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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寨溝/黃龍18: 호수 속 용이 꿈틀대는 지우자이꺼우

박영복(지호) 2007. 1. 11. 18:11
九寨溝/黃龍18: 호수 속 용이 꿈틀대는 지우자이꺼우
사천여행가이드 | 2005/10/11 11:50 mtest|mtest






* 사진 설명: 햇살에 빛나는 금색 갈대와 그 사이를 흐르는 파란색의 호수물. 지우자이꺼우에서도 루웨이하이(蘆葦海)만이 연출할 수 있는 신비로움이다.

배낭족이 묵기 힘든 숙박업소

버스에서 내려 하룻밤 묵을 숙소를 찾는 필자에게 예상치 않는 어려움이 생겼다. 저녁 7시가 가까워지는데도 적당한 방값의 숙소를 찾지 못한 것이다. 1시간동안 지아자이꺼우 입구 주변에서 열 군데가 넘는 호텔과 초대소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터무니없는 숙박료를 요구하며 묵고 싶으면 돈 내고 아니면 말라는 식이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유명 관광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이나 흥정할 여지마저 주지 않는 업소 복무원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 일부 업소는 필자가 외국인임을 알아채고 묵을 수 없다며 다른 곳을 찾아보라는 '축객령'을 내리기도 했다. 내-외국인을 구분해 숙박할 수 있는 업소를 엄격히 나눈 중국의 현실 때문이었다.(2004년 현재 시설이 떨어지는 일부 업소을 제외하고 대다수 호텔이 외국인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외국인이 묵을 수 있고 방값이 비교적 싼' 호텔을 찾아 헤매기 1시간 반쯤 되었을까. 지우자이꺼우 입구에서 1㎞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지우안(九安)호텔에 간신히 짐을 풀을 수 있었다. 1실 2침대의 방을 80위안에 묵을 수 있었던 것. 이 역시 밀고 당기는 방값 흥정을 치르긴 했지만, 당일 묵기로 했던 단체관광객이 오지 않아서인지 무리한 숙박료를 요구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이른바 '산커'(散客)로 불리는 자유여행자는 지우자이꺼우와 같은 오지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대다수 사람들은 여행사를 통해 단체관광을 하기 때문에 현지 숙박시설은 이런 투어를 추진하는 여행사와 관련이 깊다. 따라서 간혹 한둘씩 찾아오는 배낭여행객은 숙박업소 입장에서 그리 달가운 존재는 아니다. 산커는 그리 돈벌이가 되지 않기에 바가지를 씌우거나 단체여행객을 받기 위해 내쫓는 것이었다. 속이 보이는 업소들의 횡포가 씁쓸했지만 오지에서의 특수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입장료에 포함된 숙소 방값

6월 28일 아침 7시,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서는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쏟아질 듯 했다. 가뜩이나 늦가을처럼 쌀쌀한 기온에 날씨마저 흐리자 걱정이 태산 같았다. "이러다 비라도 쏟아지면 큰일인데..." 반바지와 티셔츠만을 준비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우자이꺼우 국가급 자연보호구 입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해발 2040m에 자리잡은 입장료 판매소 주변에는 적지않은 관광객들로 들끓었다. 대부분 여행사 투어를 이용해서인지 출입구에는 각종 관광버스들이 늘어서 있었다. 입장료 판매소에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구분되어 가격이 달랐다. 헌데 공시되어 있는 외국인 표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려 220(우리돈 3만3천원)위안이나 되었던 것. 아무리 명승관광지의 입장료가 턱없이 비싼 중국이었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한다 싶었다.

물론 필자는 중국에서 유학하는 외국인이라 학생증 휴대시 내국인표를 살 수 있지만, 내국인표 또한 160위안으로 결코 만만치 않았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료이다 싶어 판매소 관리자를 찾아 문의하였다. "지우자이꺼우가 아름다운 자연풍경구인 것 사실이지만, 입장료가 너무 비싼 것 아닙니까? 이렇게 비싼 곳은 중국에서 처음 봤습니다." 퉁명스런 어조로 물으니 관리자는 입장료에 경내 숙소의 방값이 포함되어 있다고 답했다. '방값이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필자에게 관리자는 다음과 같은 친절한(?) 설명을 곁들었다. "지우자이꺼우는 전체 면적이 600평방미터에 달합니다. 계곡(溝) 안에는 본래 아홉(九)개에 달하는 티베트인 마을(寨)이 있어 '지우자이꺼우'(九寨溝)라 불리죠. 관광객은 비싼 입장료를 내는 대신 계곡안 마을 곳곳에 자리잡은 숙소에서 무료로 묵을 수 있답니다."(1999년부터 지우자이꺼우 내에서의 숙박은 공식적으로는 금지되었다)

