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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세계 최대의 꽃시장, <알스미어>

박영복(지호) 2006. 7. 6. 19:30


3000년 전 투탕카멘의 관 위에 놓여졌던 꽃다발이 증명하듯, 꽃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해 왔다. 자연이 만들어 낸 최고의 장식물인 꽃은 한번 꺾이면 쉽게 시드는 탓에 과거에는 대량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상품이었다. 귀한 만큼 비쌌던 꽃봉우리들을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 과학 기술의 놀라운 발전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대형 꽃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신속한 유통망이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꽃을 키워 낸 재배자들과 소매상을 이어 주는 대형 꽃시장은 화훼 거래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이다. 그렇기에 현대적인 형태의 꽃시장이 가장 처음 열렸던 알스미어는 꽃시장의 성지나 다름없다.






암스테르담에서 그리 멀지 않은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알스미어의 역사는 100년 전인 19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꽃의 나라’라는 유명세에 어울리게 네덜란드에서는 당시에도 화훼가 많이 생산되었고 거래도 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꽃을 키우는 농부들은 항상 가난을 면치 못했다. 재배자들이 직접 시장에 나서는 일이 드물다는 사실을 악용한 중간업자들이 터무니없이 싼 가격으로 거래했기 때문이다.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알스미어의 한 카페에 모여든 재배자들이었다. 그들은 좀더 나은 판매 방법이 없을까 모색하던 중, 시험 삼아 꽃들을 즉석 경매에 부쳤다. 이것이 오늘날 꽃의 유통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매 제도의 시작이었다.






세상의 모든 꽃을 만나 볼 수 있는 곳
지난 한 세기 동안 성장을 거듭해 온 알스미어 화훼 경매장은 오늘날 대규모 화훼 종합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100만 제곱미터가 넘는 크기에 먼저 압도당해 버린다. 세계에서 가장 큰 꽃시장일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세계에서 가장 큰 상업 건물로 기네스북에 등록된 알스미어는 그 자체로 하나의 ‘화훼 국가’나 다름없다. 그 내부에는 경매장은 물론이고 재배자나 도매업자들의 사무실, 포장 운송 업체들, 원활한 수출입을 위한 세관과 검역소까지 자리하고 있어 화훼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화훼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실험들은 알스미어에서 유통되는 식물들의 품질 개선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크게 4개의 건물로 나뉘는 단지 속에서 알스미어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중앙 건물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매일 새벽마다 바쁘게 돌아가는 5개의 경매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알스미어의 경매 시스템은 세계의 수많은 꽃시장들이 모방할 만큼 완벽함을 자랑하는데, 하루에 2000만 송이나 되는 절화를 포함해 어마어마한 양의 화훼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거래된다. 이를 위해 경매장에는 2000여 명의 직원들에 의해 경매가 진행되는 오전은 물론이고 하루 종일 경매 준비가 계속된다.






유통 기간이 짧고 쉽게 손상되는 꽃의 특성 때문에 화훼 산업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간과 속도다. 따라서 경매에 내놓기 위해 해외에서 운송되어 온 화훼가 다시금 비행기에 실려 세계 각지로 배송되기까지 24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 6000여 개의 화훼 농가에서 재배된 화훼들은 알스미어에 도착하면 우선 저장고로 보내진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인 장미의 경우, 저장고 내에서는 5도 전후의 온도에 보관되며, 다른 장소로 운반되거나 심지어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실내 온도는 치밀하게 12도 이하로 통제된다. 이윽고 경매장의 커다란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고 ‘Dutch Clock’이라고 불리는 경매 시계가 움직이면 경매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결정되는 화훼의 가격은 바로 세계 화훼시장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 때문에, 알스미어는 흔히 ‘국제 화훼 거래의 월스트리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최고가 되기 위한 갖은 노력
알스미어가 세계 최대이자 최고의 꽃시장이라는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은 경매 시스템이 시작된 곳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각종 최신 기술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알스미어에서 진행되는 경매 절차의 대부분은 모두 전산화되어서, 경매장 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처리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장에 있지 않은 상인들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조회하고 경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해서, 지금은 전체 입찰자의 약 10퍼센트가 인터넷을 통해 참가할 정도다.







전통과 역사, 그리고 최신 기술들이 어우러져 화훼 유통의 중심지라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알스미어에는 꽃과 관련된 전문가들만 출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아무나 경매에 참가할 수는 없지만, 꽃시장의 명성을 확인하러 알스미어를 찾은 방문객들은 여러 개의 언어로 준비된 오디오 투어를 이용해 경매장을 비롯한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또한 일반인들을 위해 마련된 소매 시장에서는 세계 최상급의 꽃을 기념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버스 등의 공공 교통으로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알스미어는 화훼 대국 네덜란드의 진면목을 가까이에서 느껴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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