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기타나라

티벳

박영복(지호) 2006. 2. 5. 17:09
'오래된 미래' 티벳을 여행하고 난 서양의 여행작가는 그렇게 지칭했다. 낡고 자본의 개념으로 보면 후진국인 이 나라가 결국은 우리 인류의 궁극적 미래형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히말라야 영산 아래 고난과 간난한 살림 속에서도 순박한 마음과 깊은 눈을 가진 티벳. 진정한 자유가 넘치는 영혼의 도시로 떠나보자.
오체투지로 성지를 향해 나가는 사람들
티벳으로 가는 길은 험하다. 북경에서 청두를 경유하여 5시간. 몸도 마음도 지칠때쯤 가만히 비행기 아래를 내려다보면 대자연이 빚어낸 그림같은 설산이 펼쳐진다.
히말라야. 영혼의 설산이라고 불리는 곳을 비행기로 더듬고 간다는 것이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비행기는 어느새 티벳 제1의 도시인 라싸에 도착했다.
서양인으로 최초로 티벳을 방문한 여성탐험가 알렉산드라 다비드 넬이 몇 달을 걸려 도착한 곳을 비좁은 의자에 앉아 버티기만 하면 도착하는 것이 문명의 위력이다.
알싸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면 순간 현기증이 일었다. 숨도 가빠오고 갑자기 힘이 쭉 빠져버렸다. 한동안 공항터미널 의자에 앉아 정신을 추스리려는데 도무지 정신이 없다.
가이드는 3000미터의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산소부족으로 오는 고산증세라며 조금만 쉬면 된다고 위로하지만 왠지 험난한 여정의 신호인 듯 마음이 무겁다.
라싸공항을 빠져나와 호텔로 가는 길에서 본 티벳 사람들의 모습은 순박하기 그지없다. 종교와 정치가 일체화된 나라여서 그런지 곳곳에 승려들의 모습이 보이고 오체투지(머리와 팔다리를 땅에 대고 절하는 전통적인 티벳식 기도방법)를 하며 고행의 길을 가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티벳과 잘 어울린다.
밀교 혹은 라마교로 불리는 티벳의 불교는 '옴마니 반메훔!(연꽃 속의 보석이여 영원하소서)'의 인도식 육자진언과 힌두식의 밀교적 수행법을 위주로 발전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종교와 삶의 경계가 모호한 이들이기에 농사를 짓는 농한기에는 몇 달 동안을 기도기간을 정해 수행을 하기도 한다. 세속에서 그들의 삶의 가치는 물질적인 풍요나 세속의 욕심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빈곤한 삶을 가치로 두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가 첨단한 국가와는 달리 물질적 곤란을 참아내는 인내력이 조금 높을 뿐 빈곤한 삶을 타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티벳에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조캉사원이었다. 라마승들에게 최고의 성지로 손꼽히는 이곳은 온종일 분주하다. 사원의 외부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는 이와 라싸에서 수십킬로미터를 오체투지를 하며 고행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 성지를 보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기도 하다.
사원의 내부로 들어가면 장중한 라마교 진언이 울려 퍼지고, 향 내음 가득한 사원에는 신성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박수수련을 통해 선문답 이끌기도
호텔로 돌아와 고산증과 피로에 지친 몸을 기대고 앉아 있으니 한 소년이 우유같은 것을 들고 들어온다. 야크의 젖에 버터를 넣은 티벳의 전통차라고 한다. 약간 비릿하지만 향긋한 버터맛이 일품이다.
고산증에 이은 후유증으로 며칠을 허비한 후 포탈라궁으로 향했다. 향했다
고 하지만 사실 라싸에서 가장먼저 눈맞춤 하는 곳이 포탈라궁이다. 달라이라마의 겨울궁전인 포탈라궁은 17세기 제5대 달라이라마가 건조한 13층의 건물로 궁전 바깥쪽은 전체로서 하나의 요새처럼 만들어져 있다. 무협지에도 그 이름이 나오는 서역의 포달랍궁이 바로 이곳이다.
티벳의 상징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한 포탈라궁은 매일 아침부터 순례자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순례객들은 오른손으로 마니차를 굴리며 왼손은 버터봉지를 들고 있다.
라캉사원을 보고 난 이들이 반드시 찾는 포달랍궁은 종교와 정치를 관장하는 일종의 행정부이기도 하다.
라싸에서 순례객들이 즐겨 찾는 또 하나의 명소는 바로 세라사원. 승려들을 위한 교육기관이기도 한 이곳에는 학승들이 박수를 치면서 수련을 한다.
진지하게 수련을 하는 모습이 왠지 우스꽝스럽기는 하지만 이곳 불교만의 독특한 의식이니 정신적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 것도 깨달음이 없을 것이다.
승려들은 단지 박수만 치는 것이 아니다. 박수를 치면서 마치 악을 쓰듯 무언가 선문답을 내지르면 고승들은 다시 박수를 치면서 강론에 답을 한다. 치열한 이론의 싸움이기도 하고, 기와 기가 교류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선문답에 대한 절대학습이기도 할 것이다.
사원들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본 티벳인들도 어쩔 수 없이 물질문명의 세례를 받기 시작했다. 콜라를 마시는 이도 있고, 청바지를 입은 티벳인들을 보는 것은 왠지 서글프기만 하다.
오래된 미래가 오염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까? 물질보다 정신의 크기가 배이상 큰 나라 모진 침략속에서도 자신의 원류를 지킬 줄 알았던 나라. 달라이라마의 정신적 통치로 정치와 종교가 결합된 나라. 이상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티벳을 떠나는 길에 왠지 모를 허전함이 새처럼 내려앉았다.
-티벳가는 길: 예전에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를 타고 라싸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중국 청도를 거쳐 라싸공항까지 가는 길이 항로가 열렸다.
청도에서 라싸까지 비행기로 대략 3시간. 티벳에서는 천천히 여행을 하는 것이 좋다. 처음 온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고산증은 차지하고라도 티벳의 일상을 관찰하게 위해서는 급하게 둘러보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주의사항: 티벳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하고, 남의 것에 대해 탐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치안은 그다지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입이 짧은 사람은 고생하기 쉽다.
야크나 양고기 기름냄새는 역겹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고산병으로 인해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음식까지 입에 맞지 않으면 고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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