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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너의 결혼식

박영복(지호) 2010. 10. 18. 08:16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110번
 제  목:[펀글,사랑] 너의 결혼식 #1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07 04:29  읽음:2209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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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가을이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왁자지껄한 조크 보다도

잔잔한 미소를 피어나게 하는 연인들간의 사랑이야기가  더욱 그리

워지지 않으시나요?^^ 많은 분들의 그런 생각을 수렴하여.. 저의 옛

날 이야기를 한편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시길 바랍니

다. 

 

너의 결혼식 #1


아침이 밝아온다. 이런 벌써 시간이 9시가 다 되어 가는군. 어제 친

구들과 결혼식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술을 좀 많이 마셨더니만 너무

늦잠을 자버렸군. 빨리 챙기지 않으면 결혼식에 늦겠다.


샤워를 시원하게 하고, 깔끔하게 면도를 한후, 준비해 둔 양복을 걸

쳐입었다. 원래 내 스타일 자체가 양복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잘 안

맞는 감도 있었지만,  얼굴을 찌뿌렸다 폈다하면서  양복에 얼굴을

맞춰보았다. 이제 남은건 헤어 스타일뿐, 오늘은 결혼식인걸 감안하

여 평소에 안하던 올빽 스타일을 한번 시도해 보았다. 역시 평소와

는 달라서 잘 안 넘어가긴  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하게 만들어졌

다. 이제 출발하는 일만 남았나.

 

서둘러 집을 빠져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힘찬 소리로  불렀다. 택시

기사도 나의 이런 기쁨  마음을 아는지 '어서옵쇼~' 라는  큰소리로

나를 맞아주었다. 똑같은 큰  소리로 목적지 결혼식장을  말해준후,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말로 멋진 풍경이다. 지금까지 서울하늘

아래 살면서, 이렇게 멋진 풍경은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풍경을 바

라보며,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예 아주 좋은 사연 보내주셨구요,  신청곡 틀어드리겠습니다. 이소

라, 김현철이 부르는 '그대안의 블루'......'

 

기사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그대안의  블루가 흘러나온다.

훗훗, 그대안의 블루. 그녀와 나의 사랑의 시발점이 된 노래.....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건 대학교 과 OT때였다. 그때 난 3학년이었

고, 그녀는 그해 들어온 새내기 신입생이었다. 하지만 우리 둘은 모

든 면에서 너무 달랐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내가 학비를 벌어 근근히 대학을  다니는 고학생이었던 반면, 그녀

는 재벌집 총수의 딸이었다. 그리고 외모만 보더라도, 나는 그저 평

범하기 그지없는 외모에  불과했는데, 그녀는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였다. 나는 이런 그녀를 그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으

로 취급했었다. 눈길을 준 다는건 사치에 불과했으니까.  그녀 역시

도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의 장

난이었을까, 아니면 우리는 원래 서로를 만나도록 운명지어진 사이

였을까, 이렇게 서로 안맞는 우리 둘이 마주할수 있는 뜻밖의 기회

가 생기게 되었다. 흔히 OT가면 제비뽑기를 하여 남, 녀 한명씩 뽑

아 커플송을 부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와 내가 여기에 우연

히 뽑히게 된 것이다. 그래도  과애들에게는 다소나마 인기가 있던

내가 뽑혀서 그런지 몰라도, 과 친구와 후배들은 열광을 하며 나와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엄청난  환호에 얼떨떨해

하며  무대로 나가 곡을 고르려고 하는데,  한 친한 선배가 일어나

서  '너희둘 이 곡 불러서 100점 나오면 너흰 CC가 되는거야~!!' 라

고 외쳤다. 다른 모든  과 친구와 후배,  선배들이 열광하며 '100점

씨씨'를 외쳐댔다. 나와 그녀 모두 얼굴이 술먹은  사람처럼 빨개졌

다. 나는 그녀에게 곡을 고를 것을 권유했다.  

 

'아무거나 한번 골라봐요. 그냥 대충 부르고 들어가게요.'

'저 혹시.. 이 노래 아세요??'

 

그녀가 내게 내민곡은 이소라,  김현철이 부른 그대안의  블루였다.

그 당시 대히트였던 곡이어서 나 역시도 노래방에서 많이 연습했던

곡이다.

 

' 아.. 저두 이 노래 좋아하는데.. 이걸루 할까요??'

 

그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끄덕였고,  노래방 기계의 반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그대안의 블루가 흘러나왔다.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젠 어둠이 밀려오

네......'

 

그녀의 고운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면서, 장중은 그녀

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모두  도취한 듯 조용해  졌다. 드디어 내가

받을 차례인가. 평소에도 좋아하고 자주 즐겨부르는 노래였지만, 이

렇게 아리따운 그녀와 함께 부르니 마이크 잡은 손이  조금씩 떨리

고 있었다. 난 배에 힘을 한껏 준 다음 그녀의 노래를 받았다.

 

' 저 파란 어둠속에서.. 그대 왜 잠들어가나..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내 부분이 끝난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도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이렇게 예

쁠수가 없는 것 같다. 그녀가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띈다.. 내 노래

에 만족을 했나..

 

'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

로...'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행복했던  순간은 아마 처음이었을 것  같

다. 물론 그녀같이 아름다운 여인이 내 곁에 있어서 그런면도 있었

지만, 다른 사람과 노래를 하면서 이렇게  서로 음이 잘 조화를 이

룬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른 노래는 내 귓가에는

김현철과 이소라가 부른 원곡보다도 더  아름답게 들렸다. 나 뿐만

이 아니었을까. 노래를 듣는  OT를 온 모든  신입생과 재학생들은

눈도 껌뻑이지 않고 노래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

떨까.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건 아마도 내  앞에 서 있는 그녀의 행

복한 얼굴을 보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노

래를 부르고 있었다. 노래에 도취해 있는사이, 노래는  벌써 끝부분

에 다다르고 있었다.

 

' 그대 눈빛속의 나.. 내 눈빛속.. 그...대~~~~~~ '

 

지금까지 난 너무 어렵게 살아왔다. 행복이란게 어떤건지,  나는 살

면서 느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난 그때 행복이란게 무엇인지 깨

달았다. 사람들이 왜 사랑을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는 지

도. 노래가 끝나고 나자  그녀는 수줍은 듯  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윙크를 했고, 사람들의 환호성에 노래방  기계에서 나는 팡파레 소

리는 묻혀버렸다.

 

' 아.. 그렇게 해서 그 처자랑 사귀게 된건가  총각??'

' 예.. 그렇게 되었습니다.. 참 우연이었죠..하하'

 

기사아저씨는 내 이야기가  재미있는지 차를 모시면서도  백밀러로

나를 흥미로운 눈초리로 연신 쳐다보신다. 

 

' 자네 한마디로 횡재 했구만.. 허허허~''

 

나는 아저씨의 말을 웃음으로 받으며.. 다시금 옛일에  대한 생각에

잠겼다. 그래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되었었지. 그렇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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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의 사랑 이야기가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축하해 주세요. :-)
앞으로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그 후로 어떻게 그녀와 나의 사랑이
전개 되었는지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112번
 제  목:[펀글,사랑] 너의 결혼식 #2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07 04:30  읽음:1767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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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

 

사귀구 나서 얼마후에 물어본 말인데, 그녀  역시도 처음 입학해서

부터 내가 맘에 들었더랜다. 뭐,  착하고 순수해 보이는게 맘에 들

었데나 뭐래나. 그래서 커플송 부를 때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서 최선을 다해서  불렀댄다. 물론 나  역시도 그랬었지만. 우리의

운명적인 사랑은 OT에서 막을  올려, 우리가 대학을  다니는 동안

더욱 활활 타올랐다. 물론 우리가 사귀는데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교를 다니

는 고학생이다보니, 그녀랑 데이트를 할 시간이 충분히 없었다. 그

리고 지금까지 아무런  부족함 없이, 그리고  노는것두 최고급으로

놀던 그녀의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내가 한달 내내 아르바이트

해서 번 비용이 하루 놀기에도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역

시 달랐다. 그녀는  지금까지의 약간 사치스러운  생활들을 정리하

고, 나에 맞게 좀 더 검소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의

주 데이트 장소는 학교앞 카페가 되었고,  식사는 주로 분식점에서

해결하거나, 나의 자취방에서  해결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것에

대해서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고, 내가 가끔가다  한번씩 좀

좋은곳에 가서 먹자고 하면 뭐하러  돈을 낭비하냐고 나에게 핀잔

을 주기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말했었다. 이 세상에서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건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닌, 바로 오빠

의 사랑이라고. 난 이런 그녀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 훗.....'

 

나는 먼 하늘을 쳐다보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녀가 처음 나의

자취방에 와서 해 준 요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가 아마, 우

리가 만난지 200일지 조금 지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 우리는 대

체로 나의 자취방에서 만나고  놀고 다 했기 때문에,  내가 없어도

그녀는 나의 자취방을  많이 들락거리며  방정리도 해주고 청소도

해줬다. 그러던 어느날,  아르바이트에 지친몸을  이끌고 9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녀가 여태  집에 안가고 방에

있는 것이었다. 놀란 내가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나를 위해

서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 놓았단다. 그녀가 만들어 놓은 요리는 두

부된장찌개. 뚜껑을 열으니, 맛있는 냄새가 코를 진동했다. 나는 그

녀에게 함께 먹기를 권했는데, 그녀는 아까  집에오기 전에 친구를

만나 잔뜩 먹구 왔다고, 나에게 혼자 먹으라구 했다. 난 감격한 얼

굴을 띄고, 그녀가 해준  두부된장찌개을 한 숟가락 떠서  후후 분

다음 입에 가져다 넣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냄새가

좋다구 해서 맛도 똑같이  좋으란 법은 없다는 것을.  그리고 모든

음식은 항상 입에 넣기 전에 확인해 보고 넣어야  된다는 것을. 이

건 말이 된장찌개지,  똥을 씹은 기분이  들었다. 인상을 찌뿌리며

입에 넣은걸 뱉으려는 순간, 나는 내 앞에서 두손을 가슴팍에 모아

꼭 쥐고 자신의 첫  요리를 어떻게 평가해  줄지 두눈을 말똥말똥

뜨고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난 뱉으려는

욕구를 간신히 물리치고,  그것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얼굴에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맛있다.... -.-;;'

 

그녀는 나의 이 말을  듣구 얼굴에 웃음을  띄며 '와~ 다행이다'를

연발하며 좋아했다. 비록 맛은 똥 맛이었지만, 그녀의 저런 기쁨을

조미료 삼아 '기쁨두부된장찌개'를 거의 다  먹었다.그녀는 내가 찌

개를 먹는 동안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를 않았다. 그녀에게

정말로 잘 먹었다는 칭찬을 계속 해 준 뒤, TV를  보면서 난 그녀

가 설거지를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TV소리 사이로 어

디선가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난 놀라서 자리에

서 일어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부엌에 쭈그려 앉아 흐느끼구 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내가 나중에

먹으라고 덜어놓은 듯한 된장찌개 그릇과 숟가락이 하나 놓여있었

다. 

 

'오빠 미안해요... 맛도 없는 요리 만들어서.. 괜히 오빠 먹느라 고생

하게 만들구..담부턴 요리 안 만들께요....'

 

그녀가 흐느끼며 말했다.  난 이런 그녀를  일으켜 세운후, 그녀를

꼭 껴안아 주며 말했다.

 

' 첨부터 요리 잘하는 사람은 없는 거니까 걱정마. 그리구 오빤 그

요리 자체 보다도,  너의 정성을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밖에 안나.

오빤 지금까지 그렇게 맛있는 요리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걸..'

 

이건 진심이었다. 난 요리 자체의  맛 보다도, 그녀의 사랑의 맛에

반해서 그 요리를 다 먹은 거였다. 그녀는 나의  이런말을 듣구 조

금은 위안이 되었는지, 다시 얼굴에 미소를 띄며 나에게 꼬옥 안겼

었다.

 

' 하하.. 총각은 참  아량도 좋구만.. 내 여펜네가  그랬다면 밥상을

콱 뒤집어 버렸을텐데 말이야.. 하하..'

 

나는 기사 아저씨의 웃음에 따라 웃으며.. 그녀와의 달콤했던 과거

사랑의 추억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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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사랑이 무르익어  갑니다. 재미있으셨다면  다행이겠습니
다.. 다음번 글에는 기념일날 있었던 감동적이었던  일과... 또 기억
하긴 씁쓸하지만 우리앞에 닥쳐온 않  좋은 일들도 올려 보겠습니
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310번
 제  목:[펀글,사랑] 너의 결혼식 #3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08 03:00  읽음:1736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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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흔히 쌀쌀함을 느낍니다. 근데 어떤 갤럽에서

연구를 했다고 그러는데, 솔로인 사람이 앤이 있는 사람들보다 쌀쌀

함을 더 느낀다고 하는군요. 왜 그럴까요. 아마도 자신의 피부에 와

닿는 차가운 가을 바람보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상기시키는 고독의

바람이 자신의 마음을 휘몰아치기 때문에 더욱 쌀살하게 느껴지는게

아닐까요..그럼 그녀와 저의 사랑이야기, 너의 결혼식 3편 막을 올리

겠습니다.

 

너의 결혼식 #3

 

내가 그녀를 만난건 3학년때, 원래  우리 학교 자체가 군대를  늦게

가는 풍조가 만연했기 때문에 나 역시도 3학년때 까지 군대를 안가

고 있었다. 아니,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 하늘이  나를 군대 못가게

만든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빽도 뭣도 없는 나는 3학

년이 끝나고 나서는 어쩔수 없이 군대를 가야 했다. 하지만 이것 역

시 하늘이 도왔을까. 걸으면 발바닥이 조금씩 아파서 재검신청을 했

는데 평발이라는 판정이 나왔다. 그래서 현역이 아닌  4급 공익으로

서울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학교를 다니고, 나는 공

익 근무처와 집을  오가면서 우리의 사랑을  지속시켜 나갈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나는 제대를 하게 되었고, 우리는 똑같은 4학년으

로 학교를 함께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기념일이라는건  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생일,

결혼 기념일, 100일 , 200일 , 300일.. 사람들은 이 날을 인생에서 가

장 소중한 날처럼 생각하며 그 기념일과  관련된 사람과 즐겁게 하

루를 보낸다. 하지만 나와 그녀의 기념일은 별로 그렇지 못했다. 내

가 주 5일간 저녁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기념일을  멋지게 챙겨줄

만한 넉넉한 돈이 나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호프집 저녁 아르바이트

하나 하는 것으로는 내 등록금과 생활비를  빠듯이 맞출 수 있었을

뿐, 돈을 모아서 뭔가를 해 본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특히

내가 군대를 가면서는 호프집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

에, 돈은 더욱 쪼달리게  되어 기념일이 다가와도 그녀에게  반듯한

선물 하나 해줄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와 만난지 1000일이 다가오던

날. 나는 결심을  했다. 비록 지금까지의  100단위 기념일은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었지만, 이번  1000일 만은 정말로  성대하게, 그리고

멋진 기념일 선물을 준비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변변치  않은

선물만 계속 해 왔고, 또 그녀가 지금 무슨 선물을  가장 받고 싶어

하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며칠간을 무슨 선물을 해야 할

까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가장  친하면서 나하

고는 별로 친하지 않은 같은 학교 여 후배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이

후배역시 그녀와 같은 소위 말하는 상류 계층의 딸이었는데,  그 후

배는 나와 그녀가 사귀는걸 1학년때부터 못마땅하게 여겨왔었다. 하

지만 그 후배를 통하지 않고서는 그녀가  지금 무엇을 가장 갖고싶

어하는지 알 길이 없어서, 얼굴에 철판을 깔고 수업을  들으러 가는

그 후배를 붙잡고 약간 더듬거리는 말투로 물었다.

 

'혹시.. 성미가 요즘 같이 다니면서,  가장 갖고 싶어했던 눈치를 보

이던 물건이 있었나요?'

(그렇다 그녀의 이름은 성미다. 김성미.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녀는 나를 한번 획 쳐다보더니, 꼭 길가는 똥개 본  마냥 다시 눈

을 앞으로 휙 돌렸다. 그리곤 가던 길을 마저 걸어갔다.

 

'저...저기.......'

 

내가 다시 그녀를 제지하자.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다시 휙 뒤를 돌

아보며 쏘아대듯이 말했다.

 

'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귀금속점에 가면,  카키색 사파이어가

예쁘게둘러진 70만원 상당의 은반지가 있어요. 전에 같이 거기 쇼핑

갔다가, 성미가 그걸 갖고 싶어하는 눈치더라구요. 그럼 이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그 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나는 눈앞이 깜깜해  지는 것을 느꼈다. 70만원이라...

내 두달 생활비 하구도 자그만치 10만원이 남는 돈이다.  한달에 10

만원도 저축 못하는 내가 어디서  70만원이라는 거금을 마련한다는

말인가. 정말로 그당시에는 깝깝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그 70만원짜

리 반지는 시간이 지나도 내 머리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저녁에

잘려구 이불에 누워두, 머리 속에는 온통 반지 생각 뿐이었다.

 

' 여자친구가 갖고싶은거 하나 선물해 주지 못하는 병신같은놈...'

 

배고 있던 베개로 뒤통수를 감싸며  돌아누었다. 하지만, 반지는 머

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으면서 계속 나를 괴롭혔다. 그때가 965일째였

으니까, 딱 35일 남은 시점이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고작  10만원,

반지를 사기위해 뭔가를 하려면 그때 시작해야 되는 타이밍이었다.

 

' 그래 좋아.. 한번 죽어보자.. 내 목숨 바쳐 까짓거  반지 하나 사주

지 뭐..'

 

어려운 결심을 했기 때문일까, 그날 저녁 나는 한숨도  못자고 밤잠

을 설쳐야 했다. 다음날 아침, 난 학교 가기에 앞서 집앞에 있는 생

활정보지들을 한부씩 전부  뽑아들었다. 그리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교수님이 앞에서 수업하시는데도 불구하구 맨 뒷자리에 앉아 할 만

한 아르바이트에 빨간줄을 그었다. 이런 나를 그녀는 이상한 눈초리

로 쳐다보았다.

 

'오빠.. 왜 그래?? 뭐 돈빌려서  안 갚은거 있어?? 웬  아르바이트를

찾어??'

'아.. 다른 친구 녀석이 아르바이트 자리  찾아달라구 부탁해서..그거

찾아주는거야..하하'

'핏..... 싱겁기는..'

 

난 그녀에게 이 사실에 대해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그리구 아르바

이트 역시 그녀가 모르는 시간대에 있는 것을 골라서,  내가 반지를

선물할때까지 그녀가 절대로 내가 반지를 선물할 것이라는 것을 알

아차리지 못하게 하기로 다짐했다. 왜냐.. 그래야 그 선물이 더욱 값

지고 감동적인 것이  되는 거니까.... 그때  내가 찾은 아르바이트는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근무하는 노래방 알바와, 아침 4시30분

부터 6시30분까지 근무하는 신문배달 알바였다.  한달근무하면 나오

는 비용이 앞에것이 35만, 뒤에것이 30만... 5만원 모자란건 내 생활

비를 좀 아껴써서 마련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 그래.. 한번 해 보자~!!!'

 

아마도 그때 한달이.. 아버지 돌아가시구 나서 어머니,  큰형과 함께

조그만 사글세 방 하나에서 살아야 되었던 때 이후로,  가장 힘들었

던 시기였던 것  같다. 원래 호프집  아르바이트가 9시에 끝나니까,

나에게 있어서 쉴 시간은 9시부터  10시까지 1시간과 새벽 2시부터

4시30분까지의 2시간30분밖에 없었다. 조금이나마 잠을 자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래방 의자에서 새우잠을 잔 후 일어나 신문배달하러

가는 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못 잔 잠을 대부분  학교 수업시간

에 보충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엎어져 자는 것으론 피로를  푸는데

한계가 있었다. 15일 정도 지나니까, 아침에 세수를 하고 나면 코에

서 새빨간 피가 주르륵 한  그릇 정도씩 매일 흘러 나왔다.  그리고

얼굴 역시 피를 흘린만큼 초췌해져만 갔다. 이렇게 까지  고생을 해

서 그깟 반지 하나 선물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학교에서

그녀의 귀여운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나태한 생각이 싹 달

아나 버렸다. 하지만, 이런 나의 변화를 못 알아차릴 그녀가 아니었

다. 그녀는 내가 아르바이트 한지 20일이 되던날, 얼굴을 잔뜩 찌뿌

리고 나의 손을 잡아끌고 학생회관 휴게실로 향했다.  

 

' 오빠 솔직히 말해.. 요새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얼굴에 핏기가

없어??'

' 아..아무일도 아니야.. 요새  저녁에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만 그러

네~~하하하'

 

그당시 제대하구 나서, 공부를 시작한건  사실이다. 그녀와 같은 계

층의 사람이 되기 위한 일종의 발악으로, 나는 제대하구나서 얼마후

부터 사법고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만 시작했지  아직

법전 한권 제대로 공부한 역사가 없다. 하지만 나는 그녀 모르게 모

든일을 하기로 마음 먹었었으므로, 그녀에겐 이걸  핑계삼아 거짓말

을 한거다. 

 

' 법 공부가 여간 어렵니.. 그래서 보구 또보구  보구 또보구 하면서

날 새다 보니 이렇게 되었나 보네.하하하..'

 

난 멋적은 웃음을 웃었지만, 아마도 그게 쓴 웃음으로 보였을까. 아

님 그녀가 나의 이런  바보같은 짓을 알아차렸기 때문일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그  큰 눈망울에 조금씩

조금씩.. 눈물이 고이며 울먹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오빠 공부도 좀 쉬어가면서 하시지.. 그런 오빠 모습을 보구 있으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요..괜히 나  때문에 그러는거  같기두 하

구...'

 

그녀는 끝내 말을 잊지 못하구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

녀를 다독거려주며 말했다.

 

'괜찮아.. 이렇게 고생하다보면.. 언젠가  보람이 있지 않겠니..  고생

끝에 낙이라는 말도 있지 않니...그러니 걱정마..'

 

그녀는 나의 말에 충혈된 눈으로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눈물을 닦

구나서 웃으며 나의 손을 다시 잡아끌었다. 오빠 몸보신 시켜준다고

오늘 자기가 한턱 내겠댄다. 비록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다 그녀를

위한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녀를 따라서 우리의 단골집인

학교앞 분식집으로 향했다. 평소에는 항상 라면과  떡복이를 하나씩

시켜서 둘이 나눠먹는데, 그녀가 한턱 쓰겠다는 말을 지키기라도 하

듯 그날은 튀김도 자그만치 2인분이나 더 시켜줬다. 나는 이런 그녀

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고, 나의 이런 고생은 행복을 위한 자그마한

수고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312번
 제  목:[펀글,사랑] 너의 결혼식 #4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08 03:01  읽음:1709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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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사랑을 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사랑을

기다리고 계십니까? 사랑을 기다리고 계신 분에게 묻겠습니다.

왜 당신은 아직 사랑을 하지 못하고 계십니까? 아직 이상형을 못

만났다구요?? 주변에 쓸만한 사람이 없다구요??

잠시동안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마음의 문을 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한번 꼼꼼히

살펴보세요.. 그러면 분명히 그중에서 당신을 생각하며 잠못이루는,

당신을 평생토록 변함없이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것입니다.

사랑은 사막속의 오아시스와 같이 멀리있는것이 아니라, 지구를 도는

달과 같이 당신의 바로 곁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그녀와 저의 사랑이야기 너의 결혼식 4편 막을 올리겠습니다.

 

 

너의 결혼식 #4

악몽과 같던 30일이 드디어 지나갔다. 1000일이  이틀남은 날, 월급

봉투를 받는 나의 가슴은  곧 그녀에게 그녀가  가장 갖고싶어하는

반지를 선물해 줄 수 있겠다는 마음에 한껏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더욱 그녀를 놀래주기 위해서, 내가  1000일이 언제인지 까먹은 냥

그날이 오기 전까지 모르는 척  행동하기로 작정했다. 태어나서 처

음으로 가보는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허름한 옷에 운동화를 신은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나를 외계에서  온 외계인을 보는

양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이런 시선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

게 귀금속 코너로 다가갔다. 귀금속 코너의 점원 역시 이런 모습의

내가 그쪽으로 다가오는데 대해서 놀람 반 흥미  반으로 나를 위아

래로 계속 쳐다보았다.

 

' 저기.. 사패이어..  아.. 사파이어군..  사파이어가 둘레에 박혀있는

70만원짜리 은반지 있죠? 그걸 사러 왔는데요.'

' 아.. 바그드아무르 (Bague de Amour)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바로

이 물건입니다..'

 

난 이 물건의 이름을 한번 듣고  외울 수 없었다. 점원에게 부끄러

움을 무릅쓰고 2번 더 물어 본 다음, 그 물건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그녀가 끼면 뭐랄까.. 잠용이 여의주를 얻은 모습이랄까.. 하여튼 정

말로 어울릴 것 같았다. 그물건이 맞다고 말을 하며, 한달동안 고생

해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 70만원이 든  흰 봉투를 조심스럽

게 점원에게 내밀었다. 점원은 웃으면서 그것을  받더니, 돈을 꺼내

서 세어보기 시작했다. 

 

' 저기.. 손님 돈이 모잘라는 데요..'

' 헉.. 이 물건 70만원 아닙니까???'

' 아.. 어디서 잘못 들으셨나 보군요.  이 물건 정가가 80만원, 현금

가로 75만원짜리입니다.'

; 아..에.. 그렇군요...'

 

난 지갑에서 황급히 5만원...  정확히 말하면 내가  다음달 먹고 살

쌀푸대..를 꺼내서 점원에게 건냈다.  점원은 선물할 것인지를 짐작

했는지.. 포장도 이쁘게 해줬다.

 

' 손님.. 나중에 또 오세요.. 그리고  선물 받으시는 분과 꼭 사랑이

이루어 지시길 빌께요..'

 

점원의 인사를 뒤로 하고.. 백화점을 부리나케 빠져나왔다. 잠깐 긴

장해 있는 사이.. 그녀로부터 삐삐가 3통이나 와 있었다. 주변에 있

는 공중전화에서 들어보니.. 직접적으로 말은 안해두 '오빠 뭔가 좀

생각나는 거 없어'라든지.. '우리가 만난지 참 오래된걱 같다..' 라든

지 1000일인 것을 나에게 돌려서 말해주려는 그녀의 귀여운 목소리

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내가 1000일에 대해서 안다고 말을 하면 그

녀가 분명히 선물이 뭐냐고 물어볼게  뻔하니까, 난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는 듯 그냥 태연하게 삐삐 메시지를 남겼다. 마치 1000일을

모르는냥 말이다.

 

드디어 D-1 이 되는날..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집으로 그녀의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 학교에서도 계속 정

답게 손을 부여잡으며 '오빠 뭐 생각 나는거  없어?'를 연발하던 그

녀에게 아무일도 없는 양 행동하기가  참 지옥같았는데, 저녁에 또

전화로 거짓말을 해야 될 것을 생각하니 전화 받기가 두려워졌다. 

 

'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따르르르릉....'

 

결국 나는 전화를 받지 않기로  선택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

나지 않아서  삐삐에  그녀방 전화번호가  찍혔다.  언제나와 같이

'1004'를 뒤에 붙인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 저녁만큼은 나의

천사를 외면하기로 마음먹고.. 그녀와 함께할 멋진 내일을 생각하며

전화기 코드를 빼구 삐삐 전원을 꺼 버렸다.

 

' 허허.... 총각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었구만.. 우리 애팬내 같은 경

우는 내가 핸드폰 잠깐만 꺼놔두 '이 웬수 또 바람피우러 갔구나~!!' 하

면서 오만 지랄을 다 떨어서.. 핸드폰 끈다는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암~~~..  그래서 처자한테   반지 선물하구 이리   저리 했

나~~??'

 

기사 아저씨는 내 이야기에 구미가 땅기는 듯, 연신 백밀러로 나를

쳐다보며 장단을 맞춘다.

 

' 아.. 근데 상상도 할 수 없는  뜻 밖의 일이 벌어지는 바람에.. 좀

고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뜻밖의 일이었죠..그건.. 지금 생각해

두 말이예요...'

 

그 말이 맞다.. 그건 지금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누구를 탓할 마음은 없지만.. 아니 누구를 탓해야 하는 건가... 하여

튼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임에 틀림 없는 일이 그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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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글은 글이 약간 짧았군요.. 어떤분이 이 글을 나우누리에 옮겨 주신

다고 하는데, 나우에서 추천 100을 먹었다니 감개무량할 따름입니다.앞

으로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502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5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09 01:43  읽음:1836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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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5


난 그날 밤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만 잡생각이 머리속을 스쳐 지

나갔다. 어떻게 이 반지를 선물하면.. 가장 멋진 선물이 될 수 있을

까.. 그냥 '널 위해 준비했어' 라는 말을  하며 몰래 건네줘야 하나..

아님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사물함 속에  가져다 놓을까.. 저녁내내

뒤척이며 생각해 낸 결과.. 그녀에게 강의가 거의 끝날 무렵까지 모

른체 하다가.. 저녁때 그녀가  정말로 모르냐며 마지막으로  물어볼

때, 그때 주머니에서 꺼내서 그녀의 손에 끼워주며 '이 세상에서 너

만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약간 유치하면서도 나름대로 멋진 방법

을 고안해 냈다. 물론 그녀는 약간  약오르겠지만 말이다. 예상했던

대로, 역시나 그녀는 옷도 그날따라 이쁘게 입고 평소에 안하던 화

장도 이쁘게 하구 학교에 등교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

며 '이야~ 무슨일 있구나~오늘 무슨 날이니?'를  연발할 정도였으니

까.. 하지만 나는 다른날과 다르게 그날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시큰둥한 표정만을 지으며.. 그녀에게 툭툭 말을 건냈다. 그녀는 나

를 보자마자 어제 일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 오빠.. 어제 저녁에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예요.. 전화해두 안받구

삐삐쳐두 연락 안하구.. 오빠 저 정말 어제 저녁에 화났었어요...'

 

나는 가능하면.. 약간 툭툭데는 투로 대답을 하기 위해 평소에 그녀

에게 절대로 쓰지 않는 어투를 써가며 말했다.

 

' 애도 참..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는거지.. 뭐 그런거 가지고

화를 내고 그러니?.'

 

어제일에 대한 나의 다정한 사과의 말을 기대하던  그녀는 나의 뜻

밖의 말에 놀란 얼굴이었다. 그녀는 약간  얼굴을 찌뿌리다가, 다시

오늘이 1000일이라는게 기억에 떠올랐는지,  다시금 멋적은 웃음을

띄며 나에게 말했다.

 

' 하..하.. 생각해 보니까 오빠말이 일리가 있는것두 같내..하..하..'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내 눈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 저기 오빠 있잖아요.. 오늘이...'

' 아차.. 오빠 수업 늦겠내.. 성미  오늘은 오빠랑 모두 다른 수업이

지..?? 오늘 수업 잘 받구..  조금있다 저녁에 우리 잘  가는 학교앞

커피숍에서 5시에 만나기로 하자. 그럼  그때봐~~ 아~ 점심은 오빠

친구들이랑 약속있으니까 너두 친구들이랑 먹구~~'

 

난 일부러 말을 끊었다. 왜냐.. 그녀가 '오빠 오늘 우리 만난지 1000

일 된 날이예요..' 라고 말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황당해 하는 그녀를 뒤에 두고, 재빨리 교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미안해 성미야, 다 오빠가 생각이  있어서 그런거니까 오빠를 용서

해 주렴. 난 이런  마음을 먹으며 그날 하루를  보냈다. 수업내용이

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오직 머리속에는 그녀에게 반지를 끼

워주는 장면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흐흐흐....'

 

공부시간에 비실비실 웃는 나를 보고,  옆에 앉은 친구녀석이 딱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녀석의 눈에는 '녀석..안  어울리게 법 공

부를 한다고 하더니..결국에는 돌아버렸군.. 돌아버렸어..' 라고 하는

말이 씌여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친구들의 시선을 개

의치 않고 비실비실 웃으며 하루를 보냈다. 내 일생에서 그렇게 길

게 느껴진 하루는 없었을 것이리라.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약

속 시간 5시가 다가왔다. 난  발에 불이나게 달려 학교앞 커피숍에

도달했다. 커피숍에는 그 당시 유행했던 '오늘같은 밤이면' 이 잔잔

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잘 알고  지내던 커피숍 주인아저씨와 미리

상의를 하여 폭죽과 케익, 좋은 자리를 마련해 놓게  했다. 실로 만

반의 준비였다. 이제 그녀만 오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리

라.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음악에 빠져있는  나의 눈앞에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났다. 함바터면 바로 반지를 꺼내서 그녀에게

끼워줄뻔 했는데, 나는 작전을 끝까지  지켜야 겠다는 생각에 반지

를 꼭 움켜쥔 오른손을 주머니 속에 깊숙이 쑤셔 넣은 후,  자리에

서 일어나 그녀를 맞았다. 그녀는 아까의  내 행동에 화가 아직 덜

풀렸던 것일까, 약간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는 반대편 자리에 앉았

다.

 

' 오빠.. 아까 오빠답지 않게 너무하셨어요.. 성미..화났어요..'

' 하하.. 오빠가 장난이었지.. 성미 화 많이 났어? 많이 났다면 정말

미안~~'

 

내가 그녀에게 평소와 같은 미소띈  얼굴을 보이자, 그녀두 아까의

일은 금새 까먹은냥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싱글벙글했다. 

 

' 뭐먹을까 성미야.. 오빠가 오늘은 항상먹는 블랙커피 말구 .. 맛있

는거 사줄께..'

'그냥 오빠가 드시구 싶은거 고르세요.. 전 아무거나 다 좋아요..'

 

그녀는 두 손에 깍지를 끼고  턱을 괜 채 메뉴판을  뒤척이는 나를

싱글벙글 웃으며 쳐다보았다. 난 그녀의 귀여운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금 있으면 내가 천신만고 고생한 끝에 사게 된 이 반지를 끼워줄

이쁜 손을 바라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변변한 선물 하나 못해준 나,

1000일이 되도록 반지 한번  선물하지 못한 나,  이제 앞으론 이런

오명은 바이바이다. 난 감개 무량한  얼굴을 하고 그녀의 얼굴에서

그녀의 손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앗......................'

