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Orang Hut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랑(Orang)은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후탄(Hutan)’은 ‘산’이라는 의미이니 그런 것입니다. 인도네시아어는 문법적으로 형용사가 명사 뒤에 따라 오면서 명사를 수식하기 때문에 ‘오랑’ 이 앞에 오게 되고 ‘후탄’이 뒤에 오면서 앞의 오랑을 수식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탄’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냥 ‘우탄(utan)이라고도 발음합니다. 따라서 두 단어를 합쳐 부를 땐 ‘오랑후탄’이라고 부르지 않고 ‘H’를 묵음화하면서 ‘오랑우탄’이라고 합니다.
(오랑우탄-꼬사시가 점심을 먹기 위하여 산에서 막 내려 왔습니다)
‘오랑우탄’의 단어 합성을 길게 설명하려다 보니 우리나라 말에도 이런 수순을 닮은 단어가 한가지 생각납니다. 즉 ‘오랑케’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의 배열순서로 볼 때 ‘오랑’은 사람이고 ‘케’는 중국의 ‘케’라고 불리는 지방족속을 의미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케지방 사람 혹은 케족’이란 말이 됩니다. 분명 ‘오랑우탄’과 같은 단어의 배열인 것으로 미루어 ‘오랑케’는 ‘오랑우탄’과 마찬가지로 말레이-인도네시어가 중국 변방 어딘가에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의 오랑우탄은 중부 칼리만탄의 탄중 뿌팅(Tanjung Putting) 국립공원과 중서부 수마트라의 벙꿀루(Bengkulu)국립공원에서 연구하거나 보호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 보니 인도네시아 측에서 태국에 밀반출되어 있는 30여 마리의 ‘오랑우탄’을 돌려 달라고 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시아 각국에 퍼진 ‘오랑우탄’은 원래 인도네시아나 보르네오 섬 북단의 말레이시아에서 나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7. 80년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를 오가던 원목선들을 타고 갔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기를 왼손으로 허리에 들쳐 업고 바나나를 먹고 있는 엄마와 아이, 그리고 남편)
얼마 전 충남대 농과대학에서 농생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대학 선배 겸 처남이 인도네시아 열대곤충 표본조사를 위해 자카르타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그는 말레이시아의 곤충표본 조사를 3년 전에 대략 마무리한 바 있어서 인도네시아 곤충에 대하여도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열대식물에도 폭넓은 관심을 갖고 조사를 해 보기로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보고르(Bogor) 농과대학, 보고르 및 찌보다스(Cibidas) 식물원을 방문해 하나 하나씩 표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진입하는 강 상류의 한 지류에서 박쥐 떼가 날아 올랐다)
보고르 및 찌보다스 식물원의 열대식물 조사자료는 향후 조금씩 정리하여 ‘인도네시아의 자연이 그리워’ 카페를 통하여 소개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특히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나무를 중심으로 우리들의 건강에 좋거나 향이 특이한 식물들의 생물학적 특성을 살피면서 필자가 본 그 식물에 대한 느낌과 소감을 소개하려는 것입니다. 열대 지방의 농민들이 재배하는 농작물에도 재미있는 것이 많지만 산속이나 열대 우림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더 흥미진진합니다. 가급적 생물학적 접근을 시도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에는 자료가 충분치 않아 매우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보트를 뒤 따라오고 있는 박쥐들)
이야기가 약간 빗나갔지만 이번에 우리는 캐나다 국적의 한 중년 여인이 ‘오랑우탄’을 보호 관찰하고 있는 중부 칼리만탄의 ‘딴중뿌띵 국립공원’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이 지역은 이미 필자가 ‘코린도(Korindo) 그룹’에 근무할 때 한번 방문한 적이 있던 곳이어서 지역정서와 지리에 밝은 편입니다. 따라서 국립공원 방문에 필요한 준비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두 마리의 오랑우탄이 장난을 하며 놀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아침 일찍 중부자와 스마랑(Semarang)시로 행하는 비행기를 타고 내려 3시간 정도를 기다리다가 중부 칼리만탄의 빵깔란분(Pangkalan Bun)으로 가는 작은 프로펠러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코린도 회사를 그만두고 수 차례 다른 일로 빵깔란분을 방문한바 있지만 이번처럼 특별한 의미를 두고 가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자와해를 건너는 비행기는 1시간을 조금 넘게 비행하다가 칼리만탄 섬의 해안을 따라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군데군데 늪지를 빼고는 산림이 황폐한 모습으로 드러나 보였습니다. 드디어 우리 일행은 1980년대 초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 빵깔란분 공항에 내렸습니다.
