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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 본 세상

박영복(지호) 2006. 5. 24. 14:40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

 

1만m 상공, 3년여간의 기록 ‘구름위의 산책’ 그곳엔…
탁기형 사진 선임기자의 하늘에서 내려다본 세상




뭉게뭉게 ‘솜이불’ 덮은 산맥

수천 수만년동안 깎이고 파였어도 장엄한 모습을 잃지 않은 거대한 산맥이 대지를 덮은 구름을 뚫고 위용을 뽐내고 있다. 미국 시에라네바다산맥.


‘하늘에서 본 세상은 놀라움 바로 그것이었다.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보란 말이 있듯이, 1만m 안팎의 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은 형태가 아니라 색깔이었고 사진이라기보다는 회화에 가까운 새로운 모습이었다. 이 사진들은 지난 3년여 간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지구촌의 여러 모습들을 기록한 것이다. 더러는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해 일반 민항기들이 다니지 못하는 항로를 비행한 탓에 남들이 볼 수 없는 곳들을 기록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켜켜이 쌓인 ‘억겁의 세월’
사하라사막 중앙부에 위치한 길이 500㎞, 너비 30㎞에 이르는 티베스티 산맥의 화산지대의 모습.억겁의 세월 동안 비바람에 침식된 웅대한 비경을 보여주고 있다. 리비아 남부.
비행기나 헬기 등에서 찍은 사진을 일반적으로 항공사진이라고 한다. 사진 측량이나 사진 판독 등의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지표를 바로 위쪽에서 촬영한 수직사진을 쓰고, 비스듬한 각도에서 찍은 사각사진은 보도용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사진의 대부분은 사각사진이다.
항공사진은 1차 세계대전 때 군사작전을 목적으로 한 항공사진 전용 비행기와 광학기기의 개발에 힘입어 급속히 확산됐다. 그 뒤 사진을 측량의 수단으로 삼아 지도를 작성하는 도화기 등이 개발돼, 현재는 지도를 만들기 위한 측량은 물론 지형 ·지질 ·삼림 ·토지이용 ·방재 ·도시계획 등의 조사나 군사목적 등에 항공사진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항공사진은 2,000∼6,000 m 정도의 고도에서 1/10,000~1/40,000 정도의 축척으로 촬영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는 팬크로매틱필름이 사용되지만 사진의 내용을 판독하는 조사용에는 적외선이나 컬러필름이 사용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장비가 눈부시게 발달해, 높은 고도에서도 충분한 해상도와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 이 화보 사진들은 고도 1만m 안팎에서 디지털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달아 찍은 것들이다.
황토의 바다에 ‘구름섬’ 동동
중국과 우리나라에 매년 황사를 일으키는 중국 내몽골 지방의 사막지대 . 벌건 황토의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구름의 모습이 마치 섬처럼 보인다. 중국 내몽골.

‘같은 곳을 날다’
중국과 몽골의 국경에 위치한 산악지대의 두 모습. 윗 사진은 05년 5월에 촬영된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06년 3월에 촬영된 것으로 아직도 눈이 녹지않은 동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북 분단의 특수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 국적기에서는 이·착륙시 창 밖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금지해 왔다. 또 비행 중 찍은 사진을 보도하려면 군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 길든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여객기에 오르면 카메라를 얌전히 접어 가방에 담아두는 것을 당연한 일로 알았다.

신이 빚은 예술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가 발견 되었다고 알려져 유명해진 높이 5천18 아라라트산이 하얀 눈을 덮어쓴채 빼어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왼쪽) 터키 ·이란 ·아르메니아에 걸쳐 있는 이 산을 지나면 지중해 연안의 리아스식 해안이 부채살처럼 펼쳐진다.(오른쪽)
한데 대통령 특별기에 동승해 출장을 가는 중 발 아래 땅을 카메라에 담아보았을 때, 사진으로 드러난 ‘하늘에서 본 세상’은 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었다. 두 발을 땅에 딛고는 절대로 볼 수도 없고 가늠할 수도 없는 세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겹겹의 파도가 밀려오는 착각을 일으키는 구름바다. 그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아름다운 이 땅의 산과 들. 그리고 바다를 건너면 펼쳐지는 광활한 중앙아시아의 평원. 눈 덮인 동토의 땅 시베리아. 끝없이 이어지는 거대한 사하라 사막. 다시 녹색의 초원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 이들을 모아놓으면 바로 지구였다.
이 광활한 자연은, 시차에 시달려 좁은 좌석에 웅크리고 잠들어 있는 기자를 흔들어 깨웠다. 때론 구겨진 종잇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울퉁불퉁한 남성의 근육을 연상케 하기도 하는 풍경들. 그리고 사람 몸 속 핏줄처럼 곳곳으로 미세하게 퍼져나간 물길의 모습까지 대지는 마치 속살을 드러내듯 그 자태를 온전히 내보여 주었다. 46억 살 이라는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한 점도 되지 못하는 인생이 도저히 살필 수 없는 거대한 행성의 숨소리는, 드넓은 대지와 깊은 바다를 가르고 이어붙이며 역동적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그 안에서 무수한 생명체가 삶을 드나들며 이 땅의 모성을 본능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덧말 하나, 사람이 닦은 고속도로나 철길과 달리 자연이 만들어내는 길은, 결코 직선이 아닌 부드러운 때로는 돌아가는 곡선의 모습이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까닭은
동사하라에서 하마다라고 불리우는 암반이 노출된 산악지대의 모습. 마치 지구가 아닌 화성의 모습처럼 보인다.이곳은 북회귀선 북쪽에 있어 1,000m 이상의 산지에는 겨울에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고, 특히 여름에도 주야의 기온차가 극심하여 주간에는 40∼50℃까지 상승했던 기온이 야간에는 20℃ 이하로 내려가는 곳도 많다. 이와 같은 건조지대 기후의 특징의 하나인 기온의 변화는 암석의 붕괴를 빠르게 하여 모래의 공급원이 된다.

 
 
‘장밋빛 스카프’ 풀어놓았나
아틀라스 산맥의 아래쪽에 위치한 서사하라의 모습. 붉은 모래가 연이어 밀려오는 파도처럼 끝없이 쌓여 있다. 실제로 모래언덕으로 이뤄진 사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에르그라고 하는 완만한 사구지대인데 이것은 사하라 총면적의 약 14%에 불과하다.
 
한폭의 추상화
지중해를 끼고 있는 알제리의 농경지의 모습.녹색과 대지의 붉은 빛이 섞이어 마치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