 

난 내 눈을 믿을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난 주머니 속에 있는

내 손을  줬다 폈다 하면서 반지가 그곳에 있는지를 확인했다. 틀림없

이 반지는 그곳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녀의 손에 끼워져

있는 저 반지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의 손에는 내가 선물하

려는 것과 똑같이 생긴, 그러니까 바그드아무르가 끼워져 있는 것이었

다. 난  그녀에게 짠 하면서 내밀려고 생각했던 오른속을 주머니 속에

계속 넣어두구서, 도대체 이 사태가 어떻게 된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녀가 나의 이런 당황해 하는 얼굴과 반지로 향하는 나의 시선을 

봤는지, 나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오빠 이 반지?? 이 반지 생각하는 거야?? 이거 어제 지은이가

나에게 우리의 오늘을 기념하여  꼭 선물해 주구  싶었다구 백화점

가서 사준 반지야.. 값도 꽤 비쌌는데.. 평소에  선물같은것두 잘 안

하던 계집애가 도대체 무슨 맘으로 이걸 선물했는지 몰라.. 근데 이

거 정말 내가 갖고 싶어했던 거였거든.. 받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

았는지.. 너무 기뻐서 오빠한테 전화하려구 했는데  오빠가 전화 안

받아서 얼마나 섭섭했는지... 어 오빠 얼굴 표정이 왜 그래??'

 

그렇다.. 난 철저히 당한 것이다. 그 후배아이한테 철저히 농락당한

것이다. 내 딴에는 한달동안 뼈빠지게 고생해서 번 돈으로 겨우 산

반지를, 그 아이는 단지 나를  골탕먹이기 위해서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다. 난 할말을 잃었다.  흔히 말하는 상류 계층,  이 잘사는 집

애들에 대해서 일종의 증오감 마저 들 정도였다. 내 온 몸의 힘이

발 아래로 쫙 흘러 나가는 느낌이었다. 한달.. 한달 동안 고생해서

산건데.. 도대체 이게 뭐야.. 난  반지를 쥐고 있던 손을  펴 반지를

주머니에 두고 오른손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손에는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다.

 

'오빠.. 오빠 얼굴이 왜 그래요.. 뭐 않 좋은 일이라두 있어요??'

' 아..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두.. '

 

그녀는 나의 이런 말이 진심으로  들렸는지, 아니면 화제를 바꾸구

싶었는지, 내 옆자리로 자리를 바꿔 앉아 나의 팔짱을 끼며 나에게

소근소근 말을 꺼냈다.

 

'오빠.. 혹시 오늘 저한테 뭐 주고 싶은거 없어요??'

 

난 할말이 없었다.. 그 후배가 준 반지를 내가 다시 선물한다.. '하..

하하.. 똑같은  반지를 내가  사가지구  왔내. 이걸로  더블링이나 하

렴......' 이렇게 말해야 하나? 이건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하다는 생

각이 들었다. 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못하고 앞을 바라보며 말

했다.

 

'어....없어...'

 

그녀는 나의 이 말에 약간 화가  났나 보다. 아마도 아까 아침녁에

있었던 일까지 머리에 떠오르면서 꾹참았던 화가 다시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그녀는 입을 삐쭉거리며 약간 큰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 오빠.. 그럼 오늘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거야????'

' 글쎄.. 모른다니까.. 애가 자꾸 왜 이래 오늘??'

 

못사는 놈의 절규랄까.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에 대한 질책이랄

까. 난 그녀와 사귄이후 처음으로, 그녀에게 큰소리를 치고 말았다.

그녀는 황당해 하는 듯한 눈으로 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커

피숍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웅성웅성 거리며 우리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의 큰 눈에는 눈물이  고였고, 눈물이 방울방울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난 내가 실수한 것을 바로 깨달았지만,

그 당시에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 저기.. 저기.. 그게 말이야...'

 

난 그녀의 눈물젖은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 됐어.......'

 

그녀는 이 한마디만을 남긴채, 옷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커피숍 밖

으로 뛰쳐나갔다. 나는  잠시동안 멍하니  앉아있다가 그녀를 빨리

붙잡아야 할 것 같아 따라나갔는데, 그녀는 벌써 택시를 타고 어디

론가 떠나버린 후였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764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6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0 08:48  읽음:1754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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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의 결혼식 #6

 

'휴.. 답답하군..'

 

비록 해가 많이 길어지긴 했지만, 시간이 8시가 넘어가자 한강변에

도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온지도  어언 세시간.. 나는

서울 생활을 하면서부터 뭔가 않 좋은 일이 생기거나  고민할 거리

가 있으면 이렇게 한강변에  나와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

습관이 생겼다. 됐어를 외치며 내게서 떠나간 그녀, 그리고 그런 그

녀를 잡지 않고 그냥 보내버린 나.. 그때 잡았어야  하는건데.. 지금

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나 자신 조차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머리

를 흔들면서 오른손을 주머니 깊숙히 꽂아 넣어 반지를 꺼냈다. 너

무나도 비싼 반지. 그리고 나의 엄청난 고생을 통해서 얻어진 반지.

하지만 이 반지로 인해서  우리의 1000일은 박살이  나 버렸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반지를 든 오른손을 꽉 쥐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꼬이게 만든 이 반지를 한강물에 던져 버리려는 포즈를 취했다.

 

' 에... 에잇~~~~'

 

하지만.. 나는 그 반지를 한강물에 던질 수 없었다. 단지 돈이 아까

워서.. 내가 너무 고생을 해서 산 반지였기 때문에 던지지  못한 것

은 아니다. 그래도 그녀에게, 나의 사랑하는 그녀에게 이 반지를 단

한번이라두 끼워줘 보구 나서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녀가 사는 동네, 압구정동은 내가 사는 곳과는 차원이 틀린 곳이

었다. 집 한채의 크기가  보통 크기의 아파트  10개정도를 합한 것

만큼 넓었고, 약 10집당 경비초소가 한곳씩 있었다.  정말로 이곳은

무언가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사는 곳  같았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우선 근처 꽃가게에서 꽃을 한다발  샀다. 장미꽃 1000송이를 사면

좋겠지만,  내겐 그정도를 살 돈이  없었으므로 , 10송이만 장미로

사고 나머지 990송이는 안개꽃으로 대체했다. 다른 선물을 살까 생

각도 했었지만, 이미  수중에는 남은돈이 하나도 없었다. 어둠이 깔

린 밤길을 걸으며 경비 초소 경비원들의 감시하는 눈초리를 의식하

면서, 나는 그녀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전화 박스에서 발길을 멈췄

다. 그녀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수화기는 집어  들었지

만, 번호를 누르는 손이 영 시원스럽게 움직여 주지 않았다.

 

' 띠...띠.. 띠.....딸깍..'

 

아차.. 무슨말을 할까 생각을 해야 되는데.. 나는 당황하며  얼렁 전

화기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모든

일을 사실대로 고백해 버릴까..  지은이 그것이 나를  골탕먹인거라

구.. 그래서 열받아서 너한테 화를 냈던 거라구.. 하지만  나 때문에

둘 사이가 서먹서먹 해지는 것도 별로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

다. 그럼 그냥  '다시 생각해보니.. 오늘이  1000일이었구나, 그래서

여기 꽃다발이랑 반지를 사왔어'라구 말할까. 정말로 미칠 노릇이었

다. 이럴땐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건가. 도저히 머리속에서 정

리가 되지 않아, 나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즉석에서 생각하기

로 했다. 그래서 다시 수화기를 집어들고 그녀의 집에 전화를 했다.

 

'띠..띠..딸깍...'

 

난 침을 꼴딱 삼켰다.

 

'뚜............뚜...........뚜.........'

'뚜............뚜..........띠~리~링♪...'

'안녕하세요 성미입니다. 지금 성미는요 아마  잠을 자거나, 샤워를

하거나, 외출중일꺼거든요. 그러니까  메시지를 남겨주시면  나중에

꼬옥 연락드릴께여.. 좋은하루 되세여~~'

'띠......'

 

난 순간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녀가 집에 없다. 9시가  다

되어가는데, 그녀가 어딜 갔을까.  평소에 7시만 되면 칼같이  집에

들어가는 그녀인데.. 더군다나 술도 못  마시는 그녀인데.. , 아마도

집에 있는데도 전화를 받지 않는 듯 했다. 음.. 이럴 때 나는 어떻

게 그녀에게 말해야 하나... 우선 그녀를 집 밖으로 불러  내는게 중

요했다. 난 다시 전화를 걸었다.

 

' 좋은 하루되세여~~~ 띠.....'

' 성미야.. 오빤데.. 오빠 너네집 옆  사거리 전화박스 앞에 와 있거

든.. 잠깐 이야기 하게 나와줄 수 있을까? 오빠 기다린다....'

 

그녀가 나올까.. 나오지 않을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 그저 묵묵히 여기 서서 시계와 그녀집 대문을 번갈아보

며 그녀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0분... 20분...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30분을  기다려도 그녀가 나오지 않

자, 나는 혹시 그녀가 아직 집에 안 들어왔나 하는 마음에,  나에게

음성 남겨 달라는 말과 함께 똑같은 메시지를 호출기에 남겼다. 하

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연락이 없었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어 10

시 30분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난 다시 그녀의 방으로 전화를 했다.

 

' 띠........'

' 성미야.. 오빤데... 오빠가 오늘 정말 미안했어..  그러니까 지금 잠

깐 집 앞 공중전화 박스 있는 곳으로 나와주지 않으련?  오빠가 사

과의 의미루 꽃두 사가지구 왔는데.... 성미야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나와줘...'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의 마음은 찹찹해져만 갔다. 그녀가 이번에는

나올까. 전화박스 옆에있는 슈퍼에서 평소에는  손도 대지 않는 담

배를 한갑 샀다. 담배라는게 아마도 이렇게 찹찹할 때 피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타  불을 멋지게 켠 다음 담배

를 한 개피  꺼내 쭈욱 빨았다. 하지만 한모금 들어키기도 전에 끊

임없이 기침이 나왔다..

 

'콜록......콜록.......'

 

역시 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인가.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그

녀를 이렇게 중요한 1000일 날 기쁘게 해 주지는  못할망정 기분을

상하게 만들어 버리다니. 내 자신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과연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그녀를 계속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내가 과연  그녀와 계속 사귈  수 있을지도 궁금해

졌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는동안, 벌써 시간은 11시로 치닫

고 있었다. 그녀가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 통금시간이 10시 30분인걸 감안하면,  그녀는 이제 나오고 싶어

도 나올수 없을 것이다. 난 이렇게  되도 싸다는 자기 비하를 하면

서, 절망적인 기분으로 그녀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29930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7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1 00:07  읽음:1807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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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7

 


'띠.....'

'성미야 정말 미안해... 오빠 .. 성미에게 정말 오늘 잘해주려구 했는

데..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렸어. 아까  화낸거 정말 미안하다.. 그러

니.. 잠깐이라도 좋으니.. 밖으로 나와주지 않으련? 오빠  성미 나올

때까지.. 만약 저녁에 안나온다면 내일 아침까지라도 여기서 기다리

고 있을꺼야.. 제발 나와주렴..그럼 이만...'

 

하지만 내가 이렇게  강력하게 배수진을 쳤는데도,  시간이 30분이

지나도 그녀는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일 아침에나 그

녀를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이 12시를 지나감에 따라 나는 포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 옆을 지나가는  경비들이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긴 했지만, 꽃다발을  든 도둑놈은 없을거란  생각을 해서일까

.. 다들 그냥 지나갔다. 시간은 벌써 1시가 넘었다. 난  벌써 지칠

대로 지쳐 전화박스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시 전화를  할까...

아니면 계속 기다릴까.. 아니면 그냥 집에 갈까... 정말로 갈등되

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가

한방울씩 추적 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비오는날 새벽에 전화박스에

쳐박혀 비구경을 한다라.. 그 자체도 궁상맞은 짓이었지만, 내 기분

은 비의 영향 때문에 더욱 찹찹해져 갔다.

 

'도대체 우리가 왜.. 왜...'

 

비 때문인가... 눈 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난  전화박스에서 나

와서 빗속에 내 몸을 맡겼다. 그래 이  비야.. 나의 모든 것..  나의

이 모든 슬픔을 흘려 보내다오. 못살고 멍청한 놈의 절규라고나 할

까, 한참을 그렇게 비를 맞은 뒤.. 난 절망적인 마음에 전화 박스로

들어와 다시한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

'성미야.. 오빠야...'

 

난 순각 욱 하는 것을 억제하느라, 숨을 한번 내쉬었다.  하지만 아

무리 감정 절제를 한다구 해도, 나의 서글픈 심정이 목소리에 들어

가.. 목소리가 떨렸다.

 

'오빤데... 오빤데... 밖에 비가 온다... 비와 함께 . 비.. 비와 함께 모

든게 다 떠내려가 버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늘.. 아니 어제.. 1000

일 .....'

 

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수화기를 전화기 위에  올려놓고 내

입을 막으며 설움에 북받친 내 자신을 진정시켰다. 다시 마음을 가

다듬은 후, 수화기를 들었는데,  수화기는 벌써 녹음시간이  지나서

끊어진 후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녀의 집 대문이 열리면서 , 그

녀가 잠옷 바람으로 우산도 안쓰고  밖으로 뛰어나오구 있었다. 나

도 재빨리 그녀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뛰쳐나갔다. 그녀는 언제부터

울기 시작했는지, 벌써 눈이 부어있었고,  목도 쉬어있었다. 헝클어

진 긴 생머리를 보니 저녁부터 쭉 침대에 틀어박혀 울고 있었나 보

다.

 

'흑흑...오빠.. 오빠가 어떻게 그럴수  있어... 그것두 1000일인데.. 난

1000일이라구해서 아침에 미용실두 가구 최대한 이쁘게  하구 옷도

이쁘게 입구 오빠 만나러 나갔는데,..흑흑.. 오빠가 어떻게 1000일인

걸 알았으면서도 그럴 수 있어..?

 

난 눈물과 비와 머리카락이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알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말 한마디 만을 한 채, 바닥

에 쭈그리구 앉아 얼굴을 가리고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난 내

눈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샘솟는 것을  느꼈다. 나의 감정 절제는

여기가 한계인가, 난 그녀를 감싸며 쭈그려 앉아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정말...정말... 미안해 성미야...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는데, 1000일

인거 알고 있었는데.. 선물도  정말 정성껏.. 정말 정성껏  마련했는

데.. 너에게 내 선물을 줄 수가 없었어.. 그게 너무 원통해서 그랬던

거야..바로 이것.........'

 

난 울먹이면서 내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 성미에게 보여줬다.

 

'앗..........'

 

성미는 반지를 보자 울음을 딱 그치더니, 그것을 집어들며 부은 눈

을 휘둥그렇게 뜨면서 반지와  나, 그리고 자신의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번갈아 보았다.

 

' 아니 오빠가.. 오빠가 어떻게 이걸...'

 

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선물의 의미로서 그녀에게 내밀

었던게 아닌, 일종의 나를 변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내민 것이었

기 때문이었다. 난 그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눈물을 손바닥으로 씻

으며 땅바닥만을 바라보았다.

.
.
.

얼마쯤의 시간이 흘렀을까, 성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오빠 고마워요.. 이 반지로 지금까지 제가  오빠에 대해 가졌던 의

심들이 다 풀리게 된 것 같내요.  전 이런것두 모르고 괜히 오빠를

의심이나 하다니.. 바보같은 나......'

 

그녀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 성미야 우리의 1000일 진심으로 축하해. 오빤 지금두 성미를 만난

걸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기억하구 있구, 앞으로 몇

십년이 지난 후에도,  지금과 다름없이 영원히  성미만을 사랑할꺼

야..'

 

나는 아까 꽃집에서 산  안개꽃을 두른 장미꽃 10송이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꽃다발에 스며든  비가 가로등 불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빠.. 정말 고마워요.. 난 오늘을 평생 잊지 못할꺼예요..'

 

그녀가 내 품에 안겼다. 고생 끝에 낙이라고 했던가, 아까  전 고생

했던 기억들 모두가 아스라히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갔다.  

 

' 아참.. 오빠 잠깐만..'

 

내 목에 안겨있던 그녀가 갑자기 손을 풀더니, 자기의 손가락에 끼

고 있던 반지를 빼서 오른손에 쥐었다.  그리고 나서  내가 그녀에

게 선물한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더니, 지은이라는 친구에게서 선

물받은 반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오빠 좋은 생각 났어요.. 우리 이 반지 가지구 커플링해요..'

'커..커플링???'

 

나의 당황해 하는 얼굴에.. 그녀가 얼굴에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그래요 커플링.. 어차피 반지 똑 같으니까 지은이두 모를테구, 우리

지금까지 커플링 한번도 못 끼어 봤잖아요..'

 

하기야 그녀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귀면서 서

로 반지 선물해 본 적이 없으니까.  난 돈이 없어서 그녀에게 선물

을 못했고, 그녀는 내가 혹시라도  기분 상할까봐 나에게 선물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와 내가 사귄지 1000일이 다 되도록, 그녀의 손

가락에는 반지하나 끼워져 있지 않았다. 물론 나는 말할 필요도 없

고.... 그런데 커플링이라, 그것두 최고급 반지로.. 내가 산 반지를

내가 낀다..? 그러고 보니 이건 내가  산 반지도 아니다. 나를 골탕

먹이려던 그 계집애가 산 반지지...난 그녀가 내미는 반지를 받아들

었다. 그녀의 체온 때문이었을가, 반지에는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

었다. 난 그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찬성한다는  의미로 얼굴

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리고 난 손이 좀 커

서 약지에는 안 들어가니까, 새끼  손가락에 반지를 조심스럽게 끼

워 넣었다. 반지는 손가락에 쏙  들어갔다.

 

' 와~~ 이제 우리도 커플링이 생겼으니 진정한 커플이 되었다~~'

 

그녀는 다시 내 목에 안기면서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이럴 때 나

는 울어야 하나 웃어야  하나. 난 어쩔줄을  모르고 그저 기뻐하는

그녀를 안아주기만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깍지를 끼어서 내 목에

매달리더니 , 내 눈을 묘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 오빠.. 그리구 이건 제 선물이예요..'

' 어... 뭔데.......읍...'

 

그날 난 그녀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생크림 잼보다도 더욱

달콤한 입맞춤을 선물로 받았다. 비는  우리들이 가진 세속의 모든

가치를 흘려내 버리듯 우리를 감싸며  잔잔히 내리고 있었다. 다행

히 그날 저녁 그녀 부모님은 여행을 가셨기 때문에, 그녀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우린 그날밤 그녀의 방 안에서 작은 촛불을 하나

켜 놓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모든 것을 초월하여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나의 사랑스런 그녀, 난 이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만 같았다.

 

 

'캬.. 한편의 로만스가 따로 없구만~ 로만스~~ '홍도야 울지마라' 이

후 내가 들어보는 가장 멋진 사랑 이야기 구만~ 허허허'

 

나는 아저씨의 말을 큰 너털웃음으로 받아넘기며, 그녀와의 달콤했

던 입맞춤의 추억에 더욱 빠져들었다.  그래 우린 그렇게 사랑했었

어. 세상이 아무리 우릴 방해하려 해두, 그렇게 말이지...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0175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8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1 22:55  읽음:1712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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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쓴이입니다. 우선 제 글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

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나우누리에서 사랑해 주시는

독자분들, 귀찮으실텐데 추천 열심히 해 주시는거,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도 너의 결혼식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며,

너의 결혼식 8편 이어집니다. 아차, 그리고 너의 결혼식은 내일

하루 쉬고, 모레 9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제가 내일 볼일이 있

어서 집에 안 있거든요...:-) 그럼 8편 잘 감상하세요.

 


너의 결혼식 #8


나는 우리의 사랑이 그렇게 지속 되기를 염원했다. 영원히  .. 아주

영원히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건 우리

들만의 꿈이었을까, 현실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가  4학년이

되면서 조금씩 우리들 앞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원래 자유분방하게

그녀를 키웠던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가 3학년을  끝마칠 때까지는

남자친구를 누구를 사귀느냐에 대해 일체 간섭을 하지  않았다. 그

녀의 의사를 존중해 줬다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그녀가 4학년, 그

것두 2학기에 접어들면서 그녀의 부모님은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

다. 오래전부터 나와 그녀가 사귀는 것을 맘에 안 들어하던 그녀의

어머님은, 그녀에게 수시로 나와 교제관계를 끊으라고 강요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 당시 나와 학교에서 만나면 항시 어머니에 대

한 불평만 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로 돌려 생각하면 그녀 어머님

의 심정이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20년이 넘게  곱게 키운 딸을,

그것도 어느 집에 꿀리지 않는 빵빵한 가세를 지닌 대그룹 가문의

외동딸을, 아무것도 가진게 없고 그렇다고 앞날이 밝지도  않은 나

같은 놈한테 넘겨준다는 것은, 아마 딸을 수녀원에 들여 보내는 것

보다 싫었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내가 사법고시를 공부  한다는 것

을 들어 곧 나도 능력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그녀의 어머니에게

반박을 했고, 나 역시도 2학기 들어서 부터는 고시 공부를 더욱 열

심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4학년때부터 시작한 공부, 앞으로 3년이

지나도 붙을지 떨어질지 절대로 보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그녀의 부모님은 내가 못 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중 가을이 되었다. 96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해

가을은 다른 가을보다 더 추워서, 우리둘은 햄스터  마냥 학교에서

도 , 학교 밖에서도 꼭 붙어다녔다.   이젠 그녀도 4학년이 되어서

통금 시간이 늦게까지 늘어났으므로,  보통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호프집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그녀를 그

녀 집 앞까지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하루를 끝마치곤 했다. 아니, 정

확히 이야기 하면 내가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나서, 그녀

집 안에서 그녀와 그녀 어머니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며 찹찹한 기분

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며 하루를 끝마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볼일이 있다고 친구집에 가서 혼자서 호프집에서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호프집으로 그녀의 어머니가 나타난 것이다. 비록

내가 직접 만나 본 적은  없었지만, 사진을 통해서 내 앞에 서 있던

날카롭게 생긴 여자가 그녀의 어머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그녀 어머니의 실물을 보면서, 어쩜 이런 부모한테서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딸이 나올수 있을까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어머니가 나를 알아봤는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박 진 석 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어머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했다. 그녀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 우리 잠깐 근처 커피숍 가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 혹시.. 성미 어머님??'

 

그녀는 말대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아.. 잠시만요.. 일좀 친구에게 넘겨주구요..'

 

나는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단골 손님에게 카운터를 넘겨

준 후,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근처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이 한산했다. 우린  야경이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앉은지 1분  정도 지났을까, 아무말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던 그녀의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를 위 아래

로 한번 쳐다보고 난 후, 입을 열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할께요. 우리 성미, 내년에 결혼할 사람 벌

써 잡혀 있는 몸이예요. 그러니 좋게 말할 때 그만 만나도록 해요.'

'결혼할 사람이 잡혀있다니요... ???'

 

난 그녀 어머니의  말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했다. 그녀와 나

는 아직 결혼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다른 남자를 말한 것

같은데, 그녀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

럼 그녀가 나를 속이며 다른 남자를 함께 만나왔다는 말인가. 그녀

는 황당해 하는 나의 얼굴을 쳐다보며, 불쌍하다는 투로 말을 이었

다.

 

' 아.. 성미가 말 안했나 보지? 우리 집안 대*그룹 맏딸이자 외동딸

성미는 저쪽 성* 그룹  외동아들인 이민혁 군과  결혼하기로 이미

10년전부터 약조가 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그 10년이 되는 때가 바

로 내년 4월이구. '

 

난 어안이 벙벙해 졌다. 엊저녁 까지만 해도 둘이 손을 꼭 잡고 영

원히 사랑할 거라고 맹세했던 애가, 내년 4월에 결혼할  날짜가 잡

혔다니...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의 어머니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럼 난 할 말 다 했으니까, 이만 가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다시

한번 분명히 말 하겠는데 앞으로 우리 성미 다시는 만나지 말도록

해요. 지금은 좋은 말로 하지만, 다음번에는 그렇게 안될꺼예요. '

 

그녀는 그 말을 하고는 차도 시키지 않은  채 바로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리고 난 들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가면서 '  재수가 없으려

니까 별 거지같은 놈이 다 와서 혼삿길을  막어..막기는..'이라고 혼

잣욕을 하는 것을. 난 하늘이  내 머리위로 떨어지는 것만  같아서

그녀의 어머니가 나간 후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커

피숍 아르바이트생이 뭐 시킬 꺼냐고 물어 보며 내 어깨를 흔들때

가 되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흔들며 커피숍에서 빠져나왔다.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이게 도대

체 왠 날벼락이란 말인가. 그녀가 내년 4월에 결혼을 하다니. 그리고

그것도 어제 오늘 잡힌게 아닌, 10년전부터 맺어진 약조였다니. 정말

로 앞이 깜깜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호프집으로 돌아

온  나는, 우선 호프병에서  생맥주를 한잔 받아서  벌컥 벌컥 들이

켰다. 단골 동생은 내가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을 보고는, 나에게 다

가와 어깨를 흔들며 말했다.

 

' 형~~~ 형~~ 왜그래.. 무슨일이야.. 무슨일있어??'

' 아.. 저기 너 성미알지?? 성미좀 불러줄레? 지금 아마  학교 근처

친구집에 있을거거든.. 여기 성미 호출번호 있으니까, 호출해서 성미

좀 불러주렴...'

 

난 그 동생에게 내 수첩을 건냈고, 동생은 카운터 옆  전화기로 가

더니 호출을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

릴 때 쯤 되니까, 그녀가 헐레벌떡  호프집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말짱히 있는 모습을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나에게 달려왔다.

 

'오빠 뭐야~~~ 괜히 사람 걱정하게 하구~~ 난 또  오빠가 이상하다

고 빨리 와보라는 음성이 와서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 난 큰일이

나 난 줄 알았내...헤헤'

'맞어.. 큰일 났어...'

 

나의 이 말에 그녀의 웃던 얼굴은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내 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까.. 너희 어머니 우리 가계에 다녀 가셨어.'

 

그녀는 나의 말을 듣더니,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제 4

학년이 되어서 그럴까. 과거 새내기때  처럼 계속 흥분만 해  있지

않고, 손을 턱에 대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다가 그녀는 박수를 한번 딱 하구 치면서  나에게 말

했다.

 

' 아 알았다.. 오빠 혹시 엄마가 나 결혼한다는 이야기 한거 아냐?'

 

난 그녀의 말에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맞다는 표시로 가볍게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약간 상기되었던 얼굴을  활짝 피고

웃으며 아무일도 아닌 듯 말했다. 

 

'아.. 그거.. 그거 그냥 부모님들간의 약속이야. 나랑은 아무관계 없

어. 나 그 이민혁이라는 사람. 딱 한번밖에 안 만나봤어. 그리고 내

스타일도 아니던데, 그런  사람이랑 어떻게  결혼하냐~ 그게  말이

되~~치~~ 오빠 괜한말에 신경쓰지마....'

 

나는 그녀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때서야 그녀

의 얼굴을 보면서 따라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이

야기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았으므로,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

내지 않고 다시금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

으로 말이다.. 하지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미래에서 내가 오기만

을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0756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9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3 23:40  읽음:1681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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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처럼 바다에 가 보았습니다.. 전에 그녀와 그렇게

와 보고 싶어했던 곳인데... 혼자 오니 약간 쓸쓸하긴 했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더군요.. 그럼 어제 못 썼던 너의 결혼식

9편.. 막을 올리겠습니다..

 


너 의 결 혼 식 #9


11월이 되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날씨는 더욱  쌀쌀해져 갔다. 그

리고 우리 둘은 학생으로서 맞이하는 마지막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

낼 것인지 아직 방학이 한달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를 구상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있었다. 그날,. 그 악몽이 시작되는 날도 우리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방학때 어디서 뭘 할것인지 계획을 세우며 둘이

팔짱을 끼고 오손 도손 학교 교문을 걸어나오고 있었다.

 

' 성미야.. 올 겨울엔.. 우리  겨울 바다에 한번 놀러가는게 어떨까..

우리 아직 한번도 못 갔잖아.. 주인아저씨께 부탁하면.. 한 3일 정도

는 낼 수 있을지도 몰라..'

'헤헤... 것두 좋지~~~'

 

성미는 내 팔에 꼬옥 안기면서  웃으며 좋아했다. 지금까지 제대로

아무것도 못 해 준 나.. 이번 겨울방학에는..  정말로 추억에 남을만

한 날들을 준비해 봐야 되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교문 밖으

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학교  교문을 벗어나면서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우리 주위를 엄습해 왔다.  평소 학교 근처에서

볼 수 없었던 검정색 새단들이 3대씩이나  교문 옆에 주차되  있었던

것이다.

 

'.........'

 

내가 걸음을 멈추자, 그녀 역시 무언가를 느꼈는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말을 멈추었다. 뭘까..이 기분.. 이 싸늘함.. 난 두려움

이 엄습해 오는것을 온 몸으로 느끼며, 검정색 선팅으로 잘 보이지

않는 새단 창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철컥........'

'앗........'

 

그녀의 짧은 외마디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검정새단 하나의 뒷

문이 열리면서 검은 양복을 입은 한 거구가 튀어나왔다.

 

'김......성.......미......'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우리는 모두  제자리에 얼어붙

 어 버렸다. 나는 저승사자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착각했

을 정도였다... 그 사람은 부들부들  떨고 있는 우리 곁으로 한발자

욱 한발자욱  성큼 성큼 다가왔다.  그사람이 나에게 조금씩 가까

워 지면서, 나는 이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180이 넘는 키에 90은 되어 보이는 몸무게, 양복 아래로 불거져 나

온 근육, 또 그 사람 뒤의 새단 속에서 제각기 썬그라스를 쓰고 우

리를 쳐다보고 있는 수많은  덩치들. 난 직감으로  이 사람이 흔히

말하는 조직 폭력배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사...사..삼...삼촌..'

 

이 덩치가 내 앞에  서 있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이 말 한마디에

황당함으로 바뀌어 버렸다. 삼촌이라니. 이 덩치가 성미의 삼촌이란

말인가. 난 성미와 그 덩치를 황당한 표정으로 번갈아 쳐다보며,내 눈

앞에 벌어진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

다.. 도대체...

 

'퍽..........'

 

하지만 평소처럼 나의 생각을 끝내기 전에, 내 눈에는 불똥이 튀었

다. 아무래도 뺨을 한 대 맞은 모양인데, 내 몸은 철봉에 부딪친 양

공중에서 한바퀴를 돌아서 땅바닥에 그대로 고꾸라졌다.

 

' 삼촌~~~!!'

'찰싹........'

 

난 쓰러져 있어서 누가 맞는지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마도 그녀

역시도 뺨을 한 대 맞은 듯  했다. 잠시후 그녀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새단쪽에서 두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우리쪽으로 다가오더

니, 울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가 새단 쪽으로 멀어져갔다. 주변 사람

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워낙 살벌한 분위기라서

감히 끼어들 염두를 못 내고 단지  쳐다만 보고 있었다. 나는 워낙

세게 맞았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못하고, 단지 앉은 자세

에서 고개만을 들어 그녀의 삼촌을 올려다보았다.

 

' 첫 번째 경고다. 다시는 성미를 만나지 마라. 만나면 죽는다. '

 

그 삼촌이라는 자는 말수가 적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내 가슴속에 꽃혔다. 내 입과 코에서는 짭짤한 무언가

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고, 나는 그 말에 감히 저항을 하지 못하

고 그냥 고개를 떨구었다.  삼촌과 그녀를 태운  새단은 나의 흐린

시야 너머로 아득히 사라져 버렸다. 그동안 언젠가는 다가올 것 같

다고 육감으로만 느껴졌던 악몽.. 그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난 정

신을 잃었다.


.
.
.


여기는 천국일까 . 지옥일까. 아까  일어났던 그일. 기억 저편 너머

로 아득히 떠오르는 그 일. 나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아

닌 꿈이기를 바랬다. 다행히도 이런  나의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해

주려는 듯, 내가 눈을 떠서 처음 본 것은  우리방 천장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그런데..

 

'앗...'

 

입술이 퉁퉁 부어있었다. 그리고 이빨 있는 곳이 지끈 거려왔다.

 

' 어.. 형 일어나셨어요?? 휴 다행이네..'

 

알고보니 아끼는 후배 녀석 하나가, 내  옆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내가 일어나는 걸 보고 말을 건 거였다. 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아파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형.. 병원간거 기억나요??? 입술  네바늘이나 꿔맸는데.. 그리고 이

빨 두 개나 빠졌어요..'

 

난 내 입이 지금 말이 아니라는 사실 보다도, 아까 일어났던 그 악

몽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된 대 대해서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정

말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 했다. 그게 꿈이 아니라 .. 현실이었

다니. 난 아픈몸을 이끌고 일어나,  내 삐삐부터 찾았다. 다행히 삐

삐는 그 와중에 어디로 떨어지지  않고 내 주머니 속에  잘 넣어져

있었다. 그녀로부터 음성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다. 나는 즉각 수화

기를 집어 들었다.

 

' 첫 번째 메시지입니다...'

' 오빠.. 나야.. 오빠.. 흑...오빠.. 우리 이제 어떡하지.. 삼촌..

우리 삼촌 정말 무서운 사람이거든.. 난 엄마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엄마가 삼촌한테 우리  사이를 떼어 놓으라구  부탁을

하셨나봐.. 흑.. 오빠.. 우리 이제 어떡해.. 흑... 오빠.. 그리구 아

까 삼촌.. 집에 오셔서 우리방에 있던 전화기 코드도 뽑아버리셨어.. 

나.. 나 이제 전화두 못하게 생겼어.. 어떡해...어떡해...흑..'

 

그녀는 음성을 남기는 내내 연신  훌쩍훌쩍 거리며 말했다. 메시지

를 받는 나의 가슴도 미어질 지경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잘 안열리

는 입으로 아무일도 없을거니 걱정하지  마라고, 오빠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녹음을 끝마

치기 전에, 그래도 모르니까 우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당분간은

연락하지 말고 지내자고 말했다. 이 말을 하고 별표를 누른 뒤,  난

그대로 방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절망감에 짓눌

려 천천히 눈을 감았다..


.

.

.

