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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으로 본 한국과 프랑스의 비즈니스 관행 차이

박영복(지호) 2006. 9. 20. 11:17
속담으로 본 한국과 프랑스의 비즈니스 관행 차이

세계는 하나라지만 각 국가마다 고유의 특성이 있다. 비즈니스 관행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기업은 시장의 특성, 비즈니스 및 바이어 관행 심지어 옷차림에 익숙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가 허다 하다. 우리가 겪는 각각의 서로 다른 케이스의 경험은 거대한 코끼리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러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시장 경험이 마치 전체의 경험인 것 처럼 왜곡되어, 각각의 시장, 각각의 제품, 각각의 케이스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을 하는데 걸림돌이 될수도 있다.
특수한 시장 상황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을 결코 시시한 얘기로 그냥 넘기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프랑스 바이어와 거래할 때 유의해야 할 비즈니스 관행을 경험에 비추어 우리 속담으로 풀어보았다.
프랑스 시장을 개척하려는 우리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케이스 1)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
한국 사회는 속도가 능력을 재는 바로미터로 무슨 일이든 후딱후딱 해치우지 않으면,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기 일쑤이다. 그런데 싸우면서 건설하던 우리만의 특수사정으로 생긴 비즈니스 관행을 국제무대에 계속 적용하고 있는 한국기업이 많다.
반면 프랑스 바이어들은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대체로 느긋한 편이다. 자료를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언제 오더를 확인해 줄 것이냐고 다그치면 당황해 한다. 한국기업은 상담 중에 바이어의 질문이 좀 길어지면 초조해하면서 결론적으로 관심이 있다는 얘기냐 아니냐하고 어느새 따지고 드는 태도로 급변하는데 프랑스 바이어들은 이러한 태도를 매우 싫어한다. 겉으로는 이러한 한국기업의 상담 태도를 다이나믹하다고 예의바르게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목을 졸리는 기분이다.

프랑스 바이어들은 자료 요청부터 제품 검토 그리고 오더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매우 느리다. 보통 6개월에서 1년은 보통이고 3년씩 지난 다음에야 느닷없이 연락이 와 우리 기업이 당황스러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기업이 계속 한 품목을 하고 있으면 연락도 되고 F/U도 되어 다시 순조롭게 계약을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한국기업은 전혀 엉뚱한 품목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혹은 담당자 및 사장이 바뀌어 전혀 진행이 안되는 그런 유감스런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기업은 한번 접촉에서부터 오더까지 연결이 안되면 더 이상 바이어에게 연락을 하지 않고 아예 리스트에서 삭제해 버린다. 프랑스 기업들은 당장 오더를 하지 않아도 자료원으로 장기간 간직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연락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비즈니스 마인드와 업무 방식에 큰 차이가 나 우리 기업들은 좋은 기회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케이스 2) 이대신 잇몸(脣亡齒寒)?

얼마 전 시개단 상담장에서의 일인데, 바이어가 제품의 기술적인 스펙에 대해 이것저것 문의를 하자 한국기업은 제품의 기술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하는 대신 잔뜩 불만스런 표정으로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질문이 많아, 살 건지 안 살 건지만 한번 물어 보세요, 살 것 같으면 설명을 해주고 안 살 것 같으면 그냥 상담 끝내죠 뭐,”라고 통역에게 말했다. 바이어는 한국말이지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채고 왜 한국기업이 화가 났는지 물어와 통역을 당황스럽게 한 예가 있다. 통역은 적당히 넘기면서 우리 기업에게 제품에 대한 기술적 설명을 다시 요구하였지만 출장자는 “사실은 내가 출장 나오려고 한 것이 아니고 오기 전날 결정이 되어 준비해올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하며, 뭐 신통한 바이어 같지도 않으니 적당히 끝내라”고 하였다. 제품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충 때우려는 식으로는 철저하게 제품을 분석하는 프랑스 바이어를 당할 수가 없다. 상담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두 개의 제대로 된 바이어와의 성실한 상담이 더 효과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케이스 3) 닭 ?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

조사대행이나 지사화 사업시 가끔 “바이어만 찾아 주십시요, 문제없습니다.” 라고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우리 기업이 있다. 무역관이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업체를 만났구나, 한번 제대로 성약을 올려 보겠구나”하고 신나서 바이어를 열심히 찾아 연결을 시켜주고 고생 끝에 어려운 진행을 거쳐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인증관계, 규격관계, 바이어의 마지막 기술 점검 요청사항 등의 문제에 부딪히면 오리발을 내밀던거나, 편법으로 대응하자고 하거나, 엉뚱한 회신으로 바이어를 당황하게 하고, 혹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소식을 뚝 끊어 버려 닭 쫓던 개 하늘만 쳐다보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케이스 4) 내 논의 물대기(我田引水)

