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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 고치겠다" 中 70대 노인 교통위반 차량 30대 파손

박영복(지호) 2009. 7. 11. 08:47

"버릇 고치겠다" 中 70대 노인 교통위반 차량 30대 파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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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신호를 무시한 차량을 벽돌로 내려치고 있는 노인의 모습

교통질서가 문란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 앞으로 운전자들은 신호등을 안지켰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게 됐다.

최근 중국 간쑤(甘肃)성 란저우(兰州)시에서는 한 70대 노인이 교통위반을 일삼는 운전자들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도로에 벽돌을 들고나와 신호등을 위반한 차량 30대를 파손한 사건이 발생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郑州)시 인터넷매체인 다허왕(大河网)이 1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9일 밤 란저우시 치리허(七里河)구 진항청(金港城) 거주단지 앞길에서 백발의 70대 노인이 벽돌로 신호등을 위반하는 차량들의 브레이크등과 유리창을 내려쳤다.

노인이 파손시킨 차량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보행자들이 건너는 초록색등으로 바뀌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나간 차량들이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의하면 교통위반 차량을 응징하던 70대 노인의 모습은 고령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민첩해 신들린듯 보였다고 전했다.

노인의 난데없는 습격에 놀란 차주들은 영문도 알 수 없이 당해야 했다. 일부 차주들은 차에서 내려 노인의 행위를 따져물었지만 이내 꼬리를 내리고 차를 몰고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이유인즉 벽돌을 들고 있는 노인의 기세가 무서울 뿐 아니라 도로 주위로 수많은 주민들이 몰려 나와 노인을 응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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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신호를 위반한 차량을 발견하고 응징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는 노인의 모습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노인이 교통위반 차량을 응징할 때마다 "잘 부쉈다", "속시원하다" 라는 추임새를 넣고 박수를 치며 노인의 행위를 지지했다. 

다허왕의 취재 결과 노인이 신호등 위반 차량을 응징하게 된 데는 그럴만 한 사연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지난 수십년 간 횡단보도가 없어 주민들이 길을 건널 때 많은 불편함을 겪어야 했고,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지역의 토박이기도 한 노인 역시 집앞 혼잡스런 교통과 보행자를 배려할 줄 모르는 일부 양심 없는 운전자들로 인해 몇차례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에 주민들은 여러 차례 행정기관에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해 드디어 이곳에 횡단보도가 생겼다. 하지만 운전자들의 의식은 달라지지 않았고, 화가난 노인은 직접 교통질서 위반 운전자들의 버릇을 고치겠다며 벽돌을 들고 도로로 나선 것이다.

이날 밤 노인이 파손한 차량은 모두 30대. 노인이 위반 차량을 응징하는 동안 2~3명의 동네 노인들도 합세해 거사를 도왔다. 이들의 행위는 인근 파출소에서 공안(公安, 경찰)이 출동하면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차량을 파손한 노인들이 어떤 법적처벌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관련 뉴스가 보도된 후 네티즌들 사이에는 교통위반 차량을 파손한 노인의 행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톈진(天津)의 한 네티즌은 "교통위반 차량에 대해 법적인 처벌을 물어야 한다"며 "노인의 이같은 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우한(武汉)의 한 네티즌은 "노인의 행위가 조금 과도한 면은 있지만 우리 사회의 문란한 교통질서 현실을 잘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반성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