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귀광물 '희토류' 무기화… 자원 확보전쟁 후끈
전기차·LCD·미사일 등 첨단·녹색산업 필수원료
中의 저가공세에 밀려 생산 멈춘 선진국 ‘발등의 불’
美·日 등 뒤늦게 광산개발… 中 독주 막기 잰걸음
中의 저가공세에 밀려 생산 멈춘 선진국 ‘발등의 불’
美·日 등 뒤늦게 광산개발… 中 독주 막기 잰걸음
- 희귀 광물을 둘러싼 각국의 자원전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희토류광물(rare earth)’의 최대 생산지인 중국이 이를 자원무기화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일본, 미국 등이 대중 의존도를 줄이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광산 개발과 해외기업 투자를 통해 자원확보전에 나서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들먹이며 사실상 시장을 독점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힘을 키워온 중국의 시장 지배력은 당분간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최대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패스를 소유한 몰리코프사 관계자가 광산을 둘러보고 있다. 2002년 채광을 중단한 마운틴 패스 광산은 중국의 희토류 광물 수출제한으로 공급부족이 우려되자 최근 광산 바닥의 물을 퍼내면서 생산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시사주간 뉴스위크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광물 공급량의 95%, 매장량의 60%를 차지한다. 생산량의 대부분은 네이멍구 자치구 바오터우에 있는 한 광산에서 나온다. 중국이 희토류광물 시장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이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 패스 지역과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이 시장을 나눠 가졌다.
희토류광물을 눈여겨본 것은 덩샤오핑 주석이었다. 그는 1980년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며 광물 개발을 적극 추진했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에 저리 정책자금을 빌려주며 광산개발을 독려했다. 후발주자 중국은 낮은 가격과 고품질, 대규모 물량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희토류광물 가격은 점점 떨어졌고 중국의 공세로 수익률이 줄어든 미국, 러시아 등은 생산량을 줄이거나 광산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 저가에 공급할 수 있었던 데는 느슨한 환경규제도 한몫했다. 일부 희토류광물은 뜨거운 황산을 부어서 추출해야 할 정도로 심한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고 작업 위험도가 높다. 선진국에서는 환경 관련 규제를 맞추느라 생산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중국 바오터우 광산과 함께 세계 2대 매장지로 여겨지는 미국 마운틴 패스 광산이 2002년 채광을 중단한 주요 이유도 환경 규제였다.
◆시장 독점으로 자원무기화=싼 가격으로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2004년부터 매년 희토류광물 수출물량을 줄이며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 상품분석가 잭 리프톤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생산량의 50%를 수출했으나 이제는 25%만 해외로 내보낸다”며 “자국 내 수요 증가로 2015년에는 수출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2009∼2015년 희토류 산업 발전계획’을 마련해 전국 100여개 업체를 20여개 업체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규모를 키우고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또 네오디뮴, 유로퓸, 세륨 등의 수출 물량을 연간 3만5000t으로 규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연간 세계 수요량 12만4000t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중국 측은 전기차와 미사일 생산에 꼭 필요한 테르븀·디스프로슘 수출을 금지한다고 운을 뗐다가 서구권의 반발로 물러서기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두 광물은 거래량의 99%가 중국에서 생산되며 테르븀은 1㎏당 300달러, 디스프로슘은 110달러로 고가에 매매된다.
중국 정부의 최근 수출제한 움직임은 그간의 저가 공세에서 벗어나 가격결정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기업들에 “아쉬우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일 대체 광산 찾아 나서=중국 정부의 수출물량 감소로 우려가 커진 미국과 일본 등은 자원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산과 기존 비축분에 의존했던 미국은 마운틴 패스 광산을 다시 열어 생산 재개에 나섰다. 이 광산을 소유한 몰리코프사는 2012년까지 2만t의 광물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미 상하 양원은 미군이 중국산 희토류광물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검토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배정했다. 뉴욕타임스는 희토류광물 개발회사들의 주가가 지난 3월 이후 7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호주, 남아프리카, 북미에서도 희토류 광산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그린란드에서는 지난달 매년 5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희토류광물 매장지가 발견됐다.
거의 전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희토류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지난달 일본 스미토모 상사와 도시바는 카자흐스탄과 희토류와 희귀금속 공동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희토류광물과 우라늄의 확보를 위해 호주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광해관리 전문기관인 조그멕은 이미 호주에서 합작 형태로 300만달러 규모의 우라늄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지난 6월 희귀 광물 수출제한과 관련, 중국을 WTO에 제소해 양보를 받아내는 등 일부 국가들은 WTO 제소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중국과 밀고당기기를 하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 광산 채굴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10년가량 걸린다는 점이다.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광산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중국의 독주는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은 수출제한뿐 아니라 해외자원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어 희토류광물 시장에서 지배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호주 희토류광물 업체 두 곳에 눈독을 들인 끝에 올해 아라푸라사 지분 25%를 얻는 데 성공했다. 호주 정부의 저지로 다른 한 곳인 라이너스사의 지분 51%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희토류광물이란
란탄 계열 원소 15개와 스칸듐·이트륨을 일컫는 희토류광물은 ‘21세기 경제 무기’이자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린다. 1950년대 이후 산업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이 광물이 ‘비싼 몸’이 된 이유는 고온 초전도체,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발전 터빈 등 첨단 산업에 두루 쓰이는 필수 원료이기 때문이다. 붉은색 인광을 내는 유로퓸은 액정표시장치(LCD)에 들어가며 에르븀은 광섬유 케이블에서 광신호를 증폭시키는 작용을 돕는다. 이트륨은 발광다이오드(LED) 제작에 사용되며 란타늄은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다.희토류광물은 이름처럼 희귀하게 존재하는 원소는 아니다. 문제는 광물이 밀집되고 우라늄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묻힌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광산을 찾고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 희토류광물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며 대표적인 매장지도 중국의 바오터우 광산과 미국의 마운틴 패스 광산 두 곳만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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