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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의 멋 - 아키타

박영복(지호) 2005. 5. 15. 09:04
 

 
소박한 삶의 멋 - 아키타


도깨비와 귀신-그리고 성모 마리아

  일본 어느 지방이든 가보기 전  엔 늘 포장된 나라 일본을 생각하며 '거기가 거기겠지’하는 마음이 드는건 나만이었을까? 하지만 막상 도착하여 둘러보면 그 지방 특유의 색깔과 나름대로의 생동감에 푹 젖어들곤 한다. 아키타(秋田)도 그 중 한 지역으로 자연 경관의 멋과 그 안에 어우러진 삶의 소박한 맛이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을 편안히 다독여주는 그러한 곳이다.

우리 나라와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 열도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120여만 명의 아키타현은 71퍼센트가 숲으로 우거져 그야말로눈길 머무는 곳, 발길 닿는 곳이
모두 자연이 지어 낸, 자연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일본해에 돌출된 오가반도(男鹿半島)의 호쾌한 암초로 이어진 해안선과 하치만타이라(八幡平)의 장대한 원시림, 데와후지(出羽富士)라고 불리며 신의 몸으로 추앙받고 있는 쵸오카이산(鳥海山), 푸른 초원과 설원으로 유명한 타자와코(田澤湖)고원, 또 이와테(岩手), 미야기(宮城), 아키타(秋田) 등 세 개의 현에 걸친 장대한 구리코마산(栗駒山) 등등.

또한 타카마츠다케(高松岳) 산기슭의 험준한 바위와 황량한 지면으로부터 분출되는 유황(硫黃)가스는 마치 지옥의 모습이라 하여 가와라게지옥(川原毛地獄)이라 하는데 이 곳은 아오모리(靑森)의 오소레산, 토야마현(富山県)의 다테산과 함께 일본 3대 영산으로 꼽힌다.




온천욕 후 맛보는 키리탄포나베(きりたんぽ鍋)

이렇게 정적인 신비 속에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모습으로 단아하게 자리잡은 성곽과 옛 무사마을인 가쿠노다테(角館)가 350년 간의 삶의 흔적을 역설하고 있다. 작은 교오토오라고도 하는 이 마을, ‘국화와 칼’로 비친 사무라이들의 삶이 치열했던 만큼 고즈넉한 저택엔 무상함만 더하다.

가쿠노다테를 뒤로하며 모리오카(盛岡)
쪽으로 가다보면 일본에서 가장 수심이 깊다는 전설의 호수 타자와코(田澤湖)의 쪽빛 물결이 유인하듯 일행을 맞아들인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신에게 기도하다 용으로 변해 호수를 지키는 신이 되었다는 전설의 주인공 타츠코 상(龍子像)은 타자와 호수의 심벌이다.

이 호수는 둘레가 20킬로미터로 원형에 가깝고 수심은 420여 미터로서 계절마다 독특한 풍광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아련한 햇살이 호면을 비추고, 여름에는 짙은 신록과 맑게 갠 하늘,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숲, 겨울에는 하얀 눈과 호면이 대조를 이루어 인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고 한다.

일본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는 바로 온천욕이다. 타자와코에서 하치만타이라(八幡平)로 가다보면 호센코(仙湖)라는 저수지와 함께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타마가와(玉川) 온천이 나온다. 라듐을 포함한 강산성 온천수가 섭씨 98도로 매분 9천 리터나 용출되는 어마어마한 규모라서 전국 각지의 남녀노소가 질병치료를 위해 끊임없이 찾아오는 명소라 한다. 특이한 것은 온천을 찾은 사람들이 탕 속에는 들어가지 않고 모두 온천수가 흐르는 주변에 자리를 펴고 누워 온천을 즐긴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신경통, 순환기 질환은 물론 피부병에도 특효가 있다 하여 탕치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욕 후에 맛보는 향토요리에서도 소박하면서도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아키타의 향토음식으로는 무엇보다 키리탄포나베(鍋)를 들 수 있다. 쌀의 고장답게 햅쌀밥을 고치에 뭉쳐 숯불에 구워 계절야채와 함께 토종닭인 히나이 닭 육수에 끓여 먹는 요리인데, 단백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동해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물요리와 큰 돌을 뜨겁게 달구어 요리에 이용하는 돌구이 어부요리, 300년 전통의 이나니와 우동도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먹어볼 만한 음식이다.



