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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오일달러 홍수 !!!(부동산 광풍)

박영복(지호) 2006. 8. 8. 17:24

러시아, 40평 월세 950만원 부동산 광풍…졸부도 속출

◆'오일달러 홍수' 러시아를 가보니◆
 

외국 국적기를 타고 러시아에 입국하는 대부분 한국인들은 승무원이 나눠주는 출입국 카드를 보고는 당황하게 된다.

출입국 카드가 모두 러시아어로 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어를 배우지 않은 사람은 해석이 불가능하다.

기자 역시 승무원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사리 칸을 메울 수밖에 없었다.

원래 영어로 병기돼 있었지만 작년 10월부터 러시아어로만 인쇄했다고 한다.

러시아 주재원들은 "그 동안 석유값이 급등해 러시아에 돈이 좀 들어온 탓에 과거 대국의 자존심이 되살아 난 것"이라고 뒷말을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러시아에는 돈이 넘쳐난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돈이 돈이 아니다.

경제 후진국이라고 물가가 싸겠지 하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모든 게 비싸다.

생필품과 서비스 요금은 한국의 3~4배로 보면 된다.

택시비는 부르는 게 값이고 호텔에서 먹는 물 1ℓ짜리 한 병이 우리나라 돈으로 1만원이다.

전화비는 기절초풍할 수준이다.

현지인들은 웬만하면 전화를 잘 안받는다.

전화를 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각각 반씩 요금을 내는데 그야말로 살인적이다.

통상 주재원들이 매월 내는 이동통신 전화요금은 60만원 수준이다.

로밍해서 사용하는 휴대폰 전화요금은 한국과 1분 통화하는데 6700원이나 된다.

러시아가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은 게 지난 1998년. 그러나 그 뒤 석유값이 슬금슬금 오르면서 경제는 꿈틀대기 시작했다.

지금은 부도 당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매년 5% 이상 경제 성장을 지속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1인당 소득이 5360달러다.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졸부가 됐다.

청년 재벌이 나타났다.

호화저택에 웬만한 곳은 자가용 헬리콥터를 몰고 다니는 기업인들도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서 공항 쪽으로 1시간 정도 가면 성처럼 지은 45층짜리 건물이 나온다.

초현대식 아파트다.

알루예 파루사. 한국의 타워팰리스 같은 곳이다.

한국 일부 주재원들이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데 40평형 정도 아파트 월 임대료가 1만달러(950만원)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완공 전에 모두 분양이 완료됐다.

오일달러가 부동산 광풍을 몰고왔다.

지난 91년 소련 붕괴 직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에는 현대식 빌딩이 없었다.

유럽 전형의 고풍스러운 빌딩만이 모스크바의 옛 영화를 대변했다.

아파트는 대개 소형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스크바 시내 곳곳에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다.

기자가 묵었던 프레지던트호텔 바로 옆에는 초호화 주상복합 건물 공사가 한창이었고 모스크바 남서부 레닌스키 거리에는 화려한 외형의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모스크바대학 근처에는 얼핏 보기에도 몇 만평짜리 땅에 쇼핑매장, 메디컬센터, 오피스텔을 짓고 있었다.

모스크바 전역이 마치 건설현장을 방불케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김민환 KOTRA 모스크바 부본부장은 "1년 새 2배 정도 부동산이 오른 것은 모스크바에서는 명함도 못 내민다"며 "심지어 지난 5년 새 10배 이상 가격이 뛴 아파트도 부지기수"라고 말한다.

그는 "임대 계약을 갱신할 때면 집주인이 월 1000달러 이상 올려받는 게 관례라며 이 바람에 집을 옮겨야 하는 주재원들이 적지 않다"고 부동산 광풍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러시아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값도 평당 8000~1만2000달러 수준이다.

40평형짜리 아파트가 우리나라 돈으로 5억원 가까이 한다.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임차료를 아끼기 위해 단체로 아파트를 빌려 합숙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모스크바 시 당국 자체가 부동산 열풍을 부추긴다.

아파트 구입비를 일시에 낼 수 없으니 약 20%의 분양금만 내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다.

언젠가 신용 버블이 터질지 모른다.

유리 로슬랴크 모스크바 부시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모스크바에서 투자매력이 가장 큰 분야는 부동산"이며 "본전을 뽑는 데 2~4년이면 충분하다"고 선전할 정도다.

부동산 시장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오일머니는 고가 수입품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

붉은광장에 위치한 러시아 모스크바 최대 백화점인 굼 백화점. 기자가 이곳에 들른 건 이곳 시간으로 목요일 오전 10시께. 한산할 줄 알았는데 제법 손님이 있었다.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한눈에도 러시아 부호로 보이는 중년 부인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맨 처음 맞는 게 루이뷔통 매장. 한국의 명품 매장과 다를 게 없다.

10년 전만해도 이곳 굼 백화점은 거미줄을 쳤다.

러시아 특산물인 캐비어, 자전거 매장 정도만 있을 뿐 나머지는 빈 매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뉴욕 맨해튼이나 한국 압구정동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런 외국 명품 백화점은 '굼'만이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초대형 매장인 크로쿠스 시티를 비롯해 40여 개 대형 쇼핑몰이 모스크바 시내에 들어섰다.

