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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차이나타운 스미스(Smith) 거리 기행

박영복(지호) 2006. 9. 9. 17:15
싱가포르 차이나타운 스미스(Smith) 거리 기행
   오마이 뉴스 :  노시경(prolsk) 기자   
▲ 스미스 거리의 노점식당
싱가포르는 다양함이 공존하면서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다. 싱가포르에서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들은 다양함을 섞어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독특한 싱가포르의 문화는 뜨거운 햇살 아래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싱가포르 문화 중에서도 음식문화는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많은 민족들이 모이면 서로 음식도 다양하고 음식 재료도 상이한 법이지만, 싱가포르인들은 서로의 음식문화를 한 그릇에 혼합시키면서 다양한 음식들과 싱가포르의 맛을 탄생시켰다. 싱가포르의 음식 속에는 싱가포르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의 다양성이 녹아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는 훌륭한 맛과 전통을 자랑하는 식당들이 많고, 다양한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있다.

싱가포르에는 세계의 다양한 음식들이 이주해 와서 음식의 종류도 많지만, 싱가포르를 건설한 사람들이 중국인들이기에 중국의 음식문화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중국의 광동요리가 넓게 퍼져 있는데, 이는 싱가포르에 이주한 중국인들이 대부분 중국의 남부지방에서 이주해 왔기 때문이다.

이 광동요리에는 맛이 진한 수프, 돼지고기 국수 등이 있는데, 약초가 조금씩 들어가 있고, 양념이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기름기를 제거한 건강식이기에 현대인들이 원하는 웰빙 요리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중국인들의 나라이지만, 싱가포르에도 차이나타운이 따로 있다. 현대 싱가포르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초기 정착지를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에는 스미스(Smith) 거리라는 식도락의 거리가 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 거리에 조명이 들어오고 차량 통행을 금지된 거리 위에 노점식당들이 하나 둘씩 문을 열기 시작한다. 중국인들 특유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식민지풍 베란다에 시원한 여닫이 창문을 가진 건물 벽면에는 온통 붉은 한자 일색이다. 그리고 거리의 노점식당들은 차도를 점령할 식탁들을 준비하고 있다. 스미스 거리에서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 거리에 서면 이름있는 중국식당 중 어느 곳을 골라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비슷한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도 있지만, 워낙 다양한 종류의 식당들이 나름의 특색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거리에서 유명한 것은 치킨 라이스(Chicken Rice), 피시볼 국수, 볶음밥, 중국식 죽 등이다. 나는 치킨 라이스만 전문적으로 파는 식당 앞에서 약간 망설이다가 지나쳤다. 내가 계획하고 있던 식당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수프 레스토랑 창업주 사진
수많은 중국요리 식당과 노천식당 중에서도 가장 이름을 드날리고 있는 곳은 수프 레스토랑(Soup Restaurant)이다. 이 수프 레스토랑은 이 곳에서 퍼져나가 현재는 싱가포르 중심지마다 10개에 이르는 분점이 있지만, 식당의 전통이나 운치 면에서는 이 차이나타운의 본점을 따라가지 못한다.

▲ 수프 레스토랑
식당의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에 걸린 흑백사진들이다. 이 식당 창업주의 결혼사진과 가족들의 빛바랜 사진들이 오랜 괘종시계와 함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진을 찍는 자세나 동양적인 외모가 우리나라의 과거 결혼사진이나 가족사진과 너무나 흡사하여 강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나무원탁 테이블과 등이 없는 동그란 의자가 중국 본토의 전통을 이어받은 식당임을 느끼게 해준다.

▲ 해산물 수프
식당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식당은 한약이 첨가된 8종의 수프로 유명한 곳이다. 이 식당의 수프 중 오골계에 조개, 송이, 한방 약초를 넣어 푹 익힌 수프는 가장 강렬한 맛을 자랑한다.

그리고 새우, 해삼, 조개가 들어간 해산물 수프도 담백함이 압권이다. 수프마다 영양가 높은 약초가 들어가기 때문에 기운을 회복해 줄 뿐 아니라 소화를 돕고 혈액순환에도 좋다고 한다. 나의 가족 앞에 놓였던 해산물 수프의 해산물들은 그 감칠맛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모두 없어졌다.

▲ 삼수강이계
이 식당은 수프로 유명하지만, 수프 외에도 명성을 날리는 치킨 라이스 요리가 있다. 중국의 하이난성에서 즐겨먹던 서민적인 닭 요리인 치킨 라이스는 이제 싱가포르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 되어 있다. 닭고기의 맛은 마치 삼계탕의 닭고기 살을 잘게 잘라서 포개 놓은 것 같은 맛이다. 양념이 발라지지 않는 이 닭고기는 노릿한 빛깔을 가지고 있다.

닭고기 아래에 묻힌 갈색 쌀밥은 의외로 맛이 찰진데, 이 식당만의 비법을 통해 닭국물로 밥을 만들기 때문이다. 생강과 간장을 묽게 타서 만든 소스를 닭고기에 바르고 커다란 양배추 잎에 싸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이 식당은 수프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족은 삼수강이계(三水姜耳鷄)라는 닭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검은 닭 반 마리를 찐 후에 생강 맛이 배게 하였는데, 노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맛도 담백하다.

중국인들은 삼수(三水)를 '삼수이(Samsui)'라고 하는데, 이 삼수이는 싱가포르 역사 초기에 정착한 중국인 중 부두 등에서 험한 막노동을 하던 여성들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 여성들은 먼 적도의 땅에 와서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냈던 생활력 강한 여성들이었다.

이 강인한 삼수이들이 먹던 닭요리가 바로 삼수강이계이다. 이 요리는 싱가포르의 기후, 열대 음식 재료와 만나면서 중국 본토에서 만들던 음식 조리법과는 서서히 달라져 왔다. 중국 본토의 요리 방법이 지켜지고 있지만, 현대 싱가포르인들의 입맛에 맞춰 조리법을 적절하게 변화시킨 것이다. 이 요리는 양념과 소스가 강하지 않아서 닭고기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 스미스 거리의 저녁
스미스 거리로 다시 나오니, 길 양옆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오색등이 걸려 있고, 오색등 밑에는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노란 붉은 등이 점점이 이어져 있다. 스미스 거리 차도의 반쪽은 이미 노점식당들의 식탁이 가득 채워져 있고, 노천식당의 음식 메뉴 사진이 밝은 광고판같이 조명을 받고 있다.

거리의 식탁에는 어느 새 별미를 찾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싱가포르 사람도 많지만, 금발의 서양인들도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고 있다. 워낙 식당이 서로 붙어 있기에 호객꾼들도 있는데, 여행자들을 귀찮게 하지는 않는다.

넓지 않은 거리에 식당이 꽉 차 있고, 주변의 현란한 건물들과 수많은 인파가 마음을 약간 들뜨게 한다. 적도 아래에 중국인들이 만들고 건설한 도시이지만 중국 본토의 '차이나'보다 더 중국적인 '차이나 타운'이 아닐까 싶다. 중국인들이 불모지에 세웠던 이 나라에 중국 본토의 음식문화가 이 곳에서 만개하고 있다.

음식문화는 한 나라의 여러 문화 중 가장 대표적인 문화다. 중국인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의 음식 재료와 향료, 소스를 혼합해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음식을 만들고 식당들을 세워나갔다. 이 곳은 차이나타운이지만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싱가포르타운'이기도 하다.
이 여행기는 2006년 8월의 여행 기록입니다. 유포터뉴스와 네이버블로그인 http://blog.naver.com/prowriter.do에도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