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주요 언론들은 레이싱걸 스타 이선영이 SBS 스포츠의 간판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석’의 메인 MC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시원스런 외모와 뛰어난 몸매로 활동 1년여 만에 ‘레이싱걸의 대세’라는 칭호를 부여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그만큼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선영씨의 또 다른 성공의 모습에 일단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선영씨는 제가 조금 더 특별한 인터뷰를 고민하던 초보기자 시절에 만난 인터뷰 대상이었습니다.(당시 스포츠서울에서 진행했던 ‘아주 특별한 인터뷰’의 첫 번째 인물이 이선영씨였죠.) 저는 제가 만난 인터뷰 대상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습니다. 관리라고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그저 그(녀)들이 나온 기사나 방송들을 관심 있게 챙겨보는 정도지만, 나름대로 그 인터뷰의 추억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 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제가 인터뷰 했던 인물들이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 친구가 잘 되고 있는 것과도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됩니다.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이선영씨는 또 제가 가장 설렘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던 인물로서 기억됩니다. 인터뷰 전에 이렇게 많이 준비를 했던 경우는 이전에도 또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며 이선영씨에 관련된 사진들과 게시물들을 수도 없이 챙겨서 읽고. 그녀의 팬카페에도 가입해 회원들과 의견을 공유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묻고 싶은 질문들을 공모받기까지 했으니까요. 기자도 남자인지라 여기에는 물론 레이싱걸이라는 대상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 작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고백하자면 이선영씨 인터뷰를 앞두고 잠시 흥분했었고 잠시 들떠버리고 말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기사 후에 많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기자와 레이싱 걸의 만남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한 네티즌들의 리플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정말 문제였던 것은 이 기사를 작성하는 저의 진정성의 문제였습니다. 어떤 성(性)적 판타지로 취해지는, 때때로 그저 한없는 가벼움으로 소비되는 레이싱걸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나름대로 깊은 이해를 펼쳐주고 싶었습니다. 가벼운 대화 속에 그녀들의 애환과 생각들이 드러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노출’이라는 것을 홍보수단의 하나라고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그녀들의 당당함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택한 ‘노출은 전 세계 공통의 홍보수단’이라는 제목은 이선영씨의 팬 심지어 이선영 본인에게서도 섭섭하다는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인터뷰가 좋은 인터뷰일까? 인터뷰를 당하는 대상? 아니면 하는 기자? 아니면 그것을 읽는 대중? 인터뷰를 할 때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보다 먼저 나는 어떤 인터뷰를 추구해야하나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인물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발언을 이끌어내고 또 그것을 수려한 문장으로 포현해서 내 놓는다고 해서 절대로 좋은 인터뷰 기사는 아닙니다. 그 사람의 현재를 그럴싸하게 포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미래를 그려내 줄 수 있는 그런 인터뷰를 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와 인터뷰해서 떴다!”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그 사람의 가능성과 매력을 볼 수 있는 현명한 눈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에서 이선영과의 인터뷰는 내 생애 소중한 기억 중 하나입니다. 그녀가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의 성장과 함께 저도 성장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선영씨 말!말!말!
"원래 레이싱걸은 레이서들이 경주를 할 때 옆에서 우산을 씌워주는 도우미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도우미보다는 홍보 활동에 치중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노출이 심한 유니폼도 그런 의미에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노출은 만국공통의 홍보 포인트가 아닌가? 시선을 끌 수 없으면 홍보효과가 없다." - 레이싱걸이 성 상품화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
"처음에는 그런 것 읽고 울기도 했다. 지금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그냥 웃는다. 대신 아무래도 그 사이트는 잘 안 가게 된다. 악플을 저지한다고 해서 저지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말만 듣고 살 수도 없다.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악플은 잘 새겨듣는다. 하지만, 한도 끝도 없는 악플들을 보면 마치 공해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실명으로 로그인하는 사이트가 좋다 " -악의적인 리플을 보았을때의 생각 -
"레이싱걸도 하나의 직업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절대로 유지 못된다. 아무리 성 상품화라고 비난을 받지만, 레이싱 걸을 그 자체로 봐야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겉보기에 굉장히 개방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생활 측면에서 오히려 더 조심하는 부분이 많다." -레이싱걸에 대해 헛된 시각(이를테면 성매매 같은 은말한 제안들을 받을것이다.)을 가진 사람들에 한마디 한다면 -
p.s)
인터뷰 기사라는 것이 그 사람을 예쁘게 포장해주는 매개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된 인물에 대해서 그(녀)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연결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선영씨 인터뷰 기사가 나간 후에 광고사, 기획사 등에서 많은 연락을 받았습니다. 물론 저는 그저 연결자로서의 역할만 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인터뷰때 실력 있는 두 명의 사진기자가 함께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기사보다는 두 명이 찍은 사진들이 그녀의 매력을 더 잘 포장한 것 같기는 합니다. ^^ 참고로 제 칼럼 메인에 있는 사진이 바로 인터뷰 할 때의 이선영씨 모습입니다. (한경 김용호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