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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북한정보…누가 ‘군사충돌’ 부추기나

박영복(지호) 2009. 6. 5. 06:30

쏟아지는 북한정보…누가 ‘군사충돌’ 부추기나

정부, 북에 맞서 무력시위 ‘충돌 위기’ 되레 키워
언론, 정부 정보에 추측 덧붙여 ‘첩보’를 현실로
미·일 “ICBM 발사 불확실” 신중한 대응 ‘대조’


 
△ ▶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한 남쪽의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선언에 맞서 북한이 ‘실제적 행동조처’를 예고하고, 지난달 말 북쪽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공개되자 남북 모두 군사적 충돌 불가피론으로 치닫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3일 “지금 상황에서는 군사충돌의 분위기를 부추기는 데 남북이 따로 없다”고 지적했다.

남쪽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가 김정운 3대 후계세습체제 확립을 위한 내부 결속용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반문했다. 그런 논리라면 서해 최전선에 최첨단 기능의 유도탄 고속함을 배치하고, 언론을 불러들여 대구기지 11전투비행단에서 에프(F)-15케이(K)의 전투태세 훈련 현장을 공개하는 등 또 다른 ‘무력시위’를 벌이는 이명박 정부의 대응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국내 정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냐는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군사충돌을 가정하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충돌 가능성을 더 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가 충돌 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힘의 논리'만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미국·일본 등의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접근과 크게 대비된다. 가와무라 다케오 일본 관방장관은 1일 “추가로 발사실험을 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도 1일 필리핀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준비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포착됐지만 “이들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움직임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단정하지 않고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퇴로를 열어두려는 신중한 접근이다. 미 국방부 관리들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주한미군 등 한반도의 군사력 증강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3일 낮 방한한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접견하는 서울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 들머리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실현을 위한 북미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반면에 한국 정부는 정보 당국자 또는 핵심 관계자 등의 이름으로 언론에 구체적인 정보사항까지 줄줄이 밝히며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준비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언론들은 정부가 ‘서비스’하는 정보에다 막연한 추측을 덧붙여 발사가 임박한 듯이 긴박한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국내 일부 언론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을 한-미 정상회담(16일) 직전일 것으로 예측했지만, ‘글로벌 시큐리티’의 찰스 빅 박사 등 미국 쪽 전문가들은 다음달 중순께에나 발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이런 행태는 과거 일본 언론과 일본 정부가 보였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어찌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박연차 회장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대검 중수부와 언론의 보도 양태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해안포대와 경비정의 실탄·포탄을 평시보다 2배 이상 비축했다는 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언론 보도는 ‘첩보'를 현실로 둔갑시켰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이런 일련의 보도에 대해 “부정확한 보도라고 하면 심한 얘기일 것 같고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군사 첩보를 언론에 흘리면서도 막상 보도가 되면 공식적으론 부인하는 이상한 모양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불감청 고소원’이라는 말처럼 이 정부와 일부 언론의 태도는 북한이 강수를 두기를 바라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며 남북 모두 냉전시대의 적대적 상호의존 관계로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