   
'오빠..오빠 뭐하는거야.. 수업중에 졸면 어떻게해~ 어서 일어나~~'


난 그녀의 말에 눈을 떴다.  강의실에서는 교수님의 수업이 한창이

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1025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0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4 22:49  읽음:1607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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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친한 후배 녀석 중 한명이 어제 자기가 좋아하는 나와 같은

나이의 누나와 사귀게 되었다고, 축하해 달라고 전화가 왔더군요.

난 녀석의 말에 축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사랑을

이루어 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최모군, 장모양.. 앞으로도 평생동안 변함없이 사랑하기를..

그럼 그녀와 저의 사랑이야기 너의 결혼식 10편.. 막을 올립니다:-)


너의 결혼식 #10

 

'아.. 꿈.. 꿈이었나??'


나의 말에 그녀는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오빠.. 무슨 말 하는거야? 뭐 악몽이라도 꾼거야??'

'아.. 아니 됐어.. 아니.. 아니야..'

 

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로 이렇게  길고도 실제같은 악몽은 처

음 꿔 본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도 전에  그녀의 어머니가 학교를

다녀가신게 화근이 되었나. 난 아까의 그 악몽을 내 머리속에서 지

워버릴려구 손을 깍지끼고 기지개를 켰다.  물론 교수님한테 안 들

키게. 난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기분전환도  할겸, 안도의 한숨도

쉴겸, 햇살이 비치는 창밖을 쳐다보았다. 학교 교정은  여느때와 마

찬가지로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난 눈길을 교문쪽

으로 돌렸다.  교문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하나 둘 오가

는 평온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 교문..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난 아까 꿈 속에서 봤던 삼촌의  새단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몸

을 한번 부르르 떨었다. 그게 현실이 아니라 꿈이었다니, 실로 그렇

게 긴 꿈은 처음이었다.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얼굴에 안

도의 웃음을 띠며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

다는 듯 따라웃었다.

 

'쿠구궁........'

 

그런데 바로 그때, 창밖 어디선가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

는 반사적으로 내 몸을 틀어 창밖을 바라보았다. 

 

' 앗.......'

 

내 몸은 순간 굳어버렸다. 교문쪽이 어두워지면서, 그 너머로 검은

색 새단 수십대가 학교로 돌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난 재빨리 사태

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리고,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로 그녀의 손

목을 붙잡고 재빨리 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뿔싸, 문에

도달하기 전에 문이 안쪽으로 너머지면서, 저승사자의 옷을 입은 그

녀의 삼촌이 도끼를 들고 그 앞에 나타났다.

 

' 너 이놈. 내가 한번만 더 성미 만나면 죽인다고 했지.'

 

그녀의 삼촌은 도끼를 휘두르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다. 나는 그녀

와 함께 재빨리 방향을 바꿔,  창문틀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

선  그녀를 올려주고 내가 발을 창틀로 올려 몸을 바깥쪽으로 돌리

는 순간, 삼촌의 도끼가 내 발 바로 뒤의  창틀을 둔탁하게 찍었다.

창문밖은 아까의 화창한 날씨와는 다르게,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바

람이 심하게 불며 번개가 치고 있었다. 난 창틀에 올라 유리창에 기

대어 서서, 재빨리 그녀를 창문과 마주하지 않은 틀 쪽으로 움직이

게 했다. 그리고 나도 세찬 바람을 지탱하며 그쪽으로 한발씩 두발씩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초를 옆으로 움직인 순

간, 갑자기 어디선가 굉음이 들리며, 우리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우르르.......'

 

우리를 중심으로, 양 옆에서 부터 창틀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

이다.  난 순간적으로 왼손으로 그녀의 몸을 껴안은 다음, 떨어지는

순간에 손 잡을 정도  남은 창틀의 조각을 오른손으로 있는 힘을 다해

겨우 부여잡았다. 한손으로 허공에 매달려, 언제 떨어질지 몰라 안절

부절 하며 위를 쳐다보는데, 그녀의 삼촌은 벌써 창문 위에 올라 서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 너 이놈. 내가 한번만 더 성미 만나면 죽인다고 했지. '

 

검게 그늘이 져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 사이로, 그의 눈이 빨갛게 빛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사후 그는 도끼로 있는 힘을 다해 나의 왼손

가락을 찍었다.

 

'아아아악~~~~~~~~~~~'

 

나의 손가락은 여지없이 잘라졌고, 새빨간 피가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와 그녀는  밑이 보이지 않는  학교 건물 아래로

계속해서 , 계속해서 떨어져 갔다. 그녀의 비명소리와  나의 비명소

리가 온 학교에 울려 퍼진다.........


.
.
.


'따르르르르르릉........'


나는 번쩍 눈을 떴다. 그리고 내 잘린 왼손을 만져봤다. 왼손가락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듯 했다. 꿈이었다. 내  몸은 식은땀으

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 곁에서 이야기를 해 본지도 벌써  15일이나 지난 것 같다. 그

녀의 삼촌, 엄밀히 말하면 그녀 아버지와 사업상의 관계 때문에 의

형제를 맺고 서로 상부상조하며 그녀 아버지를  형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건달, 은 프로 중  프로였다. 강남에 있는 어느  나이트클럽

똘마니에게 그 이름만 말해도 부르르 떨만한 대규모 폭력조직의 부

두목이었으니까..그는 특히 맡은일의 뒷처리가 확실한  것으로 그쪽

방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한번 겁주는  걸로 끝

내지 않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그날 이후로 그녀 곁에

학생복을 입은 경호원 한 명을 배치했다. 말이  경호원이지, 그녀가

나와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하나 안하나 감시하기 위해서 배치한

감시자나 다름없었다. 이 친구가 그녀를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오

고, 학교가 끝나면 곧장 차에 태워 집에 데려갔다. 그리고  학교 내

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만일의 사태,  예를 들어 내가 친구들을 동

원하여 그녀를 그 경호원으로부터 폭력을 써서  빼앗아가는 사태를

미연에 대비하고자, 역시  학생복을 입은 조직폭력배  10명을 학교

곳곳에 그녀가 눈치 채지 못하게 배치했다. 그 악몽이 벌어진 며칠

후 내가 학교에서 그녀와 마주쳤을때,  그녀가 나를 본채도 안하고

도망가길래 왜 그러나 궁금해  했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

다. 나도 그녀가 이 사실을 삐삐 음성으로 남겨주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삼촌과  엄마가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는 그녀 말에 의하면, 엄마가 삼촌에게  내가 만약 그녀 곁에 다가

오면 다리를 하나 분질러 놓으라고 부탁도 했다고 한다. 이런 그녀

의 음성 메시지를 들은 이후, 나는 학교에서 그녀를 마주쳐도 그냥

멀리서 눈길로 대화를 할 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혹이나 내가 다가가려 해도,  그녀가 지레 겁을 먹고  반대

방향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같이 듣는  수업은 그녀가 들으러 오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 어머니가 못  들어가게 한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 방학을 한 달 남겨둔 시점에서, 서로 쳐다는 볼 수 있

으면서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 버렸고, 그렇게

무작정 시간만 15일이나 흘러간 것이다.  우린 오직 삐삐 메시지를

통해서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속삭일 수 있었다.

 

오늘도 그녀는 목요일 마지막 수업 '인간과  심리'를 듣고, 그녀 친

구와 함께 강의실을 빠져 나왔다. 난  교문 근처에 있는 학교 캠퍼

스 잔디밭에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고 책을 보는 척 하면서 그녀의

얼굴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어제 내가 남긴 음성으로 내가

여기 있을 것을 아는지, 나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학교 교문쪽으

로 걸어갔다.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 내가 본  그 어느때 보다도

더욱 예뻐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예쁜 얼굴 한 구석에는 알

수 없는 슬픔이 서려있었다.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정

말로 한심스러웠지만, 이렇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나마 내가 사랑

하는 그녀를 바라볼 수 있다는 데 대해서 하늘에  감사하게 생각했

다.  

 

' 방법이 생길꺼야..방법이.. 방법을 찾아보자..'

 

교문 너머에서 새단을 타고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그녀를  바라보

며, 나는 엉덩이를 툴툴 털고 잔디밭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간 빈 자리를 담담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교문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아직 호프집 아르바이트까지  한시간 정도  남아있었으므로, 

학교 근처 만화방에서 그 시간을  때우기로 결정했다. 난 워크맨의

볼륨을 더욱 크게 높이며, 어떻게 하면  그녀를 다시 내 곁으로 오

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음악에 맞추어 고개를 끄덕거리

면서  만화방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 만화방에 거의

다다랐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끼이이이익............'

 

난 차에 치어 죽는줄 알았다. 차가 내 앞으로 돌진해 온 것이다. 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자 가슴에  손을 올려 길게 한숨을  내쉬었

다. 그리고 우선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나 생각해 보려구, 지금 내가

걷고있는 길이 차도인지 인도인지부터 내려다 보았다. 보도블럭이 눈

에 들어왔다. 여긴 인도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금 내 앞에서 급정거

한 차가 인도로 달려 들어와 나를 칠 뻔 했다는 말인데.. 이런 사람

잡을 놈을 봤나.. 나는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 들며 얼굴에 오만 인상

을 다 쓰면서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앗.......'

 

눈이 휘둥그래지면서 ,  나는 주머니에 넣으려 했던 이어폰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내 앞에는 차도와 인도에 반쯤 걸쳐서 검정색 긴

새단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었다. 난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며 그 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철컥....'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1267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1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5 22:43  읽음:1556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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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너머로 귀뚜라미의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 제가 쓰는

글이 아픈 기억을 쓰는 거여서 그런지, 그 울음소리도 어느때보다

슬프게 다가오는군요.. 

 

너의 결혼식 #11


문이 열리면서 나오는 사람은 다름아닌 그 삼촌이라는  깡패새끼였

다. 그놈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나에게 한발자국씩 저벅 저벅 걸어

왔다. 난 그녀곁에 다가가서 말한적이 없었으므로 한편으로는 안심

이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제 저녁에 꿨던 꿈이 생각나서 오

금이 저려왔다. 

 

'일어나..'

 

 그놈은 키가 180이 넘기 때문에 서서봐도 위협감이 느껴질 정도인

데, 앉아서 위를 쳐다보며 그 말을  들으니, 정말로 저승사자가 '너

이놈 죽을때가 됐다' 라고 호령하는 것 같았다. 난 가능하면 당당하

게 보이고자,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퍽.........'

 

내 몸이 돌아가는 방향을 보니, 아마도 저번과는 반대쪽 뺨을 맞은

것 같다. 내 몸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공중제비를  한 바퀴 휙 돌더

니, 길 옆 차도로 고꾸라졌다.  극심한 고통이 내 왼쪽뺨을  감싸왔

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새단이  내 뒤를 막고 있어서,  차들이

나를 치고 지나가지는 않았다.

 

'삐삐 내놔...'

 

역시 뭔가가 있었을 거라는 상상은 했었다. 하지만 설마 삐삐가 걸

렸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왜냐면 그녀가 아무도  안 보는 곳에

서만 음성을 보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뿔싸.. 왜 그 생각

을 못했을까.. 조직폭력배 정도면 전화를 도청할 수 있는  도청장치

정도는 수십개 소유하고 있었으리라. 아마도 그녀가 집에서 메시지

를 보내다가 저 깡패놈한테 덜미를 잡힌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삐

삐를 그놈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  삐삐마져 없다면, 내가  그녀와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도 남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입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그놈에게 말했다.

 

' 없어요.. 삐삐 같은거..진짜 없'

' 퍽........'

 

둔탁한 소리가 내 양미간  사이에서 들리는 가 싶더니,  온 세상이

흐리흐리 해 졌다. 누가 내 몸을 뒤지는 것 같았지만, 의식을  회복

할 수가 없었다.

.
.
.


'형.. 정신 들어요?? 형 이게 맨나 뭔 꼴이유??'

 

어디선가 낳잊은 목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정신이 조금씩 들어

왔다. 눈을 뜰려고 시도를 했는데, 양미간이 쇠뭉치에 맞은 듯이 너

무 아프고 뜨거워서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여..여기 어디야??'

'형~~ 움직이지 마요.. 지금  얼굴 위에 물찜질하는  수건 올려놨단

말이예요. 여기 만화방이예요..'

 

아.. 눈이 안 떠지는  이유가 따로 있었군. 나는  내 손으로 수건을

벗긴후 양미간의 아픔을 참으며 억지로 눈을  떠 보았다. 만화방에

있던 쿠션 의자가 일렬로 중앙에 놓여있었고,  거기에 내가 누워있

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빙 둘러싸고  수근수근 거리는 모습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 

 

'아... 지금 시간이 몇시지?? 동민아?'

'형.. 지금 시간 따져서 뭐하시게요. 지금 7시 조금 넘었어요..'

' 아.. 오늘 아르바이트.. 오늘  6시까지 가야 하는데.. 주인아저씨가

오늘 급한일 있어서 절대 빠지면 안된다구 신신 당부했는데...'

 

그녀와 연락 수단인 삐삐를 뺏겨버린것도 큰일이었지만, 나의 밥줄

인 아르바이트를 자꾸 빠지는 것 역시 큰일이었다. 나는 몸을 억지

로 일으켜 세웠다. 전에 맞았던 오른쪽뺨에 오늘 왼쪽뺨까지  맞고,

또 양미간에 무엇으론가 맞았으니 , 얼굴이 정말로 말이  아니었다.

난 거울을 달라구 해서  퍼렇게 멍이 든 내  양미간을 바라보면서,

동민이에게 내가 뭘로 맞은 것 같냐고 물었다. 동민이는 자기도 제

대로 보지는 못했는데, 맞던 곳 바로 앞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보니

구둣발로 양미간을 찬 것 같더랜다.... 지독한 놈들..  정말로 나를

죽일 속셈이었나. 삐삐였으니까 이정도였지, 아마 내가 그녀와 만나

서 이야기라도 했으면 정말로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동민이가 위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가 소동이 있고 얼마후

바로 달려내려와서 응급조치를 해 주는 바람에  피는 멎었지만, 여

전히 양뺨과 양미간은 퉁퉁 부어 있었다.

 

'지금 가야 되.. 호프집... '

 

난 동민이를 이끌고 호프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내 얼굴

의 아픔보다,  이제 그녀와 연락할 수단이 전부 없어졌다는게 내 가

슴을 아프게 짓눌렀다. 이젠  정말 끝장인가.. 이젠  진짜로 그녀를

멀리서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건가..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호프집에 다다랐다.  그런데 머리를

다듬으며 호프집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발을 옮기는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눈을 뒤로  돌렸다. 알고보니 호프

집 패널이 뭔가에 맞아  박살이 나 있었다.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온몸을 감싸돌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나는 발을  날려 지하 호

프집으로 뛰어 내려갔다.

 

'쿵.......'

 

호프집 지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버

리고 말았다. 따라서 들어온 동민이도 그 자리에 숨소리도 내지 않

고 멈춰 섰다. 호프집은 전쟁이 한차례 쓸고 지나간 것처럼 아수라

장이 되어 있었다. 쓰러져 있는 테이블들, 깨져서 어지럽게  널부러

진 병과 술잔들, 뭔가에 맞아 구멍이 나 버린 생맥주통. 정말로  아

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 자리에 꼼짝않

고 앉아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계속 서  있던 동민이가 가계 구석

편 카운터 뒤쪽에 쓰러져 있는 주인아저씨를 발견하고 아저씨를 외

치며 그쪽으로 뛰어갔다. 나도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아저씨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아저씨의 입 양쪽과 코는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

고, 구두발 자국들이 아직도 옷 전체에 선명히 남아있었다.  아저씨

는 동민이가 아저씨를 외치면서 흔들자, 겨우 정신을 차리셨다.

 

'저기.. 112에 신고를.. 112에...'

 

내가 아저씨를 부축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동민이는 아저씨

를 부축하던 손을 놓고 전화기 있는 쪽으로 달려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안돼..!!! 수화기 어서 내려놔..!!!'

 

우린 아저씨의 비명 가까운 외침에 깜짝  놀랐다. 동민이는 아저씨

가 왜 그러시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 표정을 지으며 전화

기를 잠시동안 붙잡고 있다가 다시 우리 곁으로 걸어왔다. 아저씨..

아니 나에게는 아버지나 다름없는  아저씨. 내가 대학들어와서부터

공익으로 근무할때를 제외하고 나를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로 써  주

셨던 나의 소중한 친구이자 나의 후견인인 아저씨. 내가 사정이 있

어 가불 좀 해달라구 하면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척척 돈을  잘

가불해 주시던 아저씨. 지금 그 아저씨가 내 앞에서 피곤죽이 되어

앉아계신다. 그리고 이렇게 엉망으로 당하셨으면서도, 뭐가  두려우

신지 경찰에 신고도 못하게 하신다. 하지만  이번에도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눈물만이  뺨을 적시며 흘러내릴 뿐이었다.

 

'진석아...........'

'예.. 아저씨.........'

'..........미안하다..........'

'예... 아저씨.......'

 

우린 몇 년간을 알고 지낸 사이였으므로,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많

은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난 아저씨가 무슨말을 하고 싶어 하시는

지, 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통해서 다 알 수가 있었다.  난 아

저씨를 동민이에게 맡기고 , 휘청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으며 자리

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호프집의 입구를 향해서 터벅 터벅 느린 발

걸음을 옮겼다.

 

' 진석이형....'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아저씨는 카운터 위에 있는 종이 하

나를 묵묵히 가르키고 계셨다. 나는 그 종이를 힘없이 치켜들어 읽

어보았다.

 

' 너 박진석. 오늘부터 학교가 종강하는 12월 7일까지 학교 근처 출

입 엄금. 만약 출입하다가 걸릴시엔 넌 죽고 너희집은 불질러 버리

겠음.     - 성미 삼촌 '

 

이게 절망의 끝일까.. 아니면 이보다 더한 절망이 나를 기다리고 있

을까.. 지금 나의 기분은 뭐랄까.. 에베레스트를 등정하다가  눈사태

를 만나 산 밑까지 굴러떨어지는 기분이랄까.. 이젠 그녀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다니.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만 같지

못했다. 집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땅만 보고 걸어온 나는

방안에 들어가서 그대로 고꾸러 졌다. 하지만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 올라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비록 그녀 삼촌이 삐삐를 빼았아갔

다 할 지라도, 내 등록번호는 그대로 남아있을 것이므로, 그녀가 보

낸 음성이 음성사서함에  들어와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긴장된 마음에 재빨리 호출 번호를 눌렀다.

 

'띠.....띠.....띠.....딸칵'

'뚜.........'

'뚜?'

 

내 호출기는 음성사서함이 있는 호출기다. 뚜 라는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후에 '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국번입니

다 ' 라는 소리가 전화기로부터  들렸다. 나는 내가 정신이  없어서

잘못 눌렀겠지 생각하며, 다시 전화기 버튼을  하나씩 하나씩 조심

스럽게 눌렀다.

 

'뚜....뚜......딸칵.. 지금 거신 ... '

 

난 심장 고동소리가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재빨리 수화기 버튼을

눌렀다 때고 그녀의 호출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뚜.....뚜...딸칵.. 지금 거신 번호는 ..'

 

난 전화기를 통채로 들어 바닥에  내 팽개쳤다. 이제 난... 이제  난

나의 사랑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되는  건가..

그럼 이렇게 우리의 사랑.. 우리의  4년간의 사랑은  끝이 나는 건

가... 내 머리속에는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내가 이

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라는 사실 밖에는...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1495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2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6 22:31  읽음:1522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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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12


오늘도 그녀는 어김없이 오후 4시 무렵이 다 되어서, 학교 교문쪽

에 나타났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  비록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

만, 그녀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느때보다도 더욱 아름다

워 보였다. 나는 내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집게 모양을 만들어,

두 손가락 안에 그녀를 넣어본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 하지만

그녀를 태운 저 망할놈의 검정색 새단은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

이 차 한번 막히지 않고 도로를 질주해서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

린다. 나는 내 손 안에 남아있는  그녀의 온기를 느끼며, 아무 생

각도 하지 않고 그녀가 떠난 교문  앞 빈 자리를  멍하니 바라본

다.

 

' 오빠.. 오늘도 청승떨구 계시는 건가요?? 피...'

' 아.. 민정이 왔구나.. '

 

민정이는 같은 과 후배이자 그녀와도 상당히 절친한 친구이다. 민

정이는 오늘도 여느날과 다름없이 쪽지 몇장을  나에게 건네준다.

난 민정에게 감사를 표시한 후, 내가 가지고  있던 글씨가 빽빽히

들어찬  연습장 몇 장을 민정에게 건내준다.

 

' 그럼 이번두.. 잘 부탁해.. 이제 며칠 안 남았어...'

' 치.. 오빠 뭐 좀  해봐요.. 남자가 왜 그렇게  쪼잔해요 쪼잔하기

는..그리고 수업도 좀 들어오시구요..  교수님 단단히 화나셨어요..

졸업 학점 안 줄거라구 벼르시던데요... '

 

민정이 눈에는 내가 쪼잔해 보이나 보다. 아니  민정이 뿐만이 아

니라, 내 자신이 나를  쳐다봐도 내가 쪼잔해  보이기는 마찬가지

다. 하지만 그날 학교 출입 금지령이  떨어진 이후, 건달 30명 가

량이 학교 주위에 배치되고 정문과  후문에만 5명씩 10명이 배치

된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시도한

다는 것 자체가 미친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역시

그녀가 출발하고 난 후에도, 삼촌 깡패의 부하  녀석들은 교문 주

위를 어슬렁 거리며 내가 나타나나 나타나지 않나 그것만 살피고

있었다. 나를 겁쟁이라 놀려도  내가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직접

그런 상황에 닥쳐본 사람이 아니면 그 기분 이해할 수 없을 것이

다. 나는 내 자신을 이런말로  자위하면서,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쪽지를 손에 쥐었다. 쪽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다름아닌 민정이

었다. 민정이는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만나지 못해서 둘  다 죽을

표정을 하고 다니는게 보기 안스러웠던지, 자신이  고등학교때 써

먹었던 방법이라고 말 하면서 서로간에 쪽지를 교환해 보는게 어

떠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자신이 기꺼이  운반책을 하

겠다는 말까지도. 우리는 그런 민정이의 아이디어를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받아들였고, 그렇게 쪽지를 주고받은지 근  일주일이 되

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삐삐사건 이후 그녀에 대한 삼촌의 감시

는 더욱 심해져서, 남은 보름간 학교 오갈 때 소지품  조차 그 삼

촌이라는 작자한테 검열을 받으면서 다녀야 했다. 그러므로, 편지

지로 편지를 주고받는다는건 너무나도 무모한 발상이었다. 그래서

그녀와 나 둘 다 연습장을  이용하여 연습장의 절반 정도를 영어

단어나 잡설로 까득 채운다음, 나머지 반절에  정성스럽게 서로에

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다행히 근 일주일간  아무런 해꼬지가 없

는 걸 보면 이 방법이 삼촌에게 걸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난 조심

스럽게 쪽지를 펴 보았다. 여러 가지 잡설 사이로, 그녀와 나만이

볼 수 있는 비밀의 사랑의 속삼임이 정성스럽게 쓰여 있었다. 

 

' 오빠... 사랑하는 오빠.. 오빠는 저를  아주 먼 발치에서 나마 잠

깐동안이라도 볼 수 있으시겠죠? 하지만 저는  달라요. 저는 오빠

가 어디있는지 오빠의 얼굴, 아님 오빠의 손, 아님 오빠의 머리카

락 하나 조차도 볼 수 없어요. 엄마는 삐삐사건 이후 작정을 단단

히 하신 모양이예요. 매일 학교를 갔다오면 먼저 책가방을 일일이

검사를 하고, 그리고 나서는  그 이민혁인가 하는  사람의 자랑을

하면서 저녁 내내 시간을 보내세요. 저는 정말  요즘 지옥에서 살

아가는 기분이예요. 그런데 만약 이렇게 살다가 진짜로 그 이민혁

인가 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면, 전 정말로  차라리 죽는 쪽을

택하겠어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지금의 우리보다 더 애절할 수 있었을

까요. 견우와 직녀는 비록 364일동안 못  만나더라도 칠월 칠석날

단 하루는 하루종일 만나서 정겨운 사랑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데, 우리는 그렇게 1년에 하루라도  만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

은 서로 안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오빠를 볼 수 없는 만큼  오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커져만

가는 것 같아요... 사랑해요 오빠.. 보고싶어요... '

 

난 그녀가 내게 보내준 쪽지를 두 번, 세 번  계속 반복해서 읽어

보았다. 하지만 읽고 나면 남는건 그녀에게 쪽지를 받아 볼 수 있

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내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절망감 뿐이었

다. 비록 나는 내 자신을 '저건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임

꺽정이라구 해도 저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자위를 하지만, 내 자신이 무능력한건 결국 어떤 자위로도 감출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 자신의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는 쪼다같은 놈.. '

 

어제 저녁 잠을 못자게 했던 악몽의 말이 다시 머리속에 떠 올랐

다. 그래 난 쪼다같은 놈이다. 쪼다같은 놈이라서 내 여자가 나의

바로 앞에서 나를 못만나 슬프게 울고 있는데도 그녀에게 다가가

안아주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 비하를 하면 할수록 난 헤어나올수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 들 뿐이었다.. 이럴 때 그녀의 용기

를 주는 목소리라도 들어볼 수 있다면.. 그러면 정말로 힘이 날텐

데.. 난 고개를 떨구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1727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3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7 23:02  읽음:1559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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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여러분은 연인에게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십니까..

'사랑해.. ' '너뿐이야.. ' '너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어..'

'너가 최고야..' 하하..이보다 더 멋지게 표현하신다구요?? 그런데

이런 표현... 모두 중요하지만.. 말이 아닌 몸짓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 하나 정도  알아두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때론 한 가지 몸짓이 천마디 말보다 가슴에 더 와닿을때가

있거든요... :-)  그럼 13편 잘 감상하세요.


너의 결혼식 #13


시간은 물과도 같이 빠르게 흘러, 드디어 종강이  내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과 종강파티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 그녀

역시 종강 파티에 참석할 것이므로, 나는 혹시나 내가 그녀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치고 아침

부터 교문이 멀찍히 보이는 카페 창가에 앉아 교문을  바라보고 앉

았다. 오늘 과연 그녀를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근

보름만에 보는 건데. 그동안 잘 지냈냐고 물어봐야 되나. 아님 아무

말 없이 그냥 안아줘야 하나. 아님 입맞춤을 해야 하나. 아니..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상상에 들떠 있다니.. 나는 이런 내 자신을 한심

해 하며 교문앞에 검정 새단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검정  새단이 학교 교문 옆에 나타

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와 함께 다니는 경호원이 옆좌석에서

나와 문을 열자 모자  쓴 그녀가 차에서 내렸다.  그녀.. 요즘 계속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나와 함께 학교를  다닐 적에는 모자를 쓴 적

이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멀리서 보는  거지만 그녀 얼굴이 너무

안되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내가  이런 말을 할 처지가 아

닌 것 같다. 지금 내 얼굴이 훨씬 더 말이 아니니깐. 여러  가지 생

각을 하는 동안, 그녀는 벌써 교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안

타까운 한숨을 쉬며, 그녀가 들어간  교문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

었다.

 

' 형......형.......!! 뭐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교문만 바라보며  멍하니 있던 나를 동민

이가 와서 흔들어 깨웠다. 동민이는 이런 내가  너무도 안스러운지,

측은한 눈빛을 띄며 말을 이었다. 

 

' 형.. 오늘 과 종강파티 있는 건 아시죠?'

' 어... 엉...'

' 오늘 제가  수시로 상황 보고 해 드릴테니까는, 어디 가지 마시구

여기 잠자쿠 앉아 계셔야 되요..  알았죠? 혹시 오늘 성미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니깐..'

'어.. 엉...'

 

동민은 내가 맨정신에서  대답하는건지 , 아니면  몽롱한 상태에서

대답하는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 얼굴을  유심히 쳐다

보다가, 자신의 삐삐를 나에게 건냈다.

 

'형.. 제가 제 삐삐  형한테 드릴테니까요, 이거 가지구 제가  학교

상황 연락드릴테니까는 확인하세요. 그런데 성미는 음성 못 넣을거

뻔 하니까, 음성 오면 바로 저 인줄 아세요. 어젠가  성미가 저한테

쪽지로 말을 해 주는데, 자기 몸 어딘가에 지금 도청장치가 붙어있

데요.. 그래서 요즘은 친구들이랑두 형과 관련된 대화는  다 쪽지로

하구 있어요..참... 사랑이라는게 뭔지...휴우...''

 

동민이는 내게 이렇게 말하고는, 이내  수업이 있다고 말하며 학교

로 들어갔다. 비록 동민이가 저렇게 말은 했지만, 나는 혹시라도 그

녀가 동민이 삐삐로 음성을 남길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저버

리지 않고, 메시지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동민이가  수업 들어

간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삐삐에 음성이 하나 들어왔다.  난 긴장

된 손으로 전화기 버튼을 눌렀다.  실망스러웠지만, 동민이였다.

 

' 형 나 동민인데.. 오늘 학교  분위기 장난 아닌데.. 평소에 못보던

등치좋은 애들이 주변에 많이 눈에 띄어. 근데 평소때는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는데, 오늘은 내 주변에도  나를 감시하는 애들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드네. 왠지 기분이 오싹하군. 그럼 형  내가 점심때

쯤에 다시 한번 연락할께...... ' 

 

난 동민이의 메시지에, 그놈들이 동민이한테 해꼬지를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잠깐 들었지만,  얼마 안 있어  오늘도 그녀를 만나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에 온몸이  사로잡혔다. 오늘 못 본

다면 내일은 종업식. 내일은 다른  날보다 수업도 일찍 끝나고,  또

내일 저녁에 그녀가 학교에 머물만한 구실은 하나도 없다. 즉, 오늘

못 보면 내가 그녀를 볼 수 있을 확률은 거의 0에 가까워  지는 것

이다. 난 목이 타 왔다.. 물을 두잔이나 들이켰지만, 목의 갈증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동민이의 두 번째 메시지

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번 메시지는  아까 메시지와는 다르게 약간

감이 멀게 느껴졌다. 나는 그 이유를 이내 알 수 있었다.

 

'형.. 저 동민인데요.. 저 지금  화장실에 들어와서 친구한테 핸드폰

빌려서 입 가리구  전화하는 거예요. 지금 성미하고 친한 애들한테

건달 한명씩 다 붙었어요, 물론 저한테도 한명 건달이 붙었구요. 공

중전화로 이 이야기 했으면 정말 큰일날뻔 했네요. 그러니 혹시 말

이 잘 안들리더라두 양해하세요. 아까 성미랑 글로 이야기 했는데 , 

아침에 엄마랑 삼촌 이야기 하는  거 들으니 오늘 학교 안에만  20

명, 학교 밖에는 약 40명  가량의 건달들을 배치 한다구  하더래요.

즉, 오늘 학교 주변에 엄청 감시가 살벌하단 말이죠. 그래서 성미한

테 혹시 형한테 뭐 전해주고 싶은거 없냐고 물으니깐, '  오빠 오늘

은 정말로 위험한 것  같으니까 절대로 제  곁에 다가오지 마세요.

오늘 종강파티에도 아마 그들이 계속  따라다닐꺼예요..그러니 절대

로 오지 마세요' 라고 전해주라고 하더군요. 형.. 오늘은  성미 말대

로 정말로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있다가..  성미한테

형 있는 카페 위치 말해줬으니깐, 교문  나갈 때 성미 얼굴이나 보

세요. 그럼 이만..'

 

수화기를 잡고 있는 손의 맥이 탁 풀리면서..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정신을 차리고 수화기를 다시 전화기 위에 올려놓은 뒤, 나는 창가

에 있는 자리로 돌아와 털썩 주저  앉았다. 학교밖에 40명이라.. 나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숫자였다. 난

절망에 빠진채 ,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쳐박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절망감에 짓눌려  잠깐 잠이 들었었나 보

다. 시계를 쳐다보니 시간은 5시를 향하고 있었다. 5시..  조금만 있

으면 먼 발치에서나마 다시 그녀를 볼  수 있게 된다. 나는 아까의

절망감을 떨쳐버리고,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

임을 안고 가지고 있던 워크맨 이어폰을 귀에 꼽으며  교문을 바라

보기 시작했다.  몇곡의 노래가 지나간 후, 4시 수업이 끝난걸로 보

이는 학생들이 몇몇씩 짝을 지어 교문 밖으로 빠져  나오기 시작했

다. 이제부터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하는군..  나는 긴장하며 귀에서

이어폰을 뽑아 손에 들고, 창에 얼굴을  붙이고 눈을 크게 뜨고 교

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한명.. 두명... 사람은  계속 지나가는데, 

같은 과 사람들과 그녀는 아직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 난 초초

한 마음을 달래려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후우...하아...후우.. 하아...'

 

그녀랑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지 어언  13일째, 하지만 오늘은 잘만

하면 비록 가까이서 얼굴은  못 보더라도 먼 발치에서나마  서로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것도 같았다.  난 고개를 돌려

카페 뒷면에 붙어있는  거울을 바라보며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은

후, 다시 눈길을 교문쪽으로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아......'


동민이가 앞장 선 채, 같은 과  사람 20여명과 함께 그녀가 걸어나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지난  한달가량 보아온 짜증나는 경

호원놈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교문쪽으로

나오면서 이쪽을 힐끔 힐끔 보는 것 같더니, 사람들한테 뭐라고 말

을 한 후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새단에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약간 긴 시간동안 새단 기사와  이야기를 한 후, 자신을 따

라 다니는 경호원  놈에게도 신경질적인 얼굴로  뭐라고 쏘아댔다.

그러자 그는 알았다는 의미로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누군가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더니 새단을 타고 교문에서 사라졌다. 그녀는

새단이 사라져 가는 것을 물끄러미 쳐다본 후, 과 사람들이 모여있

는 교문 곁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녀는, 내쪽으로 고

개를 돌렸다. 난 손에 들고있던 워크맨 이어폰을  바닥에 팽개치고,

두 손을 창틀에 올리며 최대한 유리쪽에 가까이 얼굴을  붙이고 그

녀를 바라보았다.

