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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변방에서 다시 중심으로...

박영복(지호) 2006. 8. 4. 17:27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에서 여자 주인공의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한다. "모든 언어는 그리스어에서 비롯됐어."

서양 문명은 그리스 인들에게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리스 인들의 자긍심을 우스갯 소리로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철학과 민주주의의 나라, 신화와 연극, 그리고 올림픽의 나라인 그리스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그로 인해 이제는 옛 영광에 머물러 있는 유럽의 변방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중해가 바라보이는 언덕 위의 하얀 집과 검은 옷의 고지식하고 억센 억양의 사람들이 사는 곳, 사람처럼 시기하고 질투하며 싸움하는 신들의 나라인 그리스는 유럽 여행에서도 그다지 인기 있는 장소는 아니었다.

세련되고 자유로운 파리나 런던에 비해 올림픽 시즌이 아니면 그다지 기억하지 않는 도시 아테네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지역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화려하고 북적이는 도시 속 생활에 지친 여행객이 발견할 수 있는 숨어 있는 진주가 바로 그리스이다.

지중해의 패권이 로마로 이동한 후에도 당시의 상류층들은 그들의 자제들을 그리스로 유학을 보내고, 그리스를 사랑한 로마 황제만도 여럿이 되었던 것처럼, 유럽의 역사 전반에 걸쳐 그리스는 언제나 유럽 정신의 우아함과 원류를 지닌 장소로 존재해 왔다.

가장 인간적인 신을 가진 나라 그리스는 화려하지 않은 고상함과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부심 높은 그리스 사람들의 철학이 어우러져 방문한 사람들을 매혹한다.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그리스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호텔 이마레트(Imaret)를 한번 찾아가 그리스의 낭만과 마주하는 기회를 가져 보자.

카발라, 그리스 북부의 진주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1시간 10분 떨어진 북부 지방 카발라(Kavala)에 호텔 이마레트는 위치해 있다. 터키에서 차로 4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유럽에서 가장 조용하고 로맨틱한 장소를 찾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에게 해를 바라보는 카발라 만에 자리잡은 카발라는 테살로니카 다음가는 북부 그리스의 항구 도시이다. 고대 로마시대에 네아폴리스로 알려졌던 카발라는 14세기 후반부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813년 술탄으로부터 이곳 출신의 이집트 지방관인 무하메드 알리(Mohamed Ali Pasha)에게 봉토로 주어졌다.

발칸전쟁에서 불가리아에게 점령되었던 적도 있었으며, 1913년 그리스 영토로 회복되었다. 굴곡 많던 역사를 대변하듯 도시 내에는 아직도 옛 이슬람교도 지역과 비잔틴 성곽이 남아 있어 유럽과 이슬람 문명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분위기를 내뿜는다. 오랜 유럽사의 파도를 조용히 맞으며 살아온 카발라 시의 파라기아(Panagia) 언덕에 자리잡은 저택이 이마레트 호텔이다.

호텔 Imaret

이마레트 호텔의 역사는 18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하메드 알리가 카발라 주의 지방관으로 취임한 후, 학교와 행정기관, 호텔을 건설하여 도시의 중심 기능을 집약시켰다.

당시의 이마레트는 학교와 모스크, 현재의 이마레트 호텔에 남아있는 식당 시설 등 카발라의 역사를 반영하는 많은 건물들로 구성되었다. 곧 이마레트는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점령기 시절, 발칸반도의 여러나라 사이에서 교육의 성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무하메드 알리는 이마레트를 그의 고향인 카발라에 기증하였다. 이후 이마레트는 호텔 재건 사업을 통해 그리스의 문화적 유산을 보존한 개성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지중해하면 떠오르는 푸른 바다와 하얀 건물들과는 다르지만 그리스 양식의 특성을 과감히 결합한 독특한 이마레트의 건축미는 그리스와 유럽의 고고학자와 건축가들의 철저한 고증과 설계 감독 속에 진행되었다.

이마레트의 기본 컨셉은 무하메드 알리의 저택에서 자극을 받은 것이다. 1769년에 태어나 카발라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 무하메드 알리의 명성을 한층 높였던 이유는 그의 독특한 저택 때문이었다.

