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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에 숨겨진 미국의 자원 패권 전쟁

박영복(지호) 2009. 9. 5. 09:22

‘테러와의 전쟁’에 숨겨진 미국의 자원 패권 전쟁

»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로 쌍둥이 빌딩이 불타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실크로드 전략법(Silk Road Strategy Act)
흔히 20세기를 ‘이데올로기의 시대’, 즉 이데올로기가 지배한 시대라고 부른다. 동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끝난 뒤 세계는 자원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고 자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는 다양한 용어로 규정하고 있지만 ‘자원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그럼 자원이 중요하지 않는 시대가 과연 있었는가? 20세기를 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미화하고 있지만 사실상 그 내면에는 자원의 패권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시대였고 이 갈등과 대립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했고 ‘테러와의 전쟁’은 지구촌을 선과 악의 대립으로 이원화시켜 세계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테러와의 전쟁’은 또 다른 9-11 비극을 탄생시켰다.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이 아니라 오히려 ‘테러리스트를 양산시키는 전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 ‘이슬람파시즘과의 전쟁’으로 미화시키면서 이슬람세계의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오바마 행정부는 대외정책에서 힘의 논리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스마트 외교를 표방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 폐기했고 해외비상작전(OCO; Overseas Contingency Operation)으로 교체했다. 2009년 3월 30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 용어의 사용 중단을 선언하면서 8년 반 만에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테러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전선의 축이 이동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3월 27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팍(Afpak: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합성어) 전략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최우선 목표를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알 카에다의 격멸이라고 규정했다.

 

테러와의 전쟁은 본질적으로 자원 패권을 위한 전쟁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9-11 테러 사태 이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되어온 미국의 새로운 전쟁이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고 미국은 카스피해 연안국가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는 고대로부터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교역로, 즉 실크로드(Silk Road)였다.

 

또한 카스피해는 중동에 이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원의 매장지로 석유 매장량은 2,500-3,000억 배럴, 천연가스 매장량은 15조-20조 입방미터이다. 1999년 5월 미 의회는 실크로드 전략법(Silk Road Strategy Act)을 제정했다. 실크로드 전략법(SRS)은 지중해에서 중앙아시아까지 이르는 폭넓은 지역에서 미국의 광범위한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규정한다. 1998년 2월 12일 미 의회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한때 중앙아시아와 남부 코카서스를 잇는 경제적 생명선이었던 고대의 실크로드는 현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및 우즈베키스탄의 영토를 관통했다. 100 여년 전, 중앙아시아는 짜르 러시아, 식민주의 영국, 나폴레옹의 프랑스, 페르시아, 오토만 제국의 거대한 게임판이었다. 동맹은 제국 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했으며, 어떤 제국도 혼자서는 주도권을 획득할 수 없었다.

 

100년 후, 소련의 붕괴로 새로운 거대한 게임이 시작되었다. 동인도무역회사의 이권은 유노칼(Unocal), 토탈(Total) 그리고 다른 많은 단체와 기업의 이권으로 대체되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오늘날 이 거대한 게임의 이해관계에서 새로운 경쟁자는 미국이다. 중앙아시아를 구성하는 5개 국가,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열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카스피해에서 대규모 석유와 천연 가스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긴급한 발굴을 원한다. 우즈베키스탄도 석유와 천연 가스를 가지고 있다.

 

실크로드 전략법에 따르면, 미국의 외교 정책은 석유 사업에서 러시아, 중국, 이란을 견제하고 약화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반러시아 노선을 표방하는 구암(GUUAM)을 조직했다. 이 기구는 1997년 10월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몰도바 4개국으로 구성되었고 1999년 우즈베키스탄이 가입하면서 각국의 첫 글자를 따서 구암으로 명명되었다. 구암은 전략적으로 카스피해에서 석유와 천연 가스 지대의 핵심부에 위치해 있는 지역 군사 동맹이며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는 서방 세계에게 송유관을 제공한다. 궁극적으로 구암은 카스피해의 석유와 천연 가스 매장지에서 러시아를 축출하고 또한 모스크바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2005년 5월 우즈베키스탄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현재 4개국 구암(GUAM)이 되었다.

 

또한 실크로드 전략법은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배치하는 것이다. 2001년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군사기지를 세웠다. 우즈베키스탄의 하나바드 군사기지는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전초기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 기지는 2005년 11월 우즈베키스탄의 반발로 철수되었다. 실크로드 전략법은 러시아에 대항해 중앙아시아와 남부 코카서스에 강력한 정치, 경제 및 안보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 의회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 있다.

 

이 지역의 에너지 자원과 관련하여 전술한 미국의 정책 목표에는 국가들의 독립성 강화 및 서방과의 연합, 석유, 가스 수송 경로에 대한 러시아의 독점 타파, 공급자 다양화를 통한 서방의 에너지 안보 촉진, 이란을 경유하지 않는 동-서 송유관 건설 촉진 그리고 중앙아시아 경제에 대한 이란의 위험한 영향력 행사를 거부하는 일이 포함된다.

 

중앙아시아는 광범위한 미국 기업들에게 의미있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며, 또한 그 역으로 해당 지역의 경제 발전에 가치있는 자극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 터키, 이란, 서유럽, 중국 모두가 경제 개발 기회를 추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지역 기득권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가 미국과 미국 기업들에 이익이 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책입안자들이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이해관계들을 파악하는 것은 핵심적인 일이다.    

» 한국외대 이란어과 유달승 교수

실크로드 전략법은 냉전시대 미국 외교 정책의 연속일 뿐만 아니라 실크로드의 통로에서 이스라엘을 미국의 “파트너”로 지정한다. 1999년 3월 10일 미 의회 제106차 회기에서 제출된 실크로드 전략법안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의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남부 코카서스의 여러 나라들이 미국과 긴밀한 동맹을 추구하면서 이스라엘과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세속주의 무슬림 정부이다.”

 

미국의 새로운 전쟁은 중앙아시아와 남부 코카서스에서 경제적 전선을 개설하면서 글로벌 시장체제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 주도의 군사적 침공은 거대 석유회사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영국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다. 미국과 영국의 결합은 기업의 통합으로 나타났다. 1998년 8월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쉬 페트로리움(BP)과 미국 석유회사 아모코(American Oil Company; AMOCO)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가 탄생했다.

 

BP 아모코는 2000년 2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시설을 보유한 아르코(ARCO)를 흡수합병하면서 엑슨-모빌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회사가 되었다.

유달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