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국제/일본무역,사업

한국은‘과거의 덫’…일본은‘미래 로드맵’만들어

박영복(지호) 2005. 6. 15. 18:07

한국은‘과거의 덫’…일본은‘미래 로드맵’만들어

日 경제산업성이 만든 20년 후 기술지도 산업전략 전문 공개

2025년 일본 수도 도쿄(東京)에서 가까운 거리의 치바현(千葉縣) 카시와시(柏市)에 사는 다나카(田中)씨의 집. 그의 딸 후미코(美子)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가족의 분신과 같은 로봇 ‘데츠완(鐵腕) 아톰’이 의자를 내 주며 “여기에 앉으세요”라고 말한다.

네 발 달린 나무 의자라도 무게가 족히 2kg이 넘지만 아톰은 10kg 정도는 거뜬히 들어 올릴 수 있고 2kg 정도는 5개의 손가락 관절로 무리 없이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특히 1mm 정밀도를 갖추고 있어 뜨거운 음료를 유리잔에 제공할 수 있다.

그 사이 집 안에 비치된 홈 서버에서는 RFID태그를 통해 거실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청소로봇에게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라고 명령해 놓았다. 아톰은 이미 식사지원까지 가능해졌고 가족과 웬만한 대화를 나눌 정도가 됐다.

옆 방에선 다나카씨의 부친이 RT(Radiation Technology) 전동 침대에 누워 병원과 위성 송수신을 통해 전달된 내용을 통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1년 전 폐암 조기진단을 받은 그는 별다른 입원이나 항암치료 없이 가정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0년 전만 해도 대표적인 난치성 암이던 폐암의 5년 생존율이 20% 이상 향상된 게 기쁠 따름이다.

건강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다나카씨가 화장실에 들어서자 문고리에 내장된 바이오칩에서 건강상태를 알려준다. 용변을 보고 난 뒤 변기를 통해서는 당뇨가 없음을 알고 안도한다. 화장실에서 종이신문을 꺼내든 다나카씨는 가전업체의 광고용 두루마리 디스플레이를 발견한다. 20초짜리 짤막한 동영상 광고가 끝나자 귀에 익숙한 슬로건으로 끝난다. ‘This is not made in japan but is a Neo Japanesque’.

시간을 되돌려 2005년 현재. 한국은 IT인프라에서 세계의 선두에 서 있다. CDMA에 이어 DMB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과학산업 정보통신 강국 건설을 위한 로드맵을 작성, 시행하고 있다. 2007년 과학기술 8대강국, 2010년 산업 4강에 8대 무역강국의 비전을 설정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침체의 저점을 통과하면서 1990년대 장기불황을 돌파한 일본을 배우고 있다. 일본은 장기불황 속에서도 철저한 구조조정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실질경쟁력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이 2010년 중장기 국가발전 로드맵을 작성하고 일본의 지난 10년을 배우고 있을 때, 일본은 2025년의 미래를 그린 국가 기술전략 지도(Map)를 그리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기술전략지도’가 바로 그것이다. 앞에 기술된 일본 가정의 모습은 이 지도에 나타난 2025년 변화된 생활상을 가상으로 그린 것이다. 일본은 이에 앞서 역시 경제산업성이 중심이 되어 연료전지 정보가전 로봇 콘텐츠 의료 비즈니스지원 등 7개 분야에 대하여 ‘신산업 창조 전략’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5월 10일에는 전혀 새로운 미래전략을 발표했다. 일본의 국가 브랜드인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을 벗어나 네오 재패네스크(Neo Japanesque·신 일본양식)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네오 재패네스크는 일본의 전통과 첨단의 조화를 국가브랜드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도요타(豊田)자동차, 마쓰시타(松下)전기, 마루베니(丸紅), 도레(東レ), 덴쓰(電通)등 일본을 대표하는 12개 기업도 공동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기술전략, 신산업창조전략, 네오 재패네스크 등 3개의 중장기 프로젝트는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자는 한결같은 이유이다.

새롭다는 의미는 더 이상 중국 한국 등과 경쟁하지 말고 일본의 강점을 더욱 부각시켜 세계의 선두 위치를 다시금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치밀함과 정교함으로 무장된 일본이 그려내고 있는 미래 모습과 이를 위한 전략이 위기감을 가중시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이 차(次)세대를 향하고 있고 일본은 차차(次次)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미래, 이를 위한 전략은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