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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는 '4등 국가',

박영복(지호) 2006. 5. 18. 11:53
다시 태어나는 '4등 국가', '맥아더 원수, "일본은 4등국"이라고'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오늘,9월 14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당시 일본에 점령군으로 상륙한 연합군의 최고 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시카고 트리뷴> 특파원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일본은 제4등국으로 내려 앉았다. 예측하건대 일본은 훗날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도쿄의 참상을 보면 이 곳에 소총 한 자루 제조할 능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4개의 섬에 구속된 일본이 세계의 지도적 국가가 된다는 것은 우선 불가능하리라." '4등국'이라는 말은 그 해 일본에서 유행어가 됐다고 한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 나가사키는 물론 대공습으로 쑥대밭이 된 도쿄... 60년전 일본은 분명 다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나라처럼 보였다. 게다가 맥아더 사령부가 만들어 준 평화헌법은 일본을 무장 해제시켰다. 전쟁포기, 전력(戰力)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 이른바 평화헌법 9조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일본이 전후 수십 년간 군비(軍備)라는 단어를 잊은 채 미국이라는 우산 아래서 경제를 살찌우는 토대가 됐다. 그러나 지금 일본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헌법을 뜯어 고쳐 전쟁도 가능한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전후 냉전시대 미국의 묵인 하에 슬금슬금 재무장시킨 자위대를 놓고 "엄연히 존재하는 군대를 왜 헌법은 '군대 없다'고 우기느냐"며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한다. "언제까지 개발도상국에 원조나 하고 유엔에 분담금 내면서 목소리 낮추며 살 것인가, 이제는 해외에 군대도 보내 국제사회에서 경제대국에 걸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적국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아니 공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반격(-아니 선제공격)도 해야 한다"고 외친다. 명분은 많다. 그래서 '군대 보유'와 '해외 파병'을 명시하고, 동맹국(미국)이 전쟁을 벌이면 일본도 전쟁에 참가한다는 이른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헌법 9조를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자민당을 주축으로 한 우익 정치인들이 그 중심에 있다. 이번 중의원 선거 당선자 가운데 개헌 찬성파는 84%에 달한다. 그 가운데서도 핵심인 9조 개정에 대해서도 72%가 찬성이다. 10년 전에 비하면 두배나 늘었다. 이 정도까지 개헌파가 늘어난 것은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데도 기인하지만, 헌법 개정에 있어 전쟁 경험 세대보다 더 적극적인 이른바 전후 세대가 정치권에 대거 입문한 탓도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아직 일반 국민 가운데 개헌 찬성은 절반 정도이다. 우정민영화 찬반 대신 개헌 문제가 선거전에서 최대 쟁점이 됐다면 선거 결과도 이렇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정민영화 쟁점 하나로 3분2 가까운 의석을 차지한 자민당이 '백지위임장'을 거머쥐었다고 생각하고 개헌 작업도 서두를 낌새이다. 자민당 다케베 간사장은 개표결과 발표 직후 "이제는 개헌이다"라고 공언하면서 '개헌파를 중심으로 한 헤쳐 모여'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자민당이 대의정치의 맹점을 이용해 우정민영화 하라고 준 다수의석을 개헌안 발의 등 위임받지 않은 개헌 작업에 이용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 우려된다.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이 점이다. 당시 왜 '4등국가'가 돼야 했는지, 반성은 않은 채 단지 경제력을 이유로 '4등 국가'에서 '보통 국가'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본 우익들의 탐욕도 그렇거니와, 아시아 군사전략에서 일본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미국을 빼고는 주변국 모두 반대하고 걱정하는 재무장을 통해서만 '보통 국가'로 갈 수 있다는 발상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