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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언어

박영복(지호) 2006. 5. 3. 18:31

일본의 언어

   (1)일본어의 계통


일본어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지역이 다르면 언어도 달라지기 마련이며, 또 그 언어는 다른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변천과 더불어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어휘나 말의 뜻은 시대에 따라서 쉽게 바뀌는 경우가 있지만, 음운구조나 문법구조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서 언어학자들은 어떤 언어의 역사나 특징을 알아보기 위해서 그 음운과 문법구조를 연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어려운 설명은 생략하고 일본어의 계통과 그 특징에 대해서 개론적인 설명을 하려고 한다.
세계에는 많은 언어가 있지만 그것들은 서로 친족관계에 있는 것도 있고, 그 반면에 관계가 거의 없거나 아주 먼 것도 있다. 그래서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는 언어를 같은 어족에 속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같은 계통에 속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본문법사전>에 의하면, 오늘날 세계에는 ①인도·유럽어족(인도·게르만어족이라고도 한다.), ②셈·함어족, ③우랄어족, ④알타이어족(옛날에는 우랄어와 합쳐서 ‘우랄·알타이어족’이라 불렸으나 최근에는 이것을 나누어서 생각하는 것이 통설이다), ⑤타이·티베트어족, ⑥남아시아족, ⑦말레이·폴리네시아어족, ⑧드라비다어족, ⑨반투어족 등 아홉 개의 어족 계통이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서 한국어는 터키어·몽고어·통구스어·만주어 등과 더불어 ④의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물론 세계의 언어는 워낙 복잡한지라 위의 어누 어족에도 속하지 않는 언어로서 아이누어, 기리야크어, 아메리칸 인디언의 언어, 파프아어, 바스크어 등이 이 또한 소속이 불명하거나 확실치 않은 것도 있다.
그러면 일본어는 위의 여러 어족 가운데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이미 19세기 초에 일본어는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고 유럽인에 의해서 주장된 이래 이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이 되고 있으며, 이밖에도 말레이·폴리네시아어족, 혹은 남아시아어족에 속한다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일본어는 음운과 문법체계의 유사성으로 인해서 한국어와 같은 계통이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학설이다. 특히 나이무라이즈루는 <삼국사기>의 <지리지>에 나오는 수사를 포함한 지명의 고찰을 통해서 ‘옛조선어와 일본어의 유사성’을 강조하였다. 그 밖에도 많은 일본인 학자들이 활발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인 중에도 이기문 교수는 <지리지>의 지명 가운데 지금은 없어진 약 80여 개의 고구려어를 복원하였으며 그 가운데 약 30여 개가 일본어와 매우 유사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즉 <지리지>에는 ‘三峴縣, 一云密波 兮(삼현현은 또한 밀파혜라고도 했다)’는 구절이 있는데 일본어에서도 ‘三’과 ‘密’은 모두 ‘mitu’라 읽으며, ‘峴’과 ‘波兮’도 역시 ‘page’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于次’=‘五’=itu, '難隱'='七'=nana, '德'=‘十’=tou와 같은 등식이 성립된다고 하는 것이다.
또 兎山郡, 本, 高句麗, 烏斯含達縣, 景德王改名今因之(토산군은 본래 고구려의 오사달함현이다. 경덕왕 때에 이름을 고쳐 오늘에 이르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兎 = 烏斯含
                                  山 = 達
                                  郡 = 縣
여기에서 ‘郡’과 ‘縣’은 행정상의 호칭이며, 다음에 ‘山’은 ‘達’에 대응된다. 그리고 ‘兎’은 ‘烏斯含’에 대응된다. 여기에서 고유명사인 ‘兎’와 ‘烏斯含’은 고구려어로 ‘osierem’으로서 오늘날의 일본어인 ‘usagi’와 유사하다.
오노 스스무는 일본어의 계통에 대해서 “옛날 일본에서는 간단한 자음조직을 가지고 모음으로 끝나는 음운체계를 가진 언어가 있었는데 거기에 남부인도 지방의 타밀어가 일본어 유입되었다. 여기에 벼농사가 시작되는 야요이 시대에 한반도에서 알타이어를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건너왔다. 그들의 언어는 고도의 수준을 가진 문화어로서 법제·농구·무구·공예·복식 등에 관한 풍부한 단어를 일본에 가져왔다. 이들 언어에 의해서 문자 이전의 고대일본어는 중층적으로 성립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2)일본어의 특징 
 



세계의 여러 언어는 그 구저적 특징으로 보아 세 가지로 분류된다.
①굴절어 ②고립어 ③교착어 가 바로 그것이다.

①굴절어란 인도·유럽의 여러 나라 말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어중이나 어미의 모음의 교체, 혹은 자음의 겨체로 인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이다. 예를 들어서 영어에서 ‘see/saw/seen’, 'sing/sang/sung', 'take/took/taken' 과 같은 변화에 의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것 따위이다.

