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소식/중국 茶

꽃이 지면 떠나는 차밭여행

박영복(지호) 2006. 4. 30. 09:41


차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5월초는 찻잎을 따느라 농민도 바쁘고 이를 찾아다니는 관광객도 바쁜 시기. 이미 ‘녹차여행’은 꽃놀이 다음으로 봄여행의 중심으로 다가왔다. 눈·코·입은 물론 마음까지 호강하는 ‘푸른 여행’을 떠나보자.

 

#1,200년의 역사…하동차밭

‘삼국사기’에 828년 신라 흥덕왕때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경남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 부근에 차씨를 심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하동의 차밭 역사는 1,200년이나 됐다. 3만6천여평의 화개면 차시배지는 경남의 자랑. 보성차밭이 정돈된 느낌이라면 하동차밭은 자연 그대로 투박하다. 산기슭에 주로 차밭이 있어 광활한 전경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하동차가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야생차가 된 이유다.

현재 등록된 제다업체만 30여곳이 넘는다. 소량으로 차를 덖는(볶는) 찻집까지 합치면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 화개천을 오르다보면 다원이 줄을 잇는다. 하동군의 연간 차 판매량이 2백억원에 달하고 전국 생산량의 4분의 1은 하동에서 난다. 섬진강 맑은 물과 지리산의 깊은 지력을 흡입해서인지 차가 유난히 향이 짙다. 물·산·차가 하나가 되어 찻잔 속에 맴돈다.

화개면 일대는 안개가 많고 습도가 높다. 일조량도 많고 일교차도 크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우전차 수확이 10일 이상 빠르다. 곡우(4월20일께) 무렵이면 화개마을 사람들은 멍석에 커다란 가마솥을 준비하고 찻잎을 덖는다(사진 아래). 찻잎을 멍석에 비비는 이유는 일부러 상처를 내 찻물로 달일 때 더 진한 향이 배어나도록 하기 위함이다. 올해도 5월19~23일 하동야생차축제를 벌인다. 야생차 만들기, 녹차떡메치기, 야생차 무료 마사지, 찻사발빚기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다. (055)880-2114

#천혜의 기후조건…제주차밭

제주는 차를 재배하기에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평균기온 14~16도, 연평균 강수량 1,800㎜이고 봄에도 물이 잘 빠지는 마사토로 이뤄져 있다. 특히 제주 차밭 중 유명한 곳은 서광다원. 1983년 개간을 시작했으니 23년째다. (주)태평양에서 만든 이 다원엔 차나무 1백만그루가 심어져 있다. 16만평의 넓이에 자리잡은 차밭은 산구릉을 굽이굽이 넘는다. 보성만큼 광활하지는 않지만 차밭 옆으로 자리잡은 돌담을 보면 ‘여기가 제주였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차밭 사이에는 전신주가 세워져 있고 팬이 달려 있다. 서리가 내릴라치면 팬에서 바람을 뿜어내 서리 피해를 막고 찻잎이 시들지 않도록 한다.

추사 김정희가 서광다원과 가까운 대정에서 1840년부터 9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추사는 다성 초의선사와 교류를 나눴던 인물로 역시 차를 아낀 사람. 제주와 차의 인연이 한두해가 아닌 셈이다. 차의 북방한계선인 차령 이남에서 제주만한 여건을 찾기도 쉽지 않다.

2001년엔 차박물관 ‘오 설록’이 개관했다. 녹찻잔을 형상화했다는 박물관의 전망대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 차밭의 싱그러움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한남다원과 도순다원은 한라산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150만평 국내 최대…보성차밭

CF와 영화로 더 유명한 곳이다.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이영애가 걷던 삼나무 숲길, 비구니와 수녀가 함께 자전거 타는 SK텔레콤 CF, TV드라마 ‘온달왕자’, ‘여름향기’의 배경이 되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대한다업의 보성다원. 1959년에 문을 열었다. 마케팅의 승리라 할 정도로 최근에 유명해졌지만 보성 역시 세종실록지리지 등에 차나무가 자생하는 곳으로 기록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곳. 1930년대 일본의 차 전문가들이 대규모 차단지를 조성한 것이 차밭의 시초가 됐다. 지금은 1백50만평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차밭이 됐다.


연녹색 차밭의 이랑마다 들러붙어 찻잎을 따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정겹다. 대한다업에서 나와 녹차해수탕이 있는 율포쪽으로 조금만 가면 봇재 고갯마루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차밭 풍경이 절경이다. 다향각이란 정자에서 차냄새를 맡으며 수려한 해안절경과 끝없이 펼쳐진 차밭을 감상할 수 있다.

녹차의 고장답게 녹차로 만든 다양한 음식이 주변에 널렸다. 녹차국수, 녹차아이스크림, 녹차수제비, 녹차삼겹살 등을 즐길 수 있다. 녹차를 함유한 해수온천탕은 관절염, 신경통에 효과가 있고 피부에 좋다고 소문이 나 인기가 높다. 올해 보성다향제는 5월5~8일, 4일간 열린다. 홈페이지 http://dahyang.boseong.go.kr

▲차 한모금 지식 한소쿠리…차에 관한 용어들

1.우전·세작·중작·대작

녹차는 찻잎따는 시기에 따라 나뉜다. 우전은 곡우(4월20일) 이전에 따서 만든 차. 최고급 차로 여겨진다. 세작은 입하(5월5일) 전후에 새순을 따 만든 고급차이고 중작은 5월 중순, 대작은 5월 중하순 무렵에 잎을 따 만든다. 6월 이후에 딴 찻잎은 티백이나 관련 상품으로 사용된다. 지역마다 차를 따는 시기가 달라 우전이란 이름 대신 요즘에는 첫물차, 두물차, 세물차라고도 말한다.

2.덖는다?

물기 있는 고기나 약재 따위를 볶듯이 익히는 것을 말한다. 녹차는 찌는 방법과 덖는 방법이 있는데 덖은 차는 색깔이 더 선명하고, 찐 차는 향이 더 구수하다.

3.발효에 따른 차의 종류

불발효차와 반발효차(10~60%), 발효차(85%)가 있으며 발효가 모든 처리공정 뒤에 일어나는 후발효차도 있다. 녹차는 불발효차, 우롱차는 반발효차, 홍차는 발효차로 분류된다. 후발효차엔 흑차, 황차가 있다. 우리나라에선 녹차를 가장 많이 즐긴다.

〈글 김준일·사진 정지윤기자 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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