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향, 부모, 가족 등의 단어가 생각나는 때다. 가족이란 말에는 애증이 함께 담겨 있다. 말이 중요하다. 덕담을 나누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하지만, 말 때문에 상처받고 올 수도 있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다. 말 아닌 말은 뱉고 나면 주워담을 수도 없다.
■ 가족, 있는 그대로를 봐주라 명절 때만 되면 싸우는 집이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자신의 잣대로 상대방을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너는 왜 나이가 들어도 나아지는 게 없느냐?” 최악의 멘트다. 산과 들에 핀 꽃이 모두 다르듯이 사람도 모두 다 다르다. 그 다른 점을 품어 안아주라. 가족이니까 그래야 한다.
좋았던 추억만 얘기하라. 잘했거나 잘한 일만 칭찬하라. “너는 어려서부터 이런 것을 잘했어.”, “옛날 당신이 이렇게 해주셨을 때 참 좋았습니다.” 등등. 좋은 말만 하고, 좋은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인생은 짧다. 바쁜 현대 사회, 가족이 만날 시간은 얼마나 짧은가.
■ 절대 비교하지 말라 명절은 덕담을 나누는 때다. “어느 대학 다니니?” “반에서 몇 등 하니?”와 같은 질문은 금물이다. 아이들이라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너네 아빠(엄마)가 공부를 잘했으니 너희도 공부 잘하겠네?” 이런 말에 아이들은 분노를 느낀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외국 의료진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연봉을 비교 당할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형제, 친지의 얘기를 들어주라. 그리고 나중에 티 나지 않게 도와주라.
■ 프라이버시성 질문은 삼가라 무심코 던진 말이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 더구나 멀리 떨어져 산다면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잘 알 수 없다. 최근 연인과 이별한 조카에게 “애인 있느냐?”는 말은 상처만 덧내는 말이다.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을 하는 친척 부부에게 “하루라도 젊었을 때 애를 낳아 키우라”는 것과 같은 말은 안 하느니 못한 대표적인 말이다.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질문은 아예 삼가라. 자칫 ‘염장 멘트’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부모님의 잔소리에 감사하라 부모님의 잔소리는 자식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짜증내지 말고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느끼고 받으라. “잔소리 좀 그만하세요.”라며 짜증내는 것은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받는 짓이다. 특히 어머니의 말은 잘 들어주라. 힘들었던 옛일을 말하면 손을 잡고 공감해주라.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내면 건강도 좋아진다. 어떤 보약보다 낫다. 부모에게 화내거나 대들면 자녀가 따라 배운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 상대방의 처지에서 말하라 명절 때 주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시어머니의 “더 있다 가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소파에 누워 리모컨만 만지작거리는 아들에게 “과일 깎아 내가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는 며느리 가슴은 폭발 직전의 활화산일 수밖에 없다. 부엌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내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뭐 하냐? 그만하고 이리 오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남편이 되지 말라. 서로 처지에서 말하라. 역지사지한 뒤 말하면 웃음꽃이 핀다.
■ 돌아올 때 더욱 조심하라 명절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땐 피로 때문에 예민한 상태다. 남편은 장거리 운전으로, 아내는 부엌일로 피곤할 수밖에 없다. 작은 말다툼이 큰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명절 뒤 이혼하는 확률이 높다는 통계도 있다. 서로 고생했다고 칭찬해주라. 서운했던 일은 잊으라. 특히 상대방 가족에 대한 험담이나 비방은 금물이다. 고맙다, 고생했다 두 가지만 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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