(오랑우탄 연구소 입구의 강상부두)
우리 일행을 마중하기 위하여 나온 현지 팜오일(Palm Oil) 회사 직원들을 만나 내일 국립공원 일정을 협의하고 현지 지방 영림서에서 국립공원 방문에 필요한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 작은 군청 소재지에는 우리나라 기업 ‘코린도 그룹’이 합판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만다우(Lamandau)강을 따라 스피드 보트로 3시간 정도를 올라가면 코따와링인(Kotawaringin) 왕국이 있던 낭가불릭(Nanga Bulik)이 나오고 더 올라가면 대규모 단지로 조성된 코린도 필프용재 조림지가 나오게 됩니다.
(산으로 들어가기 전 부두의 한 목로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빵깔란분에서 자동차로 약 40분 거리인 꾸마이(Kumai) 항에 도착했습니다. 위로는 칼리만탄의 맑은 하늘을 보고 옆으로는 밀림의 장엄한 모습을 감상했습니다. 꾸마이 항 중간에 작게 마련된 스피드 보트 선착장에서 국립공원으로 올라갈 스피드 보트를 흥정하고 강가의 허름한 목로식당에서 진한 커피와 함께 바나나 튀김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현지에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선착장의 식당에서 점심식사용 간이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비닐종이에 밥을 싸고 채소 볶은 것과 고기튀김은 다른 종이로 잘 포장하여 가지고 갔습니다.
(강 하류는 강폭이 비교적 넓고 늪지가 발달했다)
스피드 보드의 속력은 상당히 빠르게 느껴 졌습니다. 보트가 잔잔한 강물살을 가르고 거슬러 올라가는데 앞에서 보면 유리에 비친 나무들의 모습이 매우 아릅다웠습니다. 보트 뒤로는 물살을 가른 작은 파도가 멀리 경계선을 이루고 있어 더욱 아름다움을 더해 주고 있었습니다. 칼리만탄의 강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예전에 필자가 이곳에서 근무할 적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자세히 보니 아주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강변에 지은 허름한 나무 집도 예사롭지 않고 물살에 밀려 떠 내려온 나무도 자연스럽게 강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강 지류로 들어서자 갑자기 강폭이 좁아지고 주변이 아름답다)
항구를 떠나 밀림 안으로 한 시간 가량 올라갔을 것으로 판단되는데 오른 쪽 강가에 산림청산하의 국립공원 관리소가 나옵니다. 관리원에게 이미 구입한 입장권을 보여주니 잘 가라고 손짓을 계속했습니다. 또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배는 오른쪽으로 난 작은 강 지류를 헤치고 들어 섭니다. 이제부턴 아주 좁은 강 지류라 배의 속력이 줄어 들고 강가의 나무의 키가 훨씬 크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간을 달리는데 갑자기 박쥐떼가 하늘을 검게 덮어 버리고 맙니다. 왠지 모르지만 수많은 박쥐들이 하늘을 뒤 덮고 이리저리 나는 듯 했는데 우리가 가는 방향으로 한참 따라 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박쥐들의 환영행사라고 명명하고 계속 달렸습니다.
(딴중 뿌팅 국립공원 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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