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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심리를 알면 불황을 모른다

박영복(지호) 2005. 5. 13. 15:20
고객심리를 알면 불황을 모른다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알면 불황에서도 가볍게 탈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알기 힘든 것이 바로 소비자의 심리다. 그런 점에서 소비자의 심리를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속내를 파악하기는 상당히 어렵고 까다롭다. 하지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눈앞에 있는 모습이 하나씩 보이듯 소비자의 심리도 알고 보면 마찬가지다.
고객심리 파악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경쟁에서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경기가 불황이냐 호황이냐에 따라서 소비 심리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불황의 그늘이 짙을수록 소비자는 상품구매에 더욱 신중해지고 말수도 적어진다. 이럴 때 판매원이 먼저 말을 걸면 대부분 소비자는 십중팔구 곁에서 멀리 도망치려 한다. 이유는 뻔하다. 혹여 계획에 없던 헛돈을 낭비하게 될까봐서이다.
이럴 땐 괜한 말을 걸어 역효과를 내지 말고 소비자가 최대한 맘놓고 쇼핑하도록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신경써라. 그러면 차라리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을 편하게 상대하면 그만큼 불황에 아주 적합한 판매기법이 새로이 체득되는 것이다.

1. 삼성동 코엑스 인테리어용품점의 판매 기법
150평 규모의 매장에 하루 평균 8000명이 손님이 몰려든다고 한다. 직접 현장을 취재한 한 기자의 표현을 빌면 ‘코엑스에 입주한 매장 가운데 붐비는 수준으로는 1~2위를 다툴 정도’라고 한다. 불황에도 손님이 넘쳐나고 유지되는 비결이 무엇일까.

▶ 상대적으로 면적을 조절하라
사람이 북적대는 매장에는 이상할 정도로 줄서서까지 구경하고픈 게 소비자의 기본 심리다. 할 수 있다면 항상 매장이 북적대는 분위기를 어떤 식으로든 연출할 필요가 있다. 매장 규모가 너무 작다면 출입구를 넓히거나 아예 POP용 유리 일부만 남긴 채 쇼윈도를 없애거나 유리를 병풍 형태로 개조하는 게 낫다. 상대적으로 매장이 넓게 보여야만 맘놓고 구경할 수 있는 소비자 심리를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Tip 지금 장사하고 있는 매장의 크기는 어떠한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너무 작거나 크지 않은가. 답답한 느낌이 든다면 넓게 포인트를 주고, 밖에서 볼 때 너무 커서 공허한 느낌이 든다면 상대적으로 매장의 면적을 좁힘이 알맞다. 어쨌든 ‘북적대는’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라는 얘기다.

▶ 손님이 말 걸때까지 기다려라
삼성동 코엑스에 있는 인테리어용품점의 판매원들은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법이 없다. 또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는다. 하지만 움직임은 늘 바쁘다. 노트에 뭔가 기록하거나, 진열하고 쉴새없이 먼지를 닦는다. 최소한 숫자 열을 세듯 10초 정도 모른 척 기다린다. 불황엔 손님이 먼저 말 걸때까지 참고 기다려서 판매하는 것이 성공적인 세일즈 포인트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인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면 더욱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강남 한 꽃집의 매출한계 돌파전략
호황엔 장사가 그럭저럭 잘되지만 불황일수록 매출하락이 두드러지는 소매 업종의 하나가 꽃집이다. 다른 점포창업에 비해 창업비용이 덜 드는 것이 꽃집의 장점. 거기다 예쁜 꽃들로 인테리어를 대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로 무작정 덤벼들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더구나 신용카드 매출에 꽃배달 시장이 80% 이상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요즘은 개점을 늦추고 호황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상책일 수 있다.
월매출 80% 정도가 신용카드에 의한 꽃배달 서비스에 의존하던 꽃집이 강남의 한 후미진 골목길에 자리 잡았다. 개업 당시엔 경기호황으로 특수를 누린 덕분에 전화 받기도 무척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매출이 반에 반 이상이나 떨어졌다. 원인은 예상치 못했던 ‘카드대란’이었다. 신용카드를 시용하던 단골들은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고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다른 대응방안을 찾지 못했다. 꽃집 사례에서 보듯 장사는 예측하지 못하는 외적 요인으로 흥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

▶ 소비 채널을 새롭게 마련하다
이 꽃집의 여사장은 ‘앉아서 그냥 죽을 수는 없다’라는 다부진 마음을 먹고 판촉활동에 나설 것을 결심했다. 똑같은 불황에도 무풍지대는 있는 법. 소비 채널을 종전 방식대로 유지해서는 곤란하다는 결론에 이르자 즉시 판촉활동을 실행으로 옮겼다. 판촉물은 꽃집답게 처음엔 ‘장미 한 송이’, 판촉 대상은 불황 무풍지대로 결론내린 중소형 규모의 사무실이 공략 대상이었다.

▶ 원칙을 정해 하루 20군데, 일주일에 2~3회 꾸준하게 반복하라
예전처럼 전화에 불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판촉활동의 결과 이 꽃집은 조금씩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순히 ‘장미 한 송이’만 전해서 얻어진 결과는 물론 아니다. 한 번 찾아갔다고 해서 바로 고객의 반응이 온다면 판촉활동이 무엇이 어려우랴.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새로운 시장 접점을 만드는 기회로 판촉활동을 이용하라. 사무실 뿐만 아니라 노래방, 커피숍 등 어디든 방문할 기회가 생기면 판촉물로 꽃집답게 꽃으로 준비하고 선물하라. 그러면 머지않아 반응이 반드시 올 것이다.

Tip
대규모 사무실은 판촉활동이 의외로 쉽지 않다. 그에 반해 중소형 규모의 사무실은 훨씬 인간적이며 출입구가 개방적인 게 사실이다. 이 점에 착안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펼쳤다. 그 결과 사무실을 지키는 여직원과 '장미 한 송이'로 친하게 되었고, 일정한 주기를 두고서 다시 판촉활동을 위해 방문을 할 때에는 '선인장 미니화분'을 선물했다. 컴퓨터 전자파 차단에 좋아서일까. 대부분의 여직원은 환영해주었고, 모니터 또는 책상 한 쪽에 미니화분을 잘 간직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상훈 작은가게창업연구소장(www.minisa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