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식/중국 무역,투자

중국 '코리아타운'의 경기 부활은 없다

박영복(지호) 2009. 8. 5. 06:22

중국 '코리아타운'의 경기 부활은 없다
 
▲

▲ 중국에서 가장 먼저 형성된 코리아타운, 선양 시타 일대이다. 아래 파란색 상자 부분이 시타 지역이고, 위의 빨간색 상자는 선양 중심가인 선양역과 타이위안가(太原街) 일대이다. 아래 시타 지역은 과거의 모습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미개발 지역이지만, 위의 타이위안가 일대는 고층 건물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한창 개발 중이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위안화 가치 상승, 임금비 상승, 부동산 가치 상승, 외자 특혜 감소 등등... 이 같은 중국 경제의 변화, 이에 따른 사회 변화로 중국에서의 한국인 사업과 학업, 생활 등의 환경이 바뀌고 있다.

중국의 신노동법 시행, 비자 발급의 불안정, 금융 위기에 따른 원화의 평가절하 등으로 인해 중국 거주 한국인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중국 주요도시의 한국인 밀집지역인 코리아타운이 휘청하고 있다. 현재 코리아타운의 불경기, 그리고 불안정은 중국 경제 및 사회 발전에 따른 환경 변화에 그 원인이 있으며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다.


중국 코리아타운, 어떻게 형성됐나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와 한국인의 중국 진출은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급속도로, 대규모로 진행됐다.

한중수교 이후부터 근년까지 한국기업과 한국인이 중국에서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제조업이었다. 한국에서 임금, 부동산 가격 등의 고비용, 3D업종의 기피 현상, 각종 그린 정책에 따른 규제 심화 등으로 제조업 사업환경이 열악해지자 한중수교 이후 중국으로 공장을 대대적으로 이전하기 시작했다.

개혁개방 후 강력한 경제성장 드라이브를 가동했던 중국에서는 임금, 부동산 등이 저렴하고 외자에 대한 특혜, 규제 관련 제도와 장치의 부재 등으로 한국 제조업체들에게 부의 창출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한국 자본이 밀려들어오고 공장이 지어졌으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품을 만들어 한국과 제3의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형성되자 이에 따른 서비스 업체들도 생겨나게 됐다.

한국 제조업체들의 한국인 직원, 그리고 조선족 동포 직원들을 위한 한국식 서비스가 필요했으며 이같은 요구가 현재 코리아타운의 형성 동기이자 원인이었다. 한국 기업이 주로 진출한 중국 연해안 도시에는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의 밀집 거주지역, 한국식 서비스 업체를 기본 구성요소로 삼아 코리아타운이 형성됐다.


코리아타운의 경제기반 붕괴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의 목적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을 활용해 한국이나 기타 나라에서 부를 창출하는 것이었으며, 중국 현지 코리아타운의 서비스업체들은 현지 한국 업체의 한국 직원, 유학생, 조선족동포, 한국 관광객 등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다.

이와 같이 한중수교 후 현재까지 한국기업과 한국인의 중국 진출 목적이 중국 시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 현지 한국기업과 한국인은 중국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중국 사회에 뿌리내리려는 노력에 소홀했다.

한국인은 중국과 중국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한국 제조업체 경영자들은 직접 나서서 행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현지 직원을 대리인으로 삼아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을 목적지가 아니라 활용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중수교 17년이 되었지만 아직 중국인을 상대로 한국 문화를 비롯해 상품과 서비스를 알리는 중국어 매체는 중국 전역에서 거의 손에 꼽을 정도다. 코리아타운 어디를 찾아봐도 광고지, 무단복제한 짝퉁 신문, 사이트만 난무할 뿐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중국 방송 대신 한국 방송을 보고 중국 바이두가 아니라 한국 네이버에 접속하고 있으며, 중국어 신문과 잡지를 정기구독하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중국에서 생활하고 사업하면서도 생각과 마음은 한국을 떠나지 못했다.

