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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20년대의 미국"

박영복(지호) 2009. 3. 17. 07:46

"중국은 1920년대의 미국"
美 저명 언론인 분석
수출 정책으로 급성장 글로벌 경제침체에 발목 "결국은 위기 극복할 것"
 
 

4개월 연속 수출 하락, 부동산 경기의 악화, 실업자 급증….

일부에선 "중국의 기적은 끝났다"라는 섣부른 주장까지 나온다. 아예 중국이 자칫하면 1980년대 말 소련처럼, 경제 위기 속에서 공산정권의 붕괴와 소수민족 자치구들의 연쇄 분리·독립 사태와 같은 '해체 과정'을 맞을 수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후반의 일본과 비교하는 논객들도 있다. 당시 파죽지세로 미국 경제를 위협하다가 1990년 벽두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불황을 맞은 일본처럼 중국도 기나긴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 언론인이자 작가인 제임스 팰로스(Fallows·60)는 미 시사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최신호(4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당시 이들 나라와 지금 중국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며 시계를 훨씬 전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팰로스는 워싱턴 먼슬리·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 편집장, 애틀랜틱 먼슬리의 워싱턴 편집장 등을 지낸 미국 언론계의 거물이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대공황 전 미국과 닮은 중국

지금 중국은 당시 1980년대의 소련보단 경제가 훨씬 발달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경제의 비중에는 한참 못 미친다. 경제적 위상을 따진다면 지금 중국과 놀랄 정도로 닮은 것은 1920년대 미국이다.

1차 대전 전까지 미국은 순채무국이었다. 외채와 외국인 투자에 의지해 산업을 일으켰다. 그러다가 1차 대전 때 전쟁물자 공급과 전후 재건 사업을 독점하면서 미국은 순채권국으로 변모했다.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며 장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국내에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중국의 경제 발전사와 비교해 보면 시점과 무대만 다르다.
그러던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을 맞은 것이나, 잘나가던 중국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이 잡힌 것도 비슷하다. 대공황 당시 전 세계에서 해고와 실업 문제가 가장 심각했던 곳은 미국이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클수록 위기에 따른 피해도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자국의 시장과 고용을 지키려고 1930년 2만여개 물품에 대한 관세인상을 골자로 하는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 쌓았다.

중국은 위기 극복할 자원 풍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전 세계 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시절의 미국이 0.5%였고, 현재 중국도 그렇다. 그러나 국내 고용 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에 의존하는 비율은 중국이 미국보다 5배 크다. 경제위기로 인한 타격이 대공황 때의 미국보다 중국에 심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엔 위기를 극복할 도구와 자원이 풍부하다. 우선 단순한 경제체제가 무기다. 경기부양을 위해 유동성을 투입하면, 거의 즉각적으로 '약발'을 받는 구조다. 중국이 내놓은 4조위안(약 5850억달러)의 경기부양책도 경제 규모에 비하면 미국의 경기부양책 7870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또 얼마간의 불황이 이어진다 해도 급진적인 반정부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중국 인민들은 이보다 더한 가난을 겪어봐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내성(耐性)이 있다. 또한 불만이 있더라도 그것은 부패한 관리, 정치인 개개인을 향한 것이지, 체제 자체나 지도자를 향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중국엔 지금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기업들이 정말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