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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도메인 분쟁서 줄줄이 패소

박영복(지호) 2006. 9. 2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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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호 씨(39)는 2002년 3월 국내도메인 등록업체 가비아에서 추첨을 통해 10만대1의 경쟁률을 뚫고 'sex.biz'를 획득했다. 'sex.biz'는 그 당시 최소 1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았다. 정씨는 한 독일 업체에서 200만유로(당시 약 28억원)에 팔 것을 제안받기도 했다. 정씨는 'sex.biz'를 밑천으로 창업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었으나 같은 해 11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미국의 도메인 분쟁조정 기관인 전미중재원(NAFㆍNational ArbitrationForum)에서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sex.biz' 도메인을 미국인 마커스 셰이트 씨에게 양도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셰이트 씨가 미국에서 'sex'의 상표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미중재원에 낸 도메인 양도소송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정씨는 도메인에 대한 권리가 당연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해서 NAF 분쟁 조정에 응대하지 않았으나 NAF는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는' 영미법 특성에 따라 미국인 셰이트 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대해 정씨는 바로 서울지방법원에 " 'sex'라는 단어는 일반명사로 특정 회사의 상표로 보호받지 못한다"며 도메인 사용금지 및 이전청구권 부존재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소장 수령을 셰이트 씨가 거부해 2003년 9월 서울지법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셰이트 씨도 'biz' 도메인 등록 주관업체인 미국 뉴레벨사가 있는 버지니아주 법원에 상표권 침해에 따른 도메인 분쟁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결국 국내 법원의 정씨 승소 판결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후 정씨는 미국 법원의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 비용 등으로 1억원 이상의 재판 비용을 들였다.그러나 정씨는 더 많은 재판 비용이 부담되어서 2004년 3월 셰이트 씨와 합의해 소송을 끝냈다. 국내 인터넷주소 분쟁 조정을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산하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의 오영환 선임연구원은 전화 한 통을 받고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중소기업을 하고 있다는 최 모씨는 거두절미하고 "회사 도메인이 갑자기 없어졌다"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문의를 해왔다.'heel.biz' 도메인을 쓰고 있다는 최씨 말에 오 연구원은 "분쟁조정 서류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최씨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전후 사정을 알아본 결과 이미 최씨 회사의 도메인은 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미국 회사에 의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피소된 뒤 조정을 통해 뺏긴 후였다. 최씨는 아무런 대응조차 못해보고 '눈 뜨고 코 베인' 꼴이 됐다.이처럼 국제 도메인을 사용하다 억울하게 도메인을 빼앗긴 사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제 도메인을 사용하면 도메인 이름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고 또 소송으로 가면 대부분 져서 도메인을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인터넷 사이트가 매우 중요한 무형 자산인 것을 감안하면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상당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지난 한 해 한국 사람이 국제 도메인 분쟁의 소송을 당한 건수는 502건이나 된다. 이 중 419건에서 패소해 도메인을 빼앗겼다. 패소율이 83.5%에 이른 것이다.소송을 건 사람은 대부분 미국인이다. 이와 관련해 도메인 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소송을 건 미국인은 분쟁 조정이 미국인에게 유리하게 진행되고 한국 사람들이 분쟁에 무지한 점을 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정통부 관계자는 "국가 도메인을 사용하면 이런 가능성은 낮아진다"며 "모든 도메인이 국가 도메인을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무분별한 국제 도메인 사용 역시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그는 "사실 국제화된 조직이나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는 기업 등만 국제 도메인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동취재팀=김기철(팀장) / 엄성섭 기자 / 김명수 기자 / 최인제 기자 / 김대원 기자 / 박승철 기자 / 안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