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벌판에 '한반도 식량기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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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을 달려간다.백야의 벌판에도 기어코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다.지평선 하늘이 검붉어지더니 벌판에는 바람만 노닌다.고구려 유민들이 해동성국 발해를 건설했던, 잃어버린 땅 연해주의 저녁 풍경이다.대순진리회(종무원장 이유종) 산하 ‘아그로상생’ 사회복지법인이 이 땅에 식량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전체 면적 13만 2423ha. 여의도 면적의 1400배, 새만금간척지의 7배가 넘는 광활한 땅을 러시아 정부로부터 임대받아 10개 농장을 운영 중이며 조만간 7개의 농장을 더 인수할 예정이다.러시아는 지역민 살림살이가 좋아져 반기고, 고려인들은 핍박의 설움에서 벗어나 가슴을 펴고 살게 돼 또 반긴다.나아가 향후 한반도에 식량 위기가 닥칠 때 배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통일이 되면 북한 노동자들을 대거 받아들일 수 있다.한민족의 문화·정신적 영토를 확장하는 의미까지 부여할 수 있다.
첫째날, 대순루비노브카 농장. 인천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날아온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서 세 시간 동안 300여km를 달려온 곳. 아그로상생이 운영하는 농장 중 가장 넓은 6100만평의 중심지에서 눈을 떴다.지난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여기저기서 닭 우는 소리가 선잠을 깨운다.해도 일찍 뜬다.
루비노브카 농장 책임자 고려인 양 알렉산드로 일리야(58)씨가 먼저 안내한 곳은 철조망 울타리만 40km에 이르는 사슴농장. 자작나무 숲 속의 농장은 국영농장 시절 사슴 8000마리를 키우던 곳이었다.일꾼들이 팔아먹거나 잡아먹어 지금 남은 사슴은 370여마리. 만주록 녹용은 약효가 좋아 중국으로 팔려나간다.러시아 고용인들이 뿔을 자르는 시범을 보인 뒤 따뜻한 뿔에서 흘러나온 피를 보드카에 섞어 내민다.
일린카 농장, 순무밭. 젊은 여인이 바캉스라도 온 양 배꼽티를 입고 괭이질을 한다.오후 5시만 되면 일제히 농기구를 놓고 집으로 향하던 그들이 이제는 가족을 데리고 나와 밤 11시까지 일하기도 한다.일한 만큼 버는 재미 때문이다.
이곳 콩은 국내에 들여올 때 관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입농산물로 취급된다.한국 정부 관계자들도 이곳을 수차례 방문했지만, 격려성 발언만 남겨놓고 귀국한 뒤에는 오불관언이다.
아그로상생 측의 타개책은 기류식 콩 분쇄 기술이다.이 기술로 가공한 콩두부로 영양가가 높은 전(全)두부를 만들어 이번 달 국내에 출시된다.아직까지는 일본과 아그로상생 측만 확보한 기술이다.루비노브카 저녁식사에 나온 전두부는 어리숙한 젓가락질에도 쉽게 잡힐 정도로 단단하고 고소했다.
이튿날, 멜구노프카 농장. 아방가르드 농장에서 드넓은 콩밭을 구경할 때만 해도 우리 주식인 쌀 농사가 더 궁금했다.하지만 이곳은 벼보다 콩 중심이다.생산성과 유통의 문제 때문이다.한국과는 다르게 못자리를 만들어 이식하는 농법이 아니라 맨땅에 볍씨를 뿌리는 직파 방식이어서 벼와 잡초가 구분되지 않는다.물도 귀한데, 멜구노프카 농장에 흐르는 수로만 770km가 넘는다.구 소련 군인들이 만든 국영농장 시절 관개수로다.
이 벌판에 물을 대는 ‘항카’ 호수. 황토빛 호수에서 비키니 여인들이 젖소들과 함께 물 속을 드나든다.비록 가난하지만 이들의 낙천적인 삶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고, 이데올로기와도 바꿀 수 없는 잃어버린 풍경이다.농장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대순진리회 김진원 총무부장은 “배급이 끊긴 지 10년이 넘었고 아이들 학교도 못 보냈는데 당신들 덕분에 아이들도 가르치고, 먹고살게 됐다”며 러시안 할머니가 가슴을 퉁퉁 치면서 울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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