 

그녀.. 너무나 보고싶던 그녀... 비록 먼 발치에서였지만,  난 그녀와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다. 그녀는 주변이 신경쓰이는 듯 이쪽을 계

속 바라보지 못하고 연신 좌 우를 돌아다보며 사람들과  이야기 하

고는 있었지만, 그녀는 순간 순간 두  주먹을 꼭 쥐고 나를 바라보

았다. 그녀..얼마만에 보는 그녀인가.. 눈  앞이 조금씩 흐려짐을 느

낀다. 난 소매로 재빨리 눈을 닦은 뒤, 입김을 정면의  유리창에 이

쪽 저쪽 호호 하고 불고 나서 아까 생각해 두었던대로 두손으로 커

다랗게 하트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슬픈 얼굴로 나를 바

라보다가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입을 손으로 가리며  잠깐동안 웃

더니, 양손을 가슴 있는 곳으로  가져가 왼손으로는 주먹을 만들고

오른손은 펴서 그 주먹위에서 돌리는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저 신

호.. 아니 저건.. 아  맞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는 생각이 났다.

저건 수화로 '사랑한다' 는 의미였다.  하하.. 너두 참..난 얼굴에 미

소를 지었다. 이렇게 우린 비록 말은 못 했지만,  몸짓을 통해서 우

리의 사랑을 속삭이며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녀의 곁에 서서 주변을 살피고 있던 민정이가  그녀의 옷

자락을 잡아끌며 도로 윗편을 그쪽에서 안보이게  안절부절 가르키

기 시작했다. 그녀는 깜짝 놀라며  유정이가 가르키는 쪽을 쳐다보

았다. 하지만, 그쪽은 내 시야 밖이었기  때문에, 나는 직접 보지는

못하고 단지 좀 더 많이 보고자 창문에 귀를 바싹붙이고 그쪽을 바

라 보았다. 아직 내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쳐다보자, 그녀는 나와 그쪽을  번갈아 쳐다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근....두근....두근...'

 

내 가슴은 고동질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초의 시간이 흘렀을

까, 드디어 나는 왜 그렇게 그녀가 당황해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학

교 주변에서 그녀를 감시하던 건달 한명이 그녀의 이런  수상한 움

직임을 눈치채고 내가 있는 곳을 쳐다보며 들고 있는  무전기에 뭐

라고 이야기를 하며 옆으로 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녀를 다시 쳐다

볼 겨를도 없이, 난 재빨리 몸을 탁자 아래로 숙였다.  그리고 엉금

엉금 기어서 창문쪽 시야에서 벗어난 후, 커피숍 뒷문을 통해서 학

교 반대편 쪽으로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내 머리속에는 아무

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단지 이번에 잡히면 죽는다는 것 .. 이

것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난 달리기를  멈췄다. 내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숨이 목에까지 찬 나는  손으로

무릎을 짚으며 연신 헥헥 거렸다. 온 몸에서 나는 땀과 함께, 내 눈

에서도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씁쓰름한 땀이..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1865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4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8 20:02  읽음:1451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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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暴風前夜) : 폭풍이 일어나기 전날밤. 흔히 어떤 큰 사건
이나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감도는 긴장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로 널
리 사용됨. <국어사전>

 


너의 결혼식 #14

 


'형.. 형.. 일어나세요...'

 

동민이의 목소리에 난 눈을 떴다. 내 방이었다. 언제 내가 방에  들

어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기야 요즘 생활하는 것 자체가.. 현실이

아닌 것 같으니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동민이가 테

입 하나를 건낸다. 알고보니 동민이 뿐만 아니라, 친구와 후배 몇몇

이 방에 와 있었다. 그들에게 눈인사를 한 후, 난 테입을 들여다 보

았다, 아무것도 안 적혀있는, 길거리에서도 구하기 힘든 싸구려 테입

이었다. 난 테입을 들어 앞 뒤로 돌려보다가, 동민이의 얼굴을 쳐다보

았다.

 

' 저녁에.. 노래방 갔었어요.. 그리구 성미 노래 부르는거 녹음해 온

거예요. 성미가 부탁해서..'

' 그.. 그래???'

 

난 약간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위에  있는

워크맨을 집어 테이프를  넣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이어폰을

꼽았는데, 동민이가 내 이어폰을 다시 귀에서 빼며 말했다.

 

'형.. 할말이 있어요.. '

 

아참.. 지금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군.. 난 주변에 앉아있는 친구와

후배들의 얼굴을 주욱 돌아봤다. 다들 뭔가 비장한 결심을 한 듯한

얼굴이었다. 난 궁금해 하는 얼굴을 하고  동민이의 입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 형.. 내일이 종업식이예요. 내일 지나면, 형  성미 이대로 영영 못

보게 될지도 몰라요. 형. 그래도 좋으시겠어요?'

' 어... 어.. 그게 말이지..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이랄까, 나는 '깡패가 무서워서 못다가 가겠

다' 라는 말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를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동민

이는 이런 나의 심정을 알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

 

'형.. 형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실 수 없다는 거 잘 알구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성미를 떠나 보낼수 만은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오

늘 2차 노래방 끝나구  나서, 몇몇 애들끼리 3차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같은 과 학우로서 두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 의논을  해

봤어요.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이렇게 저녁에 테입도  전

해줄 겸 해서 찾아온 거예요.'

'아.. 뭔데??'

 

동민이와 옆에 앉아있던 친구들은 비장한 눈빛을 보이며  자신들이

세워놓은 계획을 하나씩 하나씩  차근 차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계획이라는게 대충 이랬다.  우선 자신들이 학교  총학측에게 사정

이야기를 해서, 내일 하루간 교수,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이들과

관계된 사람을 제외한 학교와 관련이 전혀 없는 사람의 출입을  막

아 그녀의 삼촌 부하들의  학교 진입을 막은 후,  그녀만을 학교에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난 후, 내가  정문이 아닌 후문쪽으로, 친구

들의 도움을 받아서 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학교에서 그녀와 만

난 후. 아무도 모르게 아는 선배의 차를  타고 정문으로 빠져 나온

다. 그래서 둘이 잠적한다.. 가장 뒷  부분에서 어디로 잠적해야 될

지 아무도 이야기 해 주지 않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방법이

생기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덧붙

인 말에, 이미 총학 측 사람들과 아까 술자리에서 이야기도 끝났다

고 한다. 

 

'형..어때요?? 계획??'

'그런데.. 저쪽은 조직폭력배구.. 또 내일이  마지막 날이니까.. 인원

도 상당할텐데..  그놈들이 안으로  쳐들어 오는걸  어떻게  막으려

구??'

 

나의 이 말에 동진이는 그건 걱정 마라는 투로 말을 받았다.

 

' 형.. 아까 저희꽈에서 '사랑사수대' 라구  해서 내일 교문 막을 사

람 지원자를 찾았었거든요. 근데 자그만치 15명이나 지원을 했어요.

그리구 아까 형네집 오기전에  오늘 참석 안했던 과  사람들한테도

전화했는데, 10명 정도가 더 도와줄 수 있겠다고 하더라구요.  이렇

게 저희쪽 25명에 총학측에서 한 50명정도의 '해방조국' 멤버를  지

원해 준다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 않 하셔도 될 꺼예요. 설마 70명이

넘는 사람이  문  두개 못 틀어 막겠어요?'

 

난 아직도 뭔가가 꺼림직 하다는 투로 다른 질문을 던졌다.

 

' 들어올때는 어떻게 들어올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나갈때는 어

떻게 나가지.. 분명히 양쪽 다 조직폭력배들이 가로막고  있을텐데..

그걸 어떻게 뚫어?'

'........'

' 형.. 우리 해방조국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우린  깡패새끼들보다도

더 무서운 백골단 새끼들이 쳐 놓은 바리케이트도 단방에 때려부쉈

던 일당백의 용사들입니다.'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정탁이가 방바닥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힘차게 말을 했다. 정탁이는 나보다  2년 아래의 과 후배

로, 1학년때부터 '해방조국'에 참여, 지금까지 있었던 수  많은 시위

에서 백골단과 전경들로부터 우리학교 학우들을 지켜냈던 배테랑급

사수대중 한명이었다. 난 정탁이의 듬직한 모습을 바라보며, 잘하면

정말로.. 정말로 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이런 기쁨의 순간도 잠시, 곧 그녀의 삼촌..  저승사

자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나의 우유부

단한 얼굴을 바라보며 한심한 얼굴표정을 짓던 동민이가 나에게 소

리치며 말했다.

 

' 형.. 우리는 벌써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낼 자신도 있구

요..이제 결정이 남은 건 오직 형 혼자 뿐입니다. 어서 결정을 내리

세요!!'

' 잠...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줘... 잠시만.. '

 

그녀의 얼굴과, 그녀의 삼촌의 얼굴.. 두  얼굴이 머리 속에서 서로

교차하면서 계속 오버랩 되었다. 지금은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나

에겐 그녀가 필요하다.. 그녀없는 나의 삶은 물없는 물고기요, 열쇠

없는 자물쇠와 같다. 아니.. 도저히 그녀없이  산다는 것 자체를 상

상할 수 없다. 기회는 내일뿐. 내일이 지나면 그녀를 죽는날까지 영

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 한번 해 보는거야.. 내일 그녀와

함께.. 학교를 빠져나와.. 아무도 모르는 그  먼 곳으로.. 떠나면 되

는거야.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보인  것도 잠시. 곧 무서운  그녀의

삼촌의 얼굴이 그녀의 얼굴에 오버랩 되며  떠올랐다. 한국에서 알

아주는 조폭계의 부두목, 이 정도 실력이라면  우리가 어디를 도망

가더라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꺼야...왜 흔히들 그러잖아.. 사람을

찾으려면 폭력배들에게 부탁을 한다고.. 그리고 아마 그 날이  내가

죽는날이 되겠지. 음.. 삶이냐 그녀냐.. 그것이 문제로다.. 내가 결정

을 내리지 못하자, 주변에 앉아있던 녀석들은  긴장되는 얼굴로 내

얼굴만을 바라보며 숨소리를 멈췄다. 하지만 나는  쉬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단지 땅만을 바라보며 혼란스러워 할 뿐이었다.

 

'................'

 

그렇게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방이 조용해지자, 어디선가

조그맣게 사람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플

레이 버튼을 눌러놓은 워크맨 이어폰에서 조그맣게 소리가 새어 나

오고 있었다. 얼핏 들으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  난

동민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녀였다. 목소

리가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 쉰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너무

많이 울었기 때문일까..노래를 부르기 전에 무언가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모양이다.

 

' 여러분들도 사랑 많이 해 보셨죠?  저 역시도 대학 들어와서부터

한 사람을 사랑했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는 지금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서로를  못만나고, 서로를 그리워만

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를 못 만나다니.. 도대체

하늘은 왜 우리를 처음에 만나게 한 것이었을까요.. 하늘이  원망스

러워 지는 밤이예요. 하지만 저는 믿어요. 우리는 꼭 다시 만날것이

라는 것을.. 그 사람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죠? 그 사람을 그리

워 하는 마음을 노래에 담아 015B의 '슬픈인연'을 부르도록 하겠습

니다. '

 

도청 장치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아주 절제된  단어만을 사용해서

나를 향한 그녀의 마음을 표현했다. 조금후 박수소리와 함께,  음악

첫부분의 아름다운 기타의 선율이 흐른다..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않겠네..

달콤했었지.. 그 수..많았던 추억속에서..

흠뻑..젖은... 두 마음..을 우린 어떻게 잊을까

아~~ 다시 올......꺼.............흑흑.......'

 

그녀는 노랫말을 잊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리고 흐느끼는  그녀의

목소리와함께, 땅을 짚고 있던 나의 두 주먹은 부르르 떨렸다.  그

래.. 그녀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내가  죽더라

도 그녀를 다시 찾고야 말겠다.. 난 결심한  듯한 얼굴을 하며 , 내

앞에 앉아있던 동민이의 손을 꽉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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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글쓴이 입니다.. 저와 그녀의 사랑이야기를 지켜봐 주

시는 분들께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구요.. 한가지 양해말씀 드릴께

있어서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의 글 '너의결혼식'은 일종의 선언적

성격을 지닌 현재 시점의 글입니다.. 그래서 현재 글 올리는 날짜와는

그리 관계가 없는 다른 연재글들과는 다르게.. 어떤 편을 올리는 날짜와

글의 양이 다 치밀하게 계산되어, 저에게 있어서 중대한 갈림길이 되는

날의 바로 전날 연재가 끝날 예정입니다. 그러니 하루 하루 기다리기

지루하신 독자분들 마음을 제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글을 빨리 올릴수

없는점..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단 시간은 좀 더 일찍.. 빠르면 8시..

늦어도 10시 정도 까지는 올려서 저녁에 불편하지 않게 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너의 결혼식 많이 사랑해 주시기를

부탁드리면서~~  아.. 그리고 혹시 제 글 재미있으시면.. 다른분들에게

지금 추천해 주세요.. 나중에 연재 끝나고 글을 읽기 시작하면.. 아마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연재 날짜 따라서

하루에 한번씩 글 읽으시는게 가장 재미있으실 꺼예요..:-)

결전의 날을 기다리며... F.L.JINS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2066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5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19 20:55  읽음:1467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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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15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귀에 꼽아져 있는 이어

폰을 뽑으며, 난 희미하게  눈을 떴다. 동민이가 나를 흔들어 깨우

는 중이었다. 깜작 놀란 나는, 황급히 일어나 책상위에 있는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낮 12시였다.

 

' 형.. 지금 뭐하구 있수?? 오늘이 무슨 날인데 아직도 자고 있는거

야.. 10시까지 내방으로 오라니깐..'

 

동민이는 한심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아차.. 어제 늦게까지 그녀

의 테입을 듣느라 잠을 안 자고, 새벽녘에  잠깐 눈을 감고 있는다

고 있었던게 벌써 12시가 되어버렸나 보다. 난, 동민에게 멋적은 웃

음을 한번 웃어준 뒤, 대충 씻은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집밖으

로 나왔다. 어제 이야기  했던 나의 교내 진입은  오늘 1시 정도에

행해질 예정이었다. 난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동민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서 물었다. 

 

' 아침에, 요즘 교내에 불량배들이 진입해서 학내 난동을 조장할 우

려가 있어서, 종업식을 하는 오늘 학교와 연관이 없는 신원이 불분

명한 자들에 대해서 학내 출입을 제한한다는 학생회측의 짧은 방송

이 있었어요. 그리고 아침 6시 가량에 등교한 같은 과 학우들이, 정

문 10명 후문 10명씩 서서 수상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시작했죠..

깡패 놈들.. 처음에는 말도 안돼는 개소리 하지 마란 얼굴로 우리한

테 시비를 걸며 길을 트라고 협박하더니, 우리가 끝까지 버티자, 갖

은 상소리를 다 해가면서 학교 주변에서 그냥 모여 있더군요. 그래

도 학교인건 아는지, 폭력을 써서 무리하게  뚫으려고 하진 않더군

요. 성미는 아까 9시 정도에 학교에 도착했는데, 따라 다니는  경호

원이 자신이 함께 못 따라 들어간다는 이유로 성미도 학교 못 들어

가게 막으려 했지만, 성미가 뿌리치고 우리들  사이로 학교로 들어

왔어요. 물론, 경호원은 미친 듯이 발악을 하며 우리들 사이를 뚫으

려 했지만..결국은 못 뚫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더군요..그래서 지

금 현재 상황은.. 정문쪽에 약 40명.. 후문쪽에 20명 정도  건달들이

몰려 있는 것 같구요.. 다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풀어져서 그런

지.. 당구장에서 놀고 있는  놈들이 꽤 되더군요..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아참.. 그리고 성미는 오늘 수업 안 들어가구 과

방에서 형 오기를 기다리구 있어요.'

 

나의 사랑하는 그녀.. 과연 오늘은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그녀의

얼굴을 머리속에 그리며 길을 걸은지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는 행

동 대기 장소인 동민이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동민이는 학교 후문

쪽 자취거리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2층에 위치해 있어서 창문

을 열고 옆쪽으로 내다보면 학교 후문쪽이  멀리서나마 보였다. 어

제의 사건도 사건이었지만, 오늘같은 날 정문을  뚫고 들어가는 것

보다는 후문쪽을 통해서 들어가는게  보다 쉬울 것 같아  동민이의

방을 행동대기 장소로 정했었다. 난 긴장된 마음으로, 창문을  조금

씩 열어 학교 후문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얼굴이 익은  같은 과

학우 몇 명이 후문에 서서 학교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신분증을  검

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건달로 보이는 20대 10명 가량이

서로 옹기 종기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나머지 10명은 어디로

갔나.. 아마도 근처 당구장에 당구치러 간  것 같았다. 그들은 자기

들끼리 잡담을 나누다가,  한번씩 문을 지키는  학우들에게 다가가

뭐라고 큰소리를 치며 시비를 걸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잡담을

나누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난 10명에 가까운 숫자를 보며, 과연

내가 저 숫자를 뚫고 학교로 진입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며 ,

창문벽에 기대어 앉았다. 동민은 내가 한 것처럼, 얼굴만 살짝 내밀

어 학교 주변을 살피더니, 벽에 기대어 앉으며 입을 열었다.

 

' 형.. 조금만 기다려봐.. 지금까지 저놈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한 결

과, 조금있다가 1시정도 되면.. 몇 명만 남겨놓구 다들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거든.. 그때를  노려서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거야..

알았지??'

 

난 동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얼마후 '정말로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의 삼촌, 그

저승사자의 얼굴이 뇌리에  스쳐 지나가면서, 나의  이런 의구심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곧 있으면 그녀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난 이런 좋지않은 생각들을 머리속에서  툴툴 털어버리고 주

먹을 불끈 쥐며 후문 앞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동민이의 예상은  정확했다. 1시가 가까워  오면서, 후문을

지키고 있던 건달들은 아마도  그중에서 제일 짠밥이 적은  것으로

생각되는 3명을  후문에 남겨둔 후, 자기들끼리  큰 소리로 떠들어

대며 근처에 있는 식당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행동의 시간이 다

가온 것을 알고, 난 상기된 얼굴로 침을  꿀꺽 삼키며 창문벽에 기

대어 앉았다.    

 

' 형.. 준비 되셨죠??'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교차하며, 난 잠시동안  정신이 멍멍해

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교문에 들어가고.. 못 들어가고.. 그

녀를 만나고.. 못만나고.. 학교에서 빠져나오고 .. 못빠져나오고..그

상황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그 광경들이  슬라이드

필림처럼 내 눈앞을 오버랩  되며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안있어 머리 속이 조용해 지면서,  영상.. 비록 흐릿하게 떠오

르긴 하지만.. 하나의 영상이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아마도 그

녀의 방인 듯 하다.. 내가 그녀의 방에 들어간적이 딱 한번  있었으

니까.. 아.. 전에 반지 선물하던 날인 듯 하군.. 그녀와 난 촛불을 하

나 켜 놓구, 둘이 그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을

하고 있다..  

 

' 오빠..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우리 사랑 변치 말구.. 이렇게

영원히..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

기로 해요.. 알았죠??후훗... 오빠.. 우리 이  촛불에 우리 사랑을 맹

세해요...약속..'

'약속.......'

'형~~!!!!'

 

동민의 소리에, 나는 번쩍 눈을  떴다. 동민은 초초해 하는  얼굴을

보이며, '알았다' 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듯 했

다. 난 이런 동민이의 손을 잡으며.. 나지막히 말했다.

 

' 돔민아.. 고맙다.. '

 

난 내 새끼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다른 손으로  꼭 쥐면서,

마음의 결심을 다시금 굳혔다. 동민의 방을 나와, 우리는 주위를 살

피며 뒤쪽으로 돌아 학교 후문과 가장 가까운 골목으로 살금  살금

다가갔다. 동민은 후문을 잠깐동안  훔쳐보더니, 벽에 기대어  서서

나에게 말했다.

 

'지금 우리 골목이 있는 반대편쪽에, 건달로 보이는 놈들이  세명이

서 이야기 하구 있어요. 그리고 주변을 보니, 뭐.. 다른놈들은 다 점

심 먹으러 간 것 같구요.. 저 세 명만 따돌릴 수 있다면 학교로  들

어가는 건 우선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내요... '

 

난 동민의 말에 숨을  죽이며 후문쪽을 훔쳐보았다. 밥을  못 먹어

불만인 듯, 건달들 세명이 여기까지 들릴 정도의 큰 소리로 상소리

를 해 가며 서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후문쪽

을 바라보았다. 학우 몇 명은 서서, 그리고 몇몇은 앉아서 후문 앞

쪽과 건달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 형...갑시다..'

 

난 동민의 말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모자를 머리에 푹 눌러썼

다. 그리고 계획했던 대로, 동민이가 앞장을 서고 난 깡패들의 눈에

띄지 않게  그 뒤에서 머리를 숙인채 후문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

했다. 다행히 동민이가 180정도의 큰 키에 어느정도 몸도 있었으므

로, 나 하나 정도를 그들의 시야로부터 가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만

은 않을 것 같았다. 난 숨을 죽이고, 동민이를 따라 한발자국  한발

자국 동민이의 발만을 쳐다보며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다행

히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에 빠져, 사람들이 누가 오가는지 별 신

경을 안 쓰는 듯 했다. 난 그들의 큰 소리만을 동민의 어깨 너머로

들으며, 동민이를 벽 삼아 조금씩 조금씩  뒤쪽에서 옆쪽으로 위치

를 바꿔가며, 후문쪽으로 천천히  다가다기 시작했다. 다리가  후들

후들 떨리고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나는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고 동민이의 걸음 템포에 나의 템포를 맞추며 숨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가고 있었다. 20미터.. 19미터.. 18미터.. 17미터....이대로만

된다면 그들에게 걸리지 않고 학교 내로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6미터.. 15미터.. 14미터..  한 걸음 한 걸

음 옮기면서.. 난 곧 있으면  그녀를 만나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야~~~~~!!'

 

멀리서 들리는 이 외침에,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제자리에

꼼짝없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소리나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틀기 시작했다. 쿵쾅 거리는 심장 소리에  주변의 소리가 아무것도

안 들릴 지경이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2248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6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0 19:59  읽음:1469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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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16

 

'야~~ 좃마니들아.. 작은형이 건더기만 남기고 나머지 둘은 얼렁 와

서 밥 쳐먹으란다~~'

 

알고보니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아니었다. 식당쪽으로  갔던 건달

중 한명이 동료 건달을 데리러 와서 부른 소리였다. 하지만 다행의

순간도 잠시, 그 건달의  눈길은 우리가 있는 후문  왼쪽 방향으로

휙 돌려 우리를 지나치는가 싶더니, 다시 눈을 오른쪽으로 돌려 움

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는 우리에게서 멈췄다. 난 재빨리 고개

를 숙였다.

 

' 어.. 저새끼들 뭐야.. 야.. 모자쓴 새끼.. 너 이리와봐~'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사이로 나를 부르는 그 건달의 목소리가 들

렸다. 그 건달의 소리에, 후문  오른편에 있던 건달 세명도 고개를

우리 쪽으로 돌리며 이쪽을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

'.........'

' 형.. 튀어~!!!'

 

동민의 외침에, 내 발은 본능적으로 땅을 박차고 후문 쪽으로 뛰어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거리는 약  14미터, 난 사력을 다해서 앞으

로 달렸다. 그 건달들도 내가  수상한 인물인걸 알아차렸는지 , 내

가 있는 쪽을 향하여 뛰어오기  시작했다.


' 이 개새끼.. 너 거기 안서~!!!'


나에겐 건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 단지 이번에 잡

히면 저들이 나를 분명히 죽일 거라는 생각만이 온 머리속을 맴돌

뿐이었다.  난 동민의  등을 바라보며, 후문쪽을  향해서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단 그들의 욕  소리를 들으며, 저들이 어느 방향에서

나를 덥치려 뛰어 오는지는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옆쪽에서

한명, 그보다 약간 뒤쪽 대각선에서 세명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으로 보아, 한명은 나를 옆에서 덥치려고 포물선 방향으로 같이 후

문쪽으로 뛰고 있고, 나머지 세명은 나에게 직선방향으로 쫓아오는

듯 했다.

 

'개새끼 너 잡히면 죽을줄 알어~!!!'

'서 이 새끼야~!!'

 

 우리가 뛰는 모습은 흡사 살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뛰는 얼룩

말과, 이를 잡으려는 사자의 추격전 같았다.9미터..8미터..7미터..후

문과의 거리가 가까워 지면서  동민의 등과 후문 틈 사이로, 내가

들어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같은 과  학우들의 초초해 하는 모습

과, 잔디밭을 박차고 일어나 후문쪽으로 달려오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학우 몇몇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들이 해방조국인가..  그

리고 나를 부르는 건달들의 목소리도  내귓가에 조금씩 조금씩 더

가까워져 왔다. 평소에 운동을 안해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 긴장을

한 상태에서 뛰어서 그런지, 벌써 목에까지 숨이 차 올라 입에서는

헉헉대는 소리가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난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뛰었다.. 5미터..4미터..3미터..2미터.. 동민이가  기다리고 있던  같은

과 학우들 사이를 통해  교문 안으로 뛰쳐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도 2미터.. 하지만 그들이 벌써 내 옆에 와 있는 듯, 내 심장소

리 사이로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온 가슴이 흔들릴 정도였다.

 

'개새끼 서~!!!!'

'안서 이 개새끼야~!!'

 

2미터.. 1미터..  다른 곳은 몸으로 다 막고 내가 들어올 곳만 조금

터 놓은 친구들이 나를 잡으려고 손을 앞으로 내민다.

 

' 휙~~~~~~~~~'

 

쫓기는 자의 본능이랄까..  난 내 옆에서  들려오는 옷깃이 날리는

소리가, 나를 덥치기 위해 뛰어오른 건달의  소리라는 것을 직감으

로 알 수 있었다. 난 잡히지 않기  위해, 도루를 하는 야구선수가

포수가 던진공에 죽지 않기 위해  2루 베이스를 앞에 두고 슬라이딩

을 하는 것처럼  앞으로 몸을 수그리며 후문 쪽으로 내 몸을 던졌

다. 내 몸이 나르면서.. 모든 것이 정지.. 정지 된 것만 같았다. 

 

' 부웅~~~~~~~'

 

내 머리위로 손을 휘젖는 듯한 바람소리와, 건달의 욕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난 그대로 데굴 데굴 구르며 친구들 사이를 뚫고 후문을

통과했다. 학교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넘어진  나를 사이에 끼고

후문쪽을 향해 해방조국 멤버들이 황소처럼 돌진하며 스쳐 지나간

다. 짐시후, 몸과  몸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뒤편 후문쪽에서

들려왔다.. 

 

'둥~~~~둥~~~~둥~~~~~'

'이 개새끼들 안비껴~~죽고 싶어~~~'

'너희들이 뭔데 우리학교 들어올려구 지랄이야~~!!꺼져 이 깡패  새

끼들아~!!'

 

난 뒤를 돌아다볼  겨를이 없었다.. 성미..성미..  지금 내 머리속엔

그녀의 얼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난 동민이의  부축을 받아 땅에

서 일어나며, 그녀가 지금 있다는 과방쪽을 향해서 다시 뛰기 시작

했다. 학생들과 깡패들이 싸우는  소리가 점점 귓가에서 멀어져 갔다.  

인문관으로 향하는 길에서, 동민의  등 옆으로  이런 나와  동민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이 하나씩 , 둘씩, 차타고 갈 때 보이는 길

옆의 전봇대처럼 잔상을  뿌리며 스쳐지나간다.  얼마쯤 달렸을까..

우린 인문관 입구에 도착했다.

 

'헉.......헉.......헉.......'

 

난 내 숨소리와 심장 뛰는 소리에  정신이 아찔아찔할 지경이었다.

난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구에 털썩 주저앉았다. 동민도 숨이 찼는

지, 내 옆에 주저앉으며 숨이 너머가는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형..봐..내가 뭐랬어.. 우린 성공할 수 있다고 했잖아.. '

 

난 동민의 말에 밑을 보던  시선을 동민에게 돌리며 헐떡거리면서

한번 씨익 웃어줬다. 난 잠깐동안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빨리 가 봐요.... 성미 기다리고 있을텐데..'

 

난 동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과 방을  향해서 다시 뛰기 시작했

다. 과방은 3층.. 난 계단을 향해  뛰어올랐다.. 1층반.. 2층.. 평소와

는 다르게 있는 힘을 다해서 세  계단씩 전력을 다해서 뛰어 올랐

다. 2층반...3층.. 난 3층에 뛰어올라, 즉시 발  방향을 바꾸어  과방

이 있는 인문관 중앙쪽을 향해 뛰었다. 과방이 밀집해 있는 인문관

3층.. 스쳐지나가는 타과 과방 문 사이로  기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

었다. 과방.. 국문과 과방.. 드디어 우리과 과방의  모습이 내 눈 앞

에 들어왔다... 난 뛰던 발걸음을  멈췄다..

 

'..........'

 

이게 꿈일까 생시일까... 그녀.. 나의 사랑하는 그녀.. 그동안 멀리

서만 바라볼 수 있었던 그녀.. 너무도 보고싶던 그녀.. 그런 그녀를

이제 바로 내 옆에서 만나볼 수 있다니.. 난 숨을  씩씩거리면서..

한발자욱 한발자욱씩 닫혀져 있는 과방 문을 향하여 다가가기  시작

했다. 과방에서는 평소에 들리던 기타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끼이이이익..........'

 

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 문 사이로  드러나는 과방의 모습을 지

켜보았다. 아직까지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 과방안에선 한산

한 기운이 감돈다. 아마도 다들 나와 그녀를 도운다고 정문과 후문

지키러 나갔기 때문인 것 같았다. 난 침을 삼키며, 아직 채 열리지

않은 문을 오른손으로 더 밀었다. 창문.. 드디어  창문이 눈에 들어

왔다. 그리고 창문 앞에는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이 창문밖을 쳐다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긴 생머리.. 내 품 안에 꼬옥 들어오

는 좁은 어깨.. 160이 조금 넘어보이는 키....어라.. 근데 내가 못 보

던 옷을 입고 있다.. 그녀가 아닌가.. 이런.. 땀이 눈으로 타고 들어

왔다.. 난 반사적으로 눈을  비볐다.. 그런데 바로  그때 두 사람이

내가 들어온 걸 알아 차렸는지, 고개를 돌렸다....

 

뿌연 영상.. 흔히 눈에 무언가가 들어가면 나타나는 뿌연 영상.. 뿌

연 영상 사이로 두 사람의 얼굴이 흐릿하게보였다. 난 그들의 얼굴

을 확실히 보기 위해 눈을 껌뻑거렸다.. 껌뻑...  껌뻑.. 그들의 영상

이 차츰..차츰.. 또렷해진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2485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7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1 21:32  읽음:1482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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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17

 

'오빠.....'

 

아직 뚜렷하지 않은 영상 사이로... 내가 그동안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녀를 뚜렷히 바라보

기 위해 다시한번 눈을 손으로 비볐다. 뿌연 점들이  하나 하나 내

시야에서 사라져 가면서,  눈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

나의 사랑.. 나의 전체.. 내 인생.. 내 목숨과도 같은 그녀.. 바로 그

녀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오빠......'

 

그녀의 눈이 잠시  반짝거리는 가 싶더니..  눈물이 방울을 이루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난 목이 메여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한걸음 한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난

눈 앞이 다시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성......성미야...'

'오..오빠...'

 

그녀는 울먹이는 얼굴을 하다가, 이내  내 쪽으로 달려왔다. 나 역

시도 그녀를 향해 달렸다. 그녀의 얼굴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온

다. 하지만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몇 발자국 뛰어 오다가

내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넘어지려 했다. 난 재빨리 앞으로 뛰어 그

녀를 밑에서부터 일으켜 세우며 끌어안았다. 그녀는 내  목을 감싸

며 내 품에 꼬옥 안겼다. 지금.. 지금 내 머리엔  아무 생각도 떠오

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서도 뜨거운 무언가가 샘솟듯이 솟아

올라 뺨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행복.. 그래..  난 지금 행복하다..

난 많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이.. 지금 그

녀와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를 껴안고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아니..우리에게는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 훌쩍이고 있던 성미가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을 풀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눈물로 범

벅이 되어 있었다.

 

'오..오빠...난...난..'

 

그녀가 무슨말을 꺼내려 했다. 하지만, 난 내 왼손 검지를 들어 그

녀의 입을 막았다..

 

'성미야.. 괜찮아.. 이젠 모두 잘될꺼야.. 아무런  걱정하지마.. 다 잘

될꺼야...'

 

난 이 말을 하며 다시 그녀를 껴안았다.. 그녀도 말을 꺼내려는 생

각을 접고, 다시 내 품에 꼬옥 안겼다.

 

'짝........짝........짝..........'.

 

난 문쪽에서 들려오는 박수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흐릿흐릿한 시야

사이로 꽤 낯 익은 얼굴이 보였다... 바로 동민이었다. 동민은 언제

와 있었는지, 과방 문에 기대어 서서 천천히 .. 그리고 조용히 얼굴

에 미소를 띄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난 동민이  와 있는것에 깜짝

놀라, 소매를 들어올려 눈물을 훔쳤다. 그런데 어디선가 또다른 소

리가 들려왔다.

 

'짜식.. 이 형은 아에 눈에도 안 보이는 거였냐??'

 

난 눈물을 닦던 손을 내리며 창문쪽을 쳐다보았다. 아차.. 그러고보

니 창문쪽에 그녀와 또 다른 한 사람이 서 있었지. 이런.. 성민형이

계셨군.. 성민형은 이런 우리를 웃음띤 얼굴로 쳐다보며 창가에 기

대어 서 계셨다. 과 내에서 '큰형'으로 통하며  애들에게 어려운 일

이 생기면 앞장서서  챙기며 우리를 도와주는  큰형.. 난 성민형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놓였다.

 

'진석이형.. 성민형한테 고맙다구 하세요.. 오늘  이 계획.. 성민형이

어제 술자리에서 다  짜신거예요.. '해방조국'  애들도 다 성민형이

데리고 오신거구.. '

 

아.. 그러고 보니 아무런 연줄도 없는 나를 학생회 산하 사수대 애

들이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성민형이 관련되고  보면 이야

기는 달랐다. 성민형은 재작년에  총학생회장을 하셔서 , 학생회

관련으로 아는 인맥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만명이 관련된  시위도

아무런 차질없이 계획하셨던 형인데, 이정도 몇십명 동원하는 일이

야 누워서 떡먹기 였을  것이다. 성민형이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하

니, 천군 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난 훌쩍이는 그녀의 눈물을 손

으로 닦아주며, 내 목을 감싸고 있던 그녀의 손을 풀어 내 손에 잡

고 형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 형.. 정말로 고맙습니다..  이 은혜 평생.. '

' 쨔샤.. 아직 고맙다고 말하기는 일러.. 조금있다가 차 타고 교문밖

으로 빠져나가 너희들 은닉처까지 데려다 주고 난 후에 고맙다고

말해라..'