러시아 경제 구조를 보면 이해가 간다.

내수구조가 취약하기 이를 데 없다.

제조업 공동화도 이런 공동화가 없다.

러시아에 진출하는 기업에 적용되는 비즈니스 팁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제조업'이라고 신고하라는 것이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에너지 의존형 국가다.

전체 수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작년에는 3분의 2가 에너지 수출이다.

올해 들어서는 70%를 넘어섰다.

과장해서 말하면 석유와 가스를 빼면 아무 것도 없는 나라다.

중소기업은 아예 씨가 말랐다.

전체 산업의 10%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내수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굼백화점에 매장을 차린 수많은 브랜드 중 러시아 자체 브랜드는 한두 개 정도다.

백화점 앞에는 특급 고객을 위한 고급 세단이 있다.

스포츠카 모양의 빨간색 폭스바겐차가 대기한다.

사회주의 색깔을 지우지 못한 러시아지만 이곳만 보면 영락없는 자본주의다.

이곳에서 만난 러시아의 한 언론인은 "러시아 내수의 절반이 수입품"이라면서 "모스크바에서는 '명품=부자들의 자기과시'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모스크바 = 손현덕 기자]

 

 

푸틴 감성정치에 재벌 골병, 시중자금 안풀려 '돈맥경화'
◆'오일달러 홍수' 러시아를 가보니 (下)◆

자전거를 무척이나 갖고 싶은 아이가 있었다.

부모는 아이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다.

하루 세 끼를 걱정할 정도로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는 크렘린궁으로 배달됐다.

이 편지를 읽은 푸틴 대통령은 아이 생일 때 자전거 한 대를 선물한다.

이 뉴스는 러시아 전역에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다.

푸틴이 보여준 감성 정치의 일례다.

이런 정치 스타일이 푸틴 지지도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재벌 때리기다.

옛 소련 해체 후 러시아는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 처했다.

국영기업들은 무주공산이었다.

기업 책임자들이 헐값에 회사를 샀다.

법적 기반이 취약한 틈을 노렸다.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이들 신흥 재벌을 러시아 말로 '올리가르흐'라고 한다.

단기간에 졸부가 된 러시아 재벌은 푸틴에게는 눈엣가시였다.

세금을 제대로 안 내고 부를 독점하는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재작년 유코스 사태 때 거물 기업인 호도르코프스키 회장을 탈세 혐의로 구속했다.

회사는 국유화했다.

방송사를 거느렸던 베레조프스키는 푸틴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했다가 외국으로 망명하는 신세에 처했다.

이 같은 재벌 때리기는 경제적으로 여러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직접적이라고 단언은 할 수 없으나 그 중 하나가 금융시스템 마비다.

러시아 한 조사기관(VTsIOM)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러시아 국민 중 70%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무려 10명 중 7명이 돈을 은행에 맡기지 않는 것이다.

집 장롱 속에 돈을 보관하거나(38%) 부동산을 구입하거나(35%) 귀금속을 구입하는(7%)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중에 돈은 많지만 그 돈이 돌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동맥경화증이다.

러시아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자료 중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러시아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다.

1등은 룩셈부르크다.

작년 투자액이 210억달러. 전체 중 5분의 1 가까이 되고 미국에 비해 세 배다.

이 통계는 이렇게 해석된다.

러시아 부자들이 해당 국가에 근거지를 두고 돈을 유출했다가 한 단계 세탁을 해서 외국인 자금으로 변신시켜 러시아로 역투자한다는 것.

이 자금이 주로 유통ㆍ소매업에 집중되는 것도 겉은 외국인 자금이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자금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김정훈 KOTRA 모스크바무역관 과장은 "러시아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 대비 30~40%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국민 중 약 10%가 이런 지하경제와 관련해 부유층으로 부상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푸틴 대통령은 재벌을 지목했다.

대부분 일반 서민은 박수를 보낸다.

내부적인 반대가 있었다.

서방세계에 러시아 개방ㆍ개혁과 관련해 '얼굴마담' 격인 안드레이 일라리오노프 대통령 경제보좌관이었다.

'미스터 쓴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푸틴 측근이었다.

그는 유코스 국영화를 두고 "러시아를 재앙으로 몰고갈 사건"이라고까지 말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인물은 버티기 힘든 법. 스스로 사표를 써야만 했다.

지금 러시아에는 외국여행 붐이 일고 있다.

한 해 2000만명이 러시아 국경을 넘어가 돈을 쓴다.

작년에 불가리아에만 휴가차 방문한 러시아인이 100만명 규모였다.

돈 많은 알짜 부자들은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간다.

국내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보니 이렇게 돈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부동산에 몰리고 ,수입 고가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푸틴이 외국 정상이나 기업인들을 만날 때마다 러시아에 물건 팔 생각만 하지 말고 투자를 해 달라고 강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은 불어나는데 국가 경제는 잘 돌아가지 않는 나라. 러시아의 두 얼굴이다.

[모스크바 = 손현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