를 차지하는 이들 2개국이 전략적 협력관계를 선언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힘의 균형에도 적지 않은 파급효과를 몰고 올 전망이다.


  두 나라가 손을 잡은 이면에는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하면서 향후 닥쳐올 아시아의 시대에 '윈-윈'하겠다는 공동의 전략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향후 전개될 그림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도 뉴델리에서 만모한 싱 인도총리(왼쪽)와 원자바오 중국총리가 수교 5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문화행사에 참여했다.

◇어떤 관계였나 = 아시아의 양대 거국인 인도와 중국은 오래된 라이벌이다.


  우선 중국은 수 천㎞에 이르는 서부 산악지대를 인도와 접경하고 있으며 일부 구간에는 확실한 국경선조차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두 나라는 지난 1962년에 며칠 간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인도는 이 전쟁에서 패배했던 것을 역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생각하고 있다.


  인도는 냉전 시절에 옛 소련과 친했다. 이는 소련과 지정학적으로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나 중국과의 냉랭한 관계도 무관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은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면서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인도가 지난 1998년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게오르게 페르난데스 당시 국방장관은 중국을 '제1의 잠재적 위협국'으로 지목하기도 했을 정도다.


  티베트 문제도 두 나라의 관계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인도는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지난 1959년 독립을 위한 봉기에 실패하자 자국 내 다름살라에 망명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허용하 바 있다. 최근 네팔의 갸넨드라 국왕이 일으킨 로열 쿠데타에 대해서도 인도는 강하게 비판한 반면 중국은 내부 문제라고 관대한 반응을 보이는 등 남아시아 지역의 정세에 관해 두 나라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합의 내용은 = 두 나라는 이번에 정치와 나머지 분야를 분리해서 취급함으로써 최대의 성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다.
  협상에 임하기 전부터 국경문제 등 정치나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굳이 집착하지 말고 경제와 통상 협력을 우선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양자관계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자는 마인드를 공유한 셈이다.


  두 나라는 이번에 자유무역협정(FTA)의 타당성 조사를 위한 전문가 그룹의 창설에 합의했다. 또 작년에 137억달러로 전년보다 79%나 늘어난 양자교역의 규모를 2008년까지 200억달러로 늘리자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 해묵은 국경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골격안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국경선을 긋기 위한 지침도 도출했다.


  역사적 요인과 지리적 특성, 거주민, 국경선의 확정 순간에 해당 지역이 현실적으로 어느 나라에 소속돼 있느냐 등이 고려의 요소들이다. 두 나라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국경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주둔군 간부들이 수시로 회동하면서 오해의 소지도 없애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두 나라는 민간항공과 금융, 교육, 과학기술, 관광, 문화교류 등의 협력도 강화키로 내용의 다양한 협정에 합의했다. 양국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제기될 것으로 관측됐던 티베트와 달라이 라마 문제는 아예 꺼내지도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를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총리(가운데)가 만모한 싱 인도총리(오른쪽)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까 = 수십 년을 냉랭하게 지내왔던 과거를 생각하면 두 나라는 확실히 질적인 관계개선을 이뤄냈다.


  국경문제만 해도 두 나라는 그동안 10여 차례 실무회담에서 진전이 없자 특별대표 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 기본적인 원칙과 세부 지침에 합의한 만큼 해결의 실마리는 확보된 셈이다.


  중국은 이날 인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대해서도 인도가 더 큰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는 기존의 다소 애매한 입장을 버리고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두 나라가 양국의 향후 관계를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규정하면서 이 협력이 군사 동맹이나 제3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 것은 향후 양국관계를 범위를 짐작하는 단서로 지적된다.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의 복잡한 역학구도를 감안해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도울 것은 도우면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방식의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인도는 에너지 확보를 위해 출혈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국제 입찰에 공동으로 나서자고 중국측에 제의한 상태다. 인도로서는 미국의 독주도 견제해야 하지만 역으로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해야 할 여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이는 미국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아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재임 마지막 해에 인도에 왔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달리 집권 2기 첫해인 올해 인도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이미 수차례 밝힌 상태다.


  큰 틀에서 본다면 미국이나 중국은 앞으로 경쟁적으로 '인도 끌어안기'에 나설 것이고 이는 결국 상대를 견제하는데 미래의 경제와 군사대국인 인도가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정규득 뉴델리 특파원 |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