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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신노동계약법의 시행이 미치는 영향

박영복(지호) 2009. 3. 11. 19:29

중국 신노동계약법의 시행이 미치는 영향





중국 진출 한국기업의 경영환경 악화


  2008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중국 신노동계약법은 중국기업 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에도 적용되는 새로운 노동법이다. 새로운 노동계약법의 제정은 중국 노동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노동자의 희생’으로 경제성장을 구가해 왔다면 앞으로는 ‘노동자 보호’가 강조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주요 투자국인 중국의 기업환경 변화는 한국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중국의 기업환경 변화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중국진출의 목적 중 가공무역의 비중이 70%에 육박하고 있는 한국기업 입장에서 가공무역 제한 조치는 한국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2006년에 노동집약형 산업 1853개 품목에 대해 가공무역 제한 조치를 내렸는데, 이는 전체 세관 품목의 15%에 이르는 규모로 관련 기업은 30% 이상 추가 원가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외자기업들에 대한 혜택이 대폭 축소되어 중국 내국기업이나 외자 기업은 소득세법에서 같은 법인세율을 적용받게 되었다. 외자기업에 적용하던 15-24%의 우대 세율과 내국기업에 적용하던 33%의 세율이 25%로 단일화 되었다.

  그리고 최저임금제 개혁으로 노무비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상하이시는 야근 수당과 교통비, 음식비 등을 최저임금에 추가하겠다고 예고했는데, 기본임금과 사회보험비만으로 산출하고 있는 최저임금에 기본 생활비용을 포함하겠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각 기업이 임금 외에 자율적으로 정해 지급하고 있는 복리후생비와 각종 수당 등이 최저임금에 삽입돼 강제지급 조항으로 바뀌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월 840위안인 상하이의 최저임금이 최소 월 1200-1300위안 수준으로 43-54%가 상승할 전망이다.1)

  여기에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신노동계약법이 시행되어 기업입장에서는 임금상승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었다. 신노동계약법이 추진되고 있었던 2006년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국현지 법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영악화의 배경으로 ‘신노동법 개정을 통한 노동자 권익증대’를 1순위로 인식하고 있었다.2) 중국의 정책전환이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노무와 관련된 정책변화가 한국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신노동계약법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알아본다. 



신노동계약법 주요 내용


  1. 형식화, 서면화

  - 중국에서 근로계약은 구두합의가 아닌, 반드시 서면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 노동규칙의 제정은 강제규정으로 반드시 노동규칙을 제정해야 한다. 제정된 사규를 이행하는 중, 공회 또는 노동자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사용자에게 이의를 제기하여 협의를 통해 수정할 권리가 있다.

  - 계약기간을 정한 근로계약과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나눈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일부터 만 1년이 되는 기간동안 노동자와 서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 이미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한다.3)

  

  2. 장기고용 유도

  - 근속기간이 10년 이상인 노동자와는 반드시 정년이 보장되는 종신고용을 체결해야 한다.

  - 연속 2회 이상 기한이 고정된 근로계약을 했을 경우 3회 계약부터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는 근로계약 체결을 의무화 한다.

  - 종신고용을  위반할 경우 체결 의무일부터 급여의 2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3. 경제보상금(퇴직금) 지급 확대

  - 퇴직금 의무지급의 조항이 확대되었다.

  - 사용자가 위법해고할 경우 경제보상금(1년 기준 1달분 임금)에 배상금(경제보상금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근속 1년에 3달분의 부담을 사용자가 안게 된다.

  - 노동자가 재계약을 거부한 경우에도 사용자측이 계약이행을 위반할 경우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

  

  4. 노동조합(공회) 권한 확대

  - 공회에 집단계약(단체협약) 체결권을 부여한다.

  - 노동규칙(사규)을 제정할 때 공회와의 협의를 의무화 한다.4)

  - 노동자 해고시 공회와의 사전협의를 의무화 한다.

  - 사용자는 근로자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노동규칙과 중대사항의 결정은 공시를 하거나 노동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5)  



신노동계약법 시행에 따른 중국 노동자들의 감원 한파


  한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와 관련된 법안이 오히려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듯이 작년 12월에 중국에서는 새 노동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의 칼날 앞에 서 있었다. 새 노동계약법의 혜택을 받게 될 근속기간 10년을 앞두고 있는 주로 8년차 노동자들이 주 대상이었다. 기업입장에서는 새 법령의 시행으로 해고가 어렵고, 해고에 따른 경제보상금(퇴직금)지급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중국 최대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기술유한공사는 9월말부터 최근까지 전체직원 6만여 명 중 7000명을 해고시켰다. 임시직 고용계약을 2번 이상하고, 3번째부터는 종신고용을 해야 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해고가 가능한 임시직들도 대상이 되었다. 중국 CCTV도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800명을 해고했다.

  문제는 한국식의 명예퇴직자에게는 근속연수에 따라 보상금이 주어졌지만 해고된 직원들은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데 있다.

  ‘고용안정’과 ‘노동자보호’ 취지에서 시작된 노동계약법이 오히려 중국 노동자들에게 실업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6)

  신노동계약법 발효로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 질 전망이어서 최근의 물가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통화정책의 방향을 긴축으로 확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2월 지급준비율을 올린바가 있으며, 물가가 급등세를 유지할 경우 금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신노동계약법의 발효로 물가 상승과 긴축의 순환고리를 형성해 신노동계약법으로 인해 실업 상황에 놓이게 되는 중국 노동자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을 줄 수 있다.



