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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에이즈로 국가위기 초래하나?

박영복(지호) 2005. 5. 7. 14:40
중국, 에이즈로 국가위기 초래하나?
 

에이즈 감염자,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

5년 전만 해도 중국인들은 미국이나 유럽 등 자본주의 국가를 예로 들며 ‘중국의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면 에이즈 환자수는 그들 나라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며 큰 소리를 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를 통해 중국 내 에이즈 감염 문제의 심각성이 밝혀지면서 이제 중국인들은 길거리에서 헌혈하는 것조차 꺼려하고 있다. 지금부터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중국 내 에이즈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해 본다.

 

베이징에 사는 리우시우 씨. 그녀는 지난해 발생한 사스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고, 최근 몇 년 사이 시내 곳곳에 에이즈 경고문과 콘돔자판기가 설치되는 것을 보며 이러다가 중국이 온갖 질병의 온상이 되지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정부에서는 각종 광고를 통해 헌혈의 중요성과 안전성에 대해 홍보하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헌혈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한다. 지방에서는 헌혈을 하다가 에이즈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에서 사스 다음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이 바로 에이즈였다. 지난해 초 에이즈 고아들을 가르치는 13세 소녀 저우진융(周金永) 양이 중국 대륙을 울린 사건은 지금도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 허난(河南)성 상차이(上蔡)현 호우양(後楊)촌은 전체 4000여 명의 주민 중 1500여 명이 에이즈에 감염되어 5년 간 160여 명이 숨진, 그야말로 전형적인 에이즈 촌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을 이기지 못해 헌혈을 했다가 이 같은 화를 당했다. 4남매 중 막내인 저우양은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고아들에게 한자와 산수 등을 가르치는 꼬마 교사(小敎師)로 본인 역시 일찍이 부모를 잃고 큰 언니와 오빠 역시 에이즈에 감염된 불우한 처지에 놓인 소녀이다. 작은 언니는 지난해 에이즈 감염 판정을 받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창 배워야 할 저우양이 교단에 선 것은 바로 가난과 에이즈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9월 학비를 낼 수 없어 중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그러다가 이 마을 주민 청둥양(程東陽)이 만든 에이즈 고아 유치원에서 3세부터 7세까지의 어린학생 10여명을 가르치는 교사로 변신했다. 청씨의 ‘에이즈 고아들이 자라 다시 빈곤과 무지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결심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위험 노출 불구 중국인 76% 콘돔 사용 안해

지난해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런민르바오(人民日報) 인터넷판은 베이징의 리서치 기관인 ‘링뎬댜오차(零點調査)’의 조사결과를 인용해 위험성이 높은 성행위에서도 중국인의 76%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를 포함한 주요 7개 도시, 허베이(河北)성 등의 지방도시와 농촌을 대상으로 16세 이상의 주민 약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 에이지 감염률이 높은 국가에 비해 복수의 이성과 성 관계를 갖는 비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에이즈 감염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 의식은 상당히 희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우자 또는 애인 이외의 이성과 성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약 27%가 ‘예’ 라고 대답했지만 그 중 약 76%는 ‘전혀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언제나 콘돔을 사용한다’고 답한 것은 7.1%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콘돔 공급량에도 있다. 고도성장을 겪는 동안 중국인구가 도시로 급속하게 유입되면서 성 매매 등이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콘돔 공급량은 수요(연간 10억 개)의 20%에도 못 미쳐 ‘사실상 에이즈 예방에 구멍이 뚫린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체제의 안위를 위해 ‘밝힐 것만 밝히고 감출 것은 감추는’ 중국의 대외보도 성향도 에이즈 감염자가 증가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에이즈 환자를 공공 의료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시키거나 은폐해왔기 때문에 정확한 감염자 실태파악은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중국 위생부는 ‘중국 에이즈 예방억제 장기계획’, ‘에이즈 예방억제 행동계획’을 마련하고 향후 3년에 걸쳐 허난(河南), 구이저우(貴州) 등 11개 성의 55개 현에 100개의 에이즈 종합예방 시범지역을 세우기로 했다.


중국 정부도 국무원 내 34개 부처가 참가하는 에이즈 예방치료 연락회의를 구성하고 우이(吳儀) 부총리 겸 위생부장을 책임자로 선임하고 에이즈 방지를 위해 매년 2억 위안(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국익에 해가 된다면 대외에 비공개 또는 축소 보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정도가 조금은 지나칠 정도로 심했던 중국 정부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현재 중국의 에이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에이즈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세계 각국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서로 공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에이즈 감염자의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떳떳이 밝혀 세계가 함께 협력할 수 있도록 중국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2010년 에이즈 감염자 수 1000만명”

지난해 말 중국정부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오는 2010년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1000만 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기해 중국 언론들이 보도한 중국 내 에이즈 실태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와 환자 수가 각각 84만 명과 8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년 에이즈 감염률과 사망률, 발병률이 30% 이상씩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치더(韓啓德)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은 “유효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2010년에는 에이즈 감염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며 “에이즈 확산은 앞으로 국가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유엔의 한 조사 평가 보고서에서도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 수는 이미 100만 명에 도달했으며 7개 성(省)의 확산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1985년 처음으로 에이즈 발병 사례가 보고된 중국은 이미 국내 31개 성, 시에 에이즈가 확산되었으며 경제성장과 개방속도가 빠른 연해지역 및 대도시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중국의 에이즈 확산은 주로 마약용 주사기와 성접촉, 출산 감염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성 관념과 성 지식도 그다지 높지않아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세계 최고인 70%대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