고찰다운 면모를 지닌 티베트사원 자루스

언뜻 여행객을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당일치기로 관광하려는 사람에겐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하루동안 모든 명승지를 다 둘러보고 떠날 생각이라는 필자의 말에 관리자는 크게 웃으면서, "입구부터 가장 높은 명승지인 창하이(長海)까지만 해도 40㎞가 넘게 걸립니다. 관광버스를 이용해 계곡을 훑어보는 데도 이틀은 족히 걸리는데 혼자 무슨 수로 하루만에 구경을 다 합니까"라고 말했다. 반나절만에 둘러본 황롱의 예를 들자 그는, "황롱은 볼거리가 비교적 집중이 돼 있지만 이곳은 넓고 여러 풍경지에 분산된 형태"라고 답했다. 경내에서 하룻밤 묵은 뒤 여유를 두고 구경할 것을 권하는 관리자의 설득력 있는 답변에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입장료를 구입했다. 금쪽 같은 입장권을 사서 입구를 통과하니,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 자신의 헤이처(黑車, 불법영업차)를 타고 관광객 숙소가 집중되어 있는 슈정자이(樹正寨)까지 갈 것을 끈덕지게 권해왔다.

슈정자이까지 이르는 험한 산길을 들먹이며 위협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가는 도중 널려져 있는 풍경들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겠다고 달콤하게 제의했지만, 이를 뿌리치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 비탈진 산길을 올라갔다. 입구에서 20여분쯤 올라간 지점의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 들어가니 라마교 사원 자루스(자如寺)가 눈에 들어왔다. 자루스는 16세기에 창건된 거루파 사찰로 규모가 촨주스보다 다소 작았다. 1860년과 1892년 두 차례 중건된 이후 오늘날까지 옛 원형을 유지하는 자루스는 아담하지만 티베트사원 양식이 물씬 풍기는 고찰의 면모를 풍기고 있었다. 대웅전, 장경각, 차방, 영빈각 등 여섯 개의 건물로 이루어진 자루스에서 매년 음력 3월 15일에는 지우자이꺼우 일대 티베트인들이 모두 참가하는 대규모 연회가 열리기도 한다.

갈대가 물 위를 뒤덮은 루웨이하이

잠시동안 자루스의 은은한 분위기를 만끽한 후 지우자이꺼우의 첫 절경인 펀징탄(盆景灘)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자루스에서 1시간이 조금 넘게 올라간 곳에서 급하게 흐르는 물살 속에 백양 두견 송백 유수 등의 나무가 꼿꼿이 서서 뒤덮여 있는 펀징탄의 소박한 모습이 나타냈다. 높은 해발의 지형 탓인지 6월 말인데도 모든 나무에는 아직도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있었다. 거대한 화분 위의 나무숲을 연상케 하는 그 광경은 펀징탄이라는 명칭이 무색치 않았다. 펀징탄을 지나 15분도 채 안되었을까, 지우자이꺼우에 들어와 처음 보는 호수인 루웨이하이(蘆葦海)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름처럼 금빛의 갈대(蘆葦)가 호수 위를 뒤덮었는데 그 사이로 한 줄기 길인 듯한 물이 흐르는 광경은 길게 내뻗은 뱀을 연상케 하였다. 병풍처럼 좌우로 가로막은 산에 뒤덮은 푸른 수목과 계곡 사이를 차지한 금빛의 갈대숲, 다시 그 가운데를 쪼개어 흐르는 새파란 빛깔의 물. 진정으로 자연만이 창조해 낼 수 있는 절경이었다.

2㎞가 넘게 펼쳐진 얕은 수심의 루웨이하이가 끝날 즈음 물의 깊이가 점점 깊어지면서 전혀 다른 모습의 호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깊은 곳은 4~5m가 족히 될 듯하고 호수 중간에는 칼슘성분의 암초석이 굳어져 두 마리의 용이 쏟아난 듯한 쑤앙롱하이(雙龍海)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둘레가 1㎞될 듯한 쑤앙롱하이의 윗부분에는 아래위가 그리 높지 않은 폭포가 보였다. '하늘에서 잠시 호수에 내려와 재미를 본 용이 폭포를 발판삼아 다시 승천하려나.' 너무나도 절묘한 배치에 입가의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물 속에 암초석이 굳어져 돌출된 모습도 경이로웠지만, 밑으로 떨어지는 세찬 물살 속에서도 나무가 자라나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았다. 지우자이꺼우가 왜 그리 오랫동안 중국인들로부터 '동화(童話)세계' '인간선경'라 칭송되었는지, 1991년 유네스코로부터 무슨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