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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재래시장 Borough Market

박영복(지호) 2006. 8. 8. 17:48

지난 주말 부활절 방학의 마지막 여유를 집사람과 단 둘이서 즐기고 싶어서 어디를 가볼까 궁리를 하다가, 그 동안 집사람이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런던의 Borough Market이라는 재래식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저도 블로그 이웃이신 프랭키 님께서 예전에 올려놓은 포스트를 보고 저도 한번 가봐야겠다 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요.

 

 

1주일에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만 문을 여는 이 곳에서는 영국 농부들이 직접 재배하고 기른 신선한 야채와 고기, 그리고 해산물 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 기원이 127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아주 전통 있는 시장입니다.

 

 

사실 저는 런던에서 유명하다 싶은 곳은 거의 다 다녀봤기에 집사람과 함께 처음 가본 곳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았는데 이 시장은 저도 처음이라 마치 배낭여행이라도 다시 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유명한 명소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위한 곳이라 꾸며놓은 모습밖에 볼 수 없는데 반해서 이런 시장은 그 곳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접할 수 있는 좋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 관광객들이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을 많이 찾는다는 얘기를 듣고서는 갈 데가 없어서 그런 데를 가나 했었는데 정반대의 입장이 되고 보니까 가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그래도 남자 혼자 가기에는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 지금까지 런던에서 가본 시장이라고는 노팅힐과 캠든 타운 마켓이 다였는데 그 곳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우선 이 시장은 장소부터가 조금 독특합니다. 아래에 있는 사진에서 보듯이 런던 브리지라는 다리 근처를 지나가는 기차길 밑의 공간을 이용해 여기저기 장터가 들어서 있습니다. 시장은 1756년 지금의 기차길 밑으로 옮겨왔는데 그 덕분에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손님들의 목소리가 지나가는 기차소리와 섞여서 아주 생동감이 느껴지지요.

 

 

런던 브리지 지하철 역에서 가면 써덕(Southwark) 성당 옆으로 난 계단을 타고 시장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습니다. 시장에 이르는 길 옆에는 맛있는 냄새를 풍기면서 사람들을 유혹하는 가게들이 여기저기 늘어서 있지요. 하지만 유혹을 참고 조금 더 가야 한답니다.




위로 지나가는 기차길 아래에 이렇게 여기저기 장이 열려 있습니다. 늘 가는 Waitrose Tesco같은 대형매장에 비해서는 다소 지저분하고 정신이 없어 보이지만 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기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마치 온실 속의 화초와 들판에 피어있는 들꽃을 보는 차이라고나 할까요? 기차길 옆으로는 유리지붕으로 덮여있는 구역이 있습니다.
 
 
 
각 매장마다 자기 이름을 알리는 명패를 위에 걸어놓고 있지요. 영국의 농부들이 직접 재배한 야채며 고기를 가지고 주말마다 이렇게 시장으로 온다고 하니까 왠지 더 싱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쌓여있는 물건들이 정말 탐스럽게 실하더군요. 물론 해외에서 건너온 제품들도 여기저기 많이 있습니다.

 

 


 



밖에 진열해 놓은 것 중에 직접 사냥을 해서 잡아온 노루며 토끼도 있었습니다. 목이 베어진 채 걸려 있는 걸 보니 왠지 으스스해서 다가가기가 조금 그랬습니다.

 

 

초코렛 브라우니를 산처럼 쌓아놓고 팔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구경을 하다가 허기가 느껴져서 시장 안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햄버거를 사서 먹었습니다. 닭고기가 들어가 있는데 고기며 소스가 어찌나 맛있던지 입에서 금방 넘어가 버리더군요. 레서피를 알면 시내에 매장을 차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장 주변으로도 여러가지 매장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꽃집도 있었는데 철길 밑의 교각 안을 파내고 그 속에 매장이 있더군요. 이처럼 교각 안에 공간을 만들거나 교각의 아치 아래쪽을 이용해 만든 식당이나 가게는 영국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조용함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좀 힘들겠지만 가끔씩 들리는 기차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하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 G.I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집사람이 거기에 필요한 유기농 야채들과 제가 좋아하는 치즈를 한아름 사서 가방에 넣고 시장 구경을 마쳤습니다. 런던에 오래 살면서도 이런 곳을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하철 역 근처에 있는 Rouge라는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아가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에 어른들께서 런던에 찾아오시면 관광지보다 이런 시장에 한 번 모시고 오는 것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개장시간은 금요일은 정오부터 6까지, 토요일은 9부터 4시까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