②고립어라고 하는 것은 중국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단어가 굴절하지 않으며 어순이나 불변화사에 의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이다.

③교착어는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조사나 접미사를 사영하며, 이것을 단어 뒤에 덧붙여서 뜻을 분명히 하는 언어이다. 몽고어와 한국어 그리고 일본어는 교착어라는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일본어는 많은 외래적인 요서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도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예를 들어서 일본어 속에는 오늘날 한어(漢語)라고 하는 중국어가 많이 들어가 있으며, 또 16세기부터는 유럽 여러 나라의 언어가 유입되어 그것이 일본어의 일부분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의 문자

   (1)한자의 전래


옛 기록에 의하면 일본에 처음으로 한자가 전해진 것은 3세기 후반에서 4세기에 걸쳐 백제를 통해서 전파되었다고 한다. 즉, 고지키(古事記)나 니혼쇼키(日本書記)의 기록에 의하면 15대 오진 천황시대에 황세자의 스승인 아직기나 왕인에 의해서 전파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보다 빠른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진 동경에 한자가 새겨진 것이 있어서 사실은 고기록에 기록된 것보다 좀 빠른 시기에 한자를 접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만요가나


그러나 고대 일본인들은 한자를 중국어로서 읽었다. 그리고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한자가 전해진 이래 줄곧 이 글씨만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 후 신란 시대의 이두처럼 한자의 뜻을 무시하고 음(音)으로 낱말을 표시하는 이른바 만요가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즉, 현대 일본어에서는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각각 ‘はる(haru) · なつ(natsu) · あき(aki) · ふゆ(huyu)'라고 하는 데 이것을 ‘彼留 · 奈律 · 安吉 · 希由’라고 표기하는 따위이다. 이것을 만요가나라고 하는 까닭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시집인 만엽집이 이러한 표기법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3)현대문자의 성립



한자(漢字)

한자가 처음으로 일본에 전해졌을 때 그들은 중구구문자로서 한자를 공부하였다. 그러나 그 후 여러 가지 불편이 생겨 만요가나를 만들어 쓰다가 마침내 일본 특유의 사용법을 개발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일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자의 용법이 어렵다고들 한다. 그것은 일본의 한자 용법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① 한자는 모두 뜻이 있지만 우리가 읽을 때는 음(音)만으로 읽는다. 그런데 일본인은 이것에 EMt을 새겨서 읽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즉 우리의 경우, ‘山’은 ‘메’라는 뜻이지만 읽을 때는 ‘산’으로 읽고, 또 ‘川’을 ‘かわ’로도 읽는다. 이것을 훈독이라 한다. 물론 그 반면에 ‘山川’을 음으로 ‘さんせん’이라고 읽기도 한다.

② 한자는 그 종류가 매우 많고 또 획이 복잡하기도 하다. 그래서 이 한자를 모두 배운다는 것은 과학화 시대인 오늘날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한자를 골라서 그것만 배우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이 없도록 이른바 의무교육기간 동안에 배우게 하고 있다. 이것을 상용한자라 부르게 1945자가 선정되어 있다.

③ 한자는 또한 그 획수가 많아서 쓰기도 어렵다. 그래서 상용한자 가운데서 아주 어려운 글자를 쉽게 쓰는 방법이 강구되었다. 물론 간략하게 쓸 경우, 다른 글씨와 혼동할 우려가 있는 것은 본래 모양을 그대로 남기고 있는 것도 있다.

④ 한편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 수가 그렇게 많은데도 일본사람이 자신들의 습관과 풍토에 맞게 글씨를 새로 만든 것도 있다. 이것을 고쿠지(國字)라고 하는데 상용한자 속에도 다음과 같이 다섯 글자가 있다. ‘込’(こむ,komu), '峠'(とうげ,toge), '働'(はたらく,hataraku) 畑(はたけ,hatake) 枠(わく,waku)

 



  (2)히라가나




이것은 한자 초서체로 쓰는 글자가 고정화된 것으로 옛날에는 이것을 소가나, 혹은 단순히 소라 불렀다. 그것이 더욱 간략화되어서 오늘날의 히라가나와 같이 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주로 여성들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온나데(女手)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 글씨는 주로 와카나 편지체로써 사용되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일반적인 자체가 되었다. 여기에서 히라(平)라 하는 것은 모(角)가 없이 통속적이란 뜻이며, 가나(仮名(かな))란 한자를 혼나(本名)라 한 데서 대칭적으로 쓰이게 된 말이다. 다음은 히라가나를 도표화한 것으로 오십음도라 부르고있다. 그러나 이렇게 글자 모양이 확정되는 과정에는 여러 가지 변체가 있었으며, 아래 도표와 같이 확정된 것은 1900년의 이른바 ‘소학령 시행규칙’ 이후부터이다.

