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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中) '경제수도' 상하이 쇠락하나

박영복(지호) 2009. 3. 30. 06:41

중(中) '경제수도' 상하이 쇠락하나
올 공업생산량 12% 감소 빠른 노령화로 활력 잃어 금융허브 육성 서둘러
베이징=최유식 특파원 finder@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상하이(上海)를 대표하는 중국 최대 철강회사 바오산(寶山)강철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째 감산(減産)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철강 가격이 반짝 오르며 감산 폭을 줄였지만 이달 들어서는 다시 20% 이상 감산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철강 가격까지 지난해 중반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올해는 이익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중국의 '경제수도'로 불리며 1990년대부터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상하이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금융위기의 타격 속에 5~6개월째 감산을 계속하고 있는 데다,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금융업의 발전도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보장비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상하이시 통계국은 지난 24일 발표한 자료에서 상하이의 지난 1~2월 공업생산이 12.4%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평균치(3.8% 증가)는 물론, 수출 감소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광둥성(廣東省·0.8%)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지는 실적이다.

통계 산출의 지표가 되는 34개 주요 산업 중 28개 산업이 줄줄이 하락 대열에 합류했다. 상하이의 공업 생산은 금융위기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하이의 퇴조 현상은 글로벌 금융 위기의 충격보다 적기(適期)에 산업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못한 데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게 중국 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도심 토지 가격의 급상승 등으로 인해 이미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을 상실해 가고 있는데도, 지난 5년간의 호황에 안주해 서비스업 발전 전략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상하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대륙의 금융 허브를 표방했지만, 금융업이 전체 상하이 GDP(지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선에 그치고 있다. 상하이외국어대 동방관리연구센터의 장위구이(章玉貴) 연구원은 "뉴욕이나 런던은 금융을 포함한 고급 서비스 분야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6%, 70%나 되는 반면, 상하이는 3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인구의 노령화도 고민거리이다. 2008년 말 현재 상하이의 60세 이상 노령 인구는 290여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노동인구(15~59세)는 5만~6만명씩 줄어드는데, 노령 인구는 10만명씩 늘어나는 구조이다. 지난해 상하이시는 사회보장기금 보조비로 17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25일 상하이를 오는 2020년까지 국제 금융허브와 항공운송허브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확정해 발표했다. 상하이를 중국 경제력과 위안화(元貨)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국제금융센터로 육성하고, 전 세계로 연결될 수 있는 항공운송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쇠락하는 상하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