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충돌까지 빚는 나라 빚이야말로 무섭다. 1902년 베네수엘라에 대한 영국 독일 이탈리아의 무력 제재에 대해 '국가 채무 불이행이 무력간섭이나 영토 점령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 아르헨티나 외무장관 드라고(Drago)의 이른바 '드라고의 선언'이라는 게 있었다. 이번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으로 전 세계 8.8 금융쇼크를 일으킨 이유도 나라 빚 때문이었다. 작년 GDP(국내총생산) 14조6천580억 달러를 초과한 국가 채무에다 재정 적자도 3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었다. 최강국 체면 유지비 또한 한 몫을 했다. 엄청난 국방비, 전쟁 비용, 리비아 반군(反軍) 지원비 1조원에다가 '악의 축' '은둔한 지도자' 등 비난하는 북한에도 수해 성금 90만 달러를 보냈다.
GDP 5조4천590억 달러의 제3위 경제대국 일본의 나라 빚은 더욱 엄청나 금년엔 GDP의 218.7%로 폭증했다. 그러니 무디스(Moody's)의 신용 등급 강등(Aa2→Aa3)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의 대외 채권만도 3조 달러, 외환보유고도 1조1천억 달러에다 국채의 대부분을 일본인들이 갖고 있어 채무불이행 단계로 갈 염려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외채도 4천억 달러로 금년 국가예산 309조원을 넘지만 GDP 대비로는 4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만은 없다. 복지정책 경쟁을 더욱 벌여 빚을 늘렸다간 신용강등은 시간문제다. 기업도 빚더미다. 1등 기업 삼성의 부채만도 230조원이 넘는다는 것이다. 기업의 자기자본(owner's capital) 비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다.
지난 2분기 가계 대출 또한 876조원으로 1분기보다 18조9천억 원이 증가했다는 게 한국은행 조사 결과다. 너무 어려운 서민의 생계가 각종 선거 투표율 20%대를 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다. 삶이란 늘 빚에 찌들고 끌려 다니다 마는 것인가. 몹시 조르는 빚쟁이를 '빚 귀신(債鬼)'이라 하고 중국에선 고리채를 '염라대왕 빚(閻王債:옌왕자이)'이라고 하지만 가정이나 기업, 나라 모두 염라대왕 빚을 말끔히 벗어나 마음 편히, 고이 살 수 있는 길은 영영 없는 것인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인일보| ● ‘원본 글 닷컴가기' ☜
http://www.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