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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외국자본의 블랙홀?

박영복(지호) 2005. 6. 15. 18:41

인도는 외국자본의 블랙홀?

뭄바이 증시 ‘4천억 달러 클럽’ 가입


  인도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뭄바이의 금융가를 일컫는 '달랄 스트리트'가 아시아 최고의 투자 종착지 로 부상하면서 인도가 흡사 외국자본의 블랙홀이 되어 버린 느낌이다.

 

인도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애정을 반영하듯 새 회계연도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인 3월 첫 주에 뭄바이 증권시장(BSE)은 아 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4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연말 남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지진ㆍ해일 참사에도 끄떡하지 않고 오름세를 지속하던 BSE가 재정건 전화를 위한 세제개혁과 인프라 투자의 대대적인 확충방안 등을 담은 예산안에 다시 한번 강한 탄력을 받 으면서 시가총액 17조5천억 루피(4천22억 달러)를 달성, 마침내 ‘4천억 달러 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아시아에서 4천억 달러 클럽에 소속된 나머지 4개국은 홍콩(8천390억 달러)과 대만(4천980억 달러), 한국(4천960억 달러), 중국(4천480억 달러) 등이다. BSE의 시가총액이 3천억 달러에서 4천억 달러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4개월로 이 기간에 센섹 SENSEX) 지수에 편입된 회사의 시가총액은 20%, 나머지 중소업체의 시가총액은 42%가 각각 증가했다. 또 최근 18개월간 BSE의 시가총액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많은 총 2천200억 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 됐다.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인도 캘커타의 시장 거리

  이처럼 단기간에 BSE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 기관투자자(FII)들로, 이들은 그 동안 우량주보다 중소기업의 주식을 대거 매집했다.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2003년 9월 이후 1 개월간 BSE에 총 157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올 들어 지금까지 순매수 대금 29억 달러로 대만(47억 달러)보 다는 적지만 한국(22억 달러)이나 태국(21억 달러)은 능가했다.

 

  인도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열기를 전문기관의 통계를 통해 아시아의 다른 국가와 좀 더 자세히 비교 해 보자.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이머징 포트폴리오스 펀드 리서치(EPFR)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 2003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인도에 투자한 돈이 모두 14억 달러라고 밝 혔다.   이에 비해 한국은 같은 기간에 8억9천920만 달러, 말레이시아는 8억7천420만 달러, 대만은 8억4천400만 달러, 중국은 6억5천140만 달러를 끌어들이는 데 그쳤다. 반면 필리핀과 호주, 홍콩, 인도네시아는 자 본이 순유출된 가운데 태국은 6억 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인도의 비중을 5.8%로 한국(17.7%), 대만(14.2%), 중국(8.2%) 등보다 낮춰 잡아 놨던 모건 스탠리의 MSCI 신흥시장 지수가 해외 기관투자자들에게 먹혀들지 않았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EPFR은 해외 기관투자자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대표적 기관으로 5천19개의 펀드가 보유한 1조2천300억 달러의 움직임이 EPFR의 촉수에 걸려든다. 하지만 EPFR이 주로 신흥시장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 인도에 유입된 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인도 증권감독 원(SEBI)은 같은 기간에 인도에 순유입된 외국자본을 EPFR보다 4배 이상 많은 65억 달러로 추정했다.   이처럼 인도에 많은 자금이 몰리는 것은 최근 달러화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달러 권에서 빠져나온 자금들 이 성장력이 가시화되는 인도보다 더 좋은 투자처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 하고 있다.

 

 또 달러화에 대한 인도 루피화의 상대적인 강세도 이 같은 추세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 면서 인도가 아시아 지역에서 최고의 투자처 지위를 획득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홍콩 기관투자자의 한 책임자는 “최근에는 투자비중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현금을 인도에 쏟 아 붓고 있으며 이는 과거에 없던 관행”이라는 말로 인도증시에 대한 관심을 설명했다.

 

인도시장에 대 한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투자는 지난 2002년의 9억7천900만 달러에서 2003년에 113억7천700 만 달러로 무려 10배 이상 폭증했고 이 같은 추세에는 도무지 브레이크가 걸릴 기미가 없다.

 

 BSE는 지난해 5월의 총선에서 좌파 성향의 국민회의당이 집권한 후 경제개혁이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로 3개월간 4억6천만 달러가 순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다시 강한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   총선 직후인 지난해 5월 중순에 4,200선으로 주저앉았던 센섹스 지수는 1년도 안된 지금 7천 선 고지 를 향해 치닫고 있다. 아마도 이 기사가 독자들을 만날 때쯤이면 인도증시의 투자자들이 ‘7천 고지’ 위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규득 뉴델리 특파원 |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