1780년에서 1790년 사이에 걸쳐 건설된 무하메드 알리의 맨션은 카발라의 구 시가지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Broad-fronted, Two-floor Traditional Dwelling'라고 불리우는 그의 저택의 양식은 입구의 넓은 정원과 객실이 2층의 응접실과 1층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그의 맨션은 그리스에서도 보기 드문 독특한 멋으로 유명했으며, 오늘날 이마레트 호텔 레스토랑의 건물들로 완벽히 보존되어 있다. 수년에 걸친 호텔 개조 작업 후, 최초의 호텔 빌딩이 세심하게 재건되었고 26개의 디럭스 룸과 스위트 룸을 가진 호텔로 재창조되었다.

이마레트 호텔은 파라기아(Panagia)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도시의 오랜 역사를 바라다보며, 아름다운 해안과 언덕을 조망하고 있다. 이제, 이마레트 호텔은 그리스에서 최초로 사적으로 지어진 호텔로서의 명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카발라를 유럽에 알리는 주역이 되었다.

이마레트 호텔 건물은 따뜻한 질감의 둥근 지붕(Dome)을 가졌으며 그 외관은 결코 화려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곡선의 조화로 이루어진 건물의 선들을 보고 있노라면 황금 비율을 사랑했던 그리스의 고대 수학자들을 떠올리게 된다. 타협하지 않지만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을 펼치려고 하는 철학자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은 이 호텔의 분위기를 단번에 드러낸다.

이마레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건물의 외관은 언덕 위에 자리잡은 성과 같은 넓은 다갈색의 회벽이다. 둥그런 지붕들이 솟아있는 긴 건물은 주변의 뾰족한 그리스식 주택들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결코 크다고는 할 수 없는 창문이 달린 건물과 곳곳에 솟아있는 벽돌 굴뚝은 개방적이기 보다는 선택받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는 듯 하다. 외부에는 닫혀있으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펼쳐지는 공간은 카발라만의 경치가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넓은 테라스와 돔 지붕의 곡선이 어우러지는 거실로 연결되는 탁트인 장소이다.

건물 외관과 내부 곳곳에는 아치로 연결되어 있다. 아치는 이집트-그리스 시대에 기둥과 보와 같은 직선재를 사용한 구조형식에 변화를 주며 나타난 양식으로 로마 시대에 완전한 형태로 발전되어 이후 지중해 시대 건축에 널리 보급되었다. 아치 양식을 로마인들은 완전한 구조로 이해했으며 건물과 교량, 수로교와 하수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비잔틴 제국 시대에 카발라 지역 역시 아치 구조의 건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마레트의 아치들은 건물 기둥을 연결하는 역할에서부터 복도의 천정, 벽난로와 조명, 심지어는 실내 수영장의 내부로 연결되어 건물 전체의 통일성을 획득하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이마레트 호텔 건물은 동양미와 서양미를 두루 갖춘 건축미를 선사하고 있다.

건물에 들어서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은 건물을 연결하고 있는 세 개의 가든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정원으로 꼽히는 곳은 워터 가든(Water Garden)이다. 투명한 물이 찰랑 거리는 가든은 화려한 관상 식물들이 빼곡이 심어져 있는 대신 다갈색 회벽에 어울리는 하얀 패브릭으로 꾸며진 벤치들로 한가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시끌벅적한 파티의 연회장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조용히 연인들의 사랑의 대화가 어울리는 가든은 건강한 지중해의 햇살 아래 독서를 즐기거나 사색을 만끽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다. 대리석 분수대가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다른 두 정원 역시 아늑한 그리스의 휴일을 고풍스럽게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준비되어 있다.

이마레트의 객실과 스위트 룸은 3개의 정원을 따라 주위에 배치되어 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에게 해의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는 객실은 외부에서 보았던 폐쇄적인 이미지로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개방적인 공간이다.

은은한 조명이 객실의 분위기에 맞추어 배치되어 있는 객실은 가구와 벽난로도 각 룸의 컨셉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디럭스 룸은 작은 돔들이 연결되어 있는 외부 건물 너머로 카발라 항구를 바라보고 있다.

