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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효과’에 달러 싸게 빌려 “사자”

박영복(지호) 2009. 9. 24. 07:31

‘중국효과’에 달러 싸게 빌려 “사자”

외국인 ‘바이 코리아’ 왜
중 증시 반등하자 6일새 3조3000억어치 매수
미 경기회복 기대도 커…“4분기 조정 가능성”

 

» 수출상담 북적북적 대규모 수출상담회 ‘바이 코리아(Buy Korea) 2009’에 참가한 해외 바이어와 국내 업체 관계자들이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행사장에 마련된 업체별 부스에서 수출 상담을 하고 있다. 65개국에서 온 800여명의 해외 바이어와 국내 2500여개 업체가 참여해 이틀동안 열리는 이 상담회에서는 5억달러 안팎의 수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양/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코스피가 1700 문턱까지 다다랐다.

1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786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의 폭발적인 ‘사자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전날보다 12.14(0.72%) 오른 1695.47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1700.19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장중 1700선을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후 6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만 3조3000억원어치로, 하루 평균 5500억원에 이른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순매수를 기록한 지난 7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밀려들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6.5원 하락해 1204.8원에 장을 마쳤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다시 살아난 것은 우선 미국 등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강해질수록 주요 제품 공급시장인 신흥시장에 대한 관심은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웃 중국 시장이 차츰 달아오르는 것도 한 요인이다. 8월 한 달 동안 무려 23%나 폭락했던 중국 증시는 9월 들어 반등하면서 외국인의 매수세도 다시 거세졌다. 양기인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기본적으로 중국에 베팅하고 있고, 대만과 한국 등 주변국은 중국의 수혜를 입을 것이어서 투자한다”며 “최근 한때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했던 것도 중국에서 출구전략 얘기가 나오면서부터였다”고 말했다.

 

» 코스피 및 외국인 순매수 일별추이

여기에다 싼값에 달러를 빌려 신흥시장 등에 투자하는 이른바 ‘달러캐리 트레이드’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정부가 경기를 떠받치는 과정에서 막대한 달러를 쏟아부은 탓에, 엔화를 빌리는 데 드는 돈보다 달러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이 작아진 데 따른 결과다.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매수 배경으로 꼽힌다. 오는 21일 국내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푸치) 선진지수에 편입되는 것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뒤늦게 우량주를 쓸어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짧은 시간에 크게 뛰어오른 부담이 있긴 하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어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서용원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경기회복세와 기업실적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외국인 매수세가 당분간 이어져 주가는 연말까지 상승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달러 약세와 그에 따른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한 가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가가 너무 올랐고, 환율의 급격한 하락은 수출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3분기 기업실적이 꼭짓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돼 4분기에는 큰 폭은 아닐지라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