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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덖음 녹차 만들기

박영복(지호) 2006. 4. 30. 09:49

 

녹차 만들기

곡우가 돌아오면 화개는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토막잠을 자며 햇차를 덖느라 화개골이 부산 하다.  아침이슬이 함초롬히 묻어나는 새벽부터 초승달도 서산으로 기우는 한밤까지 온종일 차와 씨름한다.  차 따기에서 맛내기까지 아홉 단계를 거치는 동안 무수한 손길이 가야 한다.  화개골에서 10년 전부터 차를 만들어온 곡천다원의 차만들기를 소개한다. 

 

1. 찻잎따기

차따기는 차를 만드는 첫 공정이자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어떤 찻잎을 땄는 가에 따라 차의 품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보통 절기인 곡우 전에 따는 것을 우전 혹은 첫물차라하고, 그 후로부터 일 주일 간격으로 세작,중작,대작으로 나뉜다. 차 따기는 보총 아침 6시부터 시작해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이루어진다.  새순만을 골라 따는데 잎이 새거나 펴진 것, 꼭지까지 딴 것은 차의 질이 떨어진다. 숙련된 사람은 세작의 경우 하루 3~4kg 정도 딴 다.

2. 선별하기

야생차 밭에서 딴 차는 점심과 저녁 나절 두 차례에 걸쳐 수매를 한다. 수매한 찻잎은 잡티, 묵은 잎, 새순에 붙은 꼭지를 제거하기 위해 키질을 하고 골라낸다. 불순물은 제대로 걸러 내지 않으면 덖을 때 찻잎에 손상을 주며 잘 덖어지지 않는다.  또 덖는 과정에서 타 버려 눅은내나 탄내가 나 차 맛을 떨어뜨린다. 

 


3. 덖기
 

차 만들기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 잡티를 제거한 찻잎은 한 번에 2.5kg 정도씩 가마솥에서 덖는다.  예전엔 장작불을 때서 덖었지만 온도 조절이 용이치 않아 요증은 대부분 가스불을 이용한다.  가마솥은 무쇠, 청동, 스테인레스로 주조해서 만든 것이 주로 쓰이는데  바닥의 두께가 4cm 정도로 두껍다. 차를 덖을 때는 보통 350도 정도의 고온에서 덖는다.  달구어진 가마솥에 물을 부으면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야 온도가 제대로 맞추어진 것인데, 찻잎을 넣었을 때 타닥타닥 소리가 들려야 한다. 덖을 때의 손놀림은 처음과 마지막이 다르다. 처음엔 찻잎은 천천히 돌려 주어 고온에서 데쳐지게 한다.  어느 정도 데쳐졌다고 판단되면 손놀림을 빨리해서 수분을 증발시켜야 한다.  이 때 손놀림이 느리면 찻잎이 눌러 붙거나 타 버린다.  찻잎이 꼬실꼬실해졌다 싶으면 재빨리 가마솥에서 건져 낸다.  차를 덖는 데는 7~10분쯤 걸린다.

4. 비비기                            

가마솥에서 덖어진 찻잎은 왕골자리나 멍석 위에다 놓고 비빈다. 비비기는 퍼져 있는 찻잎을 돌돌 말리게 하는 작업으로 덜 비벼지면 맛이 안 나고, 너무 많이 비벼지면 으깨져서 차을 달였을 때 찌꺼기가 많이 나온다.  마치 손빨래를 하듯이 손 바닥에 힘을 주어 찻잎을 말아 준다. 요즘은 손으로 어느 정도 비빈후,기계로 다시 비빈다. 기계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만 비볐던 시절에는 무릎팍이 까질 정도로 고된 작업이었다고 한다.

5. 털기

비비고 난 찻잎은 수분을 제거하고 서로 엉겨 붙지 않게 털어 준다.  차 만들기 공정에서 잔손질이 많이 가고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리는 일이다.  뭉쳐진 찻잎을 손 바닥에 올려 놓고 마치 기타줄을 튕기듯이 다른 손가락을 흔들어서 털어 낸다. 이 때 잡티 제거도 같이 해 주어야 한다. 엉겨 붙은 찻잎은 제대로 털지 않았을 경우 수분이 증발하고 나면 떨어지지 않고, 억지로 떼어 내려 하면 부서져 버린다.  털기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증발하며, 돌돌 말린 찻잎이 낱개로 툭툭 떨어질 정도가 돼야 털기가 끝난다.

 

6. 말리기

비비기를 마친 찻잎은 건조실에서 말린다. 수분을 증발시키는 작업으로 말리기를 마치면 얼추 차의 모양이 나오며 적당한 온도에서 재빨리 말려야 행이 날아가지 않고 맛이 난다. 너무 미지근한 온도에서 말리면 향이 나질 않고, 너무 고온에서 말리면 맛내기 과정에서 부서져 잡티가 많이 생긴다. 30~40도의 실온에서 5~6시간을 말리고, 말리는 중간에 잡티를 제거하는 고르기 작업을 한번 더 거친다.

 

 

 

 

7. 맛내기 

맛내기는 수분을 완전히 증발시키는 작업이면서 차의 맛을 내는 작업이다.  맛내기 작업만큼은 며느리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을 정도로 차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공정이다.  맛내기는 덖기와 마찬가지로 가마솥에서 작업을 하는데 온도와 시간이 다르다.  은은한 불, 손으로 가마솥의 바닥을 만졌을 때 뜨겁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불에서 3시간 정도 천천히, 열이 골고루 전달되게 돌려 중다.  맛내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조절이다. 온도가 너무 높은 데서 덖으면 볶아져서 차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또 온도가 들쭉날쭉하면 차 맛이 제대로 우러나질 않아 3시간 내내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맛내기 작업을 할 때 찻잎에서 뽀얀 분이 나모며 건조 작업에서 부풀어 있던 차가 차분히 가라앉는다.

8. 포장

맛내기 작업을 마치면 차가 완성된 것이다.  포장 공정만 남게 되는 데 밀봉된 용기에 넣어 2시간 정도 충분히 식힌 다음 포장을 한다.  열기를 식히지 않고 포장을 하게 되면 차에서 불 냄새가 나서 차 맛이 떨어진다.  포장은 우전인 경우 50g씩, 세작 이하는 100g씩 포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