 

 



  (3)가타카나



가타카나는 한자의 일부를 빌려서 이루어진 글씨이다. 그러나 한자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예를 들면 ‘ニ·ミ·ハ·チ’등은 한자의 ‘二·三·八·千’에서 만들어졌다.
이 글씨는 주로 승려들이 불전을 훈독할 때 한자를 쓰게 되면 획이 많아 불편하기 때문에 자획이 적은 이 글씨를 본문의 행간이나 자간에 즉석으로 쓴 것이다. 여기에서 가타카나(片仮名)의 가타(片)는 ‘불완전, 미숙하다’라는 뜻이다. 현대 일본어에서는 주로 외래어 표기나 어떤 낱말을 강조할 경우에 사용되고 있으며, 의성어나 의태어의 표기에도 쓰인다.
이와 같이 같은 한자를 모태로 하면서 와카(和歌)를 읊고 쓰는 등 문예세계에서 히라가나가 발달하고, 불전을 연구하는 학술적 필요에서 가타카나가 발달하였다.
이 카타카나도 히라가나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변형이 쓰였다가 오늘날과 같은 모양으로 확정된 것은 1900년부터이다.


  (4)로마자(Roman Letter)  



오늘날 일본어의 국제화 추세에 맞추어 로마자의 사용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이 로마자는 앞의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오십음도에 표기되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로마자로 일본어를 표기하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것이 헤번(Hepburn)식(式)과 훈령식(訓令式)이다. 헤번 식은 미국의 선교사 James C Hepburn(1815-1911)이 그의 저서 <和英語林集成>에서 채택한 것이고, 훈령식은 일본정부가 1936년에 세밀한 검토를 거쳐서 내각훈령으로 제정 공포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다시 1954년 ‘국어심의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로마자 철자법>을 새로 제정 공포하였다. 이것이 오늘날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의 히라가나와 가타카나의 오십음도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국제어로 가는 일본어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어와 가장 가까운 언어는 바로 우리 한국어이며, 또 그 문자도 한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어 속에는 일본 고유어 외에 한어가 굉장히 많다. 이러한 한어는 당시로서는 분명히 외국어요 외래어였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언어에 비해서 일본어 학습이 비교적 쉽다고들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일본어는 일본의 경제적 신장에 힘입어 세계 80여 개국에서 수천만 명이 학습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영어나 불어처럼 세계 공용어는 되지 못하고 있지만 매우 유력한 엄어가 되고 있음은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가 과연 과학적인 언어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일본인 스스로에 의해서 제기된 바 있었다. 즉 일본어는 과학용어로서는 적당치 않기 때문에 일본어를 폐기하고 불어를 국어로 삼자는 의견이다. 고러나 오늘날 일본어는 그 의문을 씻고 과학 시대를 훌륭히 헤쳐 나가고 있다.
한편 일본어는 오늘날 새로운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고대 일본어가 한어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현대 일본어도 외래어의 홍수 속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국립국어연구소가 최근 3대 일간지에 나타난 어휘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고유어의 용례는 겨우 38.8%에 불과하며 한어가 44.3%, 외래어가 12%, 혼성어가 4.8%였다고 한다. 물론 이 가운데 한어는 사실상 일본어와 같다고 하더라도 이른바 외래어와 혼성어가 12.5%나 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외래어의 비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외국어와 외래어는 엄밀히 말해서 다른 개념이다. 즉 전자는 그 외국어의 단어가 일본어 문맥 속에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경우이며, 후자는 외국어로부터 일본어 속에 받아들여져서 일본어로서 사용되고 있는 경우이다. 따라서 발음이나 악센트는 물론 그 의미도 본래의 말과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외국어로서의 ‘strike'는 일본어 속에 외래어로 받아들여져서 ストライク가 되면 야구용어가 되고 ストライキ가 되면 동맹파업이란 뜻이 된다.
이처럼 이러한 외국어 내지 외래어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대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외국과의 거리는 자꾸 좁아지고 있으며 이른바 국제정보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래서 전자·경제·무역·교통·과학기술·여행·스포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외국어 내지 외래어는 단순한 교양이 아니라 이른바 생활용어가 되고 있다. 그래서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 경우가 흔히 있다. 하나의 예로서 최근 IC나 LSI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앞의 말은 ‘집적회로’이고, 뒤의 말은 ‘대규모 집적회로’인데 외국어와 일본어 가운데 어느 쪽을 사용하는 것이 더 편리한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볼 때 외래서 내지 외국어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스스로의 교양을 넓혀 가면서 그 자리에 어울리는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 일본어는 국제공용어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급속히 세계 각국으로 보급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