' 앗..그럼 형이??'

 

형은 내 질문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한번 가볍게 끄덕였

다. 그러고보니, 어제 계획에서 차를 운전해 우리들을 학교 밖으로

빠져 나가게 해 줄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볼 것을  깜빡 했었는데,

알고보니 성민형 자신이 총대를 맨 것이었다. 난  성민형에게 다가

가며, 성민형의 손을 꼭 잡았다. 

 

' 형..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로.. '

 

난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성민형은 이런 나의 등을

다른 한 손으로 가볍게 두드려 주면서, 말을 꺼냈다.

 

' 내가 그동안 너희 둘 사귀는거 바라보면서..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것도 없었는데.. 그래도 하늘이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일을 해 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구나.. 그러니  이번일은 형이 다 알아서 해

결 해 줄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중에 학교 잘 빠져나가서

너희들 숨을 수 있게되면.. 그때 술이나 한잔 사라.. 알았지??'
 


난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숙인

채 끄덕였다. 형은 내 등을 가볍게 다시한번 치더니 말을 이었다.

 

'쨔샤.. 언제까지 울고 있을꺼냐.. 빨리 눈물닦고 상황이나 지켜보게

이쪽으로 와라. 근데 정문 바깥쪽 상황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심각

하게 돌아가고 있어서 문제다.. '

 

난 성민형의 말에, 그녀의 손을 잡고 창문쪽으로 발걸움을 옮겼다.

우리 과방은 언덕 위에  있어서, 언덕 아래에 있는  정문이 한눈에

들어온다. 난 창문 바로 앞에 서서,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정문 쪽

을 바라보았다. 동민이도 창문쪽으로 뛰어왔다. 

 

'앗..........'

 

정문앞은 벌써 빽빽한 인파로 가득차 있었다. 정문  바깥쪽에는 길

주위로 검정색 새단 8대  가량이 깔려 있었고,  출입구 있는쪽에는

검정색 양복을 입은 건달들이 교문을  틀어막고 있는 학생들과 치

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서로 서로 팔짱을 끼고 앞

뒤로 몇 명씩 겹을 싸서 출입구 앞쪽에서 학교쪽으로 들어오는 공

간을 모두 몸으로 차단하고 잇었다. 건달들 몇몇은 손에 쇠파이프,

흔히 말하는 연장을 들고 있었지만, 상대가 조직 폭력배가 아닌 학

생이고, 들어오려고 하는 곳이 나이트클럽이 아닌 학교라선 그런지,

연장을 쓰지 않고 손으로 학생들을 밀며 학교 안으로 진입하려고 발

버둥을 치고  있었다. 아마도 아까  후문쪽에서 학생들에게 막힌 건

달 몇몇이 정문쪽에 있는 건달들에게도 연락을 했나보다.... 이런

제길.. 난 그들에게 혼잣말로 욕을 하면서.. 좀 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눈을 크게 뜨며 유리창에  얼굴을 붙였다. 건달쪽 인원은 약

30명, 예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은 숫자였다. 그녀의 삼촌은 아직

정문쪽에는 나타나지 않은 듯 했다. 난 이번엔 학생들이 있는

정문 안쪽으로 눈을 돌렸다. 교문을 틀어막고 있는 학생수는 약..

20명, 그리고 교문을 빙 둘러싸고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학생

수는 약 100명 가량 되어 보였다. 난  과연 이 많은 사람들 사이로..

우리들이 차를 타고 뚫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성민형의 얼

굴을 쳐다보았다. 성민형은 이런  나의 당황해하는 눈만 보고도 내

가 무슨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았는지, 손으로 정문에서 약간 떨

어진 언덕 아래에 있는 약대와 음대건물 쪽을 가리켰다.

 

' 저기 보이지.. 재내들만 있으면.. 건달 삼십명이  아니라 백명.. 아

니 천명도 얼마든지 뚫고 나갈수 있으니까.. 절대로 걱정하지마..'

 

 교문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약대와 음대건물 사이에는, '해방조국'

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약 40명 가

량의 마스크를 쓴 사수대 학우들이 행동 개시  시간을 기다리며 조

용히  열과 오를 맞춰 쇠파이프를 바닥에 꽂고 앉아있었다. 우리 학

교  사수대 '해방조국'.. 한총련에서도 넘버원임을 인정해 주어 중

요한 시위때가 되면 언제나 가장 앞 열에서 학우들을 지켰던 일당백

의 용사... '해방조국'.. 저들이 도와준다면 정말로 차가 교문 밖으

로 빠져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들었다.

 

' 아.. 그리고 저기 저 차 보이지?? 언덕 아래쪽에  세워져 있는 하

얀색 엘란트라. 저게 바로 오늘 우리가 타고 나갈 차야. 어제 친구

녀석한테 사정사정 해서 빌렸는데, 부디 아무런 문제  없이 주인한

테 돌려줄 수 있기만을 바랄뿐이다..'

 

난 긴장했던 얼굴을 약간 펴면서, 과방에서 대각선  아래쪽 언덕에

있는 흰색 차를 바라보았다.. 저 차..  저 차가 무사히 교문 밖으로

빠져 나갈수만 있다면.. 나와 그녀는 해방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난

잘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부풀어 올라,  얼굴에 환한 미소

를 띄며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꽉 잡았다. 교문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나의 이런 얼굴을 보고 따라서 환히 웃으며

말했다. 

 

' 오빠.. 저두 첨에  학교 들어와서.. 성민오빠가 말해주는  것 듣구

깜짝놀랬었거든요.. 근데 성민오빠가  말하신 데로  지금까지 착착

진행되는 것을 보고 있으니까.. 잘하면 우리 모두 무사하게 교문을

빠져나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성미는 믿어요.. 하

늘이 우릴 꼭 도와줄 것이라는 것을.. '

'아.. 성미야.. 근데 너 옷???'

 

난 문득 그녀가 오늘 평소에 보지  못했던 옷을 입고 있던게 떠올

라, 그녀에게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 이때.. 동민이 말을 받았다.

 

'아.. 형. 그옷.. 본 적 없어??  분명히 봤을텐데.. 하기야 자기 여자

가 아닌데 옷을 어떻게 입냐에 무슨 관심을 가지겠어..킥킥..... '

 

동민의 이 말에 옆에 있던 성민형도 따라 웃었다.  나는 영문을 몰

라 어쩔줄 몰라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데, 성미가 내

귀에 대고 소근소근 말을 했다.

 

'오빠.. 이거 민정이 옷이예요.. 민정이가 제 옷이랑 가방 메구 대신

수업 들어갔어요.. '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동민이에게서 성미에게 도청장치가 설치되

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성미가 나와 만

나는걸 외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도록..민정이가 성미와 옷을

갈아입고 수업에 들어간 것이었다. 민정이가 성미와 똑같은 수업을

들으니.. 아무 문제도 없고.. 정말로 치밀한  계획이었다. 난 이제야

이 옷이 생각났다는 듯 머리를 치며 '아~ 알겠다'  라고 말 했지만,

두 사람은 더 큰 소리로  웃기만 할 뿐 내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성미도 두 사람이  웃자, 얼굴에 미소를  띄며 따라웃었다.

난 얼굴이 부끄럼에 빨개지며, 그녀에게 말했다.

 

' 근데.. 누구 셍각???'

' 아.. 역시 성민형 생각이세요... '

 

동민의 말에, 난 성민형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연륜

이라는게 사람을 이렇게 치밀하게 만드는 구나.. 멋적은 듯한 웃음

을 띄는 성민형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형처

럼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교문쪽

으로 눈길을 돌렸다. 교문쪽에서는 여전히 학생들과 건달들이 몸싸

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폭력사태는 아직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직 그녀의 삼촌이 도착하지 않은건  아마도 민정이가 대

신 그녀의 옷을 입고 수업에 들어갔기 때문인 듯 했다.. 그녀가 수

업을 듣고 있고.. 또 수상한 놈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나

라는 것도 확인이  안 되었으므로.. 무리  하면서까지 학교 안으로

들어올 필요가 없겠지..  우리에게 있어선  실로 천만 다행이었다..

아.. 근데 왜 이런 상황에서도 차가  안 막히지.. 난 눈길을 도로쪽

으로 옮겼다. 저렇게 교문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는데, 학교 바깥쪽

도로에는 차가 막히지 않고 잘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난 몇초 지

나지 않아,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 한 대가 오른쪽 깜

빡이를 켜고 학교쪽으로 진입하려고 상행선에서 우회전을 하자, 뒤

쪽에서 교문을 지켜보고 있던 건달 두세명이 차를 발로 차고 운전

석 유리를 손으로 치면서 앞쪽으로 계속 나가라고 손짓을 하며 위

협했다. 저런 상황에서는 아마 어느 누구도 목숨 걸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겠지..

 

'자.. 그럼 이제 상황이  대충 눈에 보이는 것  같으니.. 박진석군과

김성미양의 사랑 대탈출 작전을 한번 실행에 옮겨 볼까.. '

 

벌..벌써.. 내가 성민형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자, 성민형은 얼굴에

미소를 띄며 우리둘을 양 팔에 끼고  과방 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

작했다. 하기야..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할 필요가  없지.. 그런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제발 성공해야 할텐데..  난 마음속으로 재

차, 삼차.. 계속해서 빌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2681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8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2 20:37  읽음:1354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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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매체가 세상의 모든일을 사실 그대로 보도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너의 결혼식 #18


이 세상에는 어떤 어떤 신들이  있을까. 하느님, 예수, 부처,  알라..

평소 신학쪽에 관심이 없고, 또 종교가 없던 내가 그 당시 알고 있

던건 이 네 신 뿐이었다. 그래서 난 인문관을  빠져나와 언덕을 내

려오는 내내, 이 네 신들의 이름을 입  속으로 들썩이며 만약 당신

들이 나를 여기서 빠져 나가게 해 준다면, 난 평생을 다 바쳐 당신

들을 섬기겠다고 맹세했다. 아마도 사람들은 이렇게  어려울 때 의

지할 큰 힘이 되기 때문에, 종교를 믿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

다. 언덕에서 내려오자, 아까 멀게 느껴졌던 외침  소리, 욕하는 소

리들이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우린 혹시라도 정문쪽에 있는 건달

들의 눈에 띄지 않을까 주의를 하면서 주차장에 바쳐져 있는 차들

의 뒤쪽으로 해서 성민형이 빌린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다행

이 많은 학우들이 정문쪽을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

에게 걸리지 않고 차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왔다.'

 

아까 위에서 봤던 엘란트라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니, 이제 저 인파

를 뚫고 밖으로 나갈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생각에 긴장되는

마음을 누를길이 없었다. 난 초초해 하는  얼굴로 성민형에게 말했

다.

 

'성민형. 근데 정문을 빠져 나가셔서..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성민형도 학우들 사이로  들리는 폭력배들의  괴성과 처음으로 해

보는 탈출 시도 때문이신지,  교문쪽을 약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

며 생각에 잠겨 있는 듯 하다가 내 말에 깜짝놀란 듯 나를 쳐다보

며 말했다.

 

' 아.. 아.. 그거.. 그건 걱정하지마.. 너도  알다시피 우리 학교 정문

빠져나가서 오른쪽 길이 상행선이지 않니.. 그리고 그쪽으로 나가서

다시 우회전 해서 잠깐 가다가 좌회전 하면 외곽도로로 빠지는 길

이 나오거든. 그길 통해서 죽 내려가다가 고속도로로 들어가서, 경

기도 광주에 있는 친구집에 너희들 데려다줄게.. 그 친구한테 이미

말 해 놨거든..'

 

그리고 성민형은 이 말에 이어  광주는 시골이라서 특별히 오가는

사람이 없을테니까, 아마도 몇 개월간은 별 문제없이 숨어 지낼 수

있을꺼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그럼 그 후에는 어떻게 하지요 라

는 질문을 하려고 했으나, 지금 이정도까지  준비해 준 성민형에게

더 많은 것을 바란다는 것은 나의  욕심인 것 같아 성민형에게 정

말로 고맙다는 말을 건내며 형의 손을 잡았다. 형도  아마 그 이상

은 준비해 놓으신게 없으신지, 잠깐동안  교문쪽과 '해방조국' 애들

이 있는 곳을 번갈아 쳐다보시다가, 우리들에게  차에 타서 기다리

라는 말만 남기고  음대쪽으로 걸어가셨다. 우린  성민형이 멀어져

가는 모습을 멀건히 쳐다보다가, 성민형의 말에  따라 차에 올라탔

다. 차 속에서, 성미는 약간 불안해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

했다.

 

'오빠..오빠... 우리 진짜로 정문 통해서  나갈 수 있을까?? 나..걱정

되...'

 

내 자신은 벌써 진짜로 빠져나갈수  있을까 하는 걱정의 소용돌이

에 휩싸여 있었지만, 내가 걱정되는 말을 해  봤자 성미만 더 걱정

되게 만들꺼라는 생각에  성미를 바라보며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다 잘될꺼야.. 오빤 다 잘 될꺼라 믿어.. 분명 하늘이 우릴 도우실

꺼야..'

 

난 그때, 그녀의 걱정스런 얼굴을 바라보며 진정으로 빌었다. 만약

하늘에 신이 있다면, 정말로 이번만.. 딱 이번만  그녀와 나를 도와

주시라고.. 내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바치겠으니.. 제발 이 학교

만 빠져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우리가 이런 저런 이야기

를 하면서 걱정을 떨쳐버리려고  하고 있는 동안, 차  문이 열리며

성민형이 들어온다.

 

' 자.. 그럼 5분후에 출발이다.. '

 

성민형은 결심한 듯한 얼굴을 하고 차에  시동을 걸으며, 정문쪽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했다.  드디어 출발.. 드디어  출발인가.. 나와

그녀는  두 손을 꽉 부여 잡으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

제 5분후면, 우리의 앞으로의 인생이 판가름이 나게 된다. 그녀 앞

에서 약한 모습을 또다시  보이는 것이 죽도록 싫었지만,  내 몸은

내 의사와는 다르게 본능에 따라 사시나무 떨듯 일정 간격을 두고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성민형은 이런 우리를 백밀러로 바라보다

가, 오른손을 운전석 옆쪽에 걸치고 우리를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

했다.  

 

' 쨔샤들..겁먹긴.. 걱정마.. 이 형이 있잖아.. 이  형이 다 너희들

아무 문제 없이 교문  밖까지 고이 모셔다  줄테니까.. 걱정 푹 놓구

그냥 멋진 액션영화 감상한다고 생각해라..알았지?'

 

형의 말이 약간 위안이 되기는 했지만, 우린 긴장되는 마음을 늦출

수는 없었다. 난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창을  통해 보이는 정문쪽을

바라보았다. 정문까지의 거리는 약 100여  미터, 그 가운데에는 학

교 잔디밭과 잔디밭을 가로질러 2차선  거리가 놓여있었다. 성민형

은 차에 시동을 다 걸었는지, 핸드브레이크를 풀며 차에 기아를 넣

었다.  

 

' 그럼 .. 간다..'

 

차는 가볍게 떨린후,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해 나가기 시작했

다. 다행히 오늘의 사태  때문에 그런지 ,  학교 앞 잔디밭 도로는

차가 없이 한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를 태운 차는 주차

장을 빠져나와, 잔디밭 가운데에 난 도로를 따라서 정문이 있는 쪽

으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멀리서 보이던

학우들의 뒷모습과 깡패들의 발악하는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커

지며, 그들간의 몸싸움 소리 역시 귓가에 더 크게 울려오기 시작했

다.  우린 최대한 몸을 낮추고, 운전석 뒷자리의 조그만 틈새를 통

해서 교문쪽 상황을 계속 지켜보았다.

 

'끼..끽..'

 

얼마쯤 앞으로 나왔을까... 교문과의 거리가 한 30미터쯤 남아 있는

지점에서, 성민형은 차를 길 옆쪽으로 부쳐 세웠다.

 

' 안 비켜 이 개새끼들아 너희들 다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이 씹새

끼들~!!!'

' 너희들이 뭔데 우리학교에  들어온다고 난리야! 너희들이 경찰이

야 뭐야!!'

 

정문을 막고 있는 학생과, 이를 뚫으려는  폭력배들의 외침이 이젠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미 우리의 시야는 교문을  막고 있는 학우들

과 그를 지켜보는  학생들로 가득차 있었고,  간혹가다 뛰어오르는

폭력배들의 얼굴이 알아볼 수 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성민형은  시

계와 정문쪽, 그리고 해방조국 학우들이 가다리고  있는 곳을 번갈

아 바라보며 말했다.  

 

' 앞으로 2분 10초.... '

 

난 내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  시각이 1시 10분... 앞으로 2분..그

러니까 12분이 되면  우리의 인생이 결정되는  건가.. 아.. 2분10초

면.. 130초.. 정확히 이야기 하면..  130초 후면 우리의 인생이 결정

되는 거군.. 아차.. 생각을 하다가.. 벌써 10초가 흘러가 버렸다..  이

제 남은시간은 120초.. 난 시계를  바라보던 시선을 그녀의 얼굴로

돌렸다. 그녀 역시 긴장된 얼굴로 내 손을 잡으며  내 시계를 바라

보고 있었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난

시선을 정문쪽으로 돌리려다가..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100초..

아니 100초도 채 남지 않았다.. 이런 제길.. 난 재빨리 시선을 정문

쪽으로 돌렸다. 정문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같은 과 학우들이 차

가 나갈 수 있도록 차 앞쪽에 서서 구경을 하고 있던 학우들을 정

문 외곽쪽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난  다시 시계를 바라보았다..

70초.. 69초.. 이젠 겨우 1분의 시간만이 남았다.. 1분만 있으면..  모

든게 결정되다니..신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난  고개를 들어  나를

걱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사시나무 떨  듯 떨고있는 그녀를 바

라보았다.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대신  내 팔꿈치를 뒷좌석 위

에 받치면서 그녀의 손을 두손에 꽉 쥐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 제....제발.. 하늘....하늘이시여.. 우리..우리를.. 도우소서..'

 

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녀도 나와 같은 자세를 취하

며 두 눈을 꼭 감으면서 꼭 쥔 두 손에 머리를 붙이며 말했다. 

 

'하늘이시여.. 우리..우리를 도우소서.....'

 

내 말을 따라하고 난 후, 그녀는 내 귀에 입을 붙이며 나에게 떨리

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오빠...'

'어..엉?'

'사...사랑해요....'

 

그녀의 눈이 눈물에 젖으며 반짝이기 시작했다.

 

' 오빠두.... 오빠두 ..너만을 사랑할게... 영..영원..'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2849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19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3 19:57  읽음:1471 추천:10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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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19

 

'빵~~~~~~~~빵~~~~~~~~빵~~~~~~~~~'

 

우린 성민형이 울린 크랙숀  소리에 깜짝놀라, 정면을  쳐다보았다.

소리때문인지, 정문을 보고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우리가 타

고있는 차에 몰렸다. 그리고 미리  약속된 신호인 듯, 정문을  막고

있던 같은 과 학우들이 차를 힐끔 힐끔 쳐다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정문 주변에는 순간 정적이 흘렀다.  영문

을 모르는 폭력배들은 욕하는 것을 멈추고 가만히 서 있다가, 이내

무언가 수상한 점을 발견했는지 뒤로 물러서는 학생들 사이로 머리

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크랙숀 소리가 났던 방향을 쳐다보기 시작

했다. 학우들은 횡으로 서 있던 자신들의 진형을 양 옆에서 가운데

있는 쪽으로 접으면서, 우리의 차가 있는 곳을  감싸는 형태로 천천

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긴장감... 비록 두려움에  온

몸이 떨렸지만 난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차창을 통해 앞을  곧장

바라보았다. 학우들이 얼마쯤 밀려났을까.. 우리가 나갈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 앞을 막고 있던 학우들이 비껴나자, 우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우리의  차를 지켜보며 서 있는  폭력배들을

또렷히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얼굴을  하며  ,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우리가 탄 차를 바라보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숨소리를

멈춘 듯  했다.. 너무 조용했다.. 오직 그들의 발자국 소리만이 내

귀에 또렷하게 들릴 뿐이었다.

 

'저벅.....저벅...저벅..'

 

아마도 그중에서는 제일 오야로 보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놈

이 앞으로 좀 더 빠르게 걸어나오며 오른손을 들자, 다른 건달들은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는 먹이를 앞에 둔 승냥이마냥 숨을 죽이고 ,

머리는 가만히 두고 눈을  돌려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기  시작했

다. 정적이 계속해서 정문 주위를 감싸고  돌았다.. 난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 벌벌  떨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왼쪽으로 눈을 돌리던 그가,  깜짝놀란

얼굴을 하더니 얼굴을 틀어 왼쪽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발자욱 한발자욱 뒤로 물러나면서, 소리쳤다.

 

'연장 챙겨~!!!!!'


  
그 소리에 난 몸을 틀어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해방조국을 쓴 빨간

깃발을 바람에 휘날리며 머리 높이 치켜들고 뛰어오는 한 학우를 따라서,

해방조국 학우들이 손에 길다란 쇠파이프 하나씩을 들고 학교 왼편

으로부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난 재빨리 눈을  돌려

다시 정문쪽을 바라보았다. 뒤로 잔걸음을 하며  물러나는 아까 그

건달 뒤로, 차 속에 있다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 나오거나,  트

렁크로 달려가 연장을 꺼내며 정신없이 움직이는 건달들의 모습이

눈에 스쳤다. 교문앞은 순식간에 건달들이 소리치는 소리에 뒤덮였다.

 

' 두두두두두.......'

 

해방조국 학우들이 우리 곁으로 점점 다가오면서,  난 차가 미세하

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황소때가 달려오는 것으로 착각을 할 정도

였으니까.. 그리고 곧 이어 학우들의 함성이  들려오는 가 싶더니,

교문쪽을 향해서 달려가는 학우들의 모습과 함성이 시야  뒤족에서

부터 정면쪽으로 빠르게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함성이 우

리의 주변에 울려퍼졌다.

 

'와아~~~~~~~~~~~~~~~~~'

 

순간.. 순간이었다.. 잠깐의 순간이 흐른후, 정문쪽으로 달려나간 학

우들 중 제일 앞 열이 위로 튀어오르는  것 같더니, 드디어 그들과

건달들간의 첫 격투가 시작되었다.

 

'이 개새끼들 안비켜~~~~!!'

'디져 이 씨방새들아 너희들 뭐야~!!'

 

둔탁한 쇠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리며,  정문앞은 순간 아

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난 그저 벌벌 떨면서 앞을 바라보고 있

을뿐, 그녀를 쳐다볼수도 성민형을 쳐다볼수도 없었다. 내 눈앞에는

쇠파이프를 휘둘어 대며 앞으로 전진하려고 하는 해방조국  학우들

의 뒷모습과, 이를 막으려고 같이 쇠파이프나  각목을 휘둘러 대는

건달들의 앞모습이 혼란스럽게 펼쳐지고 잇었다.  몸을  약간 들어

정문 너머 쪽을 바라보니, 벌써 어디서 그렇게 몰려왔는지 손에 제

각기 무기를 쥐어 든 건달들이 정문 나가는쪽 출입구를 겹겹이  막

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우들이 선공을 떠서  도로쪽 방향으로 약간

진격을 하는 듯 하더니,  저쪽도 뒤에서 받치고 있는  쪽수가 제법

되는지라 시간이 조금 흐르자  서로 앞뒤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쇠파이프와 각목만을 휘두르며 정문에서 도로쪽으로 약간 나간  지

점에서 싸움선이 정체되어 버렸다. 난 침을  꿀꺽 삼키며 성민형을

바라보았다. 성민형은 기아를 넣지 않은 상태에서  차의 악셀을 밟

았다 떼었다 하면서, 앞쪽과 백밀러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그

리고 조금 후, 형은 창문을  열어 손을 창 밖으로  꺼낸 후 흔들기

시작했다. 잠시후, 우리의 머리위를  통해서 뭔가가 교문  방향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게 보였다. 난 놀란 눈으로 그것을 쳐다봤

다.

 

'앗... 화.. 화염병??'

 

화염병은 그대로 정문 앞 도로쪽에서 다른 건달들의 뒤에 바싹  붙

어있던 건달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외마디 비명소리가 하늘을 가

르며 들려왔다. 난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마스크를 쓴 학우 몇몇

이 손에 불을 붙인 화염병을 들고 천천히 돌리며 던질 자세를 취하

고 있었다.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뒤쪽에서 기습을 당한 건달

들이 당황을 했는지 학우들이  건달 몇몇을 파이프로 아작을  내며

교문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다시 공중을 가르며 화염병 몇 개가 건달들 뒤편으로 날아갔

다.  떨어진 쪽에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고, 학우들의

뒷모습 옆으로 옷에 불이 붙은채 비명을 지르며 도로쪽으로 뛰어가

는 건달의 모습이 보였다. 학우들은 화염병이  날아오는 것에 힘을

얻었는지, 더욱 함성을 드높이며 건달들을 파이프로 치면서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역시 해방조국 학우들은 달랐다. 개인적인 맞짱이나

기습공격에 능숙한 건달들과는 다르게,  백골단들과의 조직적인 전

투와 길 뚫는 일에 능숙한 이들은, 길을 터야 되는 방향에 서 있는

건달들을 막아야 되는 방향으로  밀어 붙이면서 열과 오를  이루며

능숙하게 전진해 나갔다. 아까는 정문 앞쪽에  겹겹이 건달들이 막

고 있어서 조금 천천히  밀리는가 싶더니, 화염병 때문에  뒷 열이

무너져 버린 탓일까.. 건달들은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학우들은 두 열로 붙어서서, 앞열에 있는 학우들은 멀리

에 있는 건달들을 후려치고, 뒷열은 앞열보다 약간 긴 파이프를  들

고 칼과 같은 단거리 무기를 들고 달려드는 건달들을 파이프  끝으

로 찍으며 앞열 학우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건달들은 개인적인 싸움

에 익숙해 있는터라,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고 꼭 세명 네명 정도씩

학우들 앞으로 각목이나 칼을 휘두르며 뛰어들다가 파이에  맞고는

뒤로 다시 물러났다. 성민형은 차에 기어를 넣고, 천천히 악셀을 밟

으며 학우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앞으로  차를 몰아갔다. 앞

의 두 열의 학우들이 쇠파이를 휘두르며 건달들을 정문 왼쪽  도로

있는 쪽으로 시계 반대 방향을 그리며 계속 몰아가자, 성민형이 다

시한번 크락숀을 울렸다. 그러자 두 열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머

지 학우들이  오른쪽으로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면서 아직 왼쪽으로

안 몰리고 오른쪽에서 앞열 학우들과 파이프를 주고받고있는  건달

들을 그대로 파이프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을 왼쪽으로

몰아버리면서, 그 주변에 쓰러져있는 건달들의 옷  뒤쪽을 잡아 왼

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오른쪽 길을 아무런 장애물 없이 확실하게

터 버리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잘하면..정말로 이대로 잘만 되면..

나와 그녀는 무사히 학교를 빠져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

작했다. 난 입으로 감탄사를 연발하며 ,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

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도 흥분한  얼굴로 싸우는 학우들

을 지켜보면서 연신 입으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였다.  

 

'탕탕탕...'

 

누군가 내 옆 창문을 때리는 소리를 듣고,  난 재빨리 창문쪽을 바

라보았다. 동민이었다. 동민이는 아까 후문쪽 상황을 계속 지켜본다

고 우리 과방 앞에 있는 영문과  과방으로 들어갔었는데,.. 그는 지

금 내 옆에 서서 다급하게 창문을 두들기고  있다. 난 긴장된 마

음으로 창문을 열었다. 우리의 시선은 동민의 입에 집중되었다.  동

민은 어디서부터 뛰어왔는지 연신 헥헥 거리며 입을 열었다.

 

'형....헉..헉.. 저기..저기 뒷문 뚫렸어요.... 저기..  봉고 두 대가

건달 또 싣고 와서.. 뚫렸어요..'

 

난 뒷문이 뚫렸다는 말 보다도.. 봉고 두 대가 새로 등장했다는  말

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새롭게 봉고가 등장했다면.. 그녀와 내

가 만난게 이미 걸려서 응원 부대가 왔다는 말인데.. 뒷문쪽이 벌써

들이닥쳤으면 앞문쪽으로도 응원부대가 들이닥치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왜 걸렸을까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나는 성민형의 얼굴

을 쳐다보며 말했다.

 

'어..어떡하죠..??'

 

성민형도 응원군이 와서 뚫렸다는 말에 당황했는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나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정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

리고는 차를 더욱 학우들이  있는 정문쪽으로 바싹 붙이면서  말했

다. 

 

'조금..조금만 있으면 나갈수 있을꺼야..조금만..'

 

난 다시 정면으로 눈을 돌렸다. 성민형의 말이 맞았다. 해방조국 학

우들이 정문을 가로막고 있던 건달들을 왼쪽으로 거의 밀어붙인 상

태였다. 정문에서 보면 앞쪽 차선이 학교  오른쪽 외곽도로로 빠지

는 차선이었는데,  학우들이 왼쪽을 막아주어  우리가 나갈 오른쪽

길쪽은 훵 하니 뚫려있었다.  이제 학우들이 조금만 더 밀어붙여주

어 차가 지나갈 틈이 확보만 되면, 우린 빠져 나갈 수 있으리라...난

긴장된 눈으로 정면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화염병 세례에

정신을 못차리던 건달들이 다시 진열을 정비해 학우들이 하는 것처

럼 일열로 서서 학우들과 치고 받아서 밀리는 속도가 다시 더뎌 지

기는 했지만, 여전히 조금씩 조금씩 왼쪽편으로  그들이 밀리고 있

었다. 성민형은 긴장이 되는지 기아를 중립에 놓고 악셀을 계속 밟

았다 띠었다 하면서 '부웅~ 부웅~' 소리를 냈다. 이제 앞으로.. 조금

만.. 조금만......

 

'휴......'

 

드디어 나갈수 있을만한 공간이 확보가 되었다.  성민형도 같은 생

각을 하셨는지, 손을 빠르게 움직여 기어를 1단으로 바꾸시면서 악

셀을 밟았다.

 

'끼리리리리리.....'

 

차 바퀴가 제자리에서 헛바퀴를 돌며 잠시 큰 굉음을 내다가, 차가

앞으로 미끄러져 나간다. 교문까지 거리 10미터.. 이제 이 10미터만

벗어나면 나와 그녀는 자유롭게 사랑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긴장된 눈으로 점점  커져가는 정문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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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너의 결혼식' 쉽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3206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0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5 20:38  읽음:1363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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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0

 


그런데.. 어.. 어.. 왜 왜그래?? 왜 뒤쪽을  쳐다보는거야?? 뒤쪽에

서 있던 사수대 학우들이 앞쪽에 있는 학우들의 어깨를 손으로 흔들

며 다급히 앞과 뒤를 번갈아 보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순간...

 

' 끼이이이익...........'

 

두 곳에서 동시에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한곳은 아직

채 교문을 빠져 나가지 못한  우리 차에서 . 그리고  나머지 한 곳

은.. 오른쪽에서 갑자기 질주해 들어와 건달들과 싸우고 있는  학우

들을 뒤쪽에서 그대로 밀어버리면서 차 앞머리를 우리쪽으로 돌리며

차를 급정차시킨 검정색 긴 새단에서 였다. 앞만 보며  뒤를 보지

못했던 약 10명의 학우들이 그 차 한 대에 받쳐 그대로 왼쪽으로 튕

겨 날아가 버렸다. 순간.. 너무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우

리셋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버린채 앞만 바라보았다.  그 새단

이 학생들을 치어버린 바로 직후, 봉고차 2대가 학우들을 향해 아까

와 같이 오른쪽에서부터 돌진해 들어왔다. 새단의 공격에 당황해서 그

자리에 굳어버린 학우들중 대다수가, 돌진해 들어오는 봉고에  치어

다시 왼쪽으로  튕겨나갔다. 정문 앞은 학우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했

다. 아차.. 아차..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기억속에서 잠깐동안 지워

졌던 인물이 있다.. 바로 삼촌 깡패.. 삼촌 깡패를 까맣게 잊고 있었

다.. 설마.. 그놈이..설마..

 

내 예상은 적중했다. 새단 뒷좌석의 문이 열리면서, 그녀의  삼촌이

걸어나왔다. 그를 본 한 학우가 쇠파이프를 휘둘러 그의 머리를 치

려고 하자  , 그는 몸을 재빨리 밑으로 숙여  그 학우의 공격을 피

한후 그대로 주먹으로 그 학우의 얼굴을 쳤다.. 아니 쳤다는 표현보

다 뭉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맞자 마자 그 학우의 코와 입

에서 피가 튀었으므로..... 그는 그리고 나서 재빠르게 그 학우의 쇠

파이를 뺏어 들어니, 새단 앞쪽에서 그를  향해 달려오는 해방조국

학우 한명을 옆 날라차기로 얼굴을 후려쳤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뛰어올라 차 앞쪽을 밟고 위로 뛰더니 그 뒤에 서 있는 학우 두 명의

머리를 파이프로 돌려치며 한번에 박살냈다. 학우들은  한방씩 맞자

끈이  잘려버린 꼭두각시 마냥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졌다. 이미 절반

이상이 차에 치어 쓰러져 버렸고, 또 이렇게 네 명이 한 방에 다 쓰러

져 버리자, 승리감에 고취되어 있던 해방조국 학우들은 어쩔줄을 몰라

하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녀의 삼촌은 정문쪽으로 달려오면서 다

시 학우 한명을  쇠파이프로 정면에서  찍어버리더니, 우리가 있는 쪽

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차를 타고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그때.. 사람이 정말로 무섭게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는  옛말

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칼만 내 옆에 있었

어도, 아마 칼로 내 목을 찔렀을 것이다. 난 그때 순수한 공포가 무

엇인지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되었다..난 이빨까지 달달 떨면서, 나를

향해 예전처럼 한걸음 한걸음 걸어오는 삼촌.. 아니 저승사자를  그

저 지켜보고만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죽음이 내 곁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끼리리리리.......'