밤이면 항구를 오가는 불빛과 항구 건너편의 주택들의 조명이 아름답게 수놓아 도시의 화려한 야경에서는 만날 수 없는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스위트 룸은 워터가든을 옆에 두고 위치해 있으며, 디럭스 룸보다 더욱 넓은 공간과 화려한 침실을 가지고 있다. 아치형의 둥근 천장과 큰 벽난로가 그리스식 향기를 더욱 짙게 한다.

이마레트의 객실은 모던한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회벽 사이에 만들어 놓은 아치 아래 놓여 있는 일렁이는 촛불, 천연 질감의 따뜻하고 은은한 패브릭, 청동제 세면대와 타일 욕조까지, 21세기를 달려나가는 일상에서 멈추어 서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마레트의 객실은 조식을 포함하여 1박에 330 유로에서 1500 유로에 즐길 수 있다.

1863년에 세워진 호텔 건물 중에서 가장 최근에 건축된 곳이 바로 티 룸(Tea Room)이다. 안락한 티 룸에서 투숙객들은 가벼운 아침 식사에서부터 다양한 종류의 티와 커피, 가벼운 다이닝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느긋하게 일어나 지중해의 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지중해식 아침 식사나 오후의 햇빛 속에 마시는 티는 일상에서 벗어난 휴가를 완전히 실감하게 한다. 저녁이면 유러피언 건축양식의 영향을 고스란히 살려낸 이마레트의 바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추천할 만 하다.

무하메드 알리 하우스 (Mohamed Ali Pasha House)는 이마레트가 자랑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이다. 최고급 지중해식 요리와 유러피언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의 모든 야채와 과일, 샐러드와 허브 등은 이마레트가 손수 재배하는 오가닉 정원에서 나온 것이다.

신선한 재료를 가지고 만든 최고급 지중해식 요리는 그 명성이 자자해 이곳을 방문하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더욱이 이 레스토랑은 무하메드 알리의 저택이었던 건물을 보존한 곳이어서 카발라의 유적지로서도 가치를 더한다.

여름기간에는 레스토랑의 정원은 아름다운 도시와 해변, 이를 둘러싸고 있는 언덕의 장관을 즐기기에 최고의 시간이다. 조용하고 개인적인 다이닝을 위해 이마레트 호텔은 워터 가든과 실외 수영장, 그리고 바다를 내려다보는 작은 테라스에서의 화려한 개인 정찬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여름기간에는 시원한 바다 바람을 즐기며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그리스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이마레트는 매우 신체와 정신의 휴식을 위한 특별한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실내수영장은 이마레트가 면밀히 준비해 놓은 숨은 보석이다. 호화롭고 장엄한 돔 아래의 수영장은 흔들리는 촛불이 비치는 물결 속에 고요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에센셜 오일이 준비되어 있어 여유롭게 아로마 테라피를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외부에 위치한 컬티야드 실외 수영장(Courtyard Swimming Pool)은 즐거운 휴식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중해성 식물과 꽃들의 향기와 분수의 시원한 물줄기가 어우려저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행복한 공간을 형성하였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향기 속에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자면 그리스의 소도시라는 이색적인 공간이 가진 매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한 세기가 넘도록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는 나무가 늘어서 있다. 나무 그늘을 따라가면 특별히 준비된 개인 마사지 구역으로 연결되어 있다. 가든의 산책은 여행의 피로를 가시기에 손색이 없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카발라에 남아있는 이슬람의 흔적 중 하나인 하맘(Hamam)은 안식을 취하는 데 가장 최적의 장소이다. 하맘은 본래 투르크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공중 목욕탕이었다. 역사적으로 목욕 문화는 경제와 문화적 기반이 탄탄한 시기에 발달한다.

이슬람의 문화가 절정에 달한 투르크 시대에 일반화 되었던 하맘은 이슬람의 풍요로움을 드러내는 상징이었다. 고유한 오리엔탈 스타일의 목욕탕이 완벽히 재현되어 있는 이마레트의 하맘 역시 그리스에 도래했던 이슬람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다.

하맘은 적절한 마사지가 없으면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고 이슬람 사람들은 생각했다. 이마레트 호텔에서는 정제된 올리브 오일을 사용한 오리지널 딥 클렌징(Original Deep Cleansing Body Treatment)을 만날 수 있으며 지중해스타일 마사지의 원류를 이어나간다는 자부심으로 구성된 코스들이 준비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