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를 일명 ‘경제 검찰’이라고 합니다.중국에 경제검찰이 뜬 건 작년 8월입니다.중국의 반독점법이 시행됐기 때문입니다.경제검찰의 존재는 ‘시장의 실패’를 전제합니다.독점을 통한 시장에서의 횡포가 정부 개입의 명분을 줍니다. 시장의 실패는 시장을 전제로 합니다.하지만 중국은 스스로 얘기하듯 사회주의 시장경제입니다.곳곳에 정부개입이 묻어 있어 순수한 시장의 실패를 찾기 힘든 구조입니다.그런 점에서 중국의 경제 검찰 등장은 자국 기업 보호주의라는 정치적인 냄새를 느끼게 합니다. 중국 상무부가 일본 미쓰비시레이온의 영국 아크릴업체 루사이트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13일자 보도는 이같은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미쓰비시레이온은 지난해 11월 루사이트를 1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후 올해 1월까지 인수 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했지만,전 세계 반독점 당국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이 승인을 보류했다고 합니다.이는 중국이 해외에서 이뤄진 다국적 기업간 인수합병(M&A)에 브레이크를 건 첫번째 사례입니다.미국과 유럽연합(EU)이 맡아오다시피하던 세계의 ‘경제검찰’ 역할을 중국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물론 중국이 해외 기업간 M&A에 제동을 건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무리입니다.중국은 반독점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해외에서의 M&A도 자국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규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하지만 이같은 조항은 중국 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반독점법에도 있습니다. 문제는 반독점법의 칼날을 휘두르는 자의 생각이 보편적인 설득력을 갖는냐 하는 겁니다.물론 미쓰비시레이온이 루사이트를 인수하면 수지와 플라스틱 원료인 아크릴 전 세계 생산의 40%를 차지하게 됩니다.독점적 소지가 있습니다.하지만 어느 나라 반독점당국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유독 중국만 딴지를 건 이유는 뭘까요.FT는 중국 정부의 이번 제동이 자국 기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거래를 지켜 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보호주의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아크릴 생산 같은 화학산업은 중국이 최근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발표한 10대 산업진흥책의 대상중 하나입니다.미국의 보호주의를 앞장서서 비난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그 역시 보호주의에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1년도 안된 중국 경제검찰은 이번 인수제동 뿐 아니라 이미 다국적기업을 긴장시킬만큼 막강 파워를 행사하고 있습니다.중국 반독점당국은 벨기에의 맥주업체 인베브가 버드와이저 브랜드의 미국 안호이저부시를 합병할 때도 승인조건으로 중국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을 자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인베브와 안호이저부시가 합병해 생긴 세계 최대 맥주업체 AB인베브가 지난 2월 중국의 간판 맥주업체 칭다오맥주 지분 19.9%를 일본 아사히 맥주에 매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입니다.
중국은 특히 자국내 최대 과즙 음료업체 후이위안을 24억달러에 인수하려는 코카콜라의 거래를 지난 달 불허한다고 발표해 M&A를 통해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우려를 고조시키기도 했습니다.코카콜라의 후이위안 인수는 중국 사상 최대 외자유치였지만 중국은 이를 승인하지 않았습니다.코카콜라는 추가로 20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겠다며 후이위안 인수 승인에 올인했습니다.하지만 결국 좌절하고 말았습니다.코카콜라가 후이위안 인수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민족기업이 외국자본에 팔려간다는 식의 민족주의 여론이 중국내에서 비등한 게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입니다.정치적인 판단이 개입했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EU)처럼 반독점을 이유로 세계적인 M&A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합니다.그러면서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는 대형 제약사인 화이자와 머크로서는 중국 반독점 당국의 권한 행사가 악재가 될 것이라고도 분석합니다. 중국 경제검찰의 권한 행사를 이처럼 마냥 불안하게 볼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시장 실패’를 고치기 위한 정부 개입에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큰데다 이같은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중국은 이미 2007년 GDP(국내총생산)규모로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습니다.올들어선 미국을 제치고 3개월 연속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군림하기 시작했습니다.이같은 경제위상 강화가 곧 중국 경제검찰의 파워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힘이 있다고 주변국을 오랑캐로 몰아 부쳐서는 곤란하듯이 힘이 있다고 중국식 사고방식만으로 세상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입니다.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중국만이 걷는 길이 있다고 얘기합니다.하지만 그건 중국내에서는 통할 수 있겠지만 세상과 대화할때는 달라져야합니다.세계와 소통할 때는 중국만의 틀로 접근해서는 진정한 세계 대국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중국 경제검찰 이야기는 중국이 보다 열린 세계가 돼야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