 

조금씩 가까워지던 저승사자가 다시 나에게서 빠르게 멀어졌다.. 성

민형이 차를 후진시킨 것이었다. 아..  뒷문이 있었지.. 그런데 뒷문

은 아까..

 

'끼이이익......'

 

한 50미터쯤 갔을까.. 성민형은 다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놀란눈

으로 뒤를 쳐다보니, 언덕쪽에서 손에 각목을  든 건달 열몇명이

우리가 있는 쪽으로 뛰어내려오고 있었다.  

 

' 제길...제길..제길~!!!'

 

성민형은 핸들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 절망에 찬 목소리로  부르짖

었다.. 그렇게 차 속에는 잠시 고요가 흘렀다. 그러나 형은 곧 결심

을 했는지, 다시 정면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꼭잡아라...'

 

차로 뚫고 나갈 생각이었다. 나는 성미의 몸을 내 몸으로 감싸면서

차 바닥쪽으로 한껏 몸을 숙였다. 이제..이제..어떻게 될까.. 차는 다

시 아까처럼 굉음을 내면 제자리에서 잠깐 헛바퀴를 돈 후 전 속력

을 다해서 교문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난 운전석 사이로 비좁

게 보이는 앞을 쳐다보았다. 저승사자..  저승사자가.. 먼 발치에 멈

춰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이 개새끼..치어버리겠어~!!!!'

 

 성민형은 욕을 부르짖으며, 저승사자가 버티고  있는 정문 중앙쪽

을 향해서 차를 돌진시켜 갔다. 저승사자가 눈 앞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난 20미터 정도  남겨둔 시점에서 고개를  숙이며 눈을

감았다. 차는 빠른 속도로 앞으로 진행해  나간다.. 그녀는 내 아래

에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아..하늘이여...그런데 그때였다.

 

'텅~~~~~~'

'아악~~~~~~~~~~'

 

차 앞에 뭔가 둔탁한 것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성

민형의 비명과 함께 차가 오른쪽 방향으로 갑자기 쏠리기 시작했다.

그녀를 감싸고 있던 나의 몸이 왼쪽으로 크게  쏠리는 가 싶더니,

잠시 후 큰 괴성과 함께 차는 어딘가를  들어받으며 멈춰섰다.  내

머리는 그대로 앞좌석 뒤에 부딪치면서, 난 정신을 잃었다.

 

혼미한 정신 사이로, 누군가가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내  머

리카락을 잡고 누군가 나를 차  밖으로 끌어낸다. 누구지.. 누굴까..

그는 나에게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내 머리카락을 잡고 내 머리를 위

로 치켜들어 내 얼굴을 바라본다. 희믜하게 그의 얼굴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그녀의  삼촌이다.. 괜한 짓을 했다는  후회가

내 온 몸을 감싸왔다.. 그런데 그녀.. 그녀는 지금 어떻게  됐나.. 난

고개를 돌려 그녀 있는쪽을 바라보려 했다.

 

'퍽......'

 

 .. 잠시 눈 앞이 반짝이더니, 코가 찡하게 아파오면서 코가 막히는

듯 하며 코피가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난 정신을 차리고자 머리를 흔들면서 내 머리를 잡고

있는 그녀 삼촌의 손을 잡았다. 

 

'퍽...'

 

명치를 맞았나.. 숨을.. 숨을 쉴수가  없다.. 그의 손이 나의  머리를

놓자.. 난 무릎으로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이제 끝이구나..

몸이 앞으로 쓰러지며 땅이 내  눈쪽으로 돌진해 온다. 아..그녀..그

녀는.. 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3417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1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6 21:14  읽음:1451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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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1

 

'오빠.. 오빠 혹시 프로세르피나라구 알아요??'

'어.. 모르겠는데 그게 뭐야..??'

'치..오빤 책도 안봐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이예요...

땅의 여신인 데메테르의 딸이었는데.. 불행히도 저승의 지배자인

하데스한테 납치가 되어 저승으로 끌려가게되죠... 그런데 엄마인

데메테르가 간청을 해서.. 일년의 반은 저승에서.. 그리고 나머지

반은 지상에서 살 수 있게 되었데요... 불쌍한 프로세르피나.. 그런

이유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모든 남자를 유혹할 수 있을만큼 정말

로 아름답지만.. 얼굴 한켠에는 항상 어둠이 드리워져 있데요...'

 

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공원 벤치 위로 보이는 별빛이 아련히 수놓인

깜깜한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저기~~~ 별이 몇개 모여있는 곳 보이죠??? 저기가 바로

프로세르피나가 저승에서 나올때 지나간다는 곳이예요.. 흔히 처

녀자리라구 하죠... 전 왠지 처녀자리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뭐.. 제 생일이 처녀좌에 속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꼭

제가 프로세르피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히힛'

 

난 그녀의 볼을 가볍게 꼬집으며 말한다.

 

'하핫.. 그럼 오빠는 너를 저승왕 하데스로 부터 구하는 멋진 용사

역을 하면 되는거야? 하하하~~'

 

그녀와 나는 큰 소리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너무도 아름다운

그녀.. 그런데 얼래.. 얼래.. 벤치가 왜 이렇게 위 아래로 요동을

치기 시작하지...어.. 왜 이러지.. 어..

.
.
.
.
.
.


'덜컹.....덜컹.....'

 

덜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내 몸이 덜컹댄다. 여기는 어딜까. 아..꿈

.. 꿈이었구나.. 예전 그녀 생일날 있던던 일을..난 다시 눈을 깜빡

이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아까 맞아서 쓰러질때까지는 기억

이  나는데, 그 다음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입에서 짭짤

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피를 많이  흘렸나 보군...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건가..  덜컹거리는 것을 보니  아마도 차에 앉아있는것 같다..

머리를 두발 가운데로 숙인채.....지금 어디로 가고있는 걸까...

난 살며시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퍽!'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 자세로 가만 있어 이 씹새야....디지기 전에..'

 

알고보니 나를 끼고 양 옆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내가 머리를 올리는 것을 보고는 내 머리를 손으로  후려치며

말한 것이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린 나는 , 고개를 들려

는 생각을 버리고 머리를 숙인채 눈만 약간 옆으로 틀어 주변을 살

펴보았다. 역시 생각했던데로, 난 자동차 안에  타고 있었고, 내 옆

에는 그녀 삼촌의 부하로 보이는  검정 양복을 입은 건달 두  명이

앉아있었다. 난 눈을 돌려 곁눈으로나마 창 밖을 내다보았다. 창 밖

에 산이 가까이 보이는 걸 보니, 아마도 서울은 아닌 것 같았다. 지

금.. 지금 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난 숨을 죽이고 당시의  상황

을 정리해 보았다. 난 그녀와  만났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그녀 삼촌에게  잡혔다. 그리고 그녀  삼촌에게

맞아서 기절했다. 그런데 그녀 삼촌은 내가 그녀와 한번만 더 만나

면 죽여버리겠다고 말을 했었다. 그럼..  그럼 난 지금 죽으러 가는

것인가. 난 정신이 아찔해 옴을 느꼈다. 아..그런데 그녀.. 그녀는 지

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성민형은.. 다들 어떻게 되었을까..  하

지만 그 누구보다 지금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는건 바로 나였다.

난 다시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려 곁눈으로 창 밖을 자세히 바라보

았다. 인가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산을 뒤로하고 논이 넓게 펼쳐

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덜컹거리는 것으로 보아,  지금

포장도로도 아닌 비 포장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듯 했다. 서울에

서도 꽤 멀리 빠져나온 교외인 것 같았다.  도대체 이들이 나를 싣

고 뭐하러 이렇게 까지 빠져나온  걸까.. 정말로 나를 죽이러  지금

차에 실어 데리고 가는 건가..  머리속이 갑자기 텅 비어오는  것을

느꼈다. 몸이 약간 뒤쪽으로 쏠린다.. 옆을  곁눈질로 보니 산속 언

덕길로 차가 들어가고 있었다.

 

'아.....'

 

도저히 아무 생각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난 그저  고개를 숙인채

공포에 사로잡혀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이었다. 진짜로.. 진짜로 이

들은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건가.. 어느정도 차가 언덕으로  올라갔을

까.. 차가 길 옆으로  멈추더니 양 옆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야.. 내려.. '

 

내 오른편에 옆에 앉아있던 건달이 내 볼을 주먹으로 치면서  나에

게 말했다. 난 오른손으로 내 볼을 감싸면서, 그를 따라 차에서  내

렸다. 생각했던데로 산 속이었다. 주변에 인가는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냥 차들 지나가라고 산 속에다가 뚫어놓은 길에 내가 있

는 것 같았다. 차 속에는  앞쪽에 2명, 뒤쪽에 두명의 건달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차에서 내리더니 건달 한명이 차 트렁크를 열고 무

언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

 

삽이었다. 태어나서 삽이 그렇게  무섭게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난

아까전에 했던 나의 생각이 현실이 되어가는 것, 그것도 아주 끔찍

한 현실이 되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온 몸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은 삽을 보고 벌벌 떠는 나를 보더니, 내 등을  앞차기

로 한 대 때리면서 비웃으며 말했다. 

 

'야.... 새꺄.. 죽고싶지?? 죽고싶으니까 그 짓을 했겠지..'

 

그짓.. 아마도 내가 그녀와 함께  도피하려고 했던 것을 말하는  듯

했다. 난 떨리는 목소리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 저... 당신들 누구시죠?? 그리고 여긴 어디죠???'

 

그들은 내 말을 듣고나서 한참을 웃더니, 그  중 한명이 나에게 달

려오더니 발로 내 목젖 있는 곳을 찍었다. 난 숨을 쉬지 못해 켁켁

거리면서 뒤로 나가 떨어졌다.

 

' 미친새끼.. 죽으러 가는 놈이 그건 알아서 뭐할래.. ' 

 

그렇다... 난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했던게 한치의 오차도 없

이 맞았다는 것을. 그들은  그녀 삼촌의 명령을 받고  서울 외곽의

야산에 나를 죽여 생매장 하러 온 것이었다.  온 몸에서 힘이 땅으

로 쫙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 나좀 살려주세요 라고  소

리치고 싶었지만, 주변에 보이는 사람도 없고  목에서 소리도 나오

지 않았다. 난 땅에 철퍼덕 주저앉은채, 멍한 눈으로 그들의 얼굴만

을 쳐다보았다. 나를 쳤던 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야..시간없다.. 빨리 끝내고 저녁먹으러 가자.'

 

나머지 놈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중  한명이 멍하게 앉아있는

나에게 다가와 내 머리채를 움켜 쥐더니 산 위쪽으로 끌고가기  시

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세명은 나와 그 놈의  뒤를 따라 주위를 살

피며 따라오면서, 내 몸이 샌드백인양 자기들 멋대로 치고 밟기 시

작했다.

 

'아...아악~~!!'

' 조용안해 이 개새끼야~!!'

 

내가 아픔을 못 이겨 소리치자, 내 앞에서  머리채를 잡고 나를 끌

고가던 놈이 소리치며 뒤로 돌더니, 무릅으로 내 얼굴을 그대로 찍

어버렸다. 내 눈앞이 잠깐 반짝이더니, 코가 얼얼해 지면서 또 코피

가 나기 시작했다. 난 얼굴을 맞는 것 보다는 몸을 맞는게 더 낫겠

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입 다물고 그들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들에

게 계속해서 맞으며 도로쪽을 벗어나 산  위로 얼마나 올라왔을까,

사람 10명 정도 앉아서 쉴 수 있을만한 공간의 풀과 듬성듬성 나무

가 있는 평지가 눈 앞에 나타났다. 앞에서 나를 끌던 놈은 그 공간

의 중간지점으로 내 머리를 잡고 계속 끌고 갔고, 난 반쯤 숙인 자

세로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그때였다. 내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쇠

소리가 잠깐 들리는 가 싶더니 , 허리에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아악~!!'

 

난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허리를 삽으로 맞은 것

이었다. 내 앞에서 머리를 잡고 가던 놈은 이제서야 손을 놓았다. 

 

'탁.......'

 

두 손으로 허리를 감싸며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뭔가가 내 옆으

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삽이었다.

 

'파라...'

 

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그 말을 한 건달을 쳐

다보았다. 그는 얼굴에 조소를 띄며 나를 잠깐 쳐다보다가, 몸을 날

려 구둣발로 내 턱을 올려치면서 외쳤다.

 

'파라고 이 씹새끼야.. 니 죽을 구녕 얼렁 파.. '

 

방금전 심하게 맞았기 때문인지, 난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뒤로 그대로 날아가 떨어졌다. 머리속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지

만, 지금 내가 삽을 들고 파지 않으면 이들이 나를 때려죽일거라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덥쳐왔다. 난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삽을  들

고 가운데 약간 넓어 보이는 공간을 파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파.. 너 5분안에 니 죽을  구녕 못파면 우리한테 맞아죽

는다..'

 

난 그들의 말에 삽질하는 손을 더 빨리 움직이면서, 정신을 차리고

자 고개를 흔들었다. 아..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나.. 잠시동안 삽질

을 하면서 생각해 보니, 이들은 내가 이  구멍을 파던 안파던 어차

피 나를 죽일 심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삽질하는  손을 쉬지

않으면서, 곁눈으로 그들이 무얼 하고있는지 살펴 보았다. 오른쪽에

한명 왼쪽에 한명.. 두명은 안 보이는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

는 것 같았다.  일대사.. 일대사라.. 난 내가  생각해도 그리 튼튼한

몸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프로 싸움꾼들이다. 일대일로  붙어도

이기기가 희박한 싸움을 일대사로 덤빈다... 이건 거의 라이타를 들

고 화약고로 뛰어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하지만 나에

겐 삽이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방심하고 있다.. 난 삽질을  열심

히 하면서.. 곁눈으로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내가  삽질을 열심히

하는게 맘에 들었던지, 그들은 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에

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 그렇다면.. 우선 왼쪽에 있

는 놈을 삽으로 쳐서 눕히고, 그  여세를 몰아 오른쪽에 있는놈도..

그리고 뒤쪽에 달려드는 놈들은 삽 머리로 목을 찍어버려야지..  나

는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계획을 세웠다. 앞으로 다섯 번

삽질을 더 하고 나서 왼쪽놈을 쳐야지.. 한번..두번..세번..네번.. 아니

아니.. 열번 삽질을 하고 나서 쳐야되겠다.. 난 다섯 번을  열번으로

바꾸고, 다시 여섯번부터 삽질 숫자를 입 속으로 세기 시작했다.

 

'여섯번..일곱번...여덟번..아홉번...........열번!'

 

난 어느정도 파 들어가 있던 땅 속에서 몸을 날려 뛰쳐 나와  왼쪽

에서 뒤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놈에게 삽날을  날렸다. 역시

방심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놈은 삽이 날라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도 못한채 목 있는쪽에 삽날을 '퍽' 소리를 내고 맞고는 뒤쪽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이제 이 여세를 몰아 오른쪽에 있는 놈도 한방이

다.. 난 계획했던데로 실행하기 위해서 내 몸을 오른쪽으로  재빠르

게 돌렸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퍽.......'

 

오른편에 서 있던 놈의 발이 내 가슴에  날아와 꽂혔다. 난 가슴을

움켜쥐며 뒤쪽으로 날아 떨어졌다. 그리고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기

도 전에, 뒤쪽에 있던 놈  중 한명이 달려와 삽이  들려져 있던 내

손을 발로 후려쳤다. 난 손가락이 잘려 나가는 아픔을 느끼며 삽을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삽은 나와 먼 저쪽으로 튕겨 나갔다. 

 

'이 개새끼..아주 죽을라고 발악을 하는구만..발악을.. '

 

내 손을 친 놈이 나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내

얼굴을 발로 밟으며 짓이기기 시작했다. 난  그래도 중요한 부위인

얼굴과 내장을 지키기 위해, 뒤로 돌아 엎드리며 손으로 머리를 감

쌌다. 그러자 나머지 두명도 나에게 다가와  욕을 지껄이며 되는데

로 나를 밟기 시작했다. 난 가능한한 몸을 구부리면서 맞는 부위를

최소화 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까  맞을때는 아프다는 감각

이 있었는데, 이젠 아프다는 감각도 사라진 것 같았다. 나를 구해주

러 올 사람이 아무도 없는 지금, 그저  빨리.. 그저 빨리 그냥 끝났

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녀..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성미야....'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내가 넘어져 있는 위쪽에서 휙 하는 소리와
 
퍽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이  나를 밟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내 귓가로, 그들중 한명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새끼.. 너 미쳤어!!!!!'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3567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2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7 20:22  읽음:1415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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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2


난 머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약간 치켜 들어 내 위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지켜봤다. 나를 머리쪽에서  밟던 놈이 내 머리에서  세 시

방향 있는쪽으로 그대로 뻗어 있었고, 아까  안보이던 곤색 양복을

입은 발이 하나 보였다.  새로 나타난 남자는 그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려 다른 한명에게로 또다시 발을 날렸다.

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잠시후 쿵 하는 사람 쓰러지는 소리가  들

렸다. 그리고 내가 안보이는 내 등 뒤쪽에서  잠깐동안 휙 휙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또 퍽하는 소리와 함께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누굴까.. 난 그제서야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

았다. 어디선가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

다. 그는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한명을 발을 들어  그대로 머리를

바닥에 찍어버리더니, 고개를  약간 숙여 대각선  아래를 바라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난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워,  그

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그에게 말했다.

 

'저..저기.. 누..누구시죠??'

'................'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다문채 계속 시선을  아래쪽으로

두고 있다가, 아까 나를 여기까지 데려 온  녀석들이 다시 덤빌 기

미를 보이지 않자, 아까 우리가 올라왔던  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

했다. 그가 나에게 비록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를 따라가

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게 뻔했으므로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주춤

주춤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비록 온 몸이 아프기는 했지만,  죽

을뻔 하다가 살아난게 어딘가.. 우리가 넓은 공간지대에서 벗어나려

할 때쯤, 뒤쪽에 쓰러져 있던 한 녀석이 나지막히 말했다.

 

'준.. 너 지금 실수하는거야..'

'...........'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산을 따라 걸어내려갔고, 나도 그

가 내가 따라가는 것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아서 그를 따라

내려갔다. 아까 그놈들의 차가 있던 곳에 다다르자,  그곳에는 새로

운 검정색 새단 한 대가 그 뒤에 주차되어 있었다. 저차.. 저차 역시

어디서 많이 본 차인데.. 어디서 많이 본 것은 같은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는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도로있는 곳

까지 천천히 걸어내려오더니, 이내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었다.

이 차에 내가 올라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탓다가 또 맞고  쫓겨나

는거 아닌가.. 난 갈등이 되었다.. 그런데 혼자라면 시동을 걸고  출

발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출발하지 않는걸  보

니, 아마도 그는 나를 데리고 가려는 모양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어, 그의 옆 자리에 앉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앉

자마자 악셀을 밟으며 차를 몰아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는 내가 경기도 문산 근처에 있는  야산에까지 끌려왔다는 것을,

스쳐 지나가는 고속도로 표지판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 난  직접 쳐다보지는 못하고 곁눈질로  힐끔

힐끔 그를 쳐다보았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짧게 자

른 스포츠 머리.. 짙은 눈썹.. 강렬한 눈빛.. 어디선가 본 얼굴이기는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지금까지의 행동으

로 볼 때, 물어봐도 대답해 줄 사람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 난

그냥 계속 궁금해 하기로 했다. 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

해 하는 마음에 그가 눈치를 못챌 정도로 고개와 눈을 움직이며 차

속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차  바닥쪽으로 시선을 옮겼

을 때였다. 

 

'앗...'

 

난 몸을 구부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핀을 집어 들었다.  이건..

이건.. 내가 예전 그녀가 2학년때 500일 기념으로 악세사리점 열 몇

군대를 돌아다니며 예쁘면서도 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골라  사준

머리핀과 똑같이 생겼다... 아 그러고보니.. 난 약간 숙인 포즈로 그

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 이제 생각났다.. 지금 나를 태우고  가는

사람은.. 그녀를 차에 태우고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 하던 그 경호원

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왜 나를... 비록 이 사람이 누군인지는 알

게 되어서 마음 한 켠이 후련했지만, 난 또다른 궁금증에 사로잡히

게 되었다. 혹시.. 그녀가 나를 구해주라고 부탁했나... 하지만 이 사

람 역시 그녀 삼촌의 부하일텐데, 그녀의  부탁이었다고 섣불리 자

신과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을 패면서 까지 나를 구하려 들지는  않

았을 것이다.. 그럼 왜.... 난  그에게 왠만하면 질문을 하고  싶었지

만, 그는 아까 산에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나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았다. 비록 말은 안했지만, 나하고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표시라는 것을 직감으로 깨달을 수 있었으므로,  나는 그에게 쉽사

리 말을 걸 수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난 다시 내가  쥐고

있는 머리핀으로 눈을 옮겼다. 머리핀.. 머리핀을 바라보자,  머리속

은 온통 다시 그녀 생각으로 가득해 졌다.  나의 사랑 그녀.. 난 또

그녀를 내 곁에서 지키지 못했다. 병신..쪼다..  바보.. 어떤 욕도 지

금 나와 같이 무능력한 놈을 적절히 나타내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

그녀.. 지금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불과 몇시간 전만해도  손을

꼭 잡고, 학교에서 탈출해서 어떻게 살아갈까  같이 소근소근 이야

기를 하던 그녀.. 하지만 이제 그녀는 내곁에 없다. 단지 난 아무것

도 할 수 없는 놈이라는 무기력감과 절망감만이 다시 나를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는동안, 차는 어느새 톨게이트를

지나 서울 외곽지역을 달리고 있었다. 남쪽에서  들어오는 입구인 교

대 4거리에 차가 도착하자, 그는 차를 도로 옆으로 붙여 세웠다.

 

'.........'

 

우리 사이에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난 그가 말하기 만을 기다렸지

만, 그는 아마도 내가 무언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이렇게 구해주셔서...'

'...........'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그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았나..

난 머리속으로 생각하다가  다른 말을 꺼냈다.

 

'저.. 저 그럼 여기서 내릴까요??'

'..........'

 

그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듯,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창밖을 바

라보다, 다시 정면을 바라본다. 아.. 아마도 그는 나를 끝까지  데려

다 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저.. 그럼 저 저희 집 있는곳 까지만 태워다 주실 수 있을까요.. 저

쪽 중구 있는 쪽으로 올라가 주시면 되는데.. '

 

아마도 이 말을 기다렸을까. 그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걸더니,  차를

몰아 나가기 시작했다. 난 집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서 그가 집

을 잘 찾을 수 있도록 방향 설명을 해 주었다. 한 30분쯤 달렸을까,

차는 집 근처에 거의 도착하고 있었다.    

 

'저기.. 저쪽 3거리에서  좌회전 하셔서 앞으로  조금만 전진하시면

골목 하나 나오는데, 그쪽에서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저희집 나와요. '

 

난 그에게 마지막 길 안내를 해 준 후,  이제 집에가서 뭘 해야 하

나 하는 찹찹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아..이제 그녀는 내 삶에

서 멀어져 버렸다.. 그리고 학교도  이제 끝났다.. 아.. 그리고  보니

친구들.. 나의 친구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나는게 모두 절망

적인 것 뿐이었다. 좌회전  때문에 몸이 약간 오른쪽으로 쏠리는 것을

느끼며 난 절망석인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집.. 아직 내겐 쉴 집이

있고.. 그런데 커브를 거의 다 틀었다고 생각했을 무렵이었다.

 

'끽..'

 

그는 커브를 틀다 말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난 반동으로 앞으로 약

간 튕기며, 무슨 영문인지 궁금해 하며 고개를 들었다.

 

'앗.........'

 

나의 자취방에 들어가는 골목길 앞에, 소방차와  경찰자 몇대가 받

쳐져 있는 것이었다. 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며, 비록 도로 귀퉁

이였지만 차 문을 박차고 나가 앞으로 휘청거리며 뛰어갔다.  설마..

설마....설마.....설마.....심장 뛰는 소리가 온 세상을 진동한다...

 

'털썩..........'

 

난 머리에 저격을 당한 사람처럼,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내집.. 내가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서 살아오던 내 집.. 비록 자그마한 방과 부엌이긴 했

지만 나의 기쁨과 슬픔을 십년이 넘게 함께 했던 내 집이 창문속으

로 보이는 처참한  잔해와 함께  새까맣게 연기에  그을려 있었다.

난.. 난 너무나 가슴이 꽉 막혀와서  울지도 못하고 '후...후....' 하고

한숨만을 내쉬었다. 내 눈이 잠시 흐려지는가 싶더니, 이내  눈물이

비오듯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제 난... 난 이제 내 집

도 잃어버렸다.. 이제 나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다.. 아까  차라리

죽어버렸어야 했어... 아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그냥 속편히 저세

상으로 떠날 수 있었을텐데...  난 차마 남자이기  때문에 소리내어

울지는 못하고 계속 한숨만 '후..후..' 하고 내쉬었다. 곧이어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땅에 쓰러져 울고 있는  내 곁에

섰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잠시동안 내 곁에 서 있더니.. 얼마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감정을 좀 억제했다는 생각이  들때가

되어서야 내 어깨에 손을 한번 잠시 얹고 나서, 다시 그의 차로 돌

아갔다. 이제 난..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내게 남은건  아

무것도 없다. 그녀도 잃었고,  집도 잃었고, 일자리도 잃었고,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도 잃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난 이 자리에 그대로 계속 있으면 머리를 땅바닥에  부

딪쳐 자살을 할 것 같았으므로, 다시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차로 돌아갔다. 다시 그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난 나

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 저기.. 한강변으로 저를 좀 데리고 가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이

럴때면 꼭 가는 곳이 있는데..'

 

그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내 말을 듣더니, 다시 차에 시동을

걸어 차를 몰기 시작했다. 난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않고,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절망감에 눈이 감겼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3751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3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8 21:36  읽음:1366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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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3

 

'후우........'

 

흐린 시야 사이로 검은 강물을  헤치며 지나가는 유람선이 보인다.

이곳에 온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겨울  밤이라서 그런지 강바

람이 상당히 새찼지만, 추위 따위는 이미 내  안중에 없었다. 난 이

제 모든 걸 잃었다. 내 집도, 내 친구들도, 내 아르바이트자리도, 그

리고 가장 중요하게 나의 사랑하는 그녀도.. 이제 나에게 남은건 하

나도 없다. 난 다시 고개를 떨구어 바닥을 바라보았다. 나.. 그냥 이

대로 한강물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면 어떨까.. 죽어버리면 모든게 잊

혀지지 않을까.. 하지만 내 손으로 내 목숨을  끊을 용기가 나지 않

았다.. 역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자 인가 보다. 그럼 앞

으로.. 앞으로 이제 난 뭘 해야 할까. 난 옆에 서 있는 그에게로 시

선을 돌렸다. 나를 이쪽 강변에 데려다 주고 나서도,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내 옆에 서서 강물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 그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도 나를 도와

주는 바람에 나랑 비슷한  도망자의 신세가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왜 도와주었을까.. 하기야 그가 없었으면 이미 난 산속에 파묻혀 버

렸겠지.. 차라리 파묻혀 버렸으면  더 났지 않았을까.. 이제  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혀, 난 다시 고

개를 숙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눈물에  젖어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 사이로, 잠깐동안 반짝이는 빛이 스쳐지나갔다.  

 

' 아.....'

 

난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으며, 반짝임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반지였다. 그녀가 나에게 1000일날 선물해 준  반지. 우리의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  반지. 그 반지가  내 왼손 새끼손가락에

끼어져 가로등 불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난 반지를

좀 더 잘 보기 위해 새끼손가락에서  빼서 손바닥 위에 올렸다. 내

가 손바닥을 조금씩  움직이자, 반지가  가로등불에 반사되어 반짝

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빛 사이로 내가 그녀와 함께 했던 즐

겁던, 그리고 때론 슬펐던 기억들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아.. 그

리고 그날밤.. 서로 반지를 선물하던 그 날  밤의 그녀의 모습이 빛

사이로 아련히 떠오른다.

 

' 오빠..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우리 사랑 변치 말구.. 이렇게

영원히..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

기로 해요.. 알았죠??후훗... 오빠.. 우리  이 촛불에 우리 사랑을 맹

세해요...약속..'

'약속.......'

 

난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약속...  그래.. 난 그녀와 약속을  했어.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기로.. 난 반지를

놓고 있던 손을 꽉  쥐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녀.. 그녀는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또 나도 이렇게 그녀를 사랑하는데..  왜 우린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부.. 권력..명예.. 그런게 다  뭐길래..  왜 한 사람

이 그런 기준으로 평가가 되야  하는가... 난 잠시동안 세상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비

장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 그녀의 집 앞까지 데려다 주십시오.. '

 

그렇다. 난 결심했다.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로 그녀를 내게

서 뺏기지 않겠다고. 어떤일이 있어도 그녀를 내 곁에 두겠다고 결

심한 것이였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잠시동안  강쪽을 깊은 생

각에 빠진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뒤로 돌아  차 쪽으로 걸어가

기 시작했다. 한강아.. 잘못하면 오늘이 너를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될 수 있겠구나... 항상 않 좋은 일이 있을때마다 내가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이 곳.. 한강변.. 난 애처로운 눈빛으로 한강을 한번 쳐다

본 후, 손에 들고있던 반지를 다시 왼손에 끼고 그를 따라갔다. 

 

한 30분 정도 차로  달렸을까. 자정이 다  되어서야 우리는 그녀의

집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그녀의 집을 두 블록 정도 남겨

둔 시점에서 차를 도로곁으로 붙여 세웠다.

 

'끼익..'

'............'

 

언제나 처럼, 그는 시선을 약간 아래로 하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며

생각에 잠긴듯한 눈빛을 보였다.  난 잠시동안 그런  그를 말 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 고마웠어요.. 오늘.. '

'..........'

 

그는 이번에는 예전과는  다르게 나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평소의

생활 때문인지 인상 자체에서는 약간  험악한 기운이 풍겼지만, 난

그의 눈을 통해서 그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

다. 그는 잠시동안 나를 바라본 후, 다시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돌

아갔다. 난 잠시동안 그를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약간 끄덕여 가볍

게 인사를 한 후, 차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아가씨를.... 진심으로 사랑하나?'

 

그가 처음으로, 아주 조용한 어조로 나에게 말을 했다. 난 나가려는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얼굴로 다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까와 같이 생각에 찬 눈을 하며 앞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가씨..

아가씨라면 그녀를 말하는건가...난 뜻밖의 질문에 당황스러워 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예...예.....'

'...........'

 

그는 나의 대답에 다시 한번 나를 잠깐 쳐다보다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앞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다시 입을 열었

다. 

 

'너 혼자선 무리다. 내가 집 앞까지 태워다 줄테니까, 내가 차를 멈

추면 내려서 바로 문 있는 쪽으로 뛰어라. '

'예...예......'

 

지금 이 사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기야 조금 더 생각을

해 보니, 내가 그의  도움을 받아서 그쪽에서  도망을 친걸 그녀의

삼촌도 이미 알았을테니까, 내가 그녀의 집으로 오는 것을 막기 위

해 집 주변에 건달들을  배치해 놓았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난

얼마 안있으면 다가올 또 한번의 격전에 대한 두려움에, 몸이 떨려

왔다. 그는 이미 결심을 굳혔는지, 재빠르게  기아를 바꾸더니 빠른

속도로 차를 앞으로 몰아나가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두 골목.. 두 골목만 더 돌아가면 그녀의  집이 보이는 골목에 도달하

게 된다. 심장 소리가  내 전신을 감싸며 귀를  울려오기 시작했다.

첫 골목 꺽이는 지점에 도달했다.

 

'끼이이이이익.............'

 

차 바퀴가 밀리는 소리와 함께, 우리를 태운 차는 앞바퀴를 중심으

로하여 시계방향으로 뒷바퀴가  쫘악 밀리며  커브를 틀었다. 이제

저 사거리..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꺽기만 하면 막다른 골목에 있는

그녀의  집이 보이게 된다. 난 떨리는 두 손을 깍지를 끼며, 나도

싸움에 동참해서 조금이나마 그를 도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는

어둠이 깔린 도로를 가르며, 앞으로 빠른 속도로 질주해 나간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꺽이는 지점에 도착하면서  몸이 급격히

왼쪽으로 쏠린다.  

 

'끼이이이이익..........'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3896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4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29 20:16  읽음:1467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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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4

 

차창너머로 보이는 시야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빠른 속도로  스쳐

가면서, 눈 앞에 어렴풋이 어둠속에 앉아있는 사람들 몇 명의 모습

이 보였다. 차가 완전히 회전을 멈추자 그들의 모습이 또렷히 보이

기 시작했는데, 대략 열명 가량이 그녀의 집과  길 꺽이는 부분 중

간 정도의 지점에 앉아서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는 심장..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아

까 냈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땅을 박차고 주변에  놓아두었던

연장을 집어들며 뛰어오는 건달들에게 맹렬한 속도로 차를  몰아나

갔다.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대략 10미터, 건달들은 거리가 별로 안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차가 달려 오는 방향에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순식간에 눈 앞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난 공포에 질려 아

래쪽으로 고개를 숙여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눈을 감았다.

 

'끼이이익..........'

 

몸이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쏠리는 가 싶더니,  난 오른쪽 창문쪽에

달라붙어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옆 창문  너머로 무언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소리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연속해

서 계속 들리는 가  싶더니, 차가 끌리는 소리가  멈추며 제자리에

멈춰섰다.. 난 고개를 들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차는 아까 오던

방향에서 한바퀴를 더  돌아, 차 앞쪽이 아까 꺽어나온 사거리쪽을

기준으로 11시 방향 정도를 향하며 아까 깡패들이 처음에 앉아있던

자리 부근까지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차의 앞쪽에는 ,  아까 부딫

치던 소리의 주인공인 듯한 건달들이 길바닥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뒹굴고 있었고, 차를 피한 것 같은 나머지 대여섯명도 황당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차로 밀어버릴

생각으로 직선도로에서 왼쪽 급커브를 틀었던 것이다. 역시 그 보스

에 그 똘마니인가.. 난 그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빠르게 상황을 지켜보더니, 문을 박차고 차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무언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내 문 있는 곳에서 별로 안  떨이진 오른쪽 귀퉁이에 건달 한명이

서 있었기 때문에 덜덜 떨려 차마 나가지는 못하고  제자리에서 지

켜보고만 있었다. 그는 문에서 내려 차 엔진 있는 앞쪽으로 뛰어올라,

차를 밟고 내 눈 앞을 달려가나 싶더니, 그대로 몸을  솟구쳐 나하고

가까이에 있던 건달의 턱을 오른발로 후려쳤다. 그 건달은 옆으로 몇

번 회전을 하다가 벽에 몸이 부딪치며 땅으로  고꾸라 졌다. 그는 땅

에 발을 딪은 뒤, 내가 있는 쪽 차문을 발로  세게 걷어 차면서 소리

쳤다.

