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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후 돌연사의 주요원인 ‘고지혈증’ -홍설차로 예방

박영복(지호) 2006. 5. 18. 21:06
중년이후 돌연사의 주요원인 ‘고지혈증’
아버지 생신이라 오랜만에 한 집에 모인 김씨 가족. 예전 같았으면 부모님 좋아하시는 삼겹살과 쇠고기 등 육류위주로 한 상 차려 먹었겠지만, 이번 아버지의 생신상은 왠지 조촐하다. 70세 아버지는 물론 4,50대에 들어 선 삼형제가 모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인 탓에 성인병 걱정은 전혀 안 했건만, 온 식구가 고지혈증 때문에 좋아하던 삼겹살도 포기하게 될 줄이야.
빼빼 마른 김씨 가족이 고지혈증에 걸린 것은 과연 정상일까.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무작정 기름진 음식만 피하면 되는 것일까. 고지혈증에 대한 오해를 풀어 본다.
 
 
#콜레스테롤은 ‘악의 얼굴’인가?
 
고지혈증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간과하기 쉬운 만성질환이지만 동맥경화증을 거쳐 심장병, 뇌졸중 등으로 발전해 중년 이후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다. 한국인의 콜레스테롤 평균 수치는 10년마다 10㎎/㎗씩 높아지고 있는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1㎎/㎗ 올라갈 때마다 심장병의 발생위험은 2~3%까지 증가한다. 그러다 보니 콜레스테롤은 무조건 건강에 해롭다고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지전능하다는 조물주가 어찌 실수를 했겠는가. 콜레스테롤 역시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윤활유와 같은 물질이다. 신체는 세포의 구성, 유지를 돕기 위해 반드시 콜레스테롤이 필요하지만, 너무 많은 콜레스테롤은 당신의 혈관 벽에 쌓일 수 있다. 모든 콜레스테롤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콜레스테롤은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등으로 구분된다. 문제는 이 중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콜레스테롤이 동맥혈관 벽에 쌓일 때 생긴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안에 쌓인 LDL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해 분해하기 때문에 ‘좋은’ 콜레스테롤로 분류된다. 따라서 건강에 해로운 것은 LDL 콜레스테롤이 정상치보다 높거나 HDL 콜레스테롤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때 심장질환,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등의 위험상태에 빠지게 된다.
 
 
#고지혈증, 삼겹살 탓만 해야 할까
 
고지혈증은 문자 그대로 혈액 내 지방질, 즉 콜레스테롤이 많은 상태를 일컫는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에 포함되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순환되는 콜레스테롤의 중요한 공급원이므로 김씨 가족과 같이 평소 삼겹살을 비롯해 콜레스테롤과 지방질 섭취가 많다면 고지혈증이 유발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함께 삼겹살을 즐겨 먹었던 김씨네 며느리들은 어떻게 고지혈증을 피해 간 걸까.
 
정답은 ‘가족력’ 또는 체질의 차이에 있다. 고지혈증은 기름진 음식에서 올 뿐만 아니라 가족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성되기도 한다. 우리 몸에 있는 콜레스테롤 중 음식으로부터 얻는 것은 30% 정도이며, 나머지 70%는 간에서 합성된다고 한다.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소장에서 흡수되는 정도나 간에서 합성되는 콜레스테롤의 양이 유전적으로 차이가 날 수 있다.
 
즉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거나 마른 체형의 사람인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은 필요 이상으로 콜레스테롤이 과다 흡수되거나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과다 합성되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부모가 고지혈증 환자라면 자녀도 고지혈증일 가능성이 높다. 기름진 음식을 먹지 않는데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본인을 탓하기보다는 부모나 조부모를 탓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콜레스테롤 조절, 지방질은 무조건 피한다
 
최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성지동 교수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활습관만 ‘제대로’ 조절해도 LDL 콜레스테롤치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 성교수팀은 고지혈증이 있는 건강검진 수진자 245명(평균 연령 50.6세)을 대상으로 식사요법과 운동요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일정 간격으로 환자들과 만나 식사 및 운동 조절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하였다. 그 결과 프로그램 시행 전 평균 LDL 수치는 182.9㎎/㎗였지만, 6주 후 158.2 ㎎/㎗로 크게 낮아졌다. 참여자의 35%인 86명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이상적인 수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그것도 평생, 음식을 가려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고지혈증이 식생활뿐 아니라 체질의 영향을 받는 만큼 식사 조절만으로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반드시 약물을 통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야 한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막아 주는 스타틴 제제들이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팀이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는 고지혈증 환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의 치료 목표치에 도달한 환자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하였다. 좀더 나은 콜레스테롤 수치의 조절을 위하여 최근에는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차단하는 동시에 음식물에 섞인 콜레스테롤을 흡수하는 작용을 차단하는 ‘이중억제약물’도 나와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의 한기훈 교수는 “수많은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낮아질수록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 효과는 큰 것으로 증명되어 왔다. 간에서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까지 억제함으로써 콜레스테롤의 두 근원지를 동시에 차단하는 이중억제약물은 더 큰 부작용 없이, LDL 콜레스테롤을 강력하게 낮출 수 있어 고지혈증 치료의 새로운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교수는 이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질 섭취가 점차 늘고 있는 추세여서, 이중억제 약물의 등장은 고지혈증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