근년 들어 코리아타운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했고 심지어 한국 사장이 야반도주했다는 소문까지 종종 들렸다. 많은 재중한국인들이 비자 규제로 한국인이 많이 귀국하고 인민폐 평가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코리아타운의 경기가 얼어 붙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피상적 현상일 뿐이며 근본 문제는 코리아타운 경제 토대가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 발전으로 경제수준이 후진국에서 중진국 정도로 발전했으며 이로 인해 중국 내수시장을 뚫지못한 제조업체들이 중국을 떠나거나 망하자 코리아타운의 경제적 기반도 허물어졌다.

또한 '동포취업제' 시행 이후 조선족 동포들이 대거 한국으로 진출하자 중국 현지 한국 업체들은 적지않은 타격을 받았다. 코리아타운의 주요 구성원이었던 조선족 동포들이 대거 빠지자 코리아타운은 더욱 활기를 잃었다.

즉, 현재 코리아타운의 불황은 코리아타운의 구성했던 근본 요소와 토대의 구조적 변화에 따른 것이어서 코리아타운의 구조를 재구성하지 않는 이상, 경기 부활은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을 활용국이 아니라 목적국으로 삼아야

한국인들의 눈에 중국 상품은 모두 '짝퉁'이고 저급한 것으로, 중국 식품은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중국인의 눈에 한국은 어떻게 비춰질까?

중국과 중국인은 한중수교 후 초기에는 가난하고 작은 반도의 나라가 근대화, 산업화에 성공해 경제발전을 이룬 것을 발전의 교훈으로 삼았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배우고 받아들이려고 했다. 중국과 중국인은 자기 목적과 발전에 부합하는 것을 국적과 배경을 따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중국의 개방은 발전과 선진에 대한 개방이었으며 중국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모방해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 이같은 선진화, 현대화에 대한 중국인의 열망에 힘입어 중국에서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2000년 초까지만 해도 중국인에게 한국에서 직수입된 제품과 문화 콘텐츠, 한국에서 막 온 한국인에게 선진화, 현대화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무언가 있었다. 하지만 중국, 중국인도 급속한 발전을 통해 상당한 수준에 올라 섰으며 미국과 맞서는 세계 강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더 이상 제조만 하는 2차 산업의 나라도, 재고품을 싸게 처리하는 2차 시장의 나라도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중국 시장은 우리에게 21세기 국부 창출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중국 진출은 중국, 중국인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과 중국인을 존중하고 화합해 21세기 국부 창출의 큰 영역으로 삼아야 한다.


21세기 '만한전석'을 준비해야

청시대 강희제는 만주족과 한족의 화합을 위해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마련했다. 한중간 시장과 문화의 화합을 위해 21세기 '한중전석'을 차리는 마인드와 방식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인은 여전히 한국 드라마, 영화, 대중 가요, 그리고 한국 상품에 호감을 갖고 있다.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인은 늘 한국에 대해서 호감을 갖고 긍정적으로 접근했으나 우리는 중국에 대해 거만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해 왔다.

중일 수교는 35년, 한중 수교는 16년 됐다. 중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소비하는 금액이 한국의 5배이다. 일본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인식 깊이와 장악 정도, 경쟁력은 우리보다 최소 5배는 된다고 볼 수 있다.

아직도 우리는 중국 사회와 시장에 대해서 일본에 비해 배울 것이 훨씬 많다. 우리는 좀 더 중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진지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중국 문화와 화합하며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중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청나라 역사, 타이완, 홍콩, 싱카폴의 경험과 방식을 적극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대륙에서 대륙인과 어떻게 교류하고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부를 창출하는지 말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동방의 문화와 문명은 대륙에서 반도로 전파됐다. 이같은 동방문화 전파의 이례적 역류 현상이 일어난 것은 지난 십 수년간에 불과하다. 중국인은 찬란했던 과거의 역사를 회복하기 위해 진지하게 변화하고 있을 때, 우리는 자만심에 빠져 있었다.

동아시아 반만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실 우리는 자만할 만큼 이루어 놓은 것이 없다. 인류역사는 끊임없는 변화의 과정에 있으며 흥망성쇠를 반복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