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인도는 진실이 아닌 신화다” | |
핵문제 전문가 프라풀 비드와이 | |
인도의 핵문제 전문가이자 핵군축운동가인 프라풀 비드와이는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인도의 성공신화에 비판적이었다. “매년 7~8%의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빈곤과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대표적 일간지인 편집장 출신인 비드와이는 주간지 가 마련한 29일 ‘인터뷰 특강’에서 한국 청중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인도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절대 빈곤의 참상은 변하지 않았다며 빈곤층을 위한 기초적 공공의료 시스템, 안전한 식수 공급, 기본적 주택문제 해결이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의 1인당 공공의료 지출은 세계 최하위 12개 국가중 하나다. 인도 정부는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주고 핵기술 등 군사분야에 거액을 지출하고 있으며, 부정부패도 심각하다. 또 부자들에게서 제대로 세금을 걷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빈곤층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는 수십년 동안 인도가 ‘영적인 국가’라는 환상이 지배층의 부패를 가리는 장치였던 것처럼, 이제 ‘경제대국’ 인도라는 환상이 뿌리깊은 빈곤에 허덕이는 대다수 인도인들의 현실을 감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드와이는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는 미국과 인도의 동맹 관계에 대해서도 “인도가 독립성을 잃고 미국에 종속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인도를 동맹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견제’라는 것은 확실하다. 2002년 이후 나온 미 국방부의 4개년 군방전략보고서(QDR)나 미 백악관의 전략문서 등을 보면 미국은 중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면서, 일본·한국·대만 등과의 기존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롭게 인도를 끌어여여야 한다는 전략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인도 외무장관도 최근 의회에서 ‘인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균형자로서 미국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인도가 중국, 러시아와 잇따라 정상회담을 열면서 인도-중국-러시아축이 등장한다는 가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미국-인도의 밀접한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취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할 때 인도의 항구와 시설을 사용하도록 했으며, 파병까지 고려했다. 말라카해협에선 인도 해군함정들이이 미군 함정을 호위하며 항해하고 있다. 이는 유례 없이 강력한 동맹관계다 반면 중국, 러시아와는 국경문제를 일부 해결하는 등 결실도 있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다.” 지난달 인도를 방문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맺은 핵협력협정은 인도내에서도 많은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반대 목소리는 두갈래다. 한쪽은 극우민족주의자들인데 이들은 이번 협정으로 인도가 보유할 수 있는 핵무기 숫자가 제한되고 핵시설이 국제사찰에 공개되는 데 반대하며 히스테리 반응을 보인다. 다른 한편에서 시민운동가들은 인도가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면 보상을 받게된다는 선례가 됐으며, 인도-파키스탄이 갈등을 치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인도 편을 들면서 파키스탄이 이에 반발해 군비경쟁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도는 이미 GDP의 3~5%를 군비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힘들어졌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의 이번 핵 협정으로 인도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됐다고 강조하지만 그는 거액을 들여 미국 기술을 들여와 핵발전소를 더 짓는다는 에너지 정책에 반대한다. “환경과 폐기물 문제를 고려하면 원자력 발전은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다. 인도는 매년 핵기술에 20억달러씩 투자했지만 원자력발전으로는 전체 전력의 3%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반면 정부의 보조를 받지 않는 풍력발전을 통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의 발전은 이쪽으로 가야한다.” 핵 전문가로서 그는 북한과 이란 핵 문제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핵문제는 1994년에 미국과 북한이 맺은 제네바협정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재발했다. 즉 미국은 북한에 중유를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북한은 이를 핵 개발의 명분으로 삼았다. 미국은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 등 외교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란과는 외교적 해결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조차도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중립적인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란이 핵개발을 정직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심분리기가 100여개 뿐이고 우라늄 농축의 재료인 육불화우라늄가스의 순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핵보유는 아직 먼 이야기다. 미국은 중동의 독립적인 대국이며 에너지 강국인 이란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다면 지역 전체가 큰 위협에 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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