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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불녀’, 신데렐라는 가라

박영복(지호) 2009. 6. 3. 13:57

중국 ‘삼불녀’, 신데렐라는 가라
[특파원 포커스] 한 노처녀의 선언에 동참 후끈
착한척 않고, 져주지 않고, 멋진 남자 바라지 않아
 
“노처녀라는 말에 질렸다. 이제부턴 ‘삼불녀’(三不女)라고 불러다오.”

한 30대 ‘노처녀’의 ‘독립 선언’에 중국 대륙이 뒤집어졌다. ‘나는 삼불녀’라는 아이디의 이 여성이 지난달 중순 토론사이트 ‘톈야’에 삼불녀 예찬론을 올린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선 이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중국판 구글이라 불리는 검색사이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도 삼불녀란 단어가 올랐을 정도다.

삼불녀란 정신자세와 생활태도에서 각각 ‘세 개의 부정’을 실천하는 여성이다. 우선 정신자세에선 △타인에게 착하지 않고(不善良) △멋진 남자를 기다리지 않고(不等待)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不言敗)는 기개를 품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미녀도, 숙녀도, 재녀도 아니지만 훌륭한 남편감을 구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생활태도에선 △거리에서 쇼핑을 하지 않고(不上街)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不盲目) △물건을 비교하지 않는다(不攀比)는 원칙을 지킨다. 인터넷 쇼핑이 훨씬 경제적이며, 남자친구에게 ‘쇼핑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쇼핑을 하며 남자친구를 신용카드로 여기는 여성들을 비웃는 주장이다.

32살의 직장여성으로 알려진 이 삼불녀의 글이 뜨자 곧바로 1000여개의 댓글이 따라붙었다. 그의 글을 찾아본 방문객도 지금까지 36만여명에 이른다. 삼불녀의 자신감은 1970년대 태어난 이른바 ‘70후 여성’의 ‘공산당 선언’이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삼불녀의 도발은 여성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연대로 이어졌다. 1980년대 태어난 이른바 ‘80후 여성’이 “나야말로 진짜 삼불녀”라며 삼불녀의 외연을 넓히고 나선 것이다. ‘80후 숟가락’이란 아이디의 이 여성은 “진정한 삼불녀는 자신을 꾸밀 줄 알고, 친구를 아낄 줄 알며, 생활을 즐길 줄 아는 여성”이라며 삼불녀의 자신감에 온화함과 활기를 덧붙였다.

이때부터 삼불녀는 20~30대의 매력적인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진화했다. 독립적이고, 지혜로우며, 성숙한 여성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봉급생활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번듯한 직장을 가진 여성들이라는 사회적 특성을 갖고 있다. 중국 사회에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이 등장한 것이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