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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푸르 차이나타운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녁 6시 이후에 문을 열기 시작하는 점포며, 길 가운데로 쭉 늘어선 노점의 모습이며, 내가 걷는 것이 아니라 인파에 밀려다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남대문시장이나 동대문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기 때문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시장들은 주로 먹을거리와 의류 등 생활필수품이 주종을 이루는 반면 말레이시아 차이나타운은 각종 시계와 가방, 신발과 액세서리가 주를 이룹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대부분 제품이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상표와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진짜의 1/100에도 못 미치는 가격 하지만 진짜의 1/100도 못 미치는 가격들. 샤넬이나 구찌 디자인으로 제작된 짝퉁 시계들은 10RM(링깃; 1링깃은 약 300원)부터 판매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제품들은 얼핏 보기에는 공항면세점이나 백화점에서 파는 명품과 디자인이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악한 제품이라는 것이 눈에 확 뜨이죠. 하지만 이곳 짝퉁 거리에서도 이른바 '명품 짝퉁'이 있습니다. 200~300RM짜리 시계들은 웬만한 명품 마니아들이 봐도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품질을 자랑하기도 한답니다. 짝퉁 거리에는 시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핸드백과 지갑도 수많은 디자인으로 제공되고 있고요, 한국에 많이 알려진 루이비통이나 몽블랑 지갑의 경우 비닐제품은 20RM, 가죽제품은 35RM이면 최신 디자인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핸드백도 마찬가지. 50~100RM 정도면 거리에서 들고 다녀도 짝퉁 티가 나지 않는 제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말레이시아 차이나타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레이시아에 관광을 오거나 유학을 왔다가 돌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이 차이나타운에서 기념품으로 명품 시계와 지갑 볼펜 같은 것을 많이 사가기도 하고 본인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한인 모임에 가면 루이비통, 구찌, 샤넬, 몽블랑으로 치장한 이들을 보는 것이 어색한 일이 아니죠. 저도 한국에 들어올 때 젊은 가족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 시계와 펜들을 사가지고 왔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일명 금딱지 로렉스는 2개 커플 세트로 50RM을 주고, 제대로 된 케이스에 보증서까지 담아서 친척 어른들께 드렸답니다. 물론 진짜는 아니라고 말씀드렸지만 그것 받아 보시고 얼마나 좋아들 하시던지…. 제가 지금 쓰고 있는 가방과 지갑도 몽블랑 마크가 선명하게 찍힌 가죽 제품이랍니다.
밀수꾼으로 몰려 곤욕 치르기도 이렇게 짝퉁이 싸다보니 간혹 몇 십 개씩 사가지고 한국에 들어가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제가 아는 한 유학생 어머니도 3년 만에 한국에 돌아가시면서 계모임 친구들 준다고 짝퉁 시계와 지갑을 20여 개씩 사서 한 가방에 넣어 들어가다가 한국 공항 세관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른바 '보따리 상인'이라고 불리는 밀수품 운반 상인으로 여긴 거죠. 그도 그럴 것이 평범한 복장을 한 40대 후반 아주머니께서 가방에 명품 시계와 지갑을 몇 십 개씩 담아서 세관에 신고도 안하고 통과하려 하니 밀수품으로 보일 만도 하겠지요. 결국 말레이시아까지 전화를 해서 한 개에 오천 원도 안하는 싸구려 물건이고 친구들 주려고 사가는 선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공항 세관 사무실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한국에 들어갈 때 산 선물들을 여러 곳에 분산시켜서 담는 것이 기본으로 변하기도 했지요. 짝퉁의 품질은 로또 확률?
제가 본 가장 당황스러운 경우는 말레이시아에 온 한국 대학생 팀들이 몇 개씩 짝퉁 시계를 사갔는데, 그 중 몇 개가 신기하게도 딱 한 시간씩 느려지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시간을 맞추어도 하루 지나면 다시 한 시간이 느려져 있는 시계를 보면서 말레이시아 표준시에 맞게 제작된 시계라서(말레이시아는 한국보다 1시간 느립니다) 그런가 보다 하면서 웃었던 일도 있답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한국 속담처럼 너무 싸기 때문에 품질에서는 기대를 하지 못하는 것이 차이나타운 짝퉁의 현실입니다. 사치스런 사람으로 몰릴 뻔한 목사님
제가 다니던 말레이시아의 한 작은 한인교회에 한국 손님들이 몇 분 오셨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는데 일행 중 한 청년이 저에게 '여기 목사님들은 돈이 참 많으신가 봐요?'라고 살며시 묻더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물었더니, '목사님 손목에 차고 계신 시계는 로렉스에서 새로 나온 몇 백만 원짜리고, 목사님 쓰시는 지갑이나 벨트도 모두 수십만 원짜리 제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청년이 한국에서 광고일을 하면서 얼마 전에 그 회사 제품 광고 사진을 찍으면서 눈에 익은 디자인이라는 것이죠. 제가 너무 우스워서 그 말을 모두에게 전했더니 말레이시아에 사는 분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하고 한국에서 오신 분들은 어리둥절해 했답니다. 목사님께서 직접 시계를 풀어서 청년에게 보여주면서 설명을 하셨죠. 좀 잘 만든 짝퉁이라서 한국 돈으로 2만 원 정도 준 것이라고요.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를 했고, 다행히 사치스러운 명품 마니아로 몰릴 뻔 했던 목사님은 체면을 지키셨죠. 짝퉁 걸쳐도 진품 같은 사람이 있다
요즘에는 누구나 이렇게 짝퉁을 만드는 것이 원작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에서만 볼 수 있었던 수십만에서 수백만 원짜리 제품들을 단돈 삼천 원에 사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이죠. 꼭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폼이 나고 멋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말레이시아 한인들 가운데는 진짜 명품을 사용하는 이들도 꽤 많습니다. 한국보다 세금이 적기 때문에 같은 제품을 한국의 절반 정도 되는 가격에 살 수 있고, 외국인이기에 공항 면세점을 이용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1/3 가격에도 살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임에 나가보면, 진품을 걸쳐도 짝퉁 같은 사람이 있고, 짝퉁을 걸쳐도 진짜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진짜냐 가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지고 얼마나 적절하게 멋을 내고, 품위를 유지하는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본인의 인격과 품위는 삼천 원짜리면서 장신구만 수백만 원짜리 쓰는 사람보다는, 몇 천 원짜리 쓰더라도 그 사람의 품위와 인격이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더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죠. 혹시 주변에 명품 디자인에 로고가 박힌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을 보신다면 진짜냐 가쨔냐 물어보지 마세요. 그저 그 제품이 그 사람에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만 감상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짝퉁이라도 명품을 써야 해! 생각하기보다 내 인격과 품위가 먼저 명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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