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Gunung Gede)의 폭포를 등산하고 다시 한 주일이 지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 자동차를 몰고 지난 주말 등산했던 인도네시아의 태산, 즉 구능그데(Gunung Gede)의 폭포를 찾았다. 이번엔 아침 일찍이라 사람들이 많이 붐비지 않았다.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워두고 두 할머니가 운영하는 밥집에서 주먹밥을 샀다. 뜨거운 밥을 넣은 내 배낭으로 인해 잔등이가 뜨거웠다.
찌보다스(Cibodas) 구문을 지나 9홀 짜리 골프장 입구로 들어 섰다. 골프장으로 올라가는 길 왼편엔 식물원 잔디가 시원하게 다듬어져 있고 오른쪽으론 시원한 물이 길과 골프장의 경계를 가르고 있다. 이른 아침의 고산지대 골프장 페어웨이(Fareway)는 유난히 아름답다.
(출입구 표지판)
그데 산의 입구는 거대한 몸집의 산 입구답지 않게 왜소하게 보였다. 그저 산의 입구라 표기된 글자만 크게 보였다. 일단 입장권을 사고 산으로 오르는 계단에 발을 올려 놓았다. 처음 등산을 했을 때와는 달리 오늘은 길 주변에 신기하고 아름다운 식물과 열매, 그리고 꽃들이 의외로 많이 보였다.
어느새 15번 말뚝이 세워진 곳에 다다랐다. 이곳은 왼쪽 길을 따라 시원한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는 곳이다. 이 개울은 보기에도 시원하고 워낙 맑기 때문에 지나는 사람들이 거의 모두 물에 손을 담가도 보고 얼굴도 씻고 지나간다. 개울을 지나 더 왼쪽엔 뜰라가 비루(Telaga Biru) 라고 명명한 작은 호수가 있다. 나뭇잎이나 꽃의 색에 따라서 이 작은 호수의 색도 따라 변한다고 전한다.
(맑은 개울 물이 길 옆으로 흐르고 있다)
드디어 1시간 가량 올라오니 세갈래 길에 다다른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계속 따라가면 암수의 폭포가 나온다. 그러나 눈 앞으로 난 강파른 돌길을 계속 올라가면 온천과 캠프를 칠 수 있는 중간 분지가 나온다. 일반 등산객들은 일단 이 캠프에서 재정비를 하거나 하루 밤을 쉰 다음 산 정상을 향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곳은 그데 산 등산의 중간기지라 할만하다.
(좁은 등산로 모습)
삼거리부터는 산을 오르는 경사가 대단히 심하게 느껴 진다. 물론 길의 폭도 사람 혼자 간신히 지날 정도이고 주변엔 쓰러진 고목의 잔해가 여기저기 나 뒹굴고 있다. 또 길 한 가운데로 물이 졸졸 흐르기도 하고 가끔은 물에 잠긴 곳도 있다. 길 오른 편에서는 물이 낭떠러지를 내려가면서 내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고 요란하기도 하다. 그러나 갑자기 시끄러운 물소리가 없어지면서 조용해 지면 오히려 불안해 진다.
폭포까지의 식생은 별반 특이한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삼거리를 지나면서 색다른 식물군이 펼쳐 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부에서 보이던 곤충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까마귀가 가끔 날아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단 까마귀가 날아 다닌다는 것은 그래도 새들이 먹을 곤충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삼거리부터 2시간 남짓 올랐는가 싶은데 안개가 갑자기 몰려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안개가 아니고 온천수가 흐르면서 내는 수증기였다. 주변이 온통 뿌옇기 때문에 신비하게 보인다. 그러나 온천수가 떨어지는 비탈길은 비좁고 위험하다. 길 하단부에 쇠 말뚝을 박고 줄을 매어 놓았다. 등산객들이 잡고 가도록 배려한 것이다. 줄이 느슨하여 별 효과가 없을 듯 하나 매우 요긴하게 쓰임 받고 있다. 미끄러운 온천수 때문에 반드시 그 쇠줄을 잡고 건너야만 된다.
(큰 바위 사이에서 뜨거운 온천수가 콸콸 터져 나오고 있다)
온천수가 나오는 곳은 유난히 경사가 심한 너럭바위 벼랑이다. 그런데 그 바위 사이를 비집고 뜨거운 온천수가 대형 양수기로 물을 퍼 내듯이 흘러 나오고 있다. 또 밀림 사이에서 흐르는 온천수 폭포도 있다. 온통 이 지역은 수증기로 뒤 덥힌 온천 지대다. 하지만 땀으로 적셔진 옷과 고산의 저온으로 낮아진 체온을 덥혀줄 만한 장소가 없다. 참으로 아쉬운 곳이다.
그저 피어 오르는 수증기에 식은 몸을 데우고 잠깐씩 뜨거운 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온천수는 어찌나 뜨거운지 발을 담그기가 무섭게 다시 빼내야 했다. 지나가던 인도네시아 청년들은 물의 온도가 50도를 넘는다고 알려 준다. 하여간 보통 뜨거운 게 아니다. 보통 온천수의 온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겁다.
온천수가 흐르는 주변의 식생을 보니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다. 다만 물이 흐르는 개울의 돌들엔 파란 이끼가 길게 자라고 흔들린다. 삼삼오오 등산 팀을 이룬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어깨에 무거운 텐트와 식량을 지고 아주 천천히 온천수 길을 조심스럽게 지나고 있다. 간혹 여학생들도 커다란 배낭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고 얼굴색이 하얀 서양 학생들도 간혹 보인다.
(백인 외국인 학생이 온천 폭포를 주의하며 지나고 있다)
잠잘 장비를 갖추지 못한 필자는 중간기지까지 오르려던 등산계획을 포기하고 하산을 준비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아쉬움을 표시하며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인사했다. 물론 필자도 그들의 등산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인사하고 뒤 돌아 섰다. 내려오는 길도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나 오르는 것보다 훨씬 수월했다. 순식간에 삼거리에 이르고 오후 3 시경이 되어서야 다시 식물원 입구에 도착했다.
하산을 마친 필자는 길거리의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진한 커피를 한잔 시켜 마시며 오늘을 두가로 정리하고 싶었다.
(산의 하단부엔 곤충이 많이 보였으나 상단부로 올라 갈수록 곤충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하나는, 아무리 부패가 만연하여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듯한 인도네시아 정치 경제는 이렇게 높은 고산을 오르는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 많기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주 자카르타를 방문해 부흥 사경회를 이끌던 서울 삼일교회
과연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무엇으로 ‘Only one’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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