신노동계약법 시행에 대한 한국기업의 대응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10개사 중 6개사는 장기 근속자의 정년보장과 경제보상금(퇴직금)지급을 핵심으로 내년 발효될 신노동계약법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80%이상이 올해 경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중국본부가 중국 진출 53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노동계약법 발효에 따라 노무관리 시스템을 정비한 업체는 36.3%에 그쳤으며 나머지 기업들은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이 법의 발효로 인건비가 지금보다 20-30%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기업이 전체의 42.8%를 차지했으며 30-40%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응답도 12.0%를 나타냈다.

  반면 10% 미만은 4.9%에 불과하여 신노동계약법 발효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이들 기업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중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한국에 비해 낮아 저렴한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노동법이 시행되면 인건비가 20-40%가 상승해 적자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 부품업체 가운데에는 인건비 부담 증가에 따라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해온 고부가 제품의 이전도 검토하고 있어 첨단 기술의 중국행이 가속화될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노동계약법이 해외 업체에는 엄격한 반면에 자국 기업에는 관대해 국내 기업의 원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8)

  신노동계약법이 발효되면 강경 공회가 들어설 가능성이 커 회사 주도의 공회를 설치하려는 한국기업이 많다. 그러나 새로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중국 노동자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아지고 있고, 중국 정부가 노동자 보호정책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도 수월치 않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기 진출 한국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KOTRA와 공동으로 중국 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상하이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제조업 580여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향을 물은 결과 응답한 145개사 중 9.6%에 해당하는 14개사가 기업이전과 공장설립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최근 중국이 자국내 외국기업들에게 소득세 감면혜택 폐지, 가공무역 금지 품목 확대 등 기업규제정책을 강화하고, 시노동계약법을 발효하는 등 사업환경이 점점 고비용 구조로 전환되고 있어 싼 인건비를 보고 중국으로 진출한 우리 기업이 전략수정의 필요성에 직면함에 따라 이들 기업을 국내 항만특구로 유치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조사결과 이들 14개사는 저가 부지가 제공되는 등 입지비용이 경감돼 적합한 투자여건이 조성될 경우 국내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특히 이들 중 5개사는 적극적인 복귀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로의 환류투자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각종 세금 감면과 저렴한 부지제공, 외국인 노동자 공급을 지목했다.9)



신노동계약법 시행이 주는 시사점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목적은 시기별로 차이가 있지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 부담을 경감시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최근에는 확대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자 전략적인 진출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 역시 낮은 생산비의 장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 계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정책을 통해 앞으로 경영환경이 기업에, 특히 외자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신노동계약법 발효가 한국기업에 주는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중국 진출전략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미 논의된 내용이지만 이제 저임금의 장점을 향유하고자 중국에 진출하는 전략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이미 진출 초기에 비해 고임금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노동법은 기업에게 경영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기업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고려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국 이전은 장기적으로는 기술유출 등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규모 최종조립기업과 동반 진출한 부품공급업체들이 상대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속적인 관세인하 및 임금상승의 관계를 고려하여 한국생산, 중국으로 공급하는 Supply Chain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기업은 노동자 구인난에 봉착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임금이 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노동자를 구하지 못하거나 이탈하는 비율이 높아 노무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방법으로 기업이 단독으로 혹은, 다른 한국기업과 연계하여 해당지역의 고등학교나 직업학교와 연계하여 노동자 수급관리를 할 수도 있다.

  셋째, 생산기지 및 투자지역의 다양화이다. 중국은 더 이상 저임금의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거대한 수요처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시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는 한국에서 연구 및 기획, 북한에서 생산, 중국에서 판매와 같은 구도를 고려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북한 생산 물품에 대한 신뢰성이 낮고 제약조건이 많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타당성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넷째, 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다. 이제 중국에 대한 인식을 ‘주요 생산지’가 아니라 ‘주요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는 비단 한국기업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 기조가 수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말하자면 이제 기업이 기대하는 생산지의 역할은 끝나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의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고 그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되면서 실질소비는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은 오히려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 언제까지 ‘생산지’ 중국의 관점에서 환경 악화를 호소할 것인가. 주머니가 두둑해 지는 중국 노동자가 중국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기업에게는 어떤 기회가 있는가를 분석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중국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1)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기업들이 내고 있는 직원의 사회보험비와 경제보상(퇴직금) 등이 자동적으로 상향 조정돼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해고 시 지급해야 하는 경제보상금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에서 기업의 구조조정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 2007.9.27


2) 파이낸셜뉴스, 2006.5.26


3)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임시직은 계약 종료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할 경우 ‘근로계약 기간 중 해고’로 해석될 수 있어 당사자가 요구할 경우 퇴직금을 지불해야 한다.


4) 2007년 말까지는 기업이 노동규칙을 제정할 수 있지만 올해부터는 공회와 협의를 통해 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공회 동의가 없는 한 해고 관련 문안을 기업 입장에서 삽입할 수 없다.


5) 동아일보, 매일경제 참조


6) 이와 반대로 한국기업은 중국 노동자의 이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인재 컨설팅 업체인 Hudson에 의하면 중국 노동자의  이직률은 아시아 최고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 업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IT, 제조업의 경우 44%의 직원이 2년 내에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직 요인으로는 급여문제가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KOTRA 보고서, 2007.12.26. 한국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직원을 해고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효율적인 노무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