 

' 뛰어 !!!'

 

난 그의 말에 정신을 번떡 차리고, 차  문을 열고 튀어나와 그녀의

집 있는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마치자 마자,  운전석

앞쪽과 길 왼편에서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들고 뛰어오는 건달들을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쇠파이프 소리와  기합소리들을 뒤로 하고

뛰는 중간에 난 생각했다... 아까.. 나 그를 돕기로 작정하지 않았던

가.. 난 뛰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얼굴을 뒤로 돌렸다. 그는 내가

잠시 뛰는 동안 한명을  더 쓰러뜨렸는지, 이제 남은  세명과 서서

격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가 가운데 서 있고, 나머지 세 명이 그들 둘러싸고 일정

거리를 두고 빙빙 돌면서 그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는 비록

대련 자세를 취하고 다리는 땅에 붙이고 있었지만, 연신 고개를 앞

뒤로 움직이며 초초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난  이런 그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어, 주변에 뭔가  무기가 있나 없나를 살피며

그가 있는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갔다.  그런데 한 2미터나 다

시 뒤로 걸어갔을까..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성낸 얼굴을

하며 소리쳤다. 

 

'빨리 뛰어 이 개새끼야!!!! '

 

그가 나에게 소리치는 순간, 헛점을 봤는지 그의  뒤에 있던 한 놈

이 쇠파이프를 휘둘러 그의 등을 그대로 가격했다. 그가 뒤를 돌아

보지 않고 앞쪽으로 몸을 숙이며 구르자, 나머지 두 명의 파이프가

그의 머리위를 아찔한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그는 전방낙법을 써

서 한바퀴 굴러 다시 일어나더니, 파이프를 크게 휘둘러 빈틈을 보

이고 있는 그의 10시 방향에 서 있는 건달 한 명의 정수리에  주먹

를 날렸다. 그러나 바로 직후 오른쪽에 서 있던 다른 한 놈에게 발

로 옆구리를 가격당해 왼쪽으로 굴러 쓰러졌다. 이 상황에서 난 어

떻게 해야 하나.. 난 그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말을

듣고 그녀의 집 쪽으로 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자리에

서 일어나는 모습을 눈으로 스치면서, 그녀의 집 쪽을 향해서 달리

기 시작했다. 어두운 밤거리.. 불빛이라고는 그녀의 집 바로 앞쪽에

있는 가로등 불빛 하나밖에 없었다. 난  가로등을 향하여.. 있는 힘

을 다해서 달렸다. 뒤에서는  짧은 신음 소리와 휙휙  거리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가 부딛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헉........헉......'

 

난 그녀의 집앞에 도달해서 숨을 한번 고른 후 , 벨을 누르려 손을

벨 위로 가져갔다. 그런데 벨을  누르기 직전, 도대체 벨을  누르고

나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가 않아 순간 손을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전  성미의 남자친구 박진석이라고 합니다..  오늘

저승으로 갈뻔 했지만 이렇게 용케 살아남아 이렇게 성미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래야 하나..  아니면 전 성미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성미와 제가 결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이래야 하나..  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면서, 다시  대문쪽에서 한걸음

물러나 그가 싸우고 있는 쪽을 바라봤다. 다행히 한명은 아까 주먹

공격으로 물리쳤는지, 그는 두명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차 위로 뛰

어오르자, 다른 건달이 파이를 휘둘러 그의 발목을 강타했다.  그가

몸에 중심을 잃으며 쿵 하는 소리를 내며 차 위에서 쓰러지는가 싶

더니, 그는 재빨리 손을  차에 짚으며 다가오는 놈의  면상을 발로

후려쳤다. 난 다시 고개를 돌려 벨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걸음 앞

으로 나아가, 벨을 눌렀다.

 

'띵동...........'  

 

12시가 넘은 시각.. 난 문틈을 통해서  그녀의 집을 쳐다보았다. 그

녀의 방은 2층에 있었는데 방 불이 꺼져있었고, 부모님이 계시는 1

층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데 벨을 누르고 시간이 지나도, 벨에

서는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난 초조한 마음에  문 위 아래를 이리

저리 살피면서 빨리 누군가 대답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문 위쪽

을 올려다 보았을 때였다. 그곳에는  흔히 좀 잘사는 집에만  있는,

감시 카메라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숙였

지만, 다시 고개를 들고 긴장된 마음으로 벨을 한번 더 눌렀다.

 

'띵동...........'

'저.. 박..박진석이라고 합니다...  성미 남자친구구요.. 성미..성미

좀 만나러 왔는데.. 어떻게 좀 만나볼 수 없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겨우 끝마쳤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난 초조한 마음에 다시  한걸음 뒤로 물러 왼

쪽편을 쳐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두 명과 싸우고 있었는데, 두 명도

많이 지친 듯 했고 그도 역시 지친 듯 했다. 그런데, 아득히 보이는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그의 이마 사이로  흘러내리고 있는 한줄

기의 피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그가 머리를 파이프로 한 대 맞은

모양이다. 그는 앞쪽에서 자신의 머리를  겨냥해 파이프를 휘두르는

건달을 몸을 숙여 피하더니, 오른발을 들어  건달의 복부를 올려쳤

다. 그런데 앞쪽으로 그놈이 튕겨나감과 동시에, 나머지 한놈이  왼

쪽에서 그의 얼굴을 옆차기로 올려쳐 그도 오른쪽으로 나가 떨어졌

다. 난 긴장된 얼굴로 쓰러져 있는 그와 벨을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벨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나오지 않았다. 난 다시 벨 앞으로 나아가,

벨을 누르며 말했다.

 

'띵동........'
  
' 성미 어머님..성미 아버님..  전 성미를 좋아.. 좋아합니다.  성미도

저..저를 좋아하고요. 그러니 성미와 저를  갈라놓으려 하지 마시고

사귀..사귀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

 

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마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적만이 흐를

뿐, 아무런 응답이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 나

를 보시고 계실까.. 난 카메라가 있는 곳을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통해서  저쪽이 보이는게 아니므로,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아까하고 뭔가가 달라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었다. 아.. 그러고 보니 주위가 고요해 진 느낌이었다. 난 놀란 눈을

하고 걸음을 빼서 그가 싸우던 곳을 쳐다보았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031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5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0/30 20:56  읽음:1414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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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5


'아..........'

 

그때... 그때 난  보았다. 사나이의  진정한 모습이라는게 무엇인가

하는 것을. 그는  나와 어느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모든 건달들을

그 혼자 손으로 물리친채, 어두운 밤거리  아래서 헤드라이트 불빛

을 뒤로 하고 사거리 쪽을 바라보며 우뚝 서 있었다. 난 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뭉클거리는 것을 느꼈다.

목이 매여오는 것을 참고, 난  다시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반

지를 오른손으로 한번 꼭  쥔 뒤, 앞으로  나가 벨을 한번 누른후,

카메라에서 보일만한 곳에 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 

 

' 성미 어머님 성미 아버님. 전 성미를 예전 만났을 때부터, 그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자신이 있습니다. 행복하

게 해 줄 자신도 있구요.  성미가 없는 저의 삶은 불행  그 자체이

고, 제가 없는 성미의 삶도 불행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의

현재의 모습만 가지고 저를 평가하지 마시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

보다 백배, 천배 더 열심히 일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될 테니, 예쁘

게 키운 딸 저에게 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전 이 자

리에서, 성미를 저에게 주실 때 까지 , 그게  몇일, 몇 년이 되더라

도 이대로 꿈쩍앉고 앉아있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죽이실꺼면 차라

리 여기서 죽이십시요.'

 

난 말을 마친후 문 앞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래.. 차라리 나

를 여기서 죽여라..  나와 성미를  결혼시켜주지 않을거면.. 차라리

나를 여기서 죽여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죽는다면 차라리 더욱

기쁠 것이다.. 그의 영향 때문일까, 나에게도 내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엔가 감추어져 있던 오기와 배짱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사거리를 바라보며, 나는 대문을  바라보며, 주변에 정적이 깔린채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난 만일 문만 열리기만  하면 그녀

어머니의 발목을 잡고 늘어져서라도 그녀와의 결혼 승낙을 받아내

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리가 처음에

차를 타고 꺽어 나온 사거리 왼쪽 골목 방향에서 어렴풋이 '두두두

두..'  하는 말들이 달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그  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 그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린

듯, 주변에 떨어져 있는 파이프  하나를 집어 들더니, 뒤쪽에  있는

차의 위로 뛰어 올라서며 사거리 쪽을 주시했다. 아.. 설마.. 응원군

이 온건가.. 난 긴장된 눈으로  사거리쪽을 바라보았다. 발 소리는

점점 더 크게, 그리고 더 많이 들리는  것 같더니,  무수히 많은

검정 양복을 입은 건달들이 제각기 손에  각목을 쥐어들고 우리가

왔던 코너쪽을 돌아나오기 시작했다. 난 그들의 많은 수효와, 그녀

삼촌을 방불캐 하는 그들의 등치에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들은 적게 잡아도 한 40명 정도는  되어 보였다.. 저승사자가 40

명이라.. 난 아까의 굳은 결심에도 불구하고, 몸이 부르르 떨려오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들은 그렇게  코너를 돌아오다가, 차 위에

서서 한손에 쇠파이프를 움켜지고 있는 그를 보자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경계의 자세를 취하며 그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멈춰섰다. 그렇

게 한 1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낮게 깔린 헤드라이트 불빛 사이로,

그들이 양 옆으로 쫙 갈라지면서 검정  양복을 입은 또 한 사람의

거구가 등장했다. 난.. 그가 누구인지.. 비록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직감으로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녀의 삼

촌이었다. 난 잠깐동안 그녀집 대문을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다, 다

시 그녀의 삼촌이 걸어오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병신같은 새끼....'

 

그녀 삼촌은 나지막하지만 주변에 있는 것을 모두 떨게할만한 살

벌한 목소리로, 그와 조금  떨어진 앞까지 다가와 차  위에 올라서

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나서 뒤로 약간  물러나 윗

양복을 뒤에 있는 부하에게 벗어 주며  물러나라는 신호를 하더니, 

그에게 다가가며 내려오라는 손짓을 했다. 아마도 일대일로 맞장을

뜰려는 심산인 것 같았다. 그도 삼촌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를 알

겠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오른쪽으로 던지고 자신도

윗 양복을 벗으며 차 밑으로  내려왔다. 키는 그가 약간 작았지만,

체격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할 것 같은 두 사람.. 두 사람은 가로

세로 5미터 정도  되는 공간에서 낮게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으며

서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빙빙 돌기 시작했다.  주변은 그들의 발자

국 소리만을 제외하고는 개미새끼 한 마리 지나가지 않는 듯 조용

해 졌다. 그렇게 한 몇 바퀴  정도 돌았을까, 그가 먼저 왼발로 뒤

를 박차며 앞으로 나가는가 싶더니  삼촌의 명치를 향해 옆차기를

질러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삼촌은 미처  생각을 못했는지 그걸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퍽~'

 

짧은 순간 후 그의 발이 그녀  삼촌의 명치 부근에 꽂히며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난 속으로  쾌재를 울렸다. 역시 그..  그가 한 수

위일꺼야.. 그런데 이게 왠일일까.. 그녀 삼촌은 그걸 맞고 다른 사

람처럼 뒤로 날아가기는커녕, 오른손으로 자신의  명치에 꽂혀있는

오른발을 감싸 잡았다. 아까  싸워서 힘이 떨어졌기  때문인가.. 난

불안해 하는 눈으로 계속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자신의  발이 잡

힌것에 대해 놀랐는지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잠시 주춤거리다가,

다시 이를 악물며 왼발을 튕겨 몸을  삼촌 있는 쪽으로 던지며

왼발로 삼촌의 정수리 있는쪽을 돌려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

에는 그녀의 삼촌이 고개를  숙이며 그 공격을 피해  버렸고, 그는

공중을 한바퀴 발로 부웅 돌다가 그녀 삼촌에게 오른발이 잡힌 상

태로 등을 보인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 삼촌은 육

중해 보이는 왼발을  가슴깨까지 치켜 올리더니,  오른손으론 그의

오른발을 계속 잡은채로 왼발로 그의 등을 그대로 내리 꽂았다.

 

'뚜둑......'

 

비록 먼 거리였지만, 나는  뼈가 문드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 귀로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승부는 너무 쉽게 결판이 나 버렸다. 그녀

삼촌이 그렇게 한방을 때린후 손을 놓자, 그는 그대로 앞으로 힘없

이 무너졌다. 그녀 삼촌은 아까 그의 발 때문에 먼지가 묻은 듯 와

이셔츠 어깨 부위를 손으로 탈탈 털면서,  부하들이 보고있는 뒤쪽

으로 말없이 걸어갔다. 난 그가 아마도  그대로 기절했으리라고 생

각했다. 하지만, 그녀 삼촌이 부하들에게 도착해서 웃옷을 다시 입

고 있을 때, 차창 너머로 아래에서부터 부들부들 떨며 위로 일어서

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몸을 떨면서  차에 기대어

몸을 일으켜 세우는 가 싶더니, 차에서 손을  때고 뒤로 돌아 휘청

거리며 대련 자세를 잡고 그녀의 삼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는

끝내 발걸음을 때어 놓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삼촌은 옷을

다 입고 나서 뒤를 돌아보다가 그를 발견하더니, 그에게 다가와 이

번에는 왼발 돌려차기로 턱을 걷어 차 버렸다. 그는 앞쪽으로 한바

퀴를 구르는 가 싶더니,  헤드라이트 있는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난

이번에는 정말로 그가 기절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잠시 시간이

흐르자, 불빛에 비치는 그림자가 움직이는가 싶더니, 차 위로 그의

손이 올라왔다.

 

'...........'

 

그가  다시 일어서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를 그녀의 삼촌은

무표정한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뒤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그는..

가까스로 왼쪽 팔목을 차 앞쪽에 얹은 뒤, 잠시 후 몸을 떨면서

오른쪽 팔목도 차 위에 올리고  나서, 밑을 보던 고개를 들어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눈의 초점을 잃었는지,

그의 눈은 내가 아닌 담 너머의 그녀 집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로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 왜...왜 웃고 있는걸까...

그런데 그때, 그녀의  삼촌이 그런 그의 뒤로 각목을 하나 들고 천

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뒤에 도달해서 ,각목을 머리위로 높게

치켜올렸다. 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퍽.....' 

 

차 있는 쪽에서 들리는 둔탁한 소리를 들으며,  난 내 눈에서 흘러

내리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그.. 나를 구해주고.. 나에게 사나

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줬던 그... 집이 불탔다고 실의에 빠져있던

나를 말없이 위로해 주던 그.. 그 역시도 지금 그녀 삼촌에 의해서

내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제 정말로.. 정말로  내곁에 남은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이 자리에 앉아서 죽음의 순간만을 기다릴뿐.. 저

벅....저벅... 한 사람의 발걸음이  차 있는 곳에서 내  쪽을 향해서

천천히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난 그때가 되서야 깨달았다. 지금

까지 내가 했던 행동... 그 행동들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

을. 왜 난 그렇게도 항상 소극적으로, 우유부단하게 행동했었던 걸

까. 그녀에게 처음 반지 선물할때도, 그녀 어머니를 처음 만났을때

도, 아니 지금까지의 내 인생은 항상 내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올까

봐 두려워하는 소극적이고도, 비겁한  삶이었다. 하지만 그의 희생

과, 이제 나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절망감이, 나에게 저 가

슴 깊은 곳에 숨어있는 진정한 용기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난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삼촌이 걸어오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비열한 깡패새끼.. 비록 내

가 이승에서는 너에게 졌지만, 저승에 가서는 내가 귀신이 되어 너

의 몸을 짓밟아 주겠다.. 난 세상에 대한 조소를 한껏 실어 골목이

울려퍼질만큼 크게 경멸의 웃음을 웃었다.

 

'하하하~!'

 

드디어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하지만 이번엔 피하지 않고, 난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가 지난번에  꿈속에서 봤던 이글

거리는 빨간 눈빛, 그건 단지 꿈에 불과했고  그는 그저 조용한 눈

빛으로 나를 쳐다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난 그의 눈을 계속해서 맹

렬히 노려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오른팔은 구부려 어깨높이로

올리고 왼팔은 발 있는 쪽으로 내리면서, 아까 그가 취했던 대련 자

세를 잡았다. 그래 이 더러운 깡패새끼야, 덤벼라.. 내가 비록 널

죽이지는 못 하더라도.. 너에게 주먹 한방은  선사하고 이 세상을

떠나리라.. 이제 앞으로 다섯 발자국  .. 다섯 발자국만  앞으로

다가와라.. 내 몸은 분노로 부르르 떨려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356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6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1 20:27  읽음:1280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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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6

 

'형님~~!!'

 

뒤쪽에 있던 건달 한명이 그를 부르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그는 발

걸음을 멈추고, 인상을 쓰면서 뒤를 쳐다보았다.

 

'너 지금.....'

'아 형님..왠만하면 제가 해결할라고 했는데요.. 저기 큰형님 전화라

서요..'

 

그는 다시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뒤로  돌아가며 전화를 받았다.

난 맥이 풀려 꽉 쥐었던 손을 밑으로 내렸다.

 

'예..형님 접니다..'

'예... 예.... 아니 그래도 어떻게...'

'.................'

'예... 예... 예 알겠습니다.. 형님 섭섭한 마음 감출길이 없습니다..'

 

누구한테 전화가 왔던  것일까.. 그는 전화를  받고나서 그 자세로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며 서 있었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 한발자국

씩 성큼성큼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다시 주먹을 불끈쥐어 위로 올

렸다. 와라 이 건달새끼야.. 이 더러운 세상 .. 비록 네 손에 죽는게

아쉽기는 하다만.. 내  기필코 너에게 내  주먹을 선사하고 죽으리

라..... 그런데 그는 나에게 다가오다가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

서 다시 멈춰섰다. 얼라...저새끼 지금  뭐하자는 거야.. 난 그의 눈

을 맹렬한 눈빛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한발자국만 더..한발자국만..

그런데 그때였다.

 

'휙~~~~'

 

뭔가가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것 같더니, 내 바로  앞옆에 있는 벽

돌에서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난 깜짝놀라 뒤로 한걸음 물

러서며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오른손이 으스러진 벽돌  사이에

박혀있었다. 난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하며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그는 피가 흐르는 손을 벽돌에서 빼더니,

나를 잠깐동안 바라보다가 뒤로 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 그냥

가는건가.. 난 긴장이 풀린탓인지 온몸에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그런데 왜.... 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나를 구해준 그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아마도  아까 맞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는지 차에 가려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 삼

촌은 부하들에게 손을 들어 뭔가를 지시하는 것 같더니, 나와 반대편

에서  뒤쪽 차문을 열더니 헤드라이트 아래에서 사람  한명을 끄집어

뒷자석에 집어 넣고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리고 나머지 건달들도

어둠 속에서 부상자들을 들쳐메고 부축하고 하면서 부산을 떨더니만,

하나 둘씩 다들 자신들이 달려왔던 길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이제

남은건 내 위의 가로등 불빛.. 그리고 나.. 그리고 저쪽  어둠속에

떨어진 그의 윗양복...뿐이었다. 그.. 그는 죽었을까 .. 살았을까..

그런데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그들이 사라져간 어둠속을 지켜

보고 있었을 때였다.

 

' 박진석 군이라고 했나??'

 

난 순간적으로 고개를 틀어 소리가 나는 문쪽을  바라보았다. 문은

언제 모르게 열려있었고, 거기에는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키가 크

고 등치가 좋은 남자  한명이 서 있었다. 인상  좋은 얼굴, 오똑한

코, 난 직감으로 이 남자가  성미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성미 아버지가 나를 구해준 건가.. 난 놀란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예..예..'

'자네 우리 성미를 진심으로 사랑하나..?'

'예..예.....'

'그런데 난 평범한 사람을 내 사위로 받아들일  마음이 없내..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예..........'

 

그는 이 말에 절망적인 얼굴을 하는 나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

는가 싶더니, 조용히 말을 이었다.

 

'사법 고시 공부를 한다고 했던가..?'

'예...예.....'

'..........'

'2년의 시간을 주겠내. 집과  돈과 공부에 필요한  제반 모든 것은

다 내가 제공해 주지. 자네는 오로지 공부만을 하게. 그래서 2년안

에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내 딸을 주지. 하지만  2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그때는 내 딸을 포기하게.. 알겠나??'

'......예..예.....'

 

난 고개를 떨구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눈에서는 .. 뭐랄

까.. 아까와는 다른 안도의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의 아버

지가 나를 인정해 주셨다.. 2년의  시간을 주셨다.. 난 떨리는 목소

리로 말했다.

 

'감사..감사합니다.....'

 

그녀 아버지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신채, 다시 뒤로  돌아 집쪽으로

걸어들어 가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쪽에서 문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그녀였다.

그녀는 얼굴이 눈물과 머리카락으로 범벅이 된채 내게로 달려오더

니, 그대로 내 품에 안겼다.

 

'오빠~~~~~~~~~~~'

'성미야~~~~~~~~~'

 

난.. 그녀를 다시 찾았다. 아니.. 내 모든걸 다시 찾은  듯 했다.. 내

눈에서도, 그녀 눈에서도 .. 끊임없이 안도의 눈물이 솟아나오고 있

었다. 이대로.. 이대로  다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램뿐이었

다.... 영원히...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415번
 제  목:[퍼옴] 너의 결혼식 별편(?)-그녀 삼촌의 사정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1 23:31  읽음:1325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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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퍼오는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 보니.. 어떤분이 너의 결혼식과

관련해서 글을 한편 올리셨더군요... 근데 이 글도 너의 결혼식 읽

는 독자분들에게는.. 나름대로 재미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서 이렇

게 퍼 왔습니다..^^ (아 참고로 이글은 오리지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글임을 밝힘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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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ightwiz 입니다. 요즘 너의 결혼식. 인기 좋죠..^^
특히 거기서 등장하는 경호원,.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 이야기를 보고, 나름대로 그 이야기를 한번 재구성
해서 그녀 삼촌을 '나' 로 설정해서 진석님글을 따라서 써봤습
니다. 하하.. 재미있으시려나.. 난 재미있던데 ^^;

 


<너의 결혼식 별편 - 그녀 삼촌의 사정>

 


' 상황 정리하고.. 블루라인에 가서 대기하고 있도록'

 

난 부하들에게 지시를 한 후, 그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신새끼.....'

 

목뒷부분 옷을 잡아 그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뒷쪽 문을 열고 그를 차에

실었다.. 앞자리에 다시 돌아와 앉은나.. 차에 시동을 걸어 바쁘게 주변을

정리하는 부하들을 뚫고 어두운 길로 차를 몰아 나온다.

 

'병신새끼....'

 

얼마나 차로 달렸을까.. 이제 아까 있던 부하들과는 이미 많이 멀어진 듯

했다. 난 재빨리 차를 길가에 붙여 새웠다.

 

'끼이이익.......'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뒷문을 열었다. 이미 피로 흥건히 고여버린 뒷좌석..

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게 조금의 미동도 없이 뒷좌석에 고꾸라져 있었

다. 병신새끼... 미친새끼... 나는 놈을 안아서 들었다.

 

'야 이 미친새끼야.. 정신차려.. '

'..........'

'야 이 미친새끼야.. 너 정신 안차리면 정말 죽인다..'

'..........'

'개새끼야.. 정신 차리라니까.. 어서 정신차려 이새끼야..'

 

난 놈을 미친듯이 흔들어댔다.. 그런데 놈은.. 아직도 정신을 차릴줄을 모르

고.. 숨을 헐떡헐떡 거리기만 한다. 난 놈을 뒷좌석에서 끄집어 내서, 앞좌석

내 옆자리로 재빨리 옮겨 실었다... 죽으면 안되.. 죽으면 안되 이 새끼야..

난 차에 시동을 걸어.. 가장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미친듯이 차를 몰아나가기

시작했다.

 

'이 개새끼야..너 죽으면 안되.. 이 썩을새끼.. 미친짓을 해가지고..'

 

눈.. 눈 앞이 흐려진다.. 나.. 미친듯이 사람들과 싸우고.. 이미 인간의 감정은

모두 내 가슴속에서 지웠다고 생각한 나.. 이런 나에게도 눈물이 남아 있었던가..

난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차를 응급실 방향으로 미친듯이 몰아나갔다. 빨간

신호등.. 빨간 신호등이 나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나는 그것도 무시하고 미친듯이

차를 몰아 나간다.. 이 개새끼야.. 이 개새끼야.. 죽으면안되.. 죽으면... 그런데

그때였다..

 

'형....형님........'

 

피로 범벅이 된 놈의 얼굴이 잠시 움직이는가 싶더니, 놈이 아주 작은 소리로

내게 말을 했다. 난 깜짝 놀란 얼굴을 하며 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이 미친새끼야.. 왜...왜 그런짓을 했어.. 왜... 왜.....'

'형님........'

'왜...왜???'

 

난 앞쪽과 그가 앉아있는 옆좌석을 계속해서 번갈아 보며 그에게 물었다.

 

'형님.........'

'왜......왜 그래 ??'

'형님.........'

'............'

' 형님 혹시...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마음은 이미

..... 쿨럭.....쿨럭......'

 

놈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온다....난 놈에게 외치며 말했다.

 

'미친새끼야.. 무리해서 말 할려구 하지마..이제 병원 다 왔어.. 병원에 들어

 가기만 하면 살 수 있으니까.. 무리하지마.. 이제 살 수 있다구.. '

 

하지만 놈은 피를 토하며 억지로 말을 이었다.

 

'한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마음은 이미 다른 남자로

 가득 차 있어... 쿨럭...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던

 경험... 쿨럭... 해 보신적 있으십니까???'

 

이 미친새끼... 결국.. 결국 그거때문에 이 미친짓을.... 이 미친새끼...

흐려진 눈앞 사이로.. 저쪽 너머에 병원 표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난 미친

듯이 차들을 뚫고 차를 앞으로 몰아, 병원 응급실쪽으로 나아갔다. 미친새끼..

이렇게 될줄..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어..근데 이 미친새끼.. 왜 다시

눈을 감은거야...

 

'야 이 미친새끼야~~!! 눈떠 이 개새끼야~~!! 너 이제 살 수 있단말야~!!'

 

난 미친듯이 차를 응급실 정문쪽에 몰아 세우고, 문을 박차고 뛰어나가 그를

옆에서 부축하며 응급실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간호원~~~!!!! 의사~~~~~!!!! 간호원~~!!!!'

 

내 목소리에 놀란 흰 가운을 입은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뛰어온다.

 

'저기 이쪽으로~~'

'의사~~~ 의사~~ 빨리 의사불러~!!'

 

뛰어나온 간호원들이 놈을 이동침대위에 눕힌다. 그리고 놈의 얼굴 위에

산소 마스크를 씌우며, 놈을 수술실 방향으로 재빠르게 이동시킨다.

 

'의사~~!!! 의사새끼는 어디있냔 말이야 빨리불러~~!!!'

' 저기.. 병원 내에서는 상스러운 말을...'

' 조용히 안해 이 쌍것아~!! 의사~!! 빨리 의사 데려오란 말이야~!!'

 

난 미친듯이 그들을 따라 뛰며 소리쳤다.. 미친새끼.. 이 새끼야.. 죽으면

안되.. 죽으면 안되...

 

' 형님.... 첨뵙겠습니다. 준이라고 불러주십시요. 앞으로 형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간에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 하하..그놈 배짱한번 사줄만 하다.. 그래 앞으로 우리 열심히 잘해보자..'

 

죽으면 안되... 죽으면 안되 이 미친새끼야....

 

' 형님 뒤쪽은 저한테 맞기시고 피하십시요...어서~!!!'

' 이 새끼.. 그래 알았다.. 그럼 너만 믿으마...'

 

죽으면 안되.. 죽으면 안되.........

 

' 넌 이제 우리조직에선 빠져선 안될 인물이다 준.. 넌 나의 후계자나 다름

 없으니까.. 무모한 일에는 뛰어들지 말고.. 항상 몸간수 잘하도록..'

' 아닙니다 형님.. 형님의 총애를 깊이 받아들여 형님을 위하는 일이라면
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형님...'

 

이 미친새끼... 그런다는 놈이.. 그런다는 놈이...

 

' 경호.. 경호라고 말씀하셨습니까?? 형님 제가 왜 그런일을??'

'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너가 우리 조직원 중에서는 가장 인

물도 괜찮고.. 나이도 괜찮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완전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이 일 쉽게 보일지 몰라도 절대

쉬운일 아니니까.. 꼭 최선을 다해서 해주기를 부탁한다.. 알겠나?'

 

'탕..........'

 

수술실 문이 닫치고.. 나는 이쪽.. 놈은 저쪽으로 갈라졌다.. 이 미친새끼..

이 새끼야.. 너 죽으면 안되.. 내가 널.. 내가 널 얼마나 아꼈는데.. 왜...

 

'형님.. 준이 조직을 배신하고 그놈을 우리 애들한테서 빼내서 어디론가 도망

쳤다고 합니다.. 준 그자식.. 예전부터 혼자서 잘난척 하는거 정말 보기싫었

는데... 이 자식.. 이번에 꼭 손을 봐 주셔야합니다.. 형님이 이번에도 준을

감싸고 도시면.. 아마도 우리 애들.. 다 조직에서 나간다고 아우성을 칠껍니다..

그러니 형님.. 이번에는 꼭 그 자식을.. 제대로 손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마..'

 

이 미친새끼.. 왜 .. 왜 그런짓을... 난 있는 힘을 다해 옆에 있는 벽을 주먹

으로 쳤다.

 

'쿵.........'

 

주먹을 타고 흐르는.. 빨간 피.. 그건 피가 아닌 나의 눈물이었다....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그렇게 벽에 주먹을 박고 이마를 벽에 붙인채..

그렇게 가만히 서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끼이이익.......'

 

수술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난 재빨리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의사로 보이는 수술복을 입은 사람이 마스크를 벗으며 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저기.. 그 미친새끼.. 미친새끼는......??'

 

의사는 나를 보며 흠칫 놀라는가 싶더니, 고개를 천천히 밑으로 떨구었다.

 

'저기.. 저기...!!'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

 

난 의사를 흔들며 미친듯이 말했다.

 

'뭐.. 최선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어쨌단 말이야~~!!!'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워낙 두개골 출혈과.. 척추 탈골이 심해서..

 CPR을 실행했습니다만.... 결국.. '

'이 미친.. 니가.. 니가 그러고도 의사야~~!!! 의사야 뭐야~~!!'

'이 미친.. 이 미친~~!!'

 

괴성을 부르짖으며 , 난 수술실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약간 어두워 보이는 수술실 조명.. 그 조명을 둘러싸고 있는

놀란 간호사 몇명.....그리고 그 가운데... 무언가의 위를 덮고

있는 흰천... 그리고 흰천 사이로 알록달록 보이는 빨간 피....

 

' 이 개새끼... 개새끼... '

' 이 개새끼야~~~~~~~~~!!!!! 왜 죽어 이 개새끼야~~!!!!'

 

<별편 완결>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514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7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2 18:57  읽음:1414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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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7


역시 나의 생각대로, 전화를 걸었던 건  그녀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는 처음 우리가 차를 몰고 건달들에게 부딪쳐 왔을때부터, 집 곳곳

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통해서  바깥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처

음에는 그녀가 아무리 애원해도 날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으셨는

지 그냥 말 없이 모니터만 바라보고 계셨다고 한다. 그러다가 내가

그녀 삼촌이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며

그에게 덤빌려는 자세를 보이자, 그때서야  뭔가를 결심하신 듯 고

개를 끄덕이시더니 삼촌에게 전화를 해서 그냥 돌아가라고 말을 하

셨다고 한다. 아마도 마지막에 보여준 내 용기를 높이 평가하셨나..

