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부자와 머리피(Merapi) 화산의 폭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CNN 이 전하고 있습니다.
(족자카르타에서 그리 멀지 않은 Kaliurang 관측소에서 바라본 Merapi 화산)
필자는 지난 주 인도네시아 머라피 화산 관측소의 화산 폭발 4단계 중 현재 3단계라는 공식적 발표를 근거로 족자카르타를 방문했습니다. 머라피 산 동서남북 기슭에 마련된 4개의 관측소를 두루 다니며
물론 2~3회의 용암분출 시도가 관측되긴 했으나 미미한 상태였고 산 정상에 발달되고 있는 화산 돔 사이로 뿜어 나오는 화산재 연기만 사진에 담아 왔습니다. 화산 돔이란 머리피 화산의 정상에 용암이 미처 흘러나오지 못하고 화산 심장부에서 뿜어내는 압력과 열에 둥둥 떠 있는 돌 버섯을 말합니다.
이 돔은 산꼭대기에서 마치 2~3일 젖을 물리지 못한 출산부의 가슴처럼 부풀어 올라 있었는데 항시 구름과 화산재와 열기에 의한 수증기에 의해 잠시 2~3초 그 부픈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다시 감추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필자와 주변의 수많은 외신기자들, 그리고 인도네시아 현지 산악인과 사진작가들은 추운 밤과 새벽이었지만 라면과 뜨거운 커피를 끓여 마시고 먹으면서 이 돔의 모습을 관측했습니다.
낮 시간엔 주민들의 대피소를 방문하여 그들의 현황을 살펴보고 밤에는 주변 마을에 남아 집과 재산을 지키는 사람들을 돌아 보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처한 입장을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또 지방 정부 공무원들의 입장도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정부와 주민들은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먼저 어린이와 부녀자, 그리고 노약자들을 대피소로 보내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산 위의 집에서 소먹이 풀을 베거나 농사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공동으로 취사를 하면서 밤엔 다시 교대로 마을을 돌며 재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1달이 가까워지자 점차 시들해지기 시작하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마을 부녀자들은 아이들이 학교를 간 오후에 즉시 산으로 올라가 남편들의 옷가지를 빨거나 집안일을 거들고 있습니다. 특히 농사일을 해야 하는 부인들은 참으로 바쁜 일과를 소화하고 있었습니다. 산에서의 일이 끝나면 다시 부녀자들은 대피소로 내려와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살피고 대피소 공동 작업에도 나가 일했습니다.
어쩌다 교대하는 남편들이 산에서 내려오면 자신들의 생리적 의무 때문인지 부인들을 다시 데리고 산으로 갔다가 내려오는 일이 종종 있어서 어떤 마을 대피소는 군인 천막을 개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고 변소와 목욕시설을 갖춘 곳도 있습니다. 이 시설은 아주 인기가 많아 많은 아이를 가진 부부들이 아이들을 피해 잠깐 잠깐씩 즐겨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낸 지방 공무원의 배려가 너무 실제적이어서 감탄했습니다.
하여간 오늘 아침 머리피 화산은 활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화산 주변의 주민들이 지방 정부와 관측소의 발표를 믿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을 더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피소의 운영 등에 차질이 많았습니다. 부통령이 다녀 가면서까지 대피하도록 권유했지만 그들은 한사코 산에서 내려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정부의 대처를 비난하고 관측의 자료를 터무니 없는 것이라고 형편없이 폄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의 부정확한 발표 때문에 지난 1달 동안 주민들은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못했다는 것이 제일 불만이었습니다. 특히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가까운 깔리우랑 관광지 호텔과 리조트,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주민들은 수입이 전혀 없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대피소 어린이들이 오후반 학교을 가기 위해 군용 트럭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화산이 빨리 터지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빨리 터지되 작게 터져서 인명피해가 없고 재산피해도 적게 나기를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자연이 자연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도 확신을 못하고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우선은 먹고 살아야 하니 위험이 코앞에 닥치고 있는 것을 잘 알면서도 계속 대피소를 떠나 산으로 들어가 농사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터져 나오는 화산재 연기는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보로부두르(Borobudur) 사원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오늘 아침까지 2센티 두께의 환산재가 쌓였다고 합니다. 바나나 잎의 색이 회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보아 심각한 위험 수준이 된 것 같습니다. 남쪽 방향은 족자 방면이고 동쪽 사면은 클라텐(Klaten)과 솔로(Solo)가 멀리 위치합니다. 북쪽은 머르바부(Merbabu) 산이 막혀 있지만 셀로(Selo)란 고산지대 농촌마을이 있는데 앞으로 계속 바람 방향에 따라 주변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합니다.
(Klaten 의 Deles 관측소에서 바라본 Merapi 화산 정상, 이곳이 정상과 가장 가까운 곳임)
머리피 산을 중심으로 2.5 내지 4킬로 반경까지 화산재가 날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관측된 화산재 연기 중 가장 많다고 합니다. 화산재 연기를 많이 배출한다고 하는 의미는 용암의 분출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용암의 양도 많아 폭발의 강도가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994년 폭발 당시는 8킬로까지 퍼진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측소 측은 이번 화산재의 강도와 관련하여 수직적 폭발로 보고 있습니다. 즉 화산재가 넓게 퍼지면서 용암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 높이 터져 올라가는 방식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화산들은 넓게 퍼져 나가는 방식으로 터지고 있습니다. 그 실례로 마글랑 시까지 화산재로 덥히고 있으며 가시거리마저 5~10미터밖에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어두운 밤이 다가오는 저녁 같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게 5분 간격으로 화산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자 서부 사면 쪽 마을 산속에서 농사를 짖던 주민들은 자진해서 하나 둘씩 하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4개 마을은 지방 정부의 대피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대피소에 가 있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용돈과 먹을 것을 확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가봐야 문제는 죽는 것과 같다고 버티고 있습니다.
현재 머라피 화산 둘레에 사는 주민 수는 어림잡아 3만 3천 명이 될 것이라고 중부자와 도청은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피소 수용능력은 1만 5천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부통령은 현장을 방문하면서 대피소 시설과 식료품 확보를 위해 2백30만불 상당의 정부 보조금을 약속하고 갔습니다. 그러나 이 자금 속에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실종된 가축의 보상금도 포함되고 있어서 대피소 시설 확보 자금으론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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