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신문 칼럼에서 현행과 같은 결혼식의 풍습은
모순(?)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모순이란 바로 결혼식장에서 아버지가 딸의 손을 이끌고
장래의 사위에게 넘겨주는 행위를 말한다.
고이 기른 딸자식을 내손으로 생면부지의 사위에게 넘겨주고
잘 부탁한다는 미소를 지어보이는 게
딸의 부모 입장에선 자존심 상하는 일인 것 같았다는 의미의 글이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을 했다.
하긴 우리네의 결혼풍습은 오랜 관습에 젖어 있다 보니
미처 깨우치지 못한 것도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도 그런 형식을 통해 아내를 맞았고,
내 딸 역시 그런 풍습으로 결혼식을 치렀다.
왜 딸을 맡기면서 '잘 봐 달라'고 굽신거려야 하나?
딸을 낳으면 죄인인가?
지나간 일이지만 자책감 비슷한 감정이 나 자신을 책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결혼 풍습은 이렇게 변했을까?
말마따나 양성평등시대이다.
남녀 두 사람이 만나 동등하게 사는 세상이다.
결코 남편은 여자의 주인이고, 여자는 남편이 데리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기에 결혼식 풍습도 바뀌어야만 했다.
누가 누구에게 넘겨주는 것보다는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해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이 시대에 맞는 얘기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벌써 옛날이 되었다.
내 결혼식 때의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내 아내에게 내가 디자인한 종이 웨딩드레스를 입을 것을 권유했다.
아내는 그 자리에서 O.K를 했다.
일생에 단 한 번 입는 웨딩드레스를 너무 많은 돈을 주고 빌려 입는 다는 것은 낭비였다.
웨딩드레스를 종이로 만들어도 충분히 싸고 멋이 있었다.
한편으론 전통으로 내려 온 오랜 관습도 깨보고 싶어서였다.
결혼식 웨딩드레스도 1회용이니 깨끗한 종이옷을 입어도 흉이 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직장 상사들은 종이 웨딩드레스에 한 결 같이 반대했다.
기예 종이 웨딩드레스를 입으려면 사표를 제출하라고 했다.
고정된 틀을 깨지 못하는 고위 공무원 관료들이었다.
나는 사표를 던지고 아내에게 종이 드레스를 입혀 고집스레 결혼식을 치렀다.
고정관념이란 언젠가는 깨지게 되어있다.
이제부턴 결혼식장에서 사랑하는 남녀둘이서만 손잡고 입장하는 그런 그림을 보고 싶다.
친정아버진 신랑아버지와 같이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만 쳐주면 된다.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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