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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新婦’ 그 뒷이야기

박영복(지호) 2006. 4. 22. 07:39
‘베트남 新婦’ 그 뒷이야기

한국 신랑과 베트남 신부들은 5일간의 결혼 일정 중 둘째 날 결혼식을 올린 후 사흘을 함께 지냈다. 베트남 신부들은 언제나 손에 조잡하지만 두꺼운 한국어 회화 책을 들고 있었다. 충분히 의사를 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은 늘 한국어로 생각을 전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에 비해 한국 신랑들은 여성들을 향해 한국어로 말했다.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어로 말을 하고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내가 베트남 말을 배우는 게 빠르겠어요”라는 남자들의 말은 신부에 대한 답답함의 표시일 뿐, 베트남 말을 배우겠다는 의지로 들리진 않았다.

이미 결혼을 한 열다섯 명의 여성들이 결혼 중개회사 숙소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건물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일주일에 세 번 한국어학과 대학생에게 지도를 받고, 식사 시간에는 한국 요리를 어깨 너머로 배우기도 했다. 한국행 서류가 준비되는 한두 달 동안 조금이라도 더 한국을 배우려는 노력이 눈물겨워 보였다. 따져보면 이게 바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결혼을 통해 하나가 돼가는 과정 아닌가. 그에 비해 결혼을 위해 이 먼 곳까지 찾아온 한국 남자들의 태도는 걱정될 정도였다.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한지는 오히려 재혼을 위해 온 남성들이 알고 있었다.

베트남 국민들은 자존심이 세다. 국제 결혼을 한 베트남 여성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충실하기 위하여 한국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 남성들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지난 한 해에만 5000여쌍의 한국·베트남 커플이 탄생했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결혼생활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걸 이젠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하려는 한국 남성들도 알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