칸토오(竿灯)등 다양한 전통 축제의 고장

식문화와 함께 그 나라, 그 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 단서 중의 하나가 그 지역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풍습이나 축제라 할 수 있다.

아키타현에도 흥겹고 또 흥미로운 다양한 축제가 전승되고 있다. 여름 칠월칠석에 간짓대에 벼이삭 모양의 초롱을 달아 200개 이상을 늘어 세워 올려 북과 피리의 리듬에 맞추어 현란하게 묘기를 부리는 연등행렬식의 칸토오(竿燈) 축제, 여름철 8월 화톳불빛 아래서 샤미센(三味線)이라는 일본 고유의 현악기 연주에 맞춰 삿갓으로 얼굴을 가리며 춤을 춘다는 ‘니시모나이(西馬音內)盆踊り’라는 춤 축제. 이 축제의 역사는 무려 680년에 이른다고 한다.

아키타의 내륙은 적설량이 많고 춥기도 하여 설국(雪國)의 이미지에 맞는 긴 겨울을 보내게 되므로 요코테시에선 정월대보름에 "카마쿠라"라는 눈으로 만든 집 속에 물의 신을 모시고 어린이들이 방문객을 맞이하며 떡과 감주를 대접하는 풍습이 전해진다. 사람들은 400년 전통을 이어 지금도 어둠 속에서 촛불로 밝힌 눈집을 방문하며 도시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분위기에 매료된다고 한다.

일본의 시골 축제나 전설에는 귀신이나 도깨비가 자주 등장하는데 아키타현 오가(男鹿) 반도에도 많은 귀신이 나오는 ‘나마하게’ 축제가 전해지고 있다. 나마하게는 도깨비로 가장한 카미(神)의 화신(化身)으로 집집마다 다니며 게으름뱅이들을 혼냈다고 한다. 이런 전설에 따라 12월 31일 밤에 열리는 나마하게 축제 때는 마을 남자들이 붉은 귀신, 파란 귀신의 탈을 쓰고 식칼과 나무통을 들고 진산신사(眞山神社)에서 내려와 돌아다닌다.



눈물 흘리는 성모 마리아 상

일본은 원래 다신, 잡신의 본고장이지만 아키타 시는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성지로, 가톨릭 신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 기적의 성모상은 1963년 조각가 와카사 사부로오(若峽三郞)가 만든 것으로, 아키타 성체봉사회 수녀원 경당에 모셔져 있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101회의 눈물을 흘렸고 이 때의 목격자는 2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눈물이 흐르는 모양과 시간, 양 등은 그 때마다 달랐으며 많을 때는 눈물이 발끝까지 흘러 고이기도 하고, 뺨에 눈물방울이 맺히기도 했다 한다. 이 눈물의 메시지는 죄인들의 회개와 그 보상으로 기도, 고행, 용기 있는 희생적 삶을 촉구하는 것으로, 이 눈물의 일부를 아키타 대학과 기후 대학의 법의학 교실에서 분석한 결과 "인간의 체액, 즉 눈물이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니, 이 모든 것들이 신비스럽고 경이로울 뿐이다.

이외에도 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인구 40여만 명의 아키타 시에는 1602년부터 메이지시대까지 아키타를 지배했던 사타케씨(佐竹氏)의 거성이었던 구보타 성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센슈우공원(千秋公園)이 있어 도심의 편안한 쉼터가 되고 있다. 그 주변의 분위기 넘치는 카페와 카와바타(川端) 거리에서의 낭만도 느껴볼 만하다.

아름다운 자연과 일본의 전통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관광지로, 골프나 스키 등 레저 스포츠를 겸비한 온천지로, 그리고 신비에 넘치는 성지순례지로서의 아키타는 또 다른 멋을 지닌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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