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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DJ는 반군 지도자…김정일 대변자…”

박영복(지호) 2009. 6. 15. 06:26

 여권 “DJ는 반군 지도자…김정일 대변자…”

본뜻 눈감은채 인신공격성 비난
이동관 “선동 조장” 안상수 “김대중씨”

» 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오른쪽)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에게 정책위의장과 발언 순서를 바꿔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장 사무총장은 전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고, 안 원내대표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김대중씨’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남북관계 악화와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며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밝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날 연설에 대해 12일 “정권타도 선동 발언”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직 국가원수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분열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며 김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 대변인은 “자유·서민경제·남북관계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는데, 선동을 조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이어 “오늘날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원칙없는 퍼주기 지원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 특히 북핵 개발은 6·15선언 이후 본격 시작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까지 퍼부었다. 박희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통령이 수십년 전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환각을 일으킨 게 아닌가 여겨진다. 현실 정치에 있지도 않은 독재자를 향해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돈키호테적 사고”라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20년전 투쟁가로서 환상 속에 살고 있다”고 논평했고, 장광근 사무총장은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후진국 반군 지도자의 선동발언을 듣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을 아예 “김대중씨”로 불렀다. 안 대표는 “어제 김대중씨가 ‘독재자에게 아부하지 말고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이야기했다”며 “김대중씨는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이야기를 그만두고 침묵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조해진 의원은 자신의 누리집에 “지혜로운 사람은 판단이 흐려질수록 말을 아끼는 법”이라며 “말년에 가까울수록 김 전 대통령은 김일성 김정일 정권의 대변자 역할에 더욱 기울고 있다”며 색깔론을 폈다.

 

그러나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공격은 김 전 대통령의 진의에는 눈감은 채 자신들에게 불편한 일부 표현만 문제삼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거나 정권 퇴진을 주장하지 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도처에서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노 전 대통령 장례에 500만명이 문상하는 국민 심정이 어떤지 알수 있다.

 

우리 국민은 독재자가 나왔을 때 이를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할 것을 바란다”고 충고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모욕 당할 때 모욕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서명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얼마나 부끄럽고 억울하냐. 정의로운 나라가 되고 싶으면 양심을 지키십시오. 방관하면 악의 편이다. 선거 때 바른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주의, 평화로운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 국민이 희망있는 나라가 되도록 하자”고 연설을 끝맸었다. 이는 ‘민심을 반영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한나라당 쇄신파의 요구와도 맥이 통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일 위원장에게 말하고 싶다”며 “억울한 점이 있지만 북한이 미국에 인내심을 갖고 교섭을 요구해야지 핵무기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북한의 핵포기를 촉구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