하여튼 그 덕분에 나는 그녀 아버지로부터 2년간의  기간을 보장받

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약속 했던데로, 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고시촌이 밀집해 있는  신림동 부근에

아파트도 한채 장만해 주시고, 학원비  대고 한달 생활하고도 남을

만한 충분한 돈을 생활비로 매달 보내주셨다. 난 그런 그녀의 아버

지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녀와  나의 관계는, 예전

과는 다르게 상당한 구속을 받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내가 보장받

은 2년은 돌려 생각하면 그녀 집안과 민혁이라는 놈의 집안과의 결

혼 유예기간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녀 어머니는 남편의 말

에 따라 어쩔수 없이 2년간  결혼을 늦추기는 했지만, 내가 실패하

기만 하면 바로 민혁이라는 놈과  그녀를 결혼시킬 심산이었다. 그

래서 난 그녀를 매일 만난다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혼전에 몸을 잘 간수해야 된다는 그녀 어머님의 억지로

그녀 어머니의 감시하에서 잠깐동안 손도 못 잡아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비록 헤어지는 것은 면했지만, 말 그대로

또다른 의미의 헤어짐 속에서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사법고시.. 일

류대 생들도 몇 년간 공부해도  겨우 붙을 둥 말둥  한다는 사법고

시.. 그런 사법고시를 겨우 작년 일년 공부한 내가 내년과 내후년까

지 해서 2차까지 합격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되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내 책상앞에 놓여진 그

녀의 사진과, 매일 저녁 학원을 끝마치고 와서 음성 메시지를 확인

하면 녹음되어 있는 그녀의 목소리를  등에 업고, 하루에 4시간 정

도씩만 잠을 자면서 피나는 노력을 다해서 공부를  했다. 97년 2월,

그녀의 응원을 들으며 난  처음으로 사법고시 1차 시험을  치러 갔

다. 내가 제대로 공부를 시작한지  불과 3개월도 채 안되는 시점에

서 본 시험, 붙을 리가 없었다. 난 그 시험을 그냥 시험장 분위기를

익힌다는 의미에서 응시했었고, 그녀의 아버님도 그리 기대를 하시

지는 않으시는 것 같았다. 4월달에  발표된 결과는 역시 불합격 이

었다. 이제 남은건 98년 1차 시험 한번.. 이 시험에서 떨어지면 2년

을 채울것도 없이 그대로 끝나는 것이었다. 난 발표가 난 직후부터,

하루 4시간 자던잠도 3시간으로 줄이고,  밥 먹으면서도 법전을 펴

놓고 보면서 미친 듯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나를 보러온

그녀는 옆에 앉아있는 그녀 어머니 때문에 나에게 안기지는 못했지

만, 말없이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야위어 가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

다. 그녀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나는 더  미칠지경이었지만, 난 이렇

게 안하면 그녀를 영영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오직 법

전만을 바라보며 일년을 보냈다.  그리고 98년 2월, 두  번째로 1차

시험을 보러 시험장으로 갔다.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때문일까,

난 긴장도 하지 않고 차분하게  시험에 임했다. 그리고 4월달에 발

표된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것도 높은 점수로.. 그녀와 나는 기쁨의

함성을 울렸고, 그녀 아버지도 꽤 만족해 하는 눈치셨다. 그녀 어머

니만 빼고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이런 기쁨의 여

세를 몰아 2차 준비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마 책을 미친

듯이 바라보다가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정신을 잃으며 잠들었던 것

으로 기억한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난 이제  올해 2차만 붙으

면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로 열심히 공

부를 했다. 그리고 그해 .. 그러니까 작년 6월,  아침에 그녀가 직접

와서 해 준 밥을 먹고 힘을 내서 2차 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 기간

은 모두 3일, 난 3일내내 내가  아는 문제는 모두 맞힌다는 심정으

로 차분히.. 차분히 답안지를 채워 나갔다. 그렇게 3일이 지났고, 난

시험을 끝냈다. 이젠 결과가 제발 좋게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수 밖

에 없었다. 그렇게.. 긴장속에서 7,8,9,10 4개월이 흘러갔고, 11월 초

가 되어서야 드디어 합격자 발표를 했다. 그녀와 나는 아침 일찍부

터 합격자 확인 전화번호를 누르며,  초조한 마음으로 빨리 합격자

명단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아마 6시간 정도를 전

화를 눌러댔을까.. 드디어 합격자 발표 데이터  베이스에 전화가 연

결이 되었고.. 난 손을 벌벌 떨면서 조심스럽게 내 수험번호를 눌렀

다.. 아마 살아가면서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잠시 후, 수화기에선 내 시험 결과가 흘러나왔고, 그걸 들은 그녀와

난 서로를 얼싸안고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다.

 

'아.. 그럼 총각이 2차에  합격했고, 그렇게 해서  3차까지 합격해서

지금 그 성미라는 아가씨랑  결혼하러 결혼식 장으로  가는건가???

정말 멋지구만~~~이야~~ 정말 멋져~~'

 

난 아저씨의 말에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차는 벌써 목적지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아저씨.. 저쪽 사거리 신호등 건너기 전에 세워주시겠습니까?'

'그러세~~~ 아이고 오늘 기분이  진짜로 좋구만~~ 사법고시 합격생

을 아침부터 태우고~~'

 

난 아저씨의 말에 연신 웃으며, 차창 너머로 보이는 결혼식장 분위

기를 살폈다. 역시 강남의 유명 결혼식장 답게 , 규모가 어마어마하

고 주변에 고급차들도 즐비해 있었다.  드디어 택시가 목적지에 멈

춰섰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693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8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3 21:34  읽음:1454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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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8

 

'아저씨 얼마예요??'

'아~~ 만천원 나왔는데.. 총각 그냥  만원만 줘~~ 아침부터 좋은 이

야기 듣게 해준 보답일세 보답~~~'

 

중간에 차가 막히더니.. 역시 돈이 많이 나왔군..  난 아저씨에게 웃

으며 만원자리 한 장을  내민 후, 차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시계를 바라보니, 결혼식이 한 10분정도 남아 있었다.. 이런 서둘러

야 되겠군..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결혼식장 주위를 비치고 있었다.

난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와 있나  살피며, 2층 홀 있는 쪽으로 발

걸음을 옮겼다. 오늘 그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벌써 신부 화장은

끝냈겠지.. 그렇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녀...  오늘은 예복을 입고 훨

씬 더 아름답게 하고 있을 것을 상상하며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

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는,  등치가 큰 사람들이  몇몇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 그녀의 심촌도 서  있었다. 난

계단을 뚜벅 뚜벅  걸어올라가며 그녀의  삼촌을 바라보았다. 그녀

삼촌도 걸음 소리에 뒤를 보다 내가 오는 걸 봤는지,  조용한 눈빛

으로 올라오는 나를 쳐다본다. 난  2층에 올라 그녀 삼촌에게 인사

의 의미로 잠깐 고개를 끄떡인  후, 결혼식 준비로 왁자지껄한 2층

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부대기실 주위에 그녀와 친한

아는 과 여후배 몇몇이 몰려 있는게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그녀..

그녀가 저 안에 있겠군.. 난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눈길을 오른쪽으

로 돌렸다. 새내기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몇이 군중들 사이에

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동민이도 그 사이에  있었다. 짜식.. 어

제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인가.. 얼굴이 약간 벙 떴군.. 난 혼잣웃음

을 웃으며 동민에게 걸어갔다. 동민도 내가 오는걸 봤는지 내게 웃

으며 달려와 인사한다.

 

'형 오셨어요~~'

'어..어엉...'

'형.. 이제 아픈 과거 싹  잊구.. 새출발 하시는겁니다.. 어제 술자리

에서 한 약속 안 잊으셨죠??'

'엉.. 물론이지..'

'아참..성미 지금 저쪽 신부대기실 안에  있어요.. 하실 말씀 있으면

지금 하시는게 좋을듯...'

 

난 동민의 말에 그녀가  있다는 왼편의 신부대기실  쪽을 바라보았

다. 그녀 친구들에 가려서 그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들

의 다리 사이로 하얀색 예복의 끝단 부분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도

같다. 먼저 봐도 될까..  내가 과연 그녀를 볼  수 있을까.. 난 주춤

주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이~ 진석군 이제야 왔는가~~'

 

난 나를 부르는 소리에  홀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하객과 이야기를

하시던 그녀의 아버님이 나를 보고 부른 것이었다. 

 

'예..예....'

'자넨 정말 약속을 잘 지키는 멋진 친구야.. 허허허... '

 

난 쑥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인사를  가볍게 하고는, 그녀가 앉아있

는 신부대기실 쪽으로 발걸음을 계속 옮겼다. 점점 가까워 지는 그

녀.. 난 침을 한번 꿀꺽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신부 대기실 입구쪽을 둘러싸고 있는 그녀 친구들 너머

로 그녀가 앉아있는 곳을 고개만 내밀어 말 없이 쳐다보았다.

 

'아.........'

 

그녀.. 그녀의 지금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

다.. 하늘의 천사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녀의 천연의 아

름다움은.. 예복의 아름다움과 조화되어 .. 그녀  주위를 환하게.. 아

주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나는 잠시동안 눈부심을 느껴 눈을 깜빡

거린 후, 다시 흐뭇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뒤에 서서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친구 민정이에게  무슨 주문을 하

는지 연신 뭐라고 말을 하며 눈을  위로 한채 웃고 있었다. 그녀의

두 손에 들려져 있는 저 하얀 부케.. 부케속의  꽃이 그녀의 아름다

움의 힘을 얻어 한껏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

다.

 

'신부 대기하세요~~~~ 3분후 입장입니다~~'

 

내 오른쪽에서 대기시간을 알리는 관계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

는 위를 보던 눈을 내려 그 사람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잠

깐 옆으로 돌리는가 싶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 얼굴을 하더니, 나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었다. 나도 그

런 그녀를 보며 환하게 웃어준 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뒤로 하고

다시 홀 입구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친구들과 후배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성민형은 끝내  오시지 않으셨군.. 성민형도 오셨으

면 참 좋았을텐데.. 어제 저녁 술자리에서는  꼭 결혼식에 참석하겠

다고 다짐을 하셨는데.. 왜  안오셨을까.. 난 혹시  성민형이 왔는데

나를 못찾고 있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이제 3분만

있으면 신랑입장이군.. 기대되는데.. 난 그녀가 앉아있는  곳과 신랑

과 신부가 입장할 긴 융탄자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아..이제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난 서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과 후배와 친

구들의 곁에서 약간 벗어나, 신랑 신부가 입장하는 홀 입구 왼켠으

로 자리를 옮겼다. 아 이제 조금만  있으면.. 조금만 있으면.. 난 초

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10시 59분  이었다. 11시가 시작

이니까 딱 1분 남았군.. 난 초조해 하며 사회자의 입을 바라보았다.

시간아..... 시간아..  난 다시 그녀가 있는 신부 대기실 쪽을 바라보

았다. 그리고 떨리는 눈으로, 그녀의 삼촌이 서 있던 2층 홀 입구쪽

을 바라보았다.

 

'.................'

 

바로 그때, 내 가슴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신랑입장~~!'

 

조용한 음악이 홀 내에 잔잔히  깔리기 시작하며, 하객들의 박수소

리가 홀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짝..............'

 

난 앞으로 한걸음 두걸음, 뚜벅 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짝짝짝짝짝.........'

'뚜벅...뚜벅......'

'짝짝짝.....'

'뚜벅...뚜벅...'

'짝짝...'

'뚜벅...뚜벅...'

 

귓가에서 아련히 멀어져 가는 박수소리 사이로, 다시한번 사회자의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온다.

 

'신부입장~~!!'

 

난 뒤를 한번 돌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뒤를 보면 감

정을 주체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내 앞에  있는 계단을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객들의  박수소리가 내 귓가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가슴속이 뭔가  뭉클해져 오면서 내 눈에서는

지금까지 꾹 참았던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오빠.. 나 이제  오빠한테.... 그냥 아는  오빠 이상의 감정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지난 2년동안 이민혁이라는  사람 만나면서..

예전에 오빠한테 가졌던 감정.. 지금은 그사람한테서 느끼고 있어요..

오빠.. 저 그 사람하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테니까... 내일 꼭 오셔서

웃는 얼굴로 절 축복해 주셔야해요... 아셨죠.. 약속이에요 약속.. '

'약속...'

 

그래.. 약속.. 난 그녀와 약속을 지켰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웃고.. 그녀를 아까 웃는 얼굴로 대했으니..  약속을 지킨 것이

다.. 세상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고 하더니.. 그녀도  역시 세상 사

람이기는 하구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어떻게 그럴수가.. 난 계

단을 술먹은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며 걸어내려오면서,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막으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내가 사랑하는 그

녀가.. 저 남자와 함께 행복할수만 있다면.. 그녀가 행복할수만 있다

면 ... 그래 난 만족이다..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못준 행복감.. 그에

게서 라도 한껏 느끼며.. 남은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라.. 그러면 난

만족이다.. 결혼식장을 빠져나오자,  아침  햇살이 눈물에 반사되어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아..  이제.. 이제.. 난 .. 이제 난..

이제 난 뭘... 난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한채 그냥 앞으로 한발자국

.. 두발자국 눈물을  흘리며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식장을 거의 나가서 도로 있는쪽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4857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29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4 22:33  읽음:1418 추천:100 관련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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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29

 

'오빠~~~~~~~~~~~~'

 

오빠.... 오빠라고.. 설마 그녀가.. 설마 그녀가.. 난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뒤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꿈이었을뿐... 그녀가 아

닌 민정이가 내 뒤쪽에서 나를 부르며  결혼식장쪽에서 달려나오고

있었다. 민정이는 헥헥 거리면서 뛰어오더니, 내 앞에  다다라서 나

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을 꺼낸다.

 

'오빠~~!! 한참 찾았잖아요.. 어제 성미랑 결혼식  끝까지 보고 가시

겠다고 약속하셔놓곤..이렇게 그냥  나오시면 어떻게 해요..  오빠도

참.. '

 

그녀는 나에게 여전히 못마땅하다는 투로 말을 하더니만,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뭔가를 꺼내 나에게 건낸다.  흰 종이에 둘둘 말려있는

조그만것.... 만져보니 반지였다. 그래..아참.. 어제 그녀에게 반지

를 안 받았었군.. 이제 우리 사이가 정리되었으니.. 반지도 필요없

겠지.. 난  민정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후, 다시 뒤로 돌아 지나

가는 택시를 불러 말없이 나를 바라보는 민정이를 뒤로하고 택시에

올랐다. 

 

 

'아저씨.. 한강이요...'

 

 

내가 이 곳을 언제 와보고  지금 다시 와보는 건가.. 난  항상 내가

앉았던 자리를 흐린 눈으로 바라보며, 차가운 겨울 바람을 온 몸으

로 맞으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아.. 전에 그랑 같이 이곳에 와 보았

던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군. 그러고 보니.. 그.. 그는 어떻게 되었을

까.. 지금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을까.. 아니면 이미 딴 세상으로 떠

났을까.. 아마 살고 있다고 해도 허리나 머리가 상해서 불구자가 되

었겠지.. 하지만 그런 그의 희생.. 이젠 모두 수포로  돌아가 버렸으

니.. 이제.. 어떻게  저 세상에서라도 그를  만날까.. 난 언제나처럼,

한강변 둑 있는 곳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그래.. 이제 내게 남은건

하나도 없다... 그냥 이대로.. 이대로 한강물에 내 몸을 담궈.. 내 모

든 희로애락을 물에 씻어내 버리자. 난 웃옷을 벗어 옆에 가지런히

놓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구두를 벗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그 언젠가 본 것 같던.. 그 빛.. 그 빛이 또다시 내 눈을

스쳐 지나간다. 난 다시 왼손을 바라보았다. 반지였다.. 그래..반지..

난 언젠가 처럼 반지를 빼서 다시 왼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태양빛에

비추어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반짝이는 빛 사이로.. 그녀와 내가

지냈던 아름다운 순간, 아쉬웠던  순간들이 하나 둘  슬라이드 필림

스치듯 오버랩 되며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이 영상의 끝은  항상..

언제나 처럼.. 그 약속.. 

 

' 오빠..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우리 사랑 변치 말구.. 이렇게

영원히..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

기로 해요.. 알았죠??후훗... 오빠.. 우리 이  촛불에 우리 사랑을 맹

세해요...약속..'

 

햇빛이 반지의 한쪽 끝 부분에 반사되어, 마치 촛불인양 고요히 빛

을 내며 타오른다.. 그래 약속.. 그런데 그 영원히 사랑하자던 약속..

그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끝을  맺고 마는

구나.. 난 주머니를  뒤적여서, 아까 민정이가  내게 건내준 반지싼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종이를 끌러, 나머지 반지.. 그녀의 반지

를 내 반지 위에 가볍게 포개 올렸다. 그리고는 혼잣말로 조용히 속

삭였다.

 

'그래 .. 비록 우리 사랑은 이렇게 끝나지만.. 오빤 이 반지 두 개를

오빠품에 영원히 간직한 채.. 이 세상을 이만 떠나갈게.. '

 

난 반지를 다시 종이에 싸서 호주머니에 넣으려고, 옆에 놓여져 있

던 꾸깆꾸깆해진 종이를 다시 한번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

 

햇빛에 반사된 꾸깆한  종이사이로, 가는 검정색  선들이 희미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난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종이를 바닥에 놓고

손으로 밀어서 편 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들었다.  편지였다.. 글

씨 여러곳이 물에 젖어 번져있는 편지.... 난 떨리는 눈으로, 조심스

럽게 그것을 읽어내려갔다.

 

' 영원한 나의 사랑 오빠에게

 

오빠.. 사랑하는 나의 오빠.. 오빠가 이 편지를 보실 수 있다는건

아마도 제가 오늘 .. 눈물을 참고.. 오빠를 바라보며 웃었기 때문일

거예요.. 오빠.. 이렇게 제가 오빠를 떠나는거.. 제 본심이 아니란거

아시겠죠.. 시험이 끝나고.. 오빠가 떨어진걸 엄마가 알게되자,

엄마는 바로 결혼을 하라고 저를 독촉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삼촌.. 삼촌이 실의에 빠져있는 나에게 다가오더니.. 제가 이민혁

이라는 사람과 올해 안으로 결혼하지 않으면.. 오빠를 이번에는

진짜로 죽여버리겠다고.. 그리고 이말을 오빠에게 하면 그때는

오빠를 바로 파묻어 버리겠다고.. 저에게 나지막히 말했어요....

전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단지 오빠가 죽는 것을 막기위해..

엄마에게 결혼식 날짜를 독촉하고.. 그리고 이민혁이라는 사람에

게 온갖 애교를 다 떨어가면서.. 다행히 올해가 지나기 전에 결

혼실 날짜를 잡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구요.....

 

오빠...앞으로는..앞으로는  제가 오빠 곁에 머무를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원치않는 결혼생활 속에서... 많은슬픔을 겪겠지만... 단지...

단지 오빠가 같은 하늘 아래서 숨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성미는 그렇게 오빠를 그리워 하며 남은 여생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물론..지금부터..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서..자신이 안 서지만요...

 

오빠... 사랑하는 우리 오빠.. 비록 우리.. 이 세상에서는 사랑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음 세상에서 다시 만나서.. 그때는 꼭 사랑을

이루기를 바래요.. 오빠.. 사랑하는 우리오빠.. 저 없다구 슬퍼하거나

실의에 빠져있지 마시구... 꼭 열심히 사셔야 해요.........

오빠...이젠 안녕... 그리고 오빠....사랑해요...영원히.....

                                                        F.L. 성미'

 

그녀가 쓴 편지지 위에.. 툭..툭.. 소리를 내며 내 눈물이  떨어져 내

리기 시작했다. 난.. 난....도대체  난... 난 왼손에 들고 있던 반지를

움켜 쥐며 가슴깊은 곳으로부터 소리쳤다.

 

'아아아악~~~~~~~~~~~~~~~~~~~~~~~~~~'

 


『우스개 게시판-우스개 (go HUMOR)』 35023번
 제  목:[퍼옴,사랑] 너의 결혼식 #30 [완결]                         
 올린이:nsyyh   (윤영호  ) 99/11/05 21:15  읽음:1480 추천:10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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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30


오랜만에 만난 그녀.. 난 그녀와 함께.. 고향의 호수에

찾아왔다.

 

'성미야.. 여기가 오빠가 항상 말하던.. 그 호수야...

 오빠가.. 기쁠때나 슬플때나.. 무언가 고민이 있을때면..

 언제나 찾아왔던 호수... 어쩌면 오빠가.. 서울로 이사가고

 나서 즐겨찾던 한강보다는.. 이 호수가 오빠한테는.. 더욱

 아련하고.. 더욱 포근하고.. 너두 알잖니.. 그런느낌..

 고향에 왔다는 느낌이랄까... 오빤 여기서 고향을 느껴..

 그리고 이 고향에.. 오빠의 마음의 고향에.. 이렇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성미와 함께.. 단 둘이서 배를 타고 오

 붓하게 나올수 있다는 사실이.. 오빠는 너무.. 기뻐...'

 

지는 해를 머금어 빨갛게 물든 호수 사이로, 나와 그녀를

태운 배가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가로질러간다.....

 

'성미야.. 오빠는 말이지.. 저 지는 빨간해를 보고 있으면

말이지.. 예전 아버지 돌아가셨을때 생각이 나.. 그때 아

버지 돌아가셨을때.. 혼자 이곳 강에 배타고 나와서... 배

위에서 하루 종일 소리내서 엉엉 울었었거든.. 정말로..그

때는 정말로.. 세상이 다 끝난것만 같았어.. 그리고 그 후

로 계속 우울하게 세상을 살았구... 삶 자체가 고달펐으니

까.. 성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지...'

 

배는 천천히 앞으로 나오다가.. 드디어 호수의 중간 정도에서

멈춰섰다. 정적.. 주위의 모든것이 멈춰있고.. 숨 소리도

나지 않고..  오직 저물어 가는 빨간해와.. 그 해를 머금은

호수의 물만이 우리를 태운 배 둘레를 빠알갛게 둘러싸고 있었다.

 

'근데 성미야..성미야.. 오빠는 성미를 만나서 말이지...

 성미를 만나서.. 진짜로 세상 사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사랑이란게 무엇이고.. 행복이라는게 무엇인지 깨달았어...

 성미를 만난 날부터.. 결혼식날.. 성미와 헤어지던 날까지

 말이야... 오빤 진짜.. 그때는 이 세상이 전부 오빠것인것만

 같았어...'

 

난 호수를 바라보던 눈길을 그녀에게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한다....

 

'근데 성미야 그거 아니.. 이건 오빠한테는 정말 비밀이야긴데

 말이야.. 오빠.. 오빠 아버지 돌아가시던날.. 바로 이 자리에

 서 울면서 말이지... 나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겠

 다구...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 만들어서.. 그렇게 헤어질때

 아파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거든.... 그런데 .. 성미를 만나서

 그 맹세가 깨지기는 했지만 말이야...후훗...'

 

어..근데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눈 앞이 갑자기 흐려지는거야..

내가 왜.. 내가 사랑하는 그녀랑 이렇게 함께 있는데 내가 왜..

난 눈을 소매로 닦으며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 하지만 오빠는 후회하지 않아.. 성미.. 정말로 오빠가 이 한 몸을

바쳐서 사랑해도  부족할만큼.. 정말 착하구.. 예뿌구.. 아름다

운 여자였으니까 말이야... 하하.. 아니라구.?? 아냐.. 넌 정말 그

래.. 오빠 눈에는 이 세상 어떤 여자보다도 성미가 최고야...

아.. 근데 성미야.. 아까 오전에.. 너 데리러 너희 집에 갔을때..

너희 부모님 표정.... 뭐랄까......'

 

다시 눈앞이 흐려진다.... 눈을 닦으러 손을 눈쪽으로 옮겼지만..

아무리 닦아도 닦아도.. 눈이 또렷해지지 않는다..

이런.. 성미에게 이렇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데.. 이런...

 

난 다시 심호흡을 한 번 한 다음, 웃는 얼굴로 다시 그녀를 쓰다듬

으며 바라보았다.
 


'성미야........있잖아.......'

 

'성미야........'

 

또 다시 눈앞이 흐려진다....

 

'성미야...근데......'

 

'성미야..........'

 

'성미야... 너 왜 이렇게 가벼워졌니... 왜...'

 

그녀를 담고 있는 하얀상자위로, 나의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방울을 이루며 조용히 떨어진다....

 

'하하.. 성미야..미안해.. 오빠가 또 약한 모습을 보여

버렸내.... 진짜 앞으론.. 앞으론 절대 울지 않을꺼라구..

성미 결혼식날 맹세했었는데 말이야.. 진짜루...'

 

난 눈물을 소매로 훔치고, 다시 빨갛게 물든 호수 저편의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아련히 보이는 빨간 불빛.. 저 불빛..

어디선가 본 불빛... 바로 약속의 불빛...그리고 그 불빛

사이로 떠오르는 그녀의 얼굴.. 그리고 약속..

 

' 오빠.. 세상이 우리를 방해하더라도, 우리 사랑 변치 말구..

이렇게 영원히.. 우리가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영원히...

서로만을 사랑하기로 해요.. 알았죠??후훗... 오빠.. 우리

이 촛불에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약속..'

 

난 다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미야 근데 있잖아.. 너 설마 .. 너가 약속을 어겼다구..

오빠한테 미안해 하는건 아니겠지?? 미안해 한다구?? 이런..

이런..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넌 약속을 어긴 게 아니야..

이렇게 오빠 곁에 너가 있구.. 너 곁에 오빠가 있는데..

그게 어떻게 약속을 어긴거야.. 오빤 이렇게 영원히..

언제까지나 영원히.. 성미곁에 있을테니까.. 걱정하지마..'

 

'아차..근데 이제 생각났다.. 오빠두 전에 들은 말이었는데

이승에서의 1일이.. 저승에서는 1년과도 같데... 그래서

하루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다음 생에서는.. 1년 먼저

태어난다구 하더라구.......'

 

'오빠... 다음에 .. 다음생에서.. 오빠 다시 만나면...

연하라구 무시하지 않을꺼지...?? 그래봤자 겨우 2년차니까

말이야....하하..그때는 내가 너를 누나라고 불러야 되는건가??'

 

하하.. 그녀두 웃고.. 나도 웃었다.. 역시 난 그녀와 함께

있을 때가 이 세상에서 가장 포근하고.. 가장 즐겁다.....

 

'성미야.. 근데 오빠 왜 이렇게 잠이 오지.. 성미를 품에 안고

있어서 너무 편안해서 그러나.. 너무 잠이 온다... '

 

'근데 성미야.. 이 저물어 가는 해를 머금고 있는.. 이 호수..

너무 포근해 보이지 않니... 뭐라구?? 너두 지금 그 위에

눕고 싶다구..? 그래.. 그럼 우리 이제 그만 이야기 하구..

호수에 누워 잠을 청하도록 하자...'

 

약속.. 이 세상에선 지켜지지 못한 약속.

하지만 약속.. 다음 세상에선... 다음 세상에선 꼭 지켜질 약속.....

 

안녕 성미야.... 안녕...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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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형을 처음본건.. 올초.. 고시원에서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저는 올해 새내기 고시 초보생.. 형은 벌써 1차에

합격을 해 놓구 마지막으로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말년 고시생이었습니다.

원래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방을 서로 마주보고 쓰다보니,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말을 트고 서로 친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형은 다른 고시생들과 다른점이 두가지 있었습니다. 우선, 형은

다른 사람들보다 공부를 훨씬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1차 붙어논

사람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형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뭔가에 홀린듯.. 정말로 하루종일 거의 잠도 안자고 책을

붙잡고 공부만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달랐던 점.. 아니 이건

달랐다기 보다는..특이한 점이라고 말하는 편이 나을것 같군요..그리고

이를 계기로 형과 제가 더욱 친하게 되었는데.. 형은 항상 반지가 두개

달린 목걸이를 목에 걸고 다녔습니다.. 공부할때도... 밥먹을때도..

잠잘때도... 심지어 샤워 할때도.. 항상 목걸이와 함께 생활을 하더군요..

그래서 형과 충분히 친해졌다고 생각되던 날..술자리에서 형에게 그

목걸이에 얽힌 사연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형은 참 술을 좋아했던 걸로..기억이 납니다..그리고 평소때는 조용

하던 분이.. 술을 먹으면 속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 편이었죠.)

 

그랬더니 형은.. 이건 자기가 결혼할 사람이.. 어쩔수 없이 자기를

떠나면서.. 자기에게 남긴 반지로 만든 목걸이라고 이야기를 시작

하면서, 제가 글 '너의 결혼식'에서 썼던 형과 여자친구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나씩 둘씩.. 술잔에 실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왜 고시원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반지

로 목걸이를 하게 되었는지 까지도요.. 형은.. 꼭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해 2차에 합격해 여자친구분을 다시 찾고 말겠다는 의지로 이를

악물로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 말을 끝마쳤습니다. 형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형이 왜 저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이해가 되

더군요.. 제가 형이라 그래도 아마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떠나

보내면.. 다시 찾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무슨 짓이든 할려고

발버둥 칠테니까 말이죠..

 

그 이야기를 통해서 형과 더욱 친해진 저는, 형과 가장 가깝게 지내면서

형이 올해 6월달에 2차 시험 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날

형 시험 잘 보라고 사주었던 엿..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후훗...

형은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으면서 삼일동안 시험을 치뤘습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날.. 형에게 물으니 시험에 나온 문제

대부분 답을 바르게 쓴 것 같다고.. 웃는 얼굴로 대답하더군요..

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젠 형이 여자친구분을 다시 찾을수

있겠다고 함께 좋아하면서 말이죠..
 


형은 시험이 끝나고 난후, 고시원 근처에 있는 자취방으로 거처를 옮겼

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론 형을 매일 만나지는 못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제가 형의 자취방을 찾아가서 만나는 것으로 우리의 우정을 계속

이어 나갔습니다..그런데.. 한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던

7월말.. 형이 술에 만취가 된 상태로.. 저의 방에 찾아왔더군요..

형에게 왜 이렇게 엄청 취했냐고 물었는데.. 형은 제가 묻는 말에는

대답도 안하고 계속 울면서 여자친구분 이름만 부르다가.. 결국 취기

에 잠이 들더군요.. 전 형에게 무슨일이 있나하고 형을 다시 깨워

물어보려다가.. 낼 일어나면 물어보지 하는 생각으로 형 옆에서

쪼그리고 같이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형이 벌써 일어나서 나갔는지 안 계시더군요

 

그때..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는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전 그냥 형에게 무슨일이 있었나 보다라구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4일인가 시간이 흘렀습니다.. 고시원에서 한참 수업을 듣구

있는데.. 모르는 남자 두분이 저한테로 찾아오셨더군요.. 전 영문을

몰라 그들을 따라나갔는데, 알고보니 형사분들 이더라구요..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그분들은 저에게 형에 대해서 혹시 뭐 아는거 없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때 아차했죠.. 형이 무슨 사고를 쳤구

나.. 그런데 그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형이 엊그제

고향인 나주 근처에 있는 호수에서.. 익사를 했다고 하더군요.. 전

깜짝놀라 뒤로 자빠질 지경이었습니다. 형이 익사를 하다니.. 엊그제

까지 나랑 함께 있던 형이.. 형사분들은 어쩔줄 몰라하는  나를 보고

진정하라고 말을 하면서, 형에 관한 일들을 차근 차근 물었습니다. 전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형의 사정 이야기를 다 해 줬습니다.  그러자

그분들은 잠시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자리를 떠나더군요.. 전 그때

정말로 황당했습니다.. 형이 물에 빠져 죽다니.. 그것두 고향의 호수까지

가서..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떠오른 게..

그녀 삼촌이라는 깡패놈.. 혹시 그 깡패놈이 형을 물에 익사시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전 형사가 다시 오면

그 이야기를 하려고 계속 조마조마 해 하고 있었는데.. 저녁때쯤

되니까  두사람중 한분이 다시 오시더군요.. 전 그분을 보자마자

삼촌 깡패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제 이야기를 웃으

면서 들으시더니, 조사해 보니 자살로 판명이 났다고 말씀해 주시더

군요..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형이 자취방 책상위에 남겼다는 노트

한권을 제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자리를 떠나시면서, 조금전에야

왜 형의 시체가.. 화장된 유골이 든 나무 상자를 안고 물 위에 떠올

랐는지 의문이 풀렸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이야기를 들었을때야..전.. 아차..하면서 깨달았습니다.. 형과 그 여

자친구분에게 도대체 요 며칠간 무슨일이 있었는지...그리고 저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걸 형이 써 놓은 노트(일기장 비슷한 생각을

두서없이 적어놓은 노트)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죠... 그 누님..

알고보니 결혼 생활을 비관하여.. 형이 제 방에 술 먹고 오시기

전날 약먹고 자살하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구 형이 그날 술먹고

제 방으로 오신건.. 누님의 비보를 받았기 때문이고, 그 다음날

형은 그 누님의 유골을 안고.. 호수에서 따라 죽으신 거구요..

 

전 그날 저녁.. 형이 써놓은 노트를 뒤척이며.. 깊은 생각에 잠겼

습니다.. 이 이야기를 그냥 내 가슴속 간직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될까.. 참 많은 고민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화자를 '나'로 하여 꼭 제 이야기인것 처럼 써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떠나간 두 사람의

슬픈 사랑이야기를.. 가슴으로나마 함께 할 수 있게 해야겠다구요..

그래서 전 박진석과 김성미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글을 쓰기

시작했고, 현실을 소설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약간 각색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원래의 내용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게 글을 다

끝마칠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글쓰다가 14편에서.. 이게 선언적 요소를 지닌 현재 시점의

글이라고 말을 했었죠.. 내일.. 그러니까 11월 6일이 바로.. 형이

쳤던 사법고시 2차 시험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입니다.. 결과...

제가 생각할때는 아마도 형이 시험에 붙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 시험.. 형이 만약 붙었다고 그러면.. 너무 억울해

집니다.. 조금만.. 단 삼개월만 더 기다렸으면 되었을껄...

삼개월만 더 기다렸으면..두 사람.. 이승에서도 행복할수 있었

을텐데...하지만 아무리 억울해도 형이 꼭 붙었으면 합니다..

이 돈과 능력을 우선시 하는 비정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의미에서라도..) 그리고 이와 함께 내일은 형이 세상을 떠난지

딱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여자친구분께서 떠나신지는.. 102일

되는 날이구요.. 두사람.. 세상을 떠나고 나서.. 영혼으로 나마

다시 만나서..지금 사랑을 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 다른

세상에서 방황 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영혼으로나마 다시 재회를

해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게 떨어지기

싫어했던 두 사람인데.. 아무리 죽음인들.. 그들을 갈라놓을수가

있었을까요..

 

이 글을 저를 친동생처럼 대해주며, 잠시나마 동고동락했던 형님

故박형석(본명) 님과, 그 형님의 소중한 사랑이던 故최지연(본명)님께

바칩니다.

 

그럼 슬프게 세상을 떠난 두분을 위로하는 의미에서..

우리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비록 두분.. 현실에서는 결혼하지 못했지만, 우리 마음속에서

나마 두분이 행복하게 결혼 하는 모습을 그려보도록 해요...

 

어때요?? 제대로 그리셨나요??

 

그리고 다음으로, 이 글을 읽는 우리 모두가 이 결혼식의 하객이

되어, 행복해 하는 두 사람에게 영원히 서로 사랑하라는 축복의

의미로 잔잔한 박수를 보내 보도록 하지요..

 

이 많은 네티즌이 하객이 된다면.. 두분.. 비록 영혼 결혼식이라

할지라도.. 섭섭하지는 않으시겠죠? :-)

 

그럼 그동안 너의 결혼식을 사랑해 주셨던 모든분들, 항상 건강하시

구요, 한 사람이 그 사람의 재산이나 능력이 아닌, 그 사람의 참된

가치로 평가 받는 밝은 사회가 오기를 기원하면서.. 너의 결혼식

30편의 막을 내리려 합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여러분, 모두 감

사 드립니다.  

<너의 결혼식 완결>

 

ps.

아..그리구 제 말이 빠진 완벽한 소설로 www.webnovel.co.kr에서

너의 결혼식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