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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문화 중에서도 음식문화는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많은 민족들이 모이면 서로 음식도 다양하고 음식 재료도 상이한 법이지만, 싱가포르인들은 서로의 음식문화를 한 그릇에 혼합시키면서 다양한 음식들과 싱가포르의 맛을 탄생시켰다. 싱가포르의 음식 속에는 싱가포르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의 다양성이 녹아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는 훌륭한 맛과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많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이 이주해 와서 음식의 종류도 많지만, 싱가포르를 건설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이기에 중국의 음식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중국의 광동요리가 넓게 퍼져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에 이주한 중국인들이 대부분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이다. 이 광동요리에는 맛이 진한 수프, 돼지고기 국수 등이 있는데, 약초가 조금씩 들어가 있고, 양념이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기름기를 제거한 건강식이기에 현대인들이 원하는 웰빙 요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중국인들의 나라이지만, 싱가포르에도 차이나타운이 따로 있다. 현대 싱가포르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초기 정착지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는 스미스(Smith) 거리라는 식도락의 거리가 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 거리에 조명이 들어오고 차량 통행을 금지된 거리 위에 노점식당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식민지풍 베란다에 시원한 여닫이 창문을 가진 건물 벽면에는 온통 붉은 한자 일색이다. 그리고 거리의 노점식당들은 차도를 점령할 식탁들을 준비하고 있다. 스미스 거리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 거리에 서면 이름있는 중국식당 중 어느 곳을 골라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비슷한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도 있지만, 워낙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이 나름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서 유명한 것은 치킨 라이스(Chicken Rice), 피시볼 국수, 볶음밥, 중국식 죽 등이다. 나는 치킨 라이스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 앞에서 약간 망설이다가 지나쳤다. 내가 계획하고 있던 식당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우, 해삼, 조개가 들어간 해산물 수프도 담백함이 압권이다. 수프마다 영양가 높은 약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운을 회복해 줄 뿐 아니라 소화를 돕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한다. 나의 가족 앞에 놓였던 해산물 수프의 해산물들은 그 감칠맛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없어졌다.
닭고기 아래에 묻힌 갈색 쌀밥은 의외로 맛이 찰진데, 이 식당만의 비법을 통해 닭국물로 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강과 간장을 묽게 타서 만든 소스를 닭고기에 바르고 커다란 양배추 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 식당은 수프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족은 삼수강이계(三水姜耳鷄)라는 닭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검은 닭 반 마리를 찐 후에 생강 맛이 배게 하였는데, 노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도 담백하다. 중국인들은 삼수(三水)를 '삼수이(Samsui)'라고 하는데, 이 삼수이는 싱가포르 역사 초기에 정착한 중국인 중 부두 등에서 험한 막노동을 하던 여성들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 여성들은 먼 적도의 땅에 와서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냈던 생활력 강한 여성들이었다. 이 강인한 삼수이들이 먹던 닭요리가 바로 삼수강이계이다. 이 요리는 싱가포르의 기후, 열대 음식 재료와 만나면서 중국 본토에서 만들던 음식 조리법과는 서서히 달라져 왔다. 중국 본토의 요리 방법이 지켜지고 있지만, 현대 싱가포르인들의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적절하게 변화시킨 것이다. 이 요리는 양념과 소스가 강하지 않아서 닭고기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거리의 식탁에는 어느 새 별미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싱가포르 사람도 많지만, 금발의 서양인들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워낙 식당이 서로 붙어 있기에 호객꾼들도 있는데, 여행자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넓지 않은 거리에 식당이 꽉 차 있고, 주변의 현란한 건물들과 수많은 인파가 마음을 약간 들뜨게 한다. 적도 아래에 중국인들이 만들고 건설한 도시이지만 중국 본토의 '차이나'보다 더 중국적인 '차이나 타운'이 아닐까 싶다. 중국인들이 불모지에 세웠던 이 나라에 중국 본토의 음식문화가 이 곳에서 만개하고 있다. 음식문화는 한 나라의 여러 문화 중 가장 대표적인 문화다. 중국인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의 음식 재료와 향료, 소스를 혼합해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고 식당들을 세워나갔다. 이 곳은 차이나타운이지만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싱가포르타운'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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