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씨는 그러나 "더 합법적이고 교묘하게 입점업체를 압박할 수 있는 방안들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가 털어놓은 지난해 L업체와의 갈등 사례를 보면 백화점 바이어들이 입점업체를 다루는 '숨겨진 노하우'가 대충 드러난다.
백화점 바이어에게 가장 피곤한 하루는 주요 백화점들이 동시에 시작하는 바겐 세일 광고가 처음으로 신문지면에 게재되는 날이다.
보안에 부쳐지던 각 백화점들의 특별기획전이나 프로모션 등이 일제히 공개되 기 때문.
그날 신문에는 L업체가 T백화점에서 일부 모델을 특별할인가에 판매하는 기획 전을 연다는 내용의 광고가 실렸다.
K씨는 바로 전화기를 들고 L업체 사장에게 전화부터 걸었다.
"경쟁관계에 있는 타 백화점에서만 단독으로 특별기획전을 연다고 하는데 정말 섭섭합니다.
저희 백화점과도 동일한 조건의 특별기획전을 준비해 주실거죠?" 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L업체 사장은 "이번만은 좀 그냥 넘어가주세요. 저희 회사와 T백화점과의 관계 도 있고 해서 정말 어쩔 수가 없었다"고 읍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K씨는 "그럼 이번 특별기획전은 그냥 넘어가는 대신 저희 백화점 지방 점 두 곳에 입점을 해달라"고 말했다.
K씨가 말한 지방점포는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 대부분 업체들이 입점을 꺼려하 는 곳이다.
L업체는 마지못해 이를 수용하고 지방점에 입점했지만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1년 뒤 M백화점 매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K씨는 크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이어가 입점업체에 행사할 수 있는 ' 무기'는 크게 3가지라고 설명했다.
L업체 사례처럼 적자가 불가피한 지방점 입점을 은근히 강요하거나 공동광고 대상에서 특정업체를 제외하는 방법 또는 좋은 입지에서 재고처리 등의 프로모 션 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 방법 등이다.
명절 같은 때는 바이어가 입점업체에 자사 백화점 상품권 구입을 권유하기도 한다.
K씨는 "상품권 판매실적을 팀별로 평가하기 때문에 바이어로서는 입점업체들에 은근히 판매를 요구하는 예가 종종 있다"며 "일부 눈치 빠른 업체는 때가 되면 알아서 상품권을 구입하겠다며 연락이 오는 예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차 개선돼가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심지어 명절 때면 바이어 집앞까지 찾아가 명절선물을 받는지 여부까지 조사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때 잘못 걸리면 완전히 회사생활 끝장이기 때문에 몸조 심을 하지 않을 수 없죠."
K씨는 "요즘은 입점업체들이 인터넷 같은 데다 띄우기도 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도 종종 받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 고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