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기의 차이나 리포트(전현기 중국우리은행 영업추진부장)
지난 3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국제의류 액세서리 박람회에 참가했던 한국의 의류패션업체들이 한류드라마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행사를 주관한 KOTRA는 중국에서 방영됐거나 인기리에 방영 중인 한국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이 입은 패션을 전시한 업체들의 부스에 중국 바이어가 몰려들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한국드라마가 유행한 것은 이미 10여년 가까이 됐다. 그 기간 동안 정부 고위층의 사모님들부터 농촌의 어린이까지 다양한 계층과 지역의 중국인들이 한국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또한 많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몇년 전부터 중국 청소년들이 디자인이 예쁜 한국의 문구류를 선호하고, 삼성 핸드폰은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됐다. 삼성과 LG의 전자제품 역시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다. 한국의 화장품은 중국 여성들이 한국에 관광을 갔다 오면 반드시 구입해 오는 품목에 들어든다. 상하이의 유명 백화점에 자리한 EXR 매장에서는 한국 화장품이 우리가 보기에도 비싼 가격으로 중국의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랜드는 이미 중국의 백화점 및 주요 쇼핑센터에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오리온, 농심, CJ, 롯데 등의 식품브랜드도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며 중국 내수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했다. 파리바게뜨는 상하이에서, 뚜레쥬르는 베이징에서 인기 있는 고급 제과점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몰려오는 다국적기업, 중국 내수에 올인
지난해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지난 연말부터 금년 초까지 중국에 근무하던 외국계 회사 주재원들이 줄줄이 귀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런데 불과 몇개월 지나지 않아 다시 다국적 기업들의 주재원이 속속 중국으로 밀려들고 있다. 또 코카콜라, 까르푸, 폴크스바겐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은 대규모의 중국투자 소식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의 중국 투자는 과거와 같은 제조 공장으로서의 투자가 아니다. 이보다는 중국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가장 안전하고 성장성이 큰 시장이라는 판단 아래 내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세계의 시장’으로 부각된 것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무너지는 미국 및 유럽의 소비시장을 중국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도시뿐만 아니라 중급도시에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13억 인구 가운데 실질 구매력을 보유한 인구비중은 약 30%(3억 9000만명)이며, 매년 약 3%(39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발전고위층포럼에서 발표한 중국 내수시장 성장 이정표에서도 중국은 2009년에 아시아 최대 소비시장, 2014년에는 세계 최대 사치품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앞에서 예로 들었던 한국 기업들은 이미 10여년 전에 중국에 진출해 꾸준히 투자해왔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중국 전문가를 양성해 시장 내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시장과 지역에 따른 전략 필수
‘우리의 살길은 중국 내수시장이다.'
전 세계 기업이 주목하고 경쟁이 치열한 중국시장에서 그래도 우리는 문화적, 정서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접근할 수 있다. 한류드라마의 영향으로 좋든 싫든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적은 편이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친밀감과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디자인이 뛰어난 한국 문구류, 외모에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는 화장품, 한류를 바탕으로 선호도가 높은 의류상품 등은 한국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세계의 제품들과 겨뤄볼 만한 분야다.
단 상품도 좋아야 하지만 내수에 성공한 기업들의 충고를 꼭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전국적으로 성공한 농심, 오리온, 락앤락 같은 기업들도 처음에는 한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고 어느 정도 성공하면서 판매도시를 확대했다. 지금도 뚜레쥬르는 베이징 위주로, 파리바게뜨는 상하이 위주로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워낙 크다 보니 물류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은 각 도시 간 기후, 풍습, 문화 등이 완전히 다르다. 그만큼 소비패턴도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내수를 목적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반드시 타겟시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한가지 예를 들면 상하이는 습기가 많아 바디로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베이징은 건조해 그 필요성이 크다. 이는 까르푸 상하이 매장에서는 바디로션이 일반 상품과 같이 한면에 진열돼 있지만, 까르푸 베이징 매장에서는 바디로션이 입구쪽 별도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중국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우리의 BB크림도 중국의 남부지역보다는 베이징을 위주로 한 북부지역에서 더 성공가능성이 클 것이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다수의 한국 기업들의 내수 성공사례를 직접 경험하면서 필자가 확신하는 점은 한가지다.
‘우리의 제품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지금은 환율 효과로 그 경쟁력이 큰 시기다.’
지금이 바로 중국 내수를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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