바이어가 샘플을 10회도 더 요청하였는데 그 때마다 바이어의 요청과 다른 샘플을 보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한 의류 업체의 경우 1년을 넘게 협상을 진행하였음에도 바이어의 요청 사항을 나름대로 받아들였지만 성사가 되지 않고 있었다. 1년쯤 잘 참아오던 바이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샘플의 솔기 바느질 부분이 터져 있던가, 세탁을 해 보니 겉감과 안감이 줄어든 정도가 달라 모양이 틀어져 버렸다든가, 6개월이 지난 다음 갑자기 애초에 샘플로 보여 주었던 원단과 다른 것으로 보내오며 이 원단이 훨씬 질이 좋은 것이고 비싼 것인데 가격은 같이 해 준다든가하는 엉뚱한 샘플과 회신을 계속 한 것이다. 왜 그러는지 한국기업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바이어가 그 까짓(?) 샘플 하나에 너무 까다롭게 굴고 시간을 오래 끌어 당초 원단을 다른 오더에 써버려 스톡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보내준 샘플의 원단은 처음 것보다 더 좋은 것이니 바이어를 설득 해 달라고 오히려 무역관에 부탁을 했다. 무역관 담당자는 바이어를 설득했지만, 이미 신용이 반으로 줄어든 상태에서 거래가 성사될 리 없었다. 샘플 하나만 제대로 제작해 주면 마지막 OK를 내려던 바이어를 실망시킨 경우이다. 결국 이 바이어는 중국에 오더를 하게 되었다.
한국 기업은 “프랑스 바이어와는 되는 게 없다고 하더만요.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트집을 잡고, 영 답답하다고. 더 좋은 것을 싼 가격으로 주어 자기들 장사 더 잘 되게 해주겠다는 데도 원 싫다고 하다니.”라고 불평을 털어 놓았다. 그러나 기차는 이미 떠나간 뒤였다.....


케이스 5) 우물안 개구리

무역관에서는 조사대행을 수행하고 바이어 리스트를 송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프랑스 바이어들은 한국 업체로부터 연락이 없고 자료를 받지 못하였다고 무역관에 불평을 토로 하곤 한다. 한국 기업에게 수차례 바이어에게 자료를 보내줄 것을 요구해도 함흥차사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많아 바이어에게 변명조차 해 줄 수가 없다. 바이어를 직접 접촉하지 않고 바이어 정보만을 보고 별 볼일 없는 기업 같아 회신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종업원수, 설립년도 등 기업의 외형적 규모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시장에 한국산 폴리에스터 원단이 날개 돛친 듯 팔리던 시절, 한 달에 2~3 컨테이너를 취급하던 프랑스 섬유 에이전트가 있었다. 이 바이어의 정보를 글로 기록하면 다음과 같다.

종업원 1명, 유한 회사, 자본금 7,600불, 매출액 미상(에이전트들은 보통 매출액을 연말 세금 보고서에 최소한 만 신고하기 때문에 실제 매출액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이다. 전화와 팩스번호는 같다. 인터넷 이메일도 없다.

우리식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건 영락없이 사기회사 아니면 유령회사이다. 사람 놀리는 것 쯤 밖에 안 된다. 그러나 동사는 실제로 엄연히 중요한 바이어였다. 다행히 한국기업과 연결이 되어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 바이어와 사업하기를 희망하였으나 접촉하기는 어느덧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있었다.


케이스 6) 옷이 날개?

프랑스 바이어 인상에 대한 선입견에 관한 얘기다. 몇 년전 무역관에 초라한 잠바 차림에 배낭을 맨 장발의 청년이 들어와 둘레둘레 살피고 있는 것을 본 직원이 불량한 사람으로 생각하여 일이 끝났으니 나가 달라고 하였다.  이 청년은 주저하다 5분이면 된다며 배낭에서 주섬주섬 헤어 브러쉬를 하나 꺼내면서, 이와 유사한 것이 한국에도 있다고 하는데, 있으면 한국에서 수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였다. 마침 며칠 전 다녀간 세일즈 출장업체 중에 유사한 모델을 취급하는 업체가 생각이 나 연락을 해 주었는데 연결이 잘 되어 단골 바이어가 되었다. 
차림새는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하기는 하지만 프랑스 바이어들은 필요 이상으로 옷을 차려입지는 않는다. 형식보다는 실질이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간단한 차림으로 상담에 임하기 일쑤이다.


< 작성자: 파리무역관 황란서 (paris@kotr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