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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韓 제품 구입, "배송비, 관세 합쳐도 싸네"

박영복(지호) 2009. 3. 16. 09:44

中서 韓 제품 구입, "배송비, 관세 합쳐도 싸네"
 
▲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거리.
▲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거리.
위안화 환율이 치솟은 요즘, 한국인들 뿐 아니라 중국 조선족들 사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돈을 가지고 있거나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조선족들은 울상을 짓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저렴한 한국 제품으로 불황을 견뎌내는 현명한 소비자들이 있다.

재한 조선족들 "중국올 때 가전제품 사들고 오면 이득"

중국으로 돌아는 가야겠고, 한국에서 벌어놓은 돈은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한국의 조선족 노동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그래도 일자리나 있으면 돈을 벌면서 귀국을 늦추면 되지만, 당장 귀국을 서둘러야 하는 이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렇다면, 벌어놓은 돈의 가치를 지키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재한 조선족들이 선택한 것은 바로 한국의 가전제품이다.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국에서 컴퓨터, 전기밥솥,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을 구입해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양국 가전의 가격차이가 환율 차이에서 오는 손해를 보완하기 때문

최근 한국에서는 경기 침체로 여러 가지 할인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다.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위안화 환율이 올라 중국과 한국의 같은 종류의 제품을 비교할 때 가격 차이가 매우 크다.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중국에서는 고급 가전으로 보통 1만 위안(한화 220만 원) 이상을 줘야 살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90만~200만 원으로 저렴한데다 가격대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창춘(长春)에 사는 조선족 서모 씨는 얼마전 한국에서 LG 세탁기와 삼성 컴퓨터를 구입했다. 세탁기는 한국의 모 마트에서 37만 원에 샀다. 택배비와 관세는 도합 22만 원 가량, 모두 합해 60만 원이 나왔다. 창춘에서 똑같은 제품의 가격은 6,800위안으로, 한화로 하면 140만 원이 넘는다. 한국에서 중국의 반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한 것이다. 삼성 노트북의 경우에는 중국에서 7,000위안(한화 150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모델을 한국에서 5,000위안(한화 108만 원) 정도에 구입했다.

화장품, 의류 온라인 구매 '붐'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족들의 한국 온라인쇼핑몰 방문이 잦아졌다. 온라인쇼핑몰에서 본 원하는 화장품이나 의류를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알려주면 이를 대신 구매해 택배로 보내는 방식으로 물건을 구입한다. 창춘 시내 고급 매장에서 1,000위안(한화 22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의류들을 200위안(한화 4만 4천 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창춘의 조선족 엄모 씨는 한국 온라인쇼핑몰에서 3만원짜리 옷을 택배비 포함 278위안(한화 6만 원)에 구입했다. 그는 "창춘 고급상가에서 같은 옷을 500 위안(한화 14만 원)에 팔고 있는데 이 가격도 세일 가격이다"라고 설명했다.

화장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화장품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한 칭다오(青岛)의 김모 씨는 "한국 인터넷에서 9천 원에 구입했는데, 중국 화장품매장에서는 같은 제품을 120위안(약 2만 6천 원)에 팔고 있더라"고 말했다. 세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김 씨는 "지금 칭다오에서 한국 옷이나 화장품, 이불, 생활용품 같은 것들이 많이 팔리고 있다"며 "중국 물건을 동대문에 납품하던 보따리 상인들도 이제는 동대문에서 물건을 가지고 들어와 광저우(广州)나 칭다오에서 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간 김에…"

조선족들은, 지난해 초만 해도 한국의 물가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한국에서도 살 만 하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잘만 찾으면 만 원(한화 45위안)짜리 한 장에 질 좋은 셔츠 두 장을 살 수 있는 곳이 지금의 한국이다. 비슷한 퀄리티의 옷을 중국에서 사려면 적어도 한 장에 300위안(한화 6만 6천 원)을 줘야 하는데 말이다.

현재 위안화와 엔화의 강세로 한국은 지금 중국인과 일본인의 쇼핑 천국이 돼가고 있다. 명동 거리에 나가면 거의 모든 매장에 중국어와 일본어로 가격을 안내해 놨으며, 판매 직원 중 일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한국은 지금 중국, 일본인들이 쇼핑 관광을 떠나는, 질 좋고 저렴한 물건이 넘쳐나는 '쇼핑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