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토속주인 '까냐소(Can~azo)'를 만드는 양조장에서 술의 제조과정을 지켜본 일행은 곧바로 근처 밀림 속으로 향했다. 이끼또스에서의 이튿날 남은 일정으로 아마존 밀림내의 식물들과 생태 환경을 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탕수수가 심어져 있는 밭에서 다시 로까 후에르떼(Roca fuerte) 마을의 광장으로 돌아온 일행은, 광장을 가로질러 사탕수수밭 반대편 숲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갔다. 안내하는 친구는 "밀림 지역은 주거촌과 다른 마을로 연결되는 길 이외엔 특별히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에, 밀림 구경을 위해서라면 어디로 걸어들어가든 상관이 없다"고 한다. 대신 모르는 숲속을 걸어 들어갈 경우, 자칫하면 숲속에서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멀리 들어가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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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창한 밀림 속을 걸어가는 일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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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으로 조금 걸어들어가자 새들과 곤충의 지저귐으로 소란스럽다. 하늘을 가려버린 울창한 나무숲과 질퍽거리는 바닥. 인가가 있는 곳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이곳은 인간의 손길이 묻어있지 않은, 대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길을 안내하던 친구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한 나무 앞에 멈춰섰다. 그리고는 이내 밤송이처럼 생긴 열매 하나를 따서 내 앞에 내밀었다.
아마존 원주민들의 치장도구로 사용되어 온 갖가지 식물들
따온 열매를 쪼개보니 붉은빛을 띠는 동그란 씨앗들이 이삼십여 개 들어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씨앗들을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댔더니 진한 빨간색 물이 배어나오기 시작한다. 장난기 많은 친구는 손가락에 묻은 이 빨간색 물로 얼굴에 선을 그려대며, "예로부터 이곳 원주민들은 축제 때나 부족간 싸움을 할 때, 이런 식물에서 나오는 색을 이용해 얼굴과 몸에 치장을 해왔다"고 설명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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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물감을 대용해 사용하는 열매 속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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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로부터 단절된 이곳에서도 자연으로부터 갖가지 색을 발견해 오래 전부터 사용해오고 있었다는 이들. 참으로 놀랍고도 신기할 따름이다. 이렇게 색을 내는 식물은 빨간색을 비롯해 노란색, 하얀색을 내는 것도 있는데, 이러한 용도로 사용되는 식물은 무려 1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역시 수천 가지 식물의 집합소 아마존에는 없는 게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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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풀을 머리에 잔뜩 붙인 이끼또스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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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머리에 붙이고 있는 이것은 무엇일까? 그렇다. 이것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갖고 놀던 그 도깨비 풀이다. 그런데 어린 시절 추억의 장난감으로나 기억될 법한 이 풀이, 이 지역 원주민들에게는 치장도구로 사용된다고 한다. 모양이 다른 몇 종류의 도깨비풀을 잔뜩 따와서 옷에 무늬를 만들어 붙이고 머리에 장식하면 훌륭한 치장도구가 되는 것. 그냥 아무 용도 없는 장난감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중요한 용도로 사용될 수도 있다니, 하찮은 풀이라고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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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풀이 잔뜩 달려있는 나무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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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에도 숲속에는 처음 보는 신기한 식물들이 즐비하다. 타잔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축 늘어진 나뭇가지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열매와 꽃들이 잔뜩 매달려 있는 나무, 굵은 기둥이 온통 가시로 뒤덮여 만질 엄두조차 나지않는 나무 등 이곳은 그야말로 신비한 식물들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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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한 꽃과 열매를 가진 나무들과 가시가 잔뜩난 나무 기둥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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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밀림 속에서 만나는 반가운 과일들
그런데 한참 이런저런 식물들을 살피고 있는 가운데, 숲속 한 곳에서 반가운 과일이 하나 눈에 띄었다. 바로 바나나가 빽빽한 밀림 한군데에서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해진 과일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아마존 밀림 깊숙한 곳에서 만난 바나나는 왠지 특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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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림 속에서 만난 꽃이 달린 바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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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닌, 밀림속 원숭이들의 주식으로 이용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바나나. 나무가 보이는 근처로 조금 더 들어가보니 주위에 바나나 나무 몇 그루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하나 따먹어 보고 싶었지만, 원숭이가 아니고서야 손이 닿을 수 없는 높은 위치해 있는 바나나들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한창을 걸어들어가는데, 갑자기 친구가 "이것보라!"며 바닥에 알로에와 같이 뾰족한 잎이 삐죽삐죽 솟은 한 식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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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로에 같은 이파리 속에 묻혀서 자라고 있는 파인애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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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이게 무엇일까?
안쪽에 있는 열매가 꼭 파인애플 같다고 했더니, 정말 파인애플이 맞단다. 친구는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파인애플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 바닥에서 한 나무에 한 개 씩 나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파인애플을 자주 먹으면서도 어떻게 나는지를 전혀 모른 채 살고 있었던 나 또한 괜히 머쓱해진다. 실제로 파인애플은 이렇게 삐죽한 잎들 사이에 묻혀 땅 위로 솟아나 자라며, 처음 심은 지 2년여가 되어야 첫 열매가 달리는 과일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숲속에서는 열대과일의 상징 파파야도 볼 수 있었다. 곧게 뻗은 줄기 끝부분에 열매 뭉치와 약간의 이파리만 달려있는 파파야 나무는 숲 이곳 저곳에 한 그루씩 들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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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가 잔뜩 달린 파파야 나무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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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숲속구경을 마치고 마을광장으로 돌아오니, 광장 한켠에서 놀고 있던 아이들이 이방인의 방문이 신기한듯 우루루 내 앞으로 모여든다. 기분좋게 웃어주며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다들 손에 기다란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있는 걸 발견했다. 동행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구아바'라는 과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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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 아이들에게 최고의 간식이라는 구아바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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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아바는 꽈배기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잡힌 겉껍질 속에, 하얀 속껍질에 싸여있는 커다란 씨앗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는 열매이다. 아이들은 겉껍질을 가른 뒤 이중에서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속껍질 만을 떼내어 먹고 있었는데, 특별한 간식거리가 없는 이곳 아이들에게 이 구아바는 최고의 간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게 무슨 맛이 있겠나 싶은 생각에 한 아이가 떼어서 주는 걸 먹어보니, 맛은 예상을 뒤엎는다. 풍부한 육즙에 달콤한 맛, 그리고 향긋한 냄새까지. 이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맛있게 먹을 만한 먹거리었다. 이렇게 구아바를 먹으며 아이들과 한창을 웃고 떠들던 일행은, 한 소년이 선물로 준 구아바 한 줄기를 갖고 산장으로 돌아가는 배에 올라탔다.
바쁜 하루간의 일정을 마치고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 어둑어둑 해질 무렵에서야 산장앞 선착장에 도착한 일행. 그런데 선착장 앞을 보니 먼저 도착한 다른 관광객들이 계단에서 무언가를 아주 재밌게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궁금한 마음에 계단 앞으로 가보니 머리 위에 자기 몸집 몇 배에 달하는 나뭇가지, 이파리를 나르는 개미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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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등치의 몇 배는 될 법한 나뭇가지를 이고 가는 개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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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에 인 커다란 물건들을 떨어뜨렸다 올렸다를 반복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개미떼들. 아마도 오늘 계단 옆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이렇게 분주한 모양이다. 이렇게 온갖 식물들이 곤충, 동물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곳 아마존. 아마존 숲은 이렇게 우리나라의 지구 반대편 한쪽에서 끊임없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