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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는 회전초밥

박영복(지호) 2005. 5. 15. 08:59
부담없는 회전초밥

부담없는  회전초밥

 

흔히 일본음식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생선초밥이다. 일본에 살다보면 생선초밥을 가끔씩은 먹게 되는데 보통은 점심의 셋트메뉴에 생선초밥이 곁들여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생선초밥이라고 하긴 그렇고...  제대로 먹으려면 정식 생산초밥집을 가야하지만 여간해서는 자주가기 힘들고 보통은 回轉스시집을 찾게 된다.
왜? 대부분의 정식 생선초밥집은 너무 비싸다.  그리고 정식 초밥집에 가서 종류가 정해진 셋트메뉴를 주문하지 않는다면 하나하나 주문을 해야 하는데 생선초밥의 종류를 외워서 주문할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서 아무래도 초보자들은 꺼리게 된다. 따라서 말없이 앉아 있다가 맛있게 생긴 접시가 나오면 집어먹는 회전스시집이 부담이 없어서 자주 가게 된다. 더구나 가리 (쇼가: 생강 절인 것)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물론 자기가 좋아하는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아지 : 전갱이

아마에비 : 새우

코하다 : 전어

사요리

토로 : 참치(배부위)

마구로 : 참치

하마치 : 방어

히라메 : 광어

우니 : 성게알

아까가이 : 피조개

아나고

아와비 : 전복

호타테 : 가리비

하마구리 : 대합

이쿠라 : 연어알

다마고야키 : 계란

가리(쇼가) : 생강

일반적으로 회전스시집에는 조그만 접시에 초밥 2개가  얹어 나오는데 접시 색깔이 몇가지 있어서 색깔에 따라 다른 가격이 붙어 있다. 가장 싼 접시가 100엔 정도에서 시작해서 수백엔까지 있는데 당연히 먹을 만한 것은 비싸다. 따라서 보통 한사람이 가서 맥주 한잔하며 적당히 먹으면 2-3천엔 정도 쓰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모든 종류의 생선초밥이 일률적으로 100엔, 120엔, 150엔 등으로 통일되어 있는 회전초밥집이 있다.  이런 집들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많은데 이런 집에 들어가면 실패할 염려가 거의 없다. 내 생각에는 생산초밥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횟감의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데 사람이 많은 집은 그만큼 횟감의 회전이 빨라 항상 신선한 초밥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래에는 1인당 남자 1,500엔, 여자 1,200엔 정도내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큰 규모의 회전스시집이 오사카 시내중심가에 여기저기 생겼는데 몇군데 가보았더니 아니올씨다였다. 기계에서 찍어낸 초밥으로 밥(샤리)이 너무 크고, 위에 얹는 생선(네타)의 선도나 종류가 뒤떨어져 두 번 다시 가고싶지 않았다.

東京시절 자주 가던 시부야에는 이런 정액 회전스시집이 두군데 있었는데 한군데는 100엔, 또 한군데는 120엔을 받는 집이었다. 두 집중에서 가격뿐 아니라 위치상으로도 100엔 짜리 집이 시부야 한복판에 있어 항상 줄을 서서 더 많이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두어번 양쪽집을 다녀본 결과 120엔 짜리 집만 다니게 되었다.
120엔 짜리 집은 시부야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도겐자까 언덕길 중간쯤에 있었는데, 100엔 짜리 집에서는 12-3개 접시는 먹어야 먹은 것 같았는데 120엔 짜리 집은 7-8개 접시만 먹어도 충분했다. 물론, 밥만 큰게 아니라 네타(밥위에 얹은 횟감)도 큼직했고 비싼 종류도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오사카에 와서 호텔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중심가로 나와서는 적당한 음식점을 찾다가 회전초밥 생각이 나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한 군데를 가르쳐 주는데 가보니 120엔 정액제의 회전 초밥집이었다. 들어가 보니 물론 성공.
이날 이후로 단골이 되었는데 그 집은 元綠(겐로쿠)스시라는 체인점이었고 시내중심가에는 道頓堀(도톤보리)와 天日前(센니찌마에) 두 군데가 있는데 내가 애용했던 집은 센니찌마에 지점이었다. 가게앞에는 회전스시 기계를 일본 최초로 설치했다는 기사를 코팅해서 붙여놓았고, 40명 정도가 카운터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는 조그만 가게였다. 이집은 언제나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는데 초밥의 크기나 질, 종류 모두 내가 가본 회전스시집중에서 가장 훌륭했다.

 TV에 나오는 한접시(2개) 수천엔씩이나 하는 최고급 스시집은 가보지 못했지만 제법 비싼집도 가봤다. 그러나 이집만은 못했다. 우리 사무실의 현지직원중에 각종 음식점 소개잡지는 다 사서 보면서 맛있는 집을 골라 찾아 다니는 미식가가 있었는데 이 친구의 소개로 몇군데 대중적인(=싸고 맛있다는) 스시집을 가보았지만 영 시원치 않아서 이 겐로쿠 스시집을 소개했더니 한번 가보고는 내리 4일을 출근하는 것이었다.

千日前의 겐로쿠스시

이집의 메뉴는 백가지쯤 되는데 이것저것 먹어보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스시는
ㅇ 빈토로 : 참치(빈쵸마구로)의 기름기가 많은 부위(분홍색)로 버터 비슷한 맛이 난다.
ㅇ 츠부가이 : 살색빛 조개살인데 씹는 맛이 오도독 오도독
ㅇ 하마치 : 방어새끼로 싼 생선이지만 볼륨 만점
ㅇ 가니사라다 : 게맛살로 만든 사라다를 김밥위에 얹어 놓은 것
ㅇ 타이 : 도미 (겐로쿠스시의 타이는 별로였다)
ㅇ 토로 사르몬 : 연어의 기름기가 많은 연분홍색 부위로 빈토로 보다 기름기가 많다.
ㅇ 마구로 : 참치 (심심하면 먹는다)

참고로 회전스시집에 가서 아무거나 집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접시중에는 아무도 집지 않아 상당시간 계속 돌아가는 접시들이 꽤 있어 이런 것들은 선도도 떨어지고 위생상 좋지 않다. 특히 마구로 등 생선류는 온도가 아주 중요한데 오래 돌아서 미적지근한 것을 먹으면 맛이 확 떨어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좋아하는 스시를 주문을 해서 먹는 것이고, 주문할 자신이 없다면 이따마에(스시 만드는 아저씨)앞에 앉아 있다가 바로 만든 스시를 골라먹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많을 경우에는 좋은 자리에 앉을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눈치껏 살펴서 신선해 보이는 것을 골라먹을 수 밖에...
스시를 먹다가 목이 메이면 보통 스시집에서 제공하는 녹차를 마시면 된다. 그러나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은 맥주를 시켜먹거나 아카다시(미소시루)를 시키면 좋다. 겐로쿠스시에서는 아쉽게도 아카다시가 별로이다.  그러나 내가 살던 녹지공원 西井水産의 가니 아카다시(게를 넣은 미소시루)는 정말 맛있었다. 미소시루에다 큼직한 게가니(털게)  반마리를 넣어준다.
생선초밥을 좋아하고 오사카에 들를 일이 있다면 시내 한가운데 있는 겐로쿠 스시를 한번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오사카를 떠나오기 전날 그집에 들러서 기념사진까지 찍고 왔을 만큼 생각나는 집이다. 다만, 큰 기대는 하지 말 것!  스시를 접할 기회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서울에서 온 친지들을 데리고 갔더니 별로라는 반응이었다...   (2000. 8.3)

후토마키 : 김밥

텟카마